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7)
독식하는 재벌 3세-17화(17/518)
17화. 칼춤(3)
다음 날.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공장으로 출근을 했다.
아침까지 이어진 술자리로 전 직원이 골골거리고 있었고, 공장장과 임원들은 식당에 모여 주방 이모가 끓여 주는 해장국을 들이켜고 있었다.
“김 차장 왔어? 와서 같이 한 그릇 하자고.”
“공장장님은 거뜬해 보이십니다. 저는 걷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립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나는 손까지 비벼 가며 아부를 했다.
회장 손자에게서 아부를 들으니 얼마나 신이 날까?
공장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내게 옆자리를 권했다.
“어떻게 오늘도 한 잔 더 할까?”
“지금 피 대신 술이 흐르는 기분입니다. 오늘도 한 잔 더 마시면 진짜 응급실에 실려 갈 판입니다.”
“그거야 술기운을 밖으로 빼내면 되는 문제 아니겠어? 공장 근처에 괜찮은 사우나가 있어. 서울에 있는 호텔 사우나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설이 괜찮으니 다녀오라고.”
“뜨뜻한 물에 몸을 좀 지지고 싶긴 합니다.”
“양 대리를 붙여 줄 테니 다녀오라고. 정 힘들면 사우나에서 바로 퇴근해도 되고.”
회사 참 잘 돌아간다.
어제 입사한 직원보고 사우나나 다녀오라니.
뭐 안 그래도 밖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판을 깔아 주니 감사히 받아야지.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해장국은 먹고 가지 않고?”
“입 속에 물만 들어가도 올라오려고 합니다. 공장장님과 임원님들 앞에서 그런 추태를 부릴 수는 없지요.”
“허허, 우리 김 차장 아주 예의가 바르다니까. 양 대리는 지금 바로 불러 주겠네.”
“택시를 타고 다녀오겠습니다. 양 대리도 술기운이 남아 있을 건데 음주 단속이라도 뜨면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이야! 직원 걱정을 하는 것 보니 역시 핏줄이 달라.”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택시를 불러 공장을 빠져나와 사우나로 향했다.
공장장이 추천해 준 곳이라 그런지 깨끗한 시설에 사람도 별로 없었다.
나는 자연스레 샤워를 끝내고는 수건 한 장을 머리에 쓰고는 습식 사우나실로 들어갔고, 그 안에는 이미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일은 잘 처리했습니까?”
“밤사이 일부 자료를 수집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자료의 양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썩은 내가 진동을 합니다.”
사우나 안에 있는 사람은 내가 고용한 사람이었다.
혹시 모를 눈을 피해 사우나로 그를 불러들였다.
“전역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힘든 일을 시켜서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진급도 못 하는 군바리를 거둬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이름은 강인식 대위.
그는 육사 출신에 권력의 중심이라는 기무사령부 소속의 군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군사 정권 시절부터 반골 기질이 강했고, 결국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어 버렸다.
떨어진 끈만 다시 달아주면 하늘을 날 수 있는 인물이 강 대위였다.
무려 S급 정보력과 A급 업무 능력을 2개나 보유하고 있는 인물인데 끈 하나 달아 주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
“그리고 혼자서 일을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제가 말해 드린 사람과 공조해서 일을 진행하세요.”
“일전에 말씀해 주신 3명 말씀이십니까? 제가 따로 조사를 해 봤는데 참 특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기무사에서 한 때는 에이스라 불렸던 강 대위였다.
뒷조사에 관해서는 경찰이나 검찰보다도 더 뛰어난 곳이 기무사였다.
“제가 만든 라인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 정보가 새어 나갈 우려가 전혀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돌아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3년 전부터 나는 재단 혹은 펀드를 통해 라인을 만들어왔다.
그중에서는 강 대위와 함께 나를 도와 칼춤을 출 사람도 있었고.
국세청, 경찰, 검찰에서 라인이 없고 업무 능력이 우수한 인재를 선별했다.
“그렇게 따지면 강 대위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긴 저를 국군의 돌아이라고 부르는 상관이 몇 명 있긴 했습니다.”
칼춤을 아무나 출 수 있겠나?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들이어야 나를 따라 칼춤을 제대로 출 수 있다.
“창원 부품 공장을 아주 탈탈 털어 주세요.”
“그런데 자료가 좀 부족하긴 합니다. 제가 어제 사무실로 침투해 장부 몇 부를 복사하고, 컴퓨터에 들어 있는 자료를 빼돌리긴 했지만 탈탈 털긴 부족합니다.”
“내부 자료는 제가 조금씩 구해 볼 테니, 돌아이들과 함께 외부에서 한번 털어 보세요.”
“알겠습니다. 썩은 내가 워낙 진동을 해서 조금만 털면 나올 게 수두룩하긴 합니다.”
강 대위는 이런 쪽에서 전문가였다.
민간인 사찰, 정보 수집 및 조작 등.
군사 정권 시절 기무사가 하던 일이 이런 일이었으니까.
“이런 일을 하기 싫어 기무사도 나온 강 대위에게 같은 일을 시켜서 미안하네요.”
“저는 이런 일을 싫은 건 아니었습니다. 무고한 사람에게 없는 죄를 덮어씌우는 게 싫었을 뿐입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강 대위가 중심을 잡아 줘야 해요. 나머지 인원은 서로가 서로를 모른 채로 일을 진행하고 있어요.”
“돌아이들을 잘 움직여 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강 대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잠시 더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낸 뒤 회사로 복귀했다.
* * *
같은 시각 공장장실.
공장장과 3명의 임원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대화의 주제는 당연히 김민재였다.
“생각보다 도련님은 꽤 괜찮은 사람 같지 않습니까?”
