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73)
독식하는 재벌 3세-173화(173/518)
173화. 소셜 네트워크 (2)
천민정과의 통화는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계속되었다.
체감상 1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벌써 해가 떠 버렸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저 이제 출근할 시간이에요.]“오늘은 출근하지 말고 재택근무를 하세요. 제가 부서에 말해 놓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래도 출근은 해야죠. 그럼 저 먼저 끊을게요.]휴대폰 너머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조용히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 주었다.
그 순간, 피로가 일순간에 쏟아져 들어왔다.
“통화를 7시간이나 넘게 하다니.”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다시 회사로 향해야 했고.
출근하는 차 안에서 쪽잠을 잤지만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아 책상에서 잠시 엎드려 잠을 청했다.
“부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의사라도 부를까요? 지금 제가 바로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호들갑 떨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할 뿐이니까요.”
“그럼 오늘은 일찍 퇴근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책상에서 자면 피곤이 풀리지 않습니다. 근처 호텔에서라도 잠을 주무시지요.”
“아닙니다. 잠은 퇴근해서 자야죠. 커피나 한 잔 부탁해요.”
혈액에 카페인을 공급해 잠을 깨웠다.
그러곤 다시 인사 기록 카드를 확인하며 인재를 찾았다.
습관처럼 마우스질을 했고, 눈에서는 안구 건조증으로 눈물이 흐르고 있을 때.
“찾았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인재를 찾아내었다.
그것도 이미 임원을 달고 있는 인재였다.
나는 얼른 기획실장을 호출해 S급 경영 능력을 보유한 임원과의 만남을 부탁했다.
“서정준 기획 재무 고문을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호출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은 휴대폰을 통해 서정준 고문을 호출했고.
그러는 사이 나는 기획실장을 향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제 30대 초반인데 벌써 임원을 달고 있군요.”
“삼진그룹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워낙 머리가 비상해 회장님이 직접 스카웃해 온 인재입니다.”
“이런 사람을 제가 모르고 있었군요.”
“사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나이에 임원에 올라서 그런지 겉돌고 있습니다.”
사표를 쓰기 직전의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34살의 나이에 임원 자리까지 올랐으니 얼마나 눈치가 보이겠는가?
태우그룹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관료제 성향이 강한 그룹이었다.
옳은 말을 하더라도.
‘너 몇 살이야!’
이 한마디면 더는 논리적인 토론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수밖에.
그나저나 할아버지의 안목을 다시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처럼 사람의 정보를 보는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S급 업무 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영입한 할아버지셨다.
“반갑습니다! 기획 재무 고문을 맡고 있는 서정준입니다!”
“어서 오세요. 편하게 앉으세요.”
서정준 고문이 부회장실에 도착했고.
나는 그에게 편한 자리를 권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죠?”
“그렇습니다. 먼발치에서 부회장님을 본 적은 있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이 익은 얼굴이기도 했다.
현생이 아니라 회귀 전에 봤던 얼굴인가?
나는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서정준 고문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고생이 많으시죠? 어린 나이에 임원이 되면 시기와 질투를 많이 받기 마련이죠. 저도 서 고문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부회장님도 말씀이십니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회장님의 손자라고 해도 20대 초반에 회사 임원이 되었으니 얼마나 눈총을 받았겠어요?”
“그래도 부회장님은 든든한 배경이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미 회사에 마음이 떠난 듯 보이는 서정준 고문이었다.
어떻게 S급 경영 능력을 보유한 사람을 찾았는데 이대로 회사를 떠나보내게 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 제가 서정준 고문님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죄송합니다. 그리고 받아 주십시오.”
서정준 고문이 갑자기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고.
봉투에는 사직서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회사에 남아 있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서정준 고문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이라도 하실 생각이신가요?”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한국은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아직 바이오 사업은 미개척된 분야입니다.”
아! 드디어 기억이 났다.
바이오 사업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서정준 고문이 누군지 기억이 났다.
회귀 전, 코스닥 시총 1위를 차지한 바이오 기업을 창립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태우그룹에 있었다니.
그리고 이런 능력 있는 사람을 태우그룹에서 담을 수가 없다니 원통할 지경이었다.
“이미 마음을 굳히셨나 보군요. 지금보다 더 높은 직급과 연봉을 제시한다고 해도 마음을 돌리시지 않을 테고요.”
“죄송합니다. 부회장님을 좀 더 일찍 만났다면 제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 두었습니다. 저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이 있기에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개척 분야인 바이오 산업의 선두주자.
자신이 만든 회사를 대기업으로 만든 서정준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동료까지 모집이 끝났으니 더는 붙잡지 못하겠군요. 그런데 동료만 있다고 해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죠. 혹시 투자자 모집도 다 끝났나요?”
