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79)
독식하는 재벌 3세-179화(179/518)
179화. 최고의 방어 (3)
프랑스 식당은 식사 예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드레스 코드, 테이블 매너 등등.
하지만 우린 그런 예절을 싹 무시한 채 대화를 이어 나갔고, 식당 주인도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주문하신 로마네 콩티 나왔습니다. 대풍작이 들었던 1990년 그레이트 빈티지입니다.”
“같은 걸로 몇 병 더 주세요.”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우리는 예절은 뒤로한 채 우악스럽게 와인을 입 속으로 들이부었다.
이 모습을 보는 식당 주인은 눈살을 찌푸리긴커녕 오히려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 병에 천만 원이 넘는 와인을 맥주 마시듯 마시고 있으니 식사 예절이 뭐가 중요하겠나?
“방금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었죠?”
“앞으로는 탄소중립 시대가 올 거란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이대로 화석 연료 사용이 늘어나면 지구는 종말을 맞이할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화석 연료가 아닌 전기로 가는 자동차 개발이 필수가 되겠죠.”
“10년 전부터 전기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1년이라도 빨리 전기 자동차가 상용화가 되어야지만 종말을 막을 수 있어요!”
머스크는 마치 허황된 이야기를 주장하는 음모론자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인생 2회차인 나는 그의 이야기가 절대 음모론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고, 매년 지구의 온도가 크게 상승하는 걸 몸소 느끼기도 했었다.
“저도 전기 자동차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전기 자동차의 필수 부품인 배터리 사업에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죠.”
“제가 선구자를 몰라뵈었네요. 아까 언성을 높여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깨어 있는 사람인 줄 몰라보고 실수를 했습니다.”
혀가 꼬일 대로 꼬인 머스크였다.
하지만 그의 눈만큼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저걸 진심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광기에 가까운 눈빛이긴 했다.
“배터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전기차 상용화까지는 최소 몇 년은 더 걸릴 거라고 예상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기차가 상용화가 된다고 한들 지구의 종말을 늦추는 것에 불과하죠. 그러니 새로운 행성으로의 이주를 고려할 때가 되었습니다.”
“혹시 화성 테라포밍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와우! 제 마음을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월가의 사람 중에서는 처음입니다! 하이에나처럼 돈만 밝히는 월가에서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취해서 그런가?
머스크는 과할 정도로 칭찬을 난사했다.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져 있는 게 어찌나 다행인지.
“화성 테라포밍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죠.”
“먼 미래의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1969년도에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는데 기술은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죠.”
“냉전 시대가 끝나고 우주 산업에 관한 투자를 하지 않아서 그렇죠.”
“그러니까 말입니다. 사람들은 기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니까요. 관심과 돈을 쏟아부어야 기술은 발전을 한다는 걸 잊고 있어요.”
“돈이야 투자를 받는다 쳐도 관심을 받긴 힘들 겁니다.”
“제가 광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관심을 이끌어 낼 겁니다!”
내가 아는 머스크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상세 정보를 확인할 정도였고, 내가 알고 있는 머스크가 맞았다.
S급 능력을 2개나 보유하고 있는 천재,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의외성을 지닌 괴짜.
“그럼 돈은 제가 담당하죠. 우주 산업이든 전기 자동차 산업이든 원하는 대로 한번 해 보세요. 원하는 만큼 돈을 투자해 드리죠.”
“SAVE 투자회사에서 적극 지원을 해 준다고 하니 아주 든든합니다. 그래도 우선은 페이팔을 매각한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1억 달러 정도면 부족하게나마 시작할 수 있습니다.”
1억 달러는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시작하려는 사업은 일반 IT 사업이 아닌 우주 관련 사업이었다.
반도체나 LCD가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고 한들 우주 사업에 비할 수가 없었다.
“1억 달러로는 부족하죠. 제가 초기 투자금으로 20억 달러를 투자하죠. 그 정도는 되어야 뭐라도 해 보지 않겠어요?”
“페이팔 매각 자금이 20억 달러인데. 그만큼을 저에게 투자한다고요?”
“초기 투자금이 20억 달러죠. 10년 동안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약속드리죠.”
“……100억 달러라면 제가 생각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아무리 엔젤 투자자라고 해도 돈을 그냥 주지는 않죠. 지분을 얼마나 원하십니까?”
단번에 제정신으로 돌아온 머스크였다.
테이블 위에 가득 쌓여 있는 술병이 머쓱하게 보일 정도로 멀쩡한 머스크였다.
“지분의 40%. 이 정도면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 40%의 지분이라면 결코 많은 지분은 아니긴 하죠.”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 사업의 경우는 서로 지분을 50%씩 나눠 가지는 합작회사 형태로 설립하길 바랍니다. 이미 배터리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한 상태기에 이런 제안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 자동차 시장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업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주 사업보다 더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머스크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우주 산업이고, 전기 자동차 개발은 화성 테라포밍을 위한 기술 개발에 불과하니까요.”
“화성 탐사를 위해선 전기 자동차 기술이 꼭 필요하긴 하죠.”
