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71)
독식하는 재벌 3세-171화(171/518)
171화. 드라마 (5)
2002년 월드컵이라는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역사대로 한국 대표팀은 4위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드라마를 흥행시켰고.
드라마가 흥행하면 주연 배우의 몸값이 몇 배로 상승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태우그룹은 드라마가 흥행하기도 전에 계약을 체결해 두었다.
“현재자동차와 삼진전자 쪽에서 대표팀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려다 실패했다고 합니다.”
“경쟁 업체 계약 금지 조항 때문인가 보군요.”
“우리보다 3배 이상의 광고비를 제시한 기업도 있다고 합니다.”
“흠, 우리가 너무 저렴한 가격에 광고를 체결하긴 했죠. 괜히 뒷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 보너스 개념으로 광고비를 조금 더 넣어 주세요.”
“광고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소 100배 이상의 홍보 효과를 얻었으니 광고비를 더 준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할 겁니다.”
한국 대표팀 덕분에 태우그룹이 국민 기업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런 홍보 효과를 얻었는데 돈이 대수겠는가?
돈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대표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도와주세요. 태우건설 축구단에 속했던 선수가 해외 진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들었어요.”
“계약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 축구단에서 뛰고 있는데, 거기 구단주가 정상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전에서 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방출이나 다름없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영국팀과 접촉이 있다고 하던데 이적을 도와주세요. 태우건설 차원에서 도움을 준다면 꽤 괜찮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광고 배우가 잘되어야 태우그룹도 이미지가 더 좋아지지 않겠는가?
뛰어난 실력에도 주변 환경과 계약 때문에 고생을 겪고 있는 선수를 도와주는 건 태우그룹에도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계약 문제도 문제지만, 영국 프로팀에 입단하기 위해선 취업 비자가 나와야 합니다. 영국 교육노동부에서 취업 비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비자 발급 기준이 뭐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자료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기획실장이 기획실로 달려 나갔고.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취업 비자 관련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다.
“선수가 속한 국가의 FIFA랭킹, A매치 경기수, 이전 구단에서의 경기수가 주요 조건입니다. 그런데 그 선수는 이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취업 비자 발급이 어렵겠군요. 예외 조건은 없나요?”
“축구계에서 큰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의 추천서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 명으로는 힘들고 최소 3~5명의 추천서가 있어야지만 취업 비자 발급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축구계 레전드의 추천서가 다량으로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내가 힘써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인맥을 동원해야겠군요.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실장님은 선수들이 다른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해 주세요.”
“선수는 물론이고 에이전시와 접촉해 모든 문제를 파악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이 나가자 나는 곧장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추천서는 결국 사람을 설득해서 받아 내야 되었고, 이런 일은 데이비드가 전문가였다.
[오! 보스 축하해요.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장난 아니던데요!]“그 문제로 전화를 했어요. 해외 진출로 문제를 겪고 있는 선수가 있는데 추천서가 필요해요.”
[해외 진출이라면 EPL인가요?]“맞아요. 가능하겠어요?”
[혹시 그런 얘기 들어 보셨나요? EPL의 다른 이름이 아메리칸 프리미어리그라는 말을요.]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EPL에 왜 아메리카가 붙어 있을까?
“무슨 뜻이죠?”
[EPL 구단주 중에 미국인 구단주가 영국인 구단주보다 더 많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곤 합니다. 구단주급의 추천서 10장이면 무명 선수도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겠어요?]“그래도 혹시 모르니 영국 고용노동부와도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걱정 마세요. 오늘 당장 영국으로 날아가 깔끔하게 일을 처리해 놓겠습니다.]원래 이런 일은 에이전시에서 해결할 문제긴 했다.
그런데 어떤 에이전시가 10명이 넘는 EPL 구단주에게서 추천서를 받아 내고, 영국 고용노동부까지 로비할 수 있겠나?
***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았다.
공영 방송국을 통해 태우그룹 광고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정식으로 방영되었고,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비트코인 팀은 스스로 격리되어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는 사무실을 찾았고, 모두가 바쁜 와중에도 천민정 혼자 창가를 바라보며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 보이시네요. 개발이 잘 안 되나요?”
“아니요. 생각보다 암호화폐 개발이 너무 쉽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미 틀은 다 만들어 두었고, 디버깅 작업에 들어갔어요. 제가 딱히 없어도 되는 일이라서 이러고 있어요.”
“생각이 많은 게 아니라 심심하신 거였군요.”
천민정은 누구보다 열심히 비트코인 개발에 매달렸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개발이 끝나자 의욕을 잃은 그녀였다.
“다른 일을 주시려고요?”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는데 같이 해 보시겠어요?”
“저에게 선택권이 있나요? 월급을 받았으니 하라는 일을 해야죠.”
“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니요. 할게요. 여기서 가만히 있으니 괜히 식충이가 된 기분이 들어요.”
“그럼 미국으로 갈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구해 두겠습니다.”
“네?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요?”
나는 천민정을 위해 미국행을 제안했다.
프로그래밍 능력을 더 살리기 위해선 미국 생활이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국으로 가기 싫으신가요?”
