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77)
독식하는 재벌 3세-177화(177/518)
177화. 최고의 방어 (1)
천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혹여나 김태중 회장에게 잘못 보여 태우그룹을 떠나게 될까 두려워하는 그녀였다.
“허허, 오해를 하고 있군요.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응원하는 입장이랍니다. 언론은 제가 다 막아 드릴 테니 언제든지 만나서 데이트를 즐기시라고 말하려 불렀어요.”
“데이트가 아니라… 아이디어 회의입니다.”
“그래요. 아이디어 회의. 그러니 걱정 말고 김민재 부회장과 만나도 됩니다. 할애비인 내가 허락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
천민정은 지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김태중 회장이 물이라도 뿌리거나 돈 봉투를 내밀 줄 알았건만.
드라마와는 정반대의 전개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였다.
“20년 넘게 키웠지만, 녀석은 사고 한 번 친 적 없었죠. 여자에게 관심이 없나 걱정될 정도로 아무런 추문도 일으키지 않았어요. 열애설이 난 건 천민정 씨가 처음이랍니다.”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허허, 죄송할 것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고마워요.”
인자한 미소를 짓는 김태중 회장이었다.
열애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긍정적인 생각이었던 그였지만.
천민정을 실제로 보니 더욱 마음에 든 김태중 회장이었다.
태우그룹을 재계 1위 그룹으로 만든 자신의 안목이 천민정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회장님이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린 정말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자주 만나다 보면 직장 상사가 오빠가 되고 그러다 여보가 되는 세상 아니겠어요?”
“정말 그런 사이 아닙니다!”
“허허, 알겠으니 어서 식사를 하세요.”
김태중 회장은 생선 한 점을 천민정의 숟가락 위에 올려 주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신에게 잘해 주는 김태중 회장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천민정이었다.
“……그런 사이도 아니고. 저는 김민재 부회장의 옆에 있을 자격도 되지 않아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무슨 자격이 필요하겠어요?”
“하지만 재벌가 사람은 재벌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질문을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닌가 보군요. 허허, 그리고 나는 민재가 좋다는 사람이기만 하면 충분해요.”
김태중 회장이 정말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태우그룹이 재계 1위에 올랐을 때보다 더욱 환한 미소였다.
***
다음 날.
나는 기획실장의 오전 보고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들이켜고 있었다.
어제는 웬일로 천민정이 약속이 있다며 아이디어 회의를 요청해 오지 않았기에 평소보다 푹 잘 수 있어 몸이 가벼웠다.
그래 아침 햇살은 원래 이런 기분이지.
요즘 들어서 아침 햇살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그저 잠을 방해하는 요소로만 느껴졌던 햇살이었다.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때, 똑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기획실장이 오전 보고를 하려나 보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래, 좋은 아침이구나.”
“할아버지? 아니, 회장님이 어떻게? 한국에 언제 오셨습니까?”
“한국에 내가 있으니 이상하냐? 다시 베트남으로 가야겠구나.”
“아닙니다. 너무 반가워서 그러는 거죠.”
“흠, 당분간은 회사에서 업무를 좀 보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
“정말이십니까! 저야 무조건 환영입니다!”
가뭄에 단비라고 해야 할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와 회장 자리를 채워 주신다면, 내 업무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에 나는 정말 진심을 담아 할아버지의 어깨를 열심히 주물러 드렸다.
“안마 실력이 일취월장하는구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베트남 일정은 마무리되신 겁니까?”
“원래 일은 직원들이 다 하고 있지 않았더냐. 나는 옆에서 훈수나 두고 있었으니 내가 없어도 잘 진행될 게다.”
“아니면 제가 베트남으로 가서 마무리를 해도 됩니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미 관짝으로 들어가서 쉬어도 늦지 않은 할애비를 그렇게 부려 먹고 싶은 게냐?”
“은퇴를 하면 세월이 2배 빨리 찾아온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건강한 할아버지를 오래오래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옛끼! 자잘한 업무는 내가 볼 테니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이나 열심히 하거라.”
나는 고개까지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이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럼 저는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태우 IT라도 가는 게냐? 거기서 퇴근을 해도 되고, 1박2일 일정도 상관없으니 천천히 일을 보고 오너라.”
“오늘 저녁은 할아버지와 같이 먹어야죠.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가겠습니다.”
“이 할애비가 놀고먹는 사람인 줄 아느냐? 나도 약속이 있으니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거라.”
오늘따라 정말 이상하신 할아버지셨다.
저녁을 나가서 먹고 들어오라니.
도통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감사히 여기며 밖으로 나갔다.
***
“운동 센터로 가 주세요.”
내가 향한 곳은 체육관이 모여 있는 동네였다.
강 대위의 직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체육관들이었고, 강 대위의 사무실은 체육관들 틈에 둘러싸여 있었다.
“먼저 와 있었네요.”
“우리 외환은행의 제일 큰 고객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다이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주인이 되어서 그런지 양복을 쫙 빼입고 있는 다이먼이었다.
“은행은 잘 굴러가고 있죠?”
“이미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태우그룹에서 많은 거래를 해 준 덕분입니다. 다른 기업도 태우그룹의 주거래 은행이라는 이유로 다시금 우리와 거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태우그룹의 협력 업체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게 은행가의 모습인가?