“전기 자동차 기술은 솔직히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건 로켓 기술 아니겠습니까? 로켓 한 발을 발사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줄여야지만 화성 테라포밍이 가능해집니다.”
어느새 주제가 화성으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 화성을 가고 싶어 안달난 사람처럼 보이는 머스크였다.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려면 발사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1차 발사체만 회수할 수 있어도 발사 비용이 최소 20%는 절감할 수 있을 겁니다.”
“발사체를 회수해서 10번 이상 재사용할 수만 있다면 로켓 발사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겠습니다!”
상당히 놀라는 머스크였다.
이게 놀랄 일인가?
발사체 회수 기술은 당신이 만든 기술이라고.
물론 지금은 아니고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
미국의 일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작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얻은 소득은 결코 적지 않았다.
앞으로 우주 사업과 전기 자동차 사업을 주도할 머스크와 접점을 만들었고.
초 거대 기업이 될 유튜브 창업자들과도 친분을 나눴으니 최소 수백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출장이었다.
“부회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차 적응도 안 되실 텐데 집으로 가시지 않고 출근을 하셨군요. 몸을 생각하십시오. 회장님이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부회장님의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평소보다 더 많이 잤어요. 얼굴을 보세요. 더 좋아지지 않았어요?”
“그렇긴 합니다만.”
장거리 비행동안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그간 쌓여 있던 피로를 비행기 안에서 푼 셈이었다.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별일은 없었죠?”
“크게 보고드릴 사항은 없습니다. 코코아톡과 페이스북이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정도가 특이사항입니다.”
“삼진전자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한 건 반응이 어떤가요?”
삼진전자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판매가 시작된 지 꽤 되었고.
고객 반응이 나올 때가 되었다. 물론 어떤 반응이 나올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반응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아이폰에 비하면 최적화도 엉망이고, 배터리 발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정말 실험용도로 출시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충성 고객이 많아서 판매량은 꽤 나오지 않았어요?”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실패작은 결코 아니지만, 성능 문제로 다시 피쳐폰으로 돌아가거나 아이폰을 구매하는 고객도 상당수입니다.”
일명 쓰레기 폰이라 불리는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진전자였다.
하지만 나는 절대 비웃지 않았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단기간에 뛰어난 스마트폰을 개발할 곳이 삼진전자였으니까.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나날이 늘어나겠네요. 우리로서는 아주 좋은 소식이에요. CL전자에서도 빨리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으면 하는데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네요.”
“여전히 피쳐폰에 중점을 두고 있는 CL전자입니다. 삼진전자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이 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더더욱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아쉽군요. 그나저나 태우 IT의 매출이 상당히 늘었겠군요.”
코코아톡과 페이스북의 성장세가 무서웠다.
특히나 코코아톡의 경우엔 태우 IT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매출 상승에 큰 도움이 되었다.
“태우 IT의 매출도 매출이지만, 영업이익률이 상당합니다. 영업이익률만 놓고 본다면, 태우건설보다 더 많은 돈을 남기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게임 플랫폼을 통해 엄청난 자금이 흘러 들어오고 있습니다.”
“역시 중국 시장이 노다지군요. 몇 년 남지 않은 노다지긴 하지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이야 중국 시장은 노다지에 가까웠다.
엄청난 인구수와 높은 경제 성장률로 인해 진출에 성공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조만간 폐쇄적인 정책을 시행하게 될 터이고, 게임의 경우엔 판호를 얻지 못해 중국 시장에 진출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생한다.
그러니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 했다.
“중국 시장은 언제 변할지 몰라요. 그러니 최대한 한국 게임을 지금 중국에 진출시켜야 됩니다.”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가 태우 IT를 통해 중국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중소 게임사에서 중국 진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행이군요.”
“그리고 태우반도체의 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서 나가는 돈이 줄어들었습니다. 오히려 넘치는 이익잉여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듣기 좋은 소린가?
돈이 흘러넘쳐 고민을 하고 있다니.
“코코아톡이 궤도에 올랐으니 핀테크 분야에 진출을 해야겠군요.”
“코코아톡을 통해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실 계획이십니까?”
“수수료 장사만큼 남는 장사가 어디있겠어요? 게다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을 고객이 되는 건데 안 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이미 기술을 다 만들어 두기도 했고요.”
매일 같이 천민정과 아이디어 회의를 했고.
그중에서는 핀테크 관련 아이디어도 상당했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나는 상용화시키기 위해 태우 IT와 태우증권의 전문가를 동원해 기술 개발을 지시했었다.
“금융 관련 사업이다 보니 고려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모든 법적인 사항을 고려한 뒤 출시하겠습니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겠군요. 지금이야 정권 말기니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겁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최대한 빨리 출시할 수 있도록 하세요.”
“부회장님,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괜히 정치권에 꼬투리를 잡힐 빌미를 만드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선거 자금 문제로 걱정 하는 기획실장이었다.
태우그룹만이 선거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으니 표적 수사가 들어올 확률이 높았고, 핀테크의 경우엔 문제 될 요소가 여럿이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굴 수는 없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그만이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출시를 앞당기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슬슬 대선이라는 바람이 불 시기가 되었다.
이번에도 내가 아는 역사대로 흘러갈지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