“……비행기를 한 번도 안 타 봤어요.”
“설마 비행기 타기가 무서운 겁니까?”
“…….”
“그럼 한국에서 개발을 진행하셔도 됩니다. 화상회의나 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면 되니까요.”
얼굴을 붉히는 천민정이었다.
항상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그녀가 처음으로 귀엽게 느껴졌다.
***
며칠이 지났을 무렵.
태우전자 우성일 사장이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부회장님, SNS 개발이 거의 끝나 간다고 합니다.”
“벌써요? 개발을 완료하려면 최소 1년은 더 걸린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부회장님이 보낸 사람이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준 덕분에 3개월 안에 출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내가 잘못 들었나?
1년이 걸릴 일은 며칠 만에 끝내는 게 가능한가?
SNS 개발팀에는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부터 태우 IT 직원 100명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이 못한 일을 천민정 혼자서 며칠 만에 끝내다니.
물론 천민정이 S급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래서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오나 보군요.”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혹시 코코아톡 개발에도 그 직원을 투입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한번 말해 보죠.”
나는 얼른 비트코인 개발 건물로 달려갔다.
삼엄한 보안 절차가 오늘만큼은 귀찮게 느껴졌다.
겨우 안으로 들어가자 난간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천민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SNS 개발에 큰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쉬운 문제로 끙끙 앓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도와줬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대단한 걸 만들고 있던데요? 타임라인에 피드 검색, 그리고 알림 기능까지. 제가 생각도 못 했던 기능이었어요.”
“그렇게 대단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손봐 준 사람은 천민정 씨죠.”
“기능은 대단했는데 그런 기능을 덕지덕지 붙여만 놓았더라고요. 그래서 호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재배치한 것에 불과해요. 그리고 오류도 조금 잡아 주고요.”
초등학생 방학 숙제를 도와준 것인 양 말하는 천민정이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몇 달간 매달린 문제를 해결했다는 걸 자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네요. 태우 IT는 성과급 제도가 있습니다. 당연히 문제 해결에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됩니다.”
“정말요? 얼마나 주시는데요? 그래도 태우그룹 정도 되는 대기업이니 십만 원 단위는 아니겠죠?”
“오늘 중으로 2천만 원이 천민정 씨 월급 계좌로 입금될 겁니다.”
“2천만 원이나 준다고요? 고작 며칠밖에 일을 안 했는데요?”
사실 2천만 원도 적은 금액이었다.
SNS 출시일을 1년 가까이 단축시켰으니 2천만 원이 아니라 몇 배는 줘도 부족했다.
하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았다.
한 번에 너무 큰 돈을 받아 버리면, 천민정이 떠날 것만 같았기에.
“태우그룹 정도 되는 대기업이니 드릴 수 있는 금액이죠. 어떻게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도전해 보시겠어요?”
“이번 프로젝트에도 성과급이 있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성과에 따라 성과급의 금액이 달라지긴 하겠지만요.”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할게요! 무슨 일을 하면 되죠?”
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천민정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 그녀였다.
“태우 IT에서 진행 중이니 거기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 되세요. 제가 보냈다고 하시면 됩니다.”
“거기서 뭘 해야 되죠?”
“하고 싶은 모든 걸 하시면 됩니다. 해결 가능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시고 오세요. 해결한 문제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태우 IT로 출발할게요.”
천민정은 에코백을 챙겨 들고는 태우 IT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태우전자와 태우 IT에 연락해 천민정이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적극 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
나는 정말 많은 천재를 만나 보았다.
태우그룹을 설립한 할아버지도 천재라고 부를 수 있었고.
아마존을 만든 제프리도 그리고 애플의 스티브 또한 천재였다.
그런데 천민정은 지금까지 내가 만난 천재와는 또 다른 종류의 천재였다.
“코코아톡 문제를 모조리 수정했다고 들었습니다.”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기능이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라 더 쉬웠어요. SNS랑 마찬가지로 배치를 제대로 하고 호환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했어요.”
도깨비방망이를 얻은 기분이었다.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이 나오는 게 도깨비방망이라면.
천민정은 내가 원하는 걸 말하기만 하면 프로그래밍을 통해 뚝딱 만들어 내었다.
“성과급은 오늘 중으로 입금이 될 겁니다. 그런데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설마 밤을 새워 작업을 했나요?”
“제가 해결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해결해 버리면 성과급을 못 받게 되니까요.”
“급하게 돈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사내 대출 제도를 이용하세요. 이자 없이 돈을 융통할 수 있습니다.”
“돈 빌리는 건 지긋지긋해요. 제가 왜 돈을 버는데요. 아빠 사채 빚을 갚으려고 이러고 있어요. 전 절대 남에게서 돈을 빌리지 않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해 줄 수 있었다.
계속해서 태우그룹을 위해서 일해 준다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었다.
“또 다른 일이 필요하신가요?”
“당연하죠.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을 주세요.”
그녀가 원하는 프로젝트가 있긴 했다.
너무 복잡해서 아직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젝트.
설마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