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8)
독식하는 재벌 3세-18화(18/518)
18화. 재해(1)
입사하고 3일이 지나 주말이 되었다.
나는 창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고, 내 옆 좌석에는 강 대위가 자리했다.
“돌아이들이 확실히 능력이 좋습니다. 특히 국세청 돌아이가 공장장과 임원들의 세금 탈세는 물론이고, 그들과 관련 있는 회사 명단까지 찾아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찾아볼 게 있어요.”
나는 사진 두 장을 강 대위에게 내밀었다.
인사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경리 두 명의 증명사진이었다.
“총무팀 경리들인데 얘들과 공장장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아요.”
“심상치가 않다고 하면, ……혹시 불륜입니까?”
“공장장님 나이도 많으신데 무리하시나 봐요. 우리가 나서서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
“바로 뒷조사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기무사에 있을 때 데리고 있던 애들이 이런 뒷조사 전문입니다.”
“활동비는 마음껏 사용하세요. 호텔 스위트 룸을 잡고 지내도 별말 안 할 테니 증거만 제대로 잡아 줘요.”
내 밑에서 일하면 최소한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재벌 3세. 그것도 그냥 재벌 3세가 아니라 월가에서 이름 꽤 날리는 투자회사의 대표가 난데 돈이 부족할 리가 있겠나.
“전에 주신 활동비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나 보네요. 그건 활동비가 아니라 스카우트 비용이었어요. 기무사에서 유능한 인재를 영입했는데 이적 비용은 지불해야죠.”
“10억 원이나 주셨습니다. 제 몸값은 그렇게 비싸지가 않습니다.”
“그건 제가 결정하는 거죠. 여기 통장에 활동비로 5억 원을 넣어 뒀으니 마음껏 사용하세요.”
“……감사합니다.”
강 대위가 잠시 머뭇거리다 인사를 했다.
속으로 많은 생각이 오가는 듯 보였다.
“원래 군인이나 공무원은 박봉이죠. 권력이나 명예를 보고 일하니 박봉의 연봉에 만족하는 거죠. 하지만 저랑 일하면 권력이나 명예 같은 건 없어요. 그러니 돈이라도 많이 줘야죠.”
“요즘 기무사에도 권력이나 명예 따위는 없습니다. 대표님 같은 분을 모시게 된 건 제 일생의 최대의 행운입니다.”
“행운일지 불운일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아는 일이죠.”
“제가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불운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대표님이라면 제 가족들을 끝까지 책임져 주실 분이시니까요.”
군인 출신이라 그런가?
충성심이 넘쳐흐르는 강 대위였다.
하긴 기무사에서 끈이 떨어지고 동기는 물론이고 후배 기수에게도 무시를 받았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공장장과 경리 불륜 증거는 최대한 빨리 잡아 주세요. 그래야 내부 정보를 더 빨리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오늘 안에 애들을 창원으로 불러 모아 24시간 감시에 들어가겠습니다.”
“장비도 최신식으로 다 구입하세요. 애들이랑 같이 다닐 차도 한 대 사시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돈으로 해결하세요. 그게 제 방식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강 대위는 다음 역에서 곧장 내렸다.
경리와 공장장의 사생활은 강 대위가 알아서 조사할 거고, 증거가 나와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잠시 기차에서 눈을 붙였고.
점심까지 기차에서 해결하고 나서야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왜 기차역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제가 찾아갈 건데.”
SAVE 투자회사를 관리하고 있는 한 팀장.
미국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그를 나는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요즘 일본과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부담 없이 부를 수 있기도 했다.
“보스께서 시키신 일본 기업과의 계약 내용을 빨리 보고드리고 싶어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안달이 난 걸 보니 계약이 잘 되었나 보네요.”
“잘 되었다는 보고만 먼저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보고는 호텔에서 자료를 보며 상세히 보고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웃는 얼굴로 서울역을 나섰다.
서울역을 빠져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거대한 건물.
태우그룹의 본사로 사용되고 있는 스퀘어 건물이 내 눈을 가렸다.
나도 모르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스퀘어 건물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조만간 저 건물의 주인이 되실 생각을 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으십니까?”