“도련님이라니! 어제부로 우리 같은 가족이 되기로 하지 않았나. 자네도 앞으로는 김 차장이라고 불러.”
“이러다가 김 차장이 공장장님과 같이 본사로 올라가겠다고 할까 겁납니다. 어제 보니까 김 차장이 공장장님을 많이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임원들은 어제의 모습을 떠올렸다.
강아지인 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술잔을 채우던 김민재의 모습.
혹여나 회장 손자의 등장으로 창원 부품 공장이라는 자신들의 왕국에 해가 될까 의심했었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경계심을 대부분 덜어 내었다.
“본사로 가면 일만 많아지고 힘들어. 그냥 공장에 남아 있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지.”
“그래도 본사로 올라가시면, 연봉이 지금보다 2배는 더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연봉만 많이 받으면 뭐 하나? 플러스 알파가 없는데. 왜? 내가 본사로 올라가면 자네가 공장장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아닙니다! 저는 그런 불충한 생각을 꿈속에서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임원은 다급히 손사래를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이야. 그리고 우리는 창원 공장 쪽 라인을 꽉 잡고 있는데 굳이 본사 라인을 잡을 필요는 없잖아.”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 차장은 어쩌다 한 번 찾아온 바람 같은 존재라고. 너무 들뜨지 말란 말이야.”
공장장이 손을 까딱거렸다.
그제야 고개를 숙이던 임원이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아! 그리고 팔레트 계약 건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이번에 퇴사한 장 부장이 팔레트 공장을 설립했고, 공장장님이 지분의 50퍼센트를 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뒀습니다.”
“우리 부품 공장을 시작으로 창원 1공장까지 팔레트를 납품할 수 있도록 만들면 얼마가 떨어지는지 잘 알고들 있지?”
부품 수송 도구가 팔레트였다.
지게차가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만드는 도구였고, 자동차 공장에서는 매년 수만 개의 팔레트가 사용되었다.
팔레트도 당연히 돈을 주고 사야 했다.
그런데 창원 공장에 들어가는 팔레트 사업권을 독점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해 왔던 횡령과는 차원이 다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당장 다음 주부터 우리 공장으로 팔레트가 공급되기 시작합니다. 창원 공장 계약만 잘 진행되기만 하면 끝입니다.”
“우리가 몇 년이나 더 회사를 다니겠어?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팔레트 사업을 시작으로 회사를 몇 개만 더 만들어 두면 평생 먹고살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단 말이야. 이런데도 본사에 가고 싶어?”
“절대 아닙니다. 본사에 가 봐야 회장님한테 욕밖에 더 먹겠습니까? 저는 창원에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태우자동차 공장에 빨대를 제대로 꼽으려는 공장장과 임원들이었다.
이미 여러 개의 빨대를 꽂아 둔 상태였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하나만 더를 외치기 마련이다.
* * *
사우나를 다녀와 뽀송뽀송한 상태로 회사로 돌아왔다.
벌써 점심시간인지 현장직 직원들이 식당 앞에 줄을 서고 있었고, 그 뒤에는 총무팀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 차장! 같이 식사할까요?”
“그럴까요? 다들 속은 좀 괜찮으세요?”
총무팀의 이 부장이 나를 불렀고.
나는 자연스레 그들과 합류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저기 안쪽에 앉죠.”
“경리들과는 따로 앉나요? 어제 경리들과는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눴는데 점심은 경리들과 같이 해도 될까요?”
“그러세요. 허허, 김 차장도 남자는 남자구만.”
이 부장의 더러운 말을 한 귀로 흘리곤 경리들이 앉아 있는 곳에 식판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경리들이 우물쭈물거리며 어찌할지를 몰라 했다.
내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긴 하지만, 회장 손자라는 간판 때문에 어려워하는 경리들이었다.
“편하게 식사들 하세요. 아! 제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신 거 아시죠? 제가 미국에서 기념품으로 열쇠 고리 몇 개를 사 왔어요.”
공짜를 마다할 사람은 없다.
특히나 아기자기한 기념품처럼 부담 없는 공짜 선물은 웬만해서는 마다하지 않는다.
“정말 저희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너희들도 얼른 한 개씩 챙겨.”
“감사합니다!”
기념품 몇 개로 어색함이 금방 풀렸다.
특히나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돌풍을 이어 가고 있는 ‘마지막 승부’ 드라마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영준이 내 이상형이야! 너무 멋지지 않아?”
“언니, 한영준보다는 이동민이지. 한영준은 너무 부리부리하게 생겨서 무섭다니까.”
“너 지금 영준이 오빠 욕한 거야! 이게!”
나는 가만히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7명의 경리에서도 파벌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왕 언니라 불리는 가장 고참 경리 한지혜가 만든 상고 파벌.
그리고 전문대 출신 주영미가 만든 전문대 파벌.
그런데 신기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대화를 들으며 경리들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고.
파벌의 수장 격인 고참 경리 두 명이 동일한 특이사항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이 사항 : 공장장과 내연의 관계]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아니, 공장장 나이가 60이 다 돼 가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야?
……더럽다고 해야 할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괜히 파벌이 생긴 게 아니다.
서로 공장장과 제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니 파벌을 만든 거겠지.
덕분에 나는 내부 정보를 쉽게 알아낼 계획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 끝나 가네요. 저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미국에서 가지고 온 과자가 좀 있는데 탕비실에 둘게요.”
“정말요? 우리 김 차장님 미국에서 오셔서 그런지 너무 스윗하시다!”
한지혜가 날 보며 스윗하단다.
스윗함 같은 단어는 내연 상대인 공장장한테나 찾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