평소의 다이먼답지 않게 저자세로 나오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가치도 많이 올랐겠군요.”
“인수 가격 대비 최소 4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지금 외환은행을 매각하면 최소 4조 원 이상의 차익을 남겨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시게요?”
“그럴 리가요. 이제야 재미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 재미를 왜 남에게 넘겨주겠습니까?”
외환은행의 역사가 달라졌다.
롱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4조 원이 넘는 차익을 보며 매각했지만.
다이먼은 외환은행을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 이제 어디서 재미를 보려고요?”
“미국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세계 1위 은행을 거머쥐기 위해선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만 합니다.”
“미국이 기회의 땅이긴 하죠. 그런데 금리가 낮아서 재미를 보긴 힘들지 않겠어요? 설마 부동산 대출에 뛰어들 생각은 아니죠?”
“설마 그러겠습니까. 대표님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낄 거라고 예상을 해 줬는데 알면서 지옥 구덩이에 빠질 생각은 없습니다.”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낮은 금리 덕분에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게 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려고요? 당분간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도 괜찮아요. 폭탄이 터지기 전에 빠지기만 하면 되니까요.”
“지금 당장의 돈만 보고 폭탄을 끌어안고 싶지 않습니다. 그 대신 실리콘 밸리 쪽에 자리를 잡으려고 합니다. 부동산 시장 다음으로 돈이 향하고 있는 곳이 스타트업 회사들입니다.”
IT 버블로 실리콘 밸리는 추락했다.
하지만 IT 버블에서도 살아남은 회사들이 존재했고, 여전히 많은 인재가 실리콘 밸리로 모여들고 있었다.
“실리콘 밸리로 돈이 모이고는 있지만, 그다지 돈은 안 될 겁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를 받은 돈을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으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일이 없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은행은 결국 돈놀이로 돈을 벌었다.
그런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경우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 은행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고객들이었다.
“그런데 왜 실리콘 밸리로 진출하려는 거죠?”
“실탄을 모으기 위함입니다. 대표님이 말한 대로 미국 부동산 시장이 터진다면 실탄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실탄을 모아서 어디에 발포를 할 생각이죠?”
“5년간 실탄을 모아 전부 부동산 버블에 박아 넣을 겁니다.”
“꽤 오랫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겠군요.”
5년의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이먼은 웃고 있었다. 기다림의 끝에 무엇을 쟁취할 수 있을지 알고 있었기에.
“5년이 아니라 10년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을 내려다볼 수만 있다면요.”
“꼭 그렇게 될 겁니다.”
다이먼이 말하는 그 사람은 웨일이었다.
CITI그룹의 1인자이자 한때는 스승이었고, 자신을 토사구팽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실리콘 밸리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직접 기업 대표들을 만나러 다니실 생각인가 보군요. 제가 조금 도와드리겠습니다. SAVE 투자회사와 애플의 주거래 은행이면, 기업 대표들이 꽤 관심을 보이지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몇 번이고 부탁을 드리고 싶었는데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었습니다.”
“제가 드린 약속이 있는데 그 정도는 해 드려야죠.
다이먼은 알아서 잘할 사람이었다.
가만히 둬도 알아서 실리콘 밸리의 돈을 빨아들일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충분한 실탄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은행 이름은 그대로 할 건가요? 실리콘 밸리로 진출하는데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실리콘 밸리 은행으로 짓고 싶었는데 이미 그 이름을 가진 은행이 있어서 핀테크 은행으로 지으려고 합니다.”
“실리콘 밸리에 IT 기업이 많아서 핀테크로 정한 건가요?”
“이름은 1차원적으로 만들어야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습니다. 조금은 유치하지만 실리콘 밸리에 진출하기 위한 최선의 이름입니다.”
핀테크 은행.
지금이야 유치한 이름처럼 들리겠지만.
5년 뒤에는 미국을 뒤흔들 은행이 될 것이 분명했다.
***
다이먼과의 미팅을 끝내고.
나는 태우 IT로 이동해 천민정을 기다렸다.
어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기에 평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쌓여 있을 게 분명했다.
“일찍 오셨네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저도 방금 왔습니다. 어디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할까요? 기자들 때문에 더는 카페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회의를 진행하긴 힘들겠네요. 그렇다고 답답한 차 안에서 계속할 수도 없고요. 아니면 호텔로 갈까요? 태우그룹 임원 전용으로 사용하는 룸이 있어요.”
“부회장님 뜻대로 할게요.”
갑자기 얼굴을 붉히는 천민정이었다.
호텔이라는 단어 때문인가?
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가 설명을 덧붙였다.
“사무실과 흡사하게 꾸며져 있어서 회의를 진행하기 좋아요.”
“네, 거기로 갈게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천민정이었다.
직접 장기 대여 룸을 보면 오해가 풀릴 거라 생각하고 호텔로 향했다.
***
“어때요? 사무실과 거의 흡사하죠? 주로 긴급 상황이 터졌을 때 기획실에서 사용하는 룸이에요.”
“그러네요. 그럼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 몇 개를 보여 드릴게요.”
뭐지?
실망한 기색을 내보이는 천민정이었다.
여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