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69)
독식하는 재벌 3세-169화(169/518)
169화. 드라마 (3)
다음 날.
정호영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아버지에게 들었다.
“갑자기 유학을 가라고요? 제가 왜요? 대학만 들어가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신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이 검찰 수사관을 사적으로 움직이는 거야?”
“그게 왜요? 아버지 밑에 있는 사람을 불러다 쓰는 게 뭐 잘못됐어요?”
“그래도 이놈의 자식이!”
짝!
정호영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한 번도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였기에 충격이 더 큰 정호영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고, 그런 그를 어머니가 감싸 안았다.
“당신 왜 애를 때리고 그래요!”
“이놈이 뭘 했는지 알아?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막아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내 모가지가 날아갈 뻔했다고. 부장 검사로 퇴직하고 변호사 개업을 할 판이었어!”
“호영이가요? 이렇게 착한 아이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긴말할 것 없이 오늘 바로 미국으로 보내. 비행기표는 예매해 뒀으니 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
정신수가 비행기 티켓을 던지며 말했고.
너무도 강압적인 그의 모습이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정호영이었다.
“아빠. 진짜 제가 그렇게 잘못했어요? 불법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을 응징하려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
“상대를 보고 건드렸어야지.”
“아빠는 부장검사잖아요. 천민정, 걔가 뭐 볼 거 있다고 그러세요.”
“이번에 차장검사를 날린 사람이 천민정을 후원하고 있어. 그러니 다시는 걔 앞에 얼씬도 하지 마라. 어쩌다가 만나게 돼도 아는 척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라고!”
정호영은 너무도 억울했다.
가진 거 하나 없는 년 때문에 한국을 떠나야 하다니.
한국을 떠나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자신을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으로 갈게요. 그런데 하루만 더 시간을 주세요. 미국으로 가지고 갈 짐도 챙겨야 하고, 친구들과 작별 인사도 하고 가고 싶어요.”
“맞아요. 호영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알겠다. 그럼 비행기 시간은 내일로 미뤄 줄 테니 준비하거라. 그리고 필요한 거 있으면 사고.”
정신수가 지폐 한 뭉치를 정호영의 손에 쥐여 주었다.
말은 안 해서 그렇지 그 또한 아들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선 황금 동아줄이 필요했고, 황금 동아줄을 잡기 위해선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야만 했다.
***
홍대의 한 술집.
정호영은 술집 전체를 전세 놓고 20명이 넘는 친구들과 술을 들이켰다.
“친구들아! 나 내일 미국 가는데 지금 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미친년 하나 때문에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냐고!”
“그년이 누군데? 이름만 말해. 우리가 조져줄게.”
정호영은 거친 친구들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
고등학교 시절 돈을 펑펑 쓰고 다녔던 정호영이었고, 돈 냄새에 이끌린 날파리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진짜 조져 줄 수 있어? 그년만 조져 주면 내가 이 돈 너희들한테 다 준다!”
“이야, 이게 다 얼마야? 200만 원은 더 되겠는데?”
“야! 돈이 뭐가 중요하겠어. 친구가 미친년 하나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 당연히 우리가 도와줘야지.”
정호영과 달리 잃을 게 없는 친구들이었다.
제대로 대학을 다니는 사람도 드물었고, 대부분이 양아치 짓을 하며 살고 있었다.
“이름은 천민정이야. 그년 주소는…….”
주소를 말하려는 순간.
끼이익! 술집의 문이 열렸다.
“아저씨 여기 우리가 전세 냈어요. 오늘 장사 안 하니까 다른 곳으로 가세요.”
“빨리 나가라고!”
거친 친구들이 소리를 질러 대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치고는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이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는 그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군부대에 있었던 강 대위에게는 애들 장난으로만 보였다.
“너희들을 보면 삼청 교육대가 그립다니까.”
“대위님도 그렇습니까? 진짜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왜 이리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강 대위의 뒤로 직원들이 속속들이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전부 특수부대 출신으로 강 대위의 경호 업체에서 매일 실전과 같은 수련을 하고 있는 직원들이었다.
“중앙에 있는 놈만 건드리지 말고 다 족쳐 버려.”
“오랜만에 몸 좀 풀겠습니다.”
“어린애들 상대로 너무 과하게는 하지 말고.”
정호영의 친구는 20명, 반면 강 대위의 직원은 고작 10명에 불과했다.
덩치만 놓고 본다면 그리 차이도 나지 않았기에 강 대위 쪽이 불리해 보였다.
하지만 실전을 겪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넘볼 수 없는 차이라는 게 존재했다.
퍽! 우웨엑!
철저히 급소를 노리고 들어가는 직원들.
순식간에 10명이 넘는 정호영의 친구가 바닥을 뒹굴었고.
남은 인원들은 방금 전까지 혈기가 넘쳤던 모습이 어디 갔는지 무릎을 꿇고 빌고 있었다.
“벌써 끝인가? 싸가지만 없는 줄 알았더니 끈기도 없는 놈들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몸 좀 풀 줄 알았더니 괜히 입맛만 버렸습니다.”
강 대위는 쓰러진 사람을 발로 밟으며 정호영에게 다가갔다.
정호영은 강 대위의 강인한 눈빛을 보자 호랑이 앞에 생쥐처럼 몸을 떨기 시작했다.
“왜 이러세요. 제 아버지가 검사예요! 그것도 부장검사라고요.”
“알고 있어. 그런데 검사나 되시는 분이 왜 약속을 안 지키시나 모르겠군. 분명 오늘까지 미국으로 보낸다고 약속을 했는데 말이야.”
“당신이 뭔데 나를 미국으로 보내라 마라야!”
정호영은 생각보다 강단이 있었다.
