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74)
독식하는 재벌 3세-174화(174/518)
174화. 소셜 네트워크 (3)
며칠 후.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했다.
오전 보고를 위해 부회장실을 찾아온 기획실장이 내 얼굴을 보고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오늘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셨습니까? 너무 피곤해 보이십니다. 업무량을 좀 줄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정 안 되면 수면 보조제라도 처방받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회장님도 안 계시는데 부회장님까지 자리를 비우면 태우그룹이 위험해집니다.”
“수면 보조제는 필요 없어요. 잠이 안 와서 못 자는 것은 아니니까요.”
내가 요즘 잠을 못 자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밤이면 밤마다 천민정과 통화를 하느라 잘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매일밤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 내었고, 그 아이디어를 어느 분야에 활용할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저도 어쩔 수 없이 회장님에게 보고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부터 방법을 찾으려고 했어요. 내일부터는 나아질 거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태우그룹을 생각하셔서라도 몸 관리를 철저히 해주십시오. 부회장님의 어깨에 수십만 명의 태우그룹 직원이 함께한다는 걸 명심해 주십시오.”
오늘따라 잔소리가 심한 기획실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잔소리를 잠자코 받아들여야만 했다.
내가 봐도 내 얼굴 상태는 피곤에 쩔어 있었으니까.
“다른 보고 사항은 없나요?”
“서정준 고문이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지금 불러 주세요. 오전 중에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조금 쉬어야겠어요.”
서정준 고문은 출근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5분도 걸리지 않아 부회장실로 들어왔다.
그간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눈가가 푸석푸석해 보였다.
아침에 거울로 본 내 얼굴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민이 많으셨나 봐요.”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많이 고민을 해 봤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뭔가요?”
“부회장님의 제안을 일부만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서로 조율이 가능한 부분이죠. 어떤 식으로 조율을 하면 될까요?”
“지분 40%는 너무 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분을 30%로 줄여도 되겠습니까?”
지분 40%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우호 지분으로 남겠다고는 했지만, 언제든지 경영권을 압박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이었으니까.
“30%로 줄이는 대신 지분 매각 시 우선 협상자로 저를 지정해 주는 조건이라면 받아들이겠어요.”
“감사합니다. 지분이 줄어든 만큼 투자금을 적게 지원받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대로 100억 원을 투자하겠습니다. 그 정도 돈은 있어야 세계 각국을 돌며 전문가를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전문가와 좋은 곳에서 식사라도 하려면 자금이 든든해야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분 30%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큰 상관은 없었다.
서정준 고문이 만든 회사가 성장하려면 몇 년의 시간은 필요했고, 그동안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수 있으니까.
“다른 조건은 없나요? 최대한 서정준 고문의 편의를 봐드리겠습니다.”
“조건이 아니라 부탁을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이오 산업 관련 교수님과 전문가와의 접촉이 쉽지가 않습니다.”
“다리를 놓아 달라는 말씀이시군요. 그 정도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죠. 원하시는 전문가의 이름만 말씀해 주시면 미팅 일정을 잡아 드리죠.”
서정준 고문은 지금이야 태우그룹의 임원이라는 명함이 있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을 나가는 순간 그의 명함은 사라지게 되니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수가 있었다.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우리 식구였던 사람이 회사를 만든다는 데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죠.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도와드리겠습니다. 미국 제약 회사와도 만날 수 있게 주선해 드릴 수 있어요.”
데이비드를 통한다면 제약 회사 대표와도 만남을 주선할 수 있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바이오 산업 강국인 독일, 일본, 유럽에도 선이 닿아 있으니 서정준 고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유명한 사람과도 만나게 해 줄 생각이었다.
이왕 도와줄 마음을 먹었으니 확실히 밀어줘야지.
그래야 나중에 빼 먹을 게 더 많아지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나 도움을 주실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계약서에 조건을 하나 추가해야겠네요. 앞으로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요.”
“이 은혜는 꼭 보답하겠습니다!”
“서정준 고문님이 만든 회사가 잘 되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그래야 지분의 값어치가 높아지니까.
계속해서 고맙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서정준 고문이었고.
계약서를 작성하면서도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다.
얼른 일정을 마치고 눈을 붙이고 싶은 내 마음도 모르고 말이다.
“3시간 동안은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마세요.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 연결도 하지 마시고요.”
서정준 고문과의 일정을 마치고 나는 의자에 기대 잠이 들었다.
그렇게 3시간 동안 꿀잠을 자고 난 뒤 나는 다시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집이 아닌 태우 IT 건물로 이동해 천민정을 찾았다.
“하는 일은 잘되어 가고 있나요?”
“부회장님! 안 그래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SNS의 광고 노출 범위를 증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역시나 또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천민정이었다.
무슨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기계도 아니고, 하루에 수십 종류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사람의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야기는 차에 타서 하죠. 역시 천민정 씨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얼굴이 많이 상했네요.”
“부회장님도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아요.”