“……아직 투자 계획까지는 세우지 못했습니다.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바이오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뒤 투자 계획을 세울 생각입니다.”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려면 비행기값만 해도 수억 원이 들겠군요. 1년 안에 적금에 퇴직금까지 전부 날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바이오 사업으로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의 자신감이 오만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성공할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저도 서정준 고문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과정에서 느껴야 할 어려움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제안을 말씀이십니까?”
“앞으로 창업할 회사에 태우그룹이 투자를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 부담스러우면 제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해 주고 싶어요.”
“아직 회사를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회사가 아니라 서정준이라는 사람을 보고 하는 투자입니다. 회사 지분의 40%를 제가 가지는 조건으로 100억 원을 투자해 드리죠.”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많기는 오히려 너무 적은 금액이지.
그가 만들 바이오 기업은 20년 후면 시총 25조가 넘는 대기업이 된다.
25조의 40%면, 10조 원이었고, 고작 100억 원을 투자해서 1,000배를 남겨 먹는 셈이었다.
“동료들과 잘 상의해서 결정을 하세요. 그리고 제가 인수한 지분은 무조건 서정준 고문을 옹호하는 지분이 될 겁니다. 계약서로 명시할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만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사표는 수리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출근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출장 처리를 해 드릴 테니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을 하세요.”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 믿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든든합니다.”
서정준 고문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고.
나는 끝까지 미소를 유지하며, 서정준 고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저런 사람이 태우그룹에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내가 회귀함으로써 서정준 고문의 인생도 조금 변했을 것이다.
이전 생에는 태우그룹이 외환위기에 무너졌으니 아마 그때쯤 태우그룹을 퇴사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개입함으로써 태우그룹은 무너지긴커녕 더욱 견고해졌고, 서정준 고문도 몇 년 더 태우그룹에 남아 있게 된 듯했다.
“기획실장님을 불러 주세요.”
비서진을 통해 기획실장을 부회장실로 불렀다.
기획실장이 안으로 들어오자 서정준 고문이 회사를 떠나려고 하는 이유를 자세히 물었다.
“서정준 고문을 괴롭힌 주동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괴롭혔다고 할 순 없지만, 경쟁 관계인 사람은 있었습니다. 경영 지원부의 안상수 상무와 자주 부딪혔습니다.”
“잠시만요.”
나는 안상수 상무의 인사 기록 카드를 확인했다.
인사 기록 카드에는 유능한 인재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니 능력보다는 정치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다.
물론 능력이 그렇게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정준 고문에 비할 수 있는 능력은 결코 아니었다.
“태우그룹도 바뀌려면 한참 멀었네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견제를 당하고, 결국엔 회사를 떠나게 되는군요.”
“모든 회사가 그렇지만 결국엔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경쟁자와 싸워 이겨 내야만 합니다.”
“공정한 방법으로 경쟁을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정치력이나 파벌을 이용해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짓밟아 버리는 게 문제죠.”
“그래도 부회장님이 오신 후부터는 많이 변하였습니다. 예전보다 정치 싸움이 적어졌고, 파벌도 대놓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뽑아낸다고 뽑아내도 잡초는 계속해서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잡초를 뽑아내야지만 태우그룹이 발전할 수 있었다.
“안상수 상무와 동조해서 서정준 고문을 괴롭힌 사람들의 명단을 가지고 오세요.”
“내일 출근 전까지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징계 처분이 내려지게 됩니까?”
“제대로 된 명분도 없이 징계 처분을 내릴 수는 없죠. 그러니 상을 내릴 생각입니다. 승진과 함께 부서 이동을 명령하면 누가 반발을 하겠어요?”
“부서 이동이라고 하시면 혹시 해외 법인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할아버지가 베트남에 관심이 많으시니 그쪽 법인장으로 보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회장님이 가 있는 곳을 임원이 가기 싫다고 할 수 있을까요?”
태우그룹은 베트남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가하고 있었다.
회장이신 할아버지가 거주하고 계신 곳이니 그 누구도 베트남을 소홀히 생각할 순 없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워낙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였고, 그중에는 자동차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오지도 있었다.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임원 교육도 시켜야겠습니다. 자리를 보신하기 위해 경쟁보다 정치를 택하는 임원들은 경쟁이 필요 없는 곳으로 보낸다는 경고를 기획실장님이 확실히 해 주세요.”
“이번 일을 본보기 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확실히 주겠습니다.”
머리가 복잡했다.
바꾸려고 몇 년 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태우그룹은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말 할아버지의 말대로 내가 회장이 되어야 하나?
그러곤 보신주의에 빠진 임원진을 일거에 물갈이를 해야지 바뀌려나?
사람이 문제겠어? 자리가 문제지.
임원 자리에 오르면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기적으로 변하기 마련이었다.
이런 구조를 단번에 개혁하는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엔 조금씩 회사의 분위기를 바꿔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