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8)
독식하는 재벌 3세-168화(168/518)
168화. 드라마 (2)
천민정은 경계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내가 처음 식당에 등장했을 때를 제외하곤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악수를 하고 나서도 얼른 손을 빼내어 식탁 아래로 숨길 정도였다.
손질되지 않은 머리칼.
화장기 없는 얼굴.
다크서클이 가득한 눈가.
21세의 나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태우 IT의 직원들을 생각해보면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었다.
자신을 꾸미는 것보다 컴퓨터 안의 세상을 꾸미는 것을 더욱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들이었으니까.
“갑자기 저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뭐죠?”
“태우 IT에 지원을 하셨더군요. 서류 합격 조건은 되지 않지만, 뛰어난 수상 경력이 있어 만나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채용하시려고요? 아! 따로 본 이유가 있겠네요. 불법적인 일을 시키시려는 거죠? 그렇다면 잘 찾아오셨어요. 단가만 맞으면 뭐든지 해 드릴 수 있어요.”
방어기제라고 해야 할까?
자신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천민정이었다.
“정식으로 채용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공채가 아니라 특채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연봉은 얼마나 주나요? 태우 IT가 한국에서 제일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지원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연봉이 적으면 취업 안 하고 싶어요.”
“최고 대우의 연봉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게 얼마죠? 7천만 원은 넘나요? 지금 제가 그 정도는 벌고 있거든요.”
“연봉 1억에 복지까지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복지는 괜찮으니 전부 돈으로 주세요.”
말끝마다 돈 이야기를 꺼내는 천민정이었다.
그녀가 왜 돈에 집착하는지 상세정보와 강 대위의 자료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회사가 부도나고 공사장을 전전한 아버지.
그리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무기력증에 빠진 어머니.
그리고 아직 고등학생인 동생까지.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천민정의 집안이었고,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돈으로 얻을 수 없는 복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령 누군가가 앙심을 품고 천민정 씨를 법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방어하는 것도 복지의 일부분이죠.”
“……알고 하시는 말이죠?”
“자세히는 모르지만, 중앙지검 검사 아들과 안 좋은 일로 엮여 있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막 뒷조사를 해도 되는 건가요?”
“태우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 아무나 막 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울타리 안에 들어오기만 하신다면, 태우그룹의 모든 힘을 다해서 보호해 드릴 것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저 혼자서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연봉 1억은 나쁘지 않네요.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명함이나 한 장 주세요.”
그녀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고.
그녀는 명함을 챙겨 받고는 식사도 하지 않은 채 식당 밖으로 나가 버렸다.
식당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 대위가 그 모습을 보며 내게 다가왔다.
“저렇게 보내셔도 괜찮으십니까?
“마음의 벽이 두꺼운 사람이군요. 성급히 나섰다간 미운털만 박힐 수 있어요.”
“솔직히 대표님이 저런 사람을 영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21살이면 대학생에 불과한 나이입니다.”
“저도 20대 초반에 태우그룹 계열사 사장 자리에도 앉았어요.”
“대표님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긴 하겠군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니까요.”
“……그 정도로 높게 평가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 인력을 2배 더 늘리겠습니다.”
S급 인재를 얻기 위해 뭔들 못하겠는가?
마음의 벽이 두껍다면 조금씩 허물어 나가더라도 반드시 얻어 내야만 했다.
“천민정을 괴롭히고 있는 검사 아들을 조사해 주세요.”
“우리 쪽 검찰 라인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겠습니다. 그리고 검사와 그 아들을 24시간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천민정을 공격할 낌새가 보이면 바로 연락하시고요. 선조취 후보고를 하셔도 무방합니다.”
“천민정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
정호영.
그는 검사인 아버지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를 했다.
전교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결국엔 한국 최고의 대학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학부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전교 1등 자리를 여러 차례 다른 친구에게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대학 과제를 대신 해 주는 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기회에 재회하게 되었다.
썩을 년!
대학도 안 갈 거면서 왜 전교 1등 자리를 뺏냐고!
쌓여 있던 분노가 폭발해 버린 정호영이었고, 자신의 1등 자리를 뺏은 천민정을 나락으로 보내 버릴 계획을 세웠다.
“왜 아직도 일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요? 수사관 아저씨가 먼저 힘든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하라고 하셨잖아요.”
“이제 다 끝나 가니까 조금만 기다려. 이번 주 내로 경찰 조사가 시작될 거야. 그렇게만 되면 최소 징역형이 떨어지도록 해 줄 수 있어.”
정호영은 검찰 수사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5년 넘게 일한 베테랑 검찰 수사관이었지만, 정호영의 앞에서는 굽신거리고 있었다.
그만큼 정호영의 아버지인 정신수의 힘은 막강했다.
좋은 학벌, 좋은 라인, 우수한 수사 능력까지.
최소 검사장까지는 무난하게 갈 사람이었기에 그의 아들의 부탁이라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제가 그렇게 어려운 일을 부탁한 것도 아니잖아요.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이렇게 뚜렷한데 뭐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요.”
“정 군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건을 손봐야 해서 시간이 걸리는 거야. 괜히 이런 일로 조사를 받으면 피곤해지지 않겠어?”
“부탁 좀 드릴게요. 이번 일만 잘 끝나면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잘해 드릴게요.”