내가 잠을 못 잤다는 건.
천민정 또한 잠잘 시간이 없었다는 뜻.
나야 부회장실에서 쪽잠을 잘 수나 있었지만, 천민정은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나와 천민정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생활 리듬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앞으로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그래도 부족하면 카페에서 나머지 대화를 나누도록 하죠. 전화로 밤새 이야기를 나누니 잠잘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더 빨리 내용을 전달할 수는 있겠어요.”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 건 효율이 떨어졌다.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 전달력이 다르다.
그렇기에 직접 천민정을 찾아와 대화를 나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단축시키기로 했다.
“천민정 씨 집 앞 카페에서 나머지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죠.”
“24시간 여는 카페가 있어요. 제가 안내할게요.”
차에서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지만 부족했고.
결국 카페까지 가서 남은 이야기를 이어 갔다.
“메신져 앱과 유통 시스템을 합치자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군요.”
“친구의 생일을 푸쉬 알람을 통해 알리고, 선물까지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터치 몇 번으로 생일을 챙길 수 있으니 많은 고객이 사용할 게 분명해요.”
이미 나도 알고 있는 아이디어긴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구상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기에 천민정과의 대화에 집중하게 되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벌써 시간이 12시가 훌쩍 넘었네요.”
“아직 다 말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요.”
“그럼 아이디어를 몰아 두었다 주말에 다 보기로 하죠. 주말에는 회사를 안 가니 오전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럼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 둘게요.”
드디어 잠잘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보통 퇴근을 8시에 했으니 평일에는 12시까지 4시간 동안 아이디어 회의를 나누었고.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15시간 동안 카페와 식당을 돌아다니며 천민정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
며칠 후.
오랜만에 비서실장 아저씨가 이른 아침부터 나를 찾아왔다.
“도련님! 아니, 부회장님 신문을 좀 보셔야겠습니다!”
“큰일이라도 터졌습니까? 설마 공장에 화재라도 났나요?”
비서실장 아저씨가 신문을 들고 올 때면 항상 큰일이 터졌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곤 신문을 받아 들었고,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기사의 내용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뭐죠?”
“만나는 여성분이 누구십니까? 연예인? 아니면 아나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관계기만 하면 괜찮습니다.”
신문 기사의 내용은 이러했다.
[태우그룹 황태자 핑크빛 기류]-태우그룹 후계자인 김민재 부회장이 미모의 여성과 함께 카페 데이트를 즐긴다는 목격담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여러 장의 사진까지 더해진 기사였고.
마치 내가 연애를 하고 있다고 오해하게끔 만드는 내용이었다.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든 걸 알고 있는 비서실장 아저씨까지 오해하게끔 할 정도로 아주 잘 만든 기사기도 했다.
“열애설은 개뿔. 회사 직원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아이디어 회의가 길어져서 같이 식당도 가고 카페도 갔을 뿐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평일에는 퇴근 후에 카페를 가고, 주말에는 오전부터 밤까지 식당, 카페 등을 다닌다고 나와 있습니다.”
“주말에도 아이디어 회의는 해야 하니까요.”
“……그게 데이트 아닙니까?”
충분히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아이디어 회의만 했지, 다른 이야기는 일절 나누지 않았었다.
“저는 상관없지만, 천민정 씨가 곤란해질 수도 있겠네요. 웬만하면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주세요.”
“흠,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신상정보가 흘러나오지 않도록은 만들겠습니다.”
큰일이라 여기지 않았었다.
출근길에 만나는 직원들이 수군거리기는 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업무를 보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후에는 천민정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 위해 태우 IT 앞을 찾아갔다.
“부회장님 괜찮으세요?”
“뭐가요?”
차에 올라탄 천민정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꺼내 들었다.
괜찮다니? 자신과 열애설이 터진 게 괜찮냐는 말인가?
“저도 오늘 신문을 봤어요. 그런데 저랑 이렇게 오랜 시간 아이디어 회의를 나누면 애인분이 오해하지 않으시겠어요?”
“……누가 오해를 한다고요? 천민정 씨,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아닙니까?”
“아니요. 제가 왜 오해를 하겠어요.”
“음, 저 애인 없습니다. 그리고 신문에 나온 제 열애설 상대는 천민정 씨고요.”
천민정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능이 높다고 해서 눈치까지 빠른 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눈칫밥을 너무 많이 먹고 자라서 그런지 일반인과 다른 사고방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사에 나온 미모의 여성이 저라고요?”
“맞아요. 제가 손을 써 뒀으니 천민정 씨가 공개될 일은 없을 겁니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거라고 해명도 했으니 앞으로는 그런 기사가 나오지도 않을 거예요.”
“……다행이네요.”
환하게 웃는 천민정이었다.
그녀를 만나고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뭐가 다행이라는 건가요?”
“아니에요. 그보다 제가 오늘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어요. 메신져와 금융을 융합한 서비스를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우린 다시 아이디어 회의에 푹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