지금까지 당한 적이 없었기에 강 대위의 위압감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강 대위의 다음 행동에 정호영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뚜둑! 빠각!
강 대위는 쓰러진 정호영의 친구 어깨를 밟아 부셔 버렸다.
“으아아아!”
“정신수 검사의 면을 세워 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앞으로 착하게 사세요. 그게 당신도 당신 아버지도 살길이니까요.”
“…….”
공포에 질려 대답을 하지 못하는 정호영이었다.
하지만 그건 정호영의 사정이었고. 빠각!
정호영의 친구 발목을 사정없이 부러뜨리는 강 대위였다.
“으아아아아!”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미국으로 갈게요. 제발 그만하세요.”
“이번엔 당신 친구가 이 꼴이 되었지만, 다음은 당신이 될 거라는 걸 명심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번엔 대답을 빠르게 하는 정호영이었고.
덕분에 다른 발목을 구할 수 있게 된 그의 친구였다.
“뒷정리 깔끔하게 하고 복귀해.”
“네. 알겠습니다!”
강 대위의 직원들은 마치 쓰레기를 치우듯 정호영의 친구들을 치웠다.
그 모습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정호영이었고, 친구들을 내버려 둔 채 집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 정도 겁을 줬으면 한동안은 조용히 지낼 것 같습니다.”
“저런 놈들은 공부 머리는 좋아도 다른 기억력은 좋지 못하지. 다시 또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으니 사람 한 명을 붙여 놔.”
정호영의 뒤를 직원 한 명이 따라붙었다.
앞으로 정호영은 평생 감시받으며 살아가게 될 운명이었다.
***
며칠 후.
천민정이 회사로 찾아왔다.
약속도 없이 무턱대고 찾아와 안내데스크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었다.
다행히 기획실 직원이 그녀를 알아봤기에 그녀는 부회장실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당신이 한 짓인가요?”
“뭘 말씀이시죠?”
“정호영이 이런 편지를 저에게 보내왔어요.”
천민정이 편지 한 통을 보여 주었다.
그 안에는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된 사과문이 들어 있었다.
“직원 복지의 일종입니다. 천민정 씨가 아니라 다른 직원이라도 똑같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입사하지 않았어요.”
“입사 결정은 복지 혜택을 다 듣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듣지 않고 가셔서요.”
“또 무슨 혜택이 있죠?”
“태우그룹은 가족 학자금을 전액 지원합니다. 동생분이 고등학생이시죠? 고등학교 학비는 물론 대학교 등록금 전액이 지원됩니다.”
천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가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동생 학비 때문이었다.
우수한 성적으로도 대학을 가지 못했던 자신의 한을 동생을 통해서라도 풀고 싶어 하는 그녀였다.
“그리고 가족 병원비 지원 혜택도 있습니다. 태우그룹 산하의 종합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최우선으로 받을 수 있으며 병원비와 입원비 전액 지원해 드립니다.”
“그럼 어머니도 오늘 당장 검사를 받을 수 있나요?”
“당연하죠. 오늘 입사를 결정하면, 태우병원 구급차가 집으로 출발할 겁니다.”
대학 병원은 항상 만원이었다.
병원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몇 달 혹은 1년도 기다려야 치료가 가능했다.
천민정도 대학 병원을 찾아간 적이 있기에 내가 제시한 혜택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저를 이렇게까지 해서 입사시키려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새로운 프로젝트에 천민정 씨가 꼭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무슨 프로젝트인가요? 역시 불법적인 일인가 보네요. 뭐 상관없어요. 동생 학비에 부모님 병원비까지 책임져 준다면, 제가 감옥에 가도 상관없어요. 태우그룹에 입사할게요.”
심청이의 심정으로 입사를 하겠다는 천민정이었다.
나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제가 그렇게 이미지가 나쁜가요? 태우그룹 부회장이 설마 불법적인 프로젝트를 주도해서 할까요?”
“재벌이니까요.”
“제가 재벌인 건 맞지만, 천민정 씨에게 불법적인 일을 시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감옥 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졸업작품을 대리 제작한 것도 태우그룹 차원에서 무마했으니 걱정 마시고요.”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저를 채용하시려는 이유가 있나요? 도대체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건가요?”
드디어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다.
천민정을 이토록 영입하려고 했던 이유.
“암호화폐 프로젝트입니다. 비트코인이라고 불리는 가상 화폐를 만들 생각입니다.”
“가상 화폐라면 게임 머니를 말하는 건가요?”
아직 비트코인의 개념이 나오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마 2009년이 되어서야 처음 가상화폐가 개발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천민정이 비트코인을 게임 머니에 비교하는 것이 당연했다.
“어떻게 보면 게임 머니와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게임 머니와 달리 완벽한 암호화 알고리즘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상화폐가 비트코인입니다.”
“처음 들어 보는 개념이네요. 암호학을 통해 가상 화폐를 만들다니.”
천민정이 고민에 빠져들었다.
항상 벽을 치던 그녀의 표정이 이제야 나이에 맞는 순수함이 깃들었다.
아마 지금 모습이 그녀의 본모습이겠지.
부모님의 사업 실패와 세상의 쓴맛에 거대한 벽을 치며 살고 있었던 그녀였다.
“저와 같이 가상 화폐를 만들어 보시겠습니까?”
“하고 싶어요. 꼭 하고 싶어요!”
“암호학과 프로그래밍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 겁니다. 군대에서 암호학을 전공한 사람부터 미국 대학에서 암호학 교수를 하고 있는 사람까지 영입 중에 있습니다.”
“그런 대단한 사람과 제가 같이 일할 수 있을까요?”
“자신을 믿으세요. 태우그룹 부회장인 제가 보증합니다.”
드디어 비트코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태우그룹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해선 꼭 필요한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