“흠흠, 꼭 그런 걸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그럼 이번 주 내로 꼭 부탁해요.”
정호영은 검찰 수사관의 어깨를 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웃으며 정호영이 나가는 걸 확인하자 검찰 수사관의 표정이 확 변했다.
“어린놈이 누굴 닮아서 저렇게 싸가지가 없는지. 하긴 누굴 닮겠어. 지 애비를 닮았겠지.”
부자지간 아니랄까 봐.
정신수와 정호영은 생김새부터 행동, 말투까지 똑 닮아 있었다.
15년 동안 정신수의 옆에서 당한 치욕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미 정신수의 라인을 타버린 이상 싸가지 없는 놈의 말을 들어주어야만 했다.
“천민정이라고 했나? 참 재수도 없지. 어떻게 걸려도 저런 놈한테 걸려 가지고.”
정신수는 검찰에서 독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런 정신수의 아들이니 보지 않아도 얼마나 독한지 알 수 있었다.
***
며칠 후.
강 대위로부터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부회장님, 정호영이 검찰 수사관을 이용해 천민정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검찰 수사관이 대학생의 말을 따른다는 거군요. 세상 참 잘 돌아가네요.”
“정호영의 아버지인 정신수는 검찰에서도 꽤 튼튼한 라인에 속해 있고, 경찰 라인까지 동원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처리했나요?”
졸업 작품을 돈 받고 만들어 준 건 불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강력 범죄 수사에서나 가능한 합동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선은 우리 쪽 라인을 동원해 수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경찰 라인의 경우 이번에 서울지청으로 올라온 이경식 청장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습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려 보낸 보람이 있군요.”
“이경식 청장이 막아선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사이 졸업 작품을 의뢰한 모든 학생을 만나 함구시켰습니다.”
“몇 명이나 되던가요?”
“200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졸업 취소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다들 입을 다물기로 약속했습니다.”
천민정은 역시나 대단한 능력자였다.
무려 200개의 졸업 작품을 만들어 내다니.
보통 졸업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시간을 투자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천민정은 여러 개의 졸업 작품을 동시에 만들어 낼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입을 다문다고 약속을 하긴 했지만, 경찰이나 검찰에서 압박해 오면 입을 여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신수 부장 검사와 직접 단판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냥 대화로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우선은 자신이 상대하는 적이 얼마나 강한지 깨달아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가 가능합니다.”
“정신수 부장 검사의 라인을 살짝 건드려 보겠습니다. 차장검사 한 명 정도가 옷을 벗을 정도의 사건을 터트리겠습니다.”
부장검사는 꽤 높은 직위였다.
공무원으로 치면 2급에 달하는 직위였으니 정신수 부장 검사의 권력은 일반 시민에게는 무소불위라고 칭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천외천은 항상 존재한다.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기 마련이었고.
정신수 부장 검사보다 더 높은 사람을 움직이기만 하면, 그를 충분히 압박할 수 있었다.
“차장검사가 옷을 벗으면, 그 자리를 정신수 부장이 차지할 수 있다고 넌지시 알려 주세요. 그러면 알아서 고개를 숙일 겁니다.”
“정신수 부장을 차장으로 승진시켜 줄 생각이십니까?”
“더는 천민정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요. 정호영을 유학을 보낸다는 조건이면 충분하겠네요.”
“……그렇게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강 대위가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아마 그렇게까지 해서 천민정을 영입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 질문의 대답은 YES였다.
천민정의 마음만 제대로 살 수 있다면, 더한 일도 할 수 있었다.
***
며칠 후.
차장검사의 성추문 사건을 언론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정신수 부장 검사는 직속 선배의 사건을 덮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결정적인 증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인근의 작은 산장까지 홀로 찾아갔다.
“검사를 상대로 기획 작품을 만들다니 간도 크군요.”
강 대위를 만나자마자 정신수가 강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성추문 사건의 증거를 이런 산장에서 보여 줄 리는 절대 없었다.
분명 누군가가 기획한 작품이 분명했고, 강 대위의 몸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보고 확신을 가진 정신수였다.
“없던 일을 만들어 낸 건 아니긴 하지만, 기획하지 않았다고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러는 이유가 뭐지? 그리고 굳이 날 불러낸 이유도 알고 싶군.”
“좋은 제안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정신수 차장검사님.”
“차장검사? 내 직위도 모르고 불러낸 건가? 아주 허술하군. ……설마?”
“차장검사가 옷을 벗으면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겠습니까? 직속 후배인 정신수 검사님이 그 자리에 오르게 되시지 않겠습니까?”
정신수 검사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해 오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사내와는 접점이 전혀 없었다.
“당신 정체가 뭐지? 아니, 배후가 누구야!”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지금 잡고 있는 동아줄보다 훨씬 튼튼하고 높은 황금 동아줄이라고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참 웃기는군. 차장검사가 날아간다고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다른 파벌에서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차장검사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괜히 제가 황금 동아줄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아닙니다.”
“반대 파벌에서 찬성을 하고 나오면 우리 쪽에서 날 배신자로 의심할 건데?”
“중립 파벌에서 찬성표가 쏟아질 겁니다.
그제야 관심을 보이는 정신수 검사였다.
차장검사를 단칼에 날려 보내는 황금 동아줄이라면 잡을 만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