“그것보다 저걸 지킬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워지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냥 헛소리예요. 빨리 호텔로 가죠.”
* * *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호텔 스위트 룸.
그곳을 임시 숙소로 잡은 한 팀장이었고, 그는 룸의 금고에서 다량의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이게 모두 파생상품 계약서입니다. 솔직히 계약을 체결하긴 했는데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일본 기업에 너무 유리한 파생상품들입니다.”
“또 왜 이러실까. 기억 안 나세요? 우리가 처음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일본 버블 덕분에 돈을 벌었지만, 현재 일본 경제는 안정권에 들어섰습니다. 이 파생상품으로 돈을 벌려면 일본의 주가가 최소 10퍼센트 이상 폭락을 해야만 수익 실현이 가능합니다.”
월가의 투자가와 뱅커들은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기로 유명했다.
파생상품을 다른 말로 한다면 도박이다.
그리고 내가 일본 기업과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은 일본 증시 폭락과 관련되어 있었다.
일본 기업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상품.
증시가 상승하거나 유지만 되어도 일본 기업이 막대한 돈을 받게 되는 상품이었다.
심지어 증시가 하락을 한다고 해도 일본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였다.
내가 돈을 벌려면?
일본 증시가 1년 사이 15퍼센트 이상은 떨어져야만 했다.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은 일본 경제는 안정권에 들어섰고 박스권에서만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버블도 붕괴되었는데 또 한 번 떨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죠.”
“저야 당연히 대표님의 선구안을 믿지만, 전문가들은 버블로 이미 바닥을 친 일본 주가가 또 떨어질 일은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한 힘들다고 합니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뭐 그런 전문가들의 예상 덕분에 이번 계약이 쉽게 체결된 거 아니겠어요?”
“대표님이 알려주신 일본 기업은 물론이고, 소문을 들은 다른 기업과 은행까지 파생상품 계약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아주 정신이 없었습니다.”
무조건 이기는 도박을 누가 마다할까?
게다가 걸린 판돈도 적지 않았다.
무려 100억 달러가 걸린 판돈.
이는 SAVE 투자회사의 여유 자금 전부기도 했다.
매년 20~50퍼센트 정도의 수익률을 만들어 내는 SAVE 투자회사였다.
이는 월가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익률이었고, 150억 달러였던 보유자금이 지금은 360억 달러까지 불어나 있었다.
이런 수익률의 비밀은 퀸텀펀드에 있었다.
월가의 헤지 펀드와 퀸텀펀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 덕분에 고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일본의 다른 기업들도 계약을 맺고 싶다고 하면 추가로 체결하세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최악의 경우 100억 달러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언제 지는 싸움 하는 것 본 적 있으세요?”
“없습니다. 그래서 보스를 믿고 계약을 모두 체결했습니다.”
“그럼 계속 그렇게만 진행해 주세요. 우리가 지면 100억 달러가 날아가지만, 반대로 우리가 이기면 몇 배는 더 벌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이 온 모든 일본 기업과 은행과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겠습니다.”
한 팀장의 목소리에는 걱정이나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전쟁터나 다름없는 월가에서 몇 년을 버텨 내기도 했고,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그였다.
“그리고 한국에 온 기념으로 펀드 가입도 더 받으세요.”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법적으로 전혀 걸릴 것 없는 돈이 매년 쌓이니 만족도가 높은 게 당연하죠. 특히나 박봉인 공무원들에게 우리 펀드만큼 좋은 투자 상품은 없죠.”
3년 전부터 시작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펀드 가입.
비자금 형식이 아닌 수익률 배당 방식의 펀드였으니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었다.
기존 가입자의 만족도가 높으니 당연히 추가로 가입하길 원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펀드 가입은 곧 내 라인으로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돕고 있었고, 최소한 다른 라인에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라인이 탄탄해져 가고 있었다.
“한국 지부와 함께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펀드 가입자의 추천이 있어야 신규 가입이 가능하니 예전처럼 애써 공을 들일 필요는 없을 거예요.”
SAVE 투자회사 한국 지부도 만들어 두었다.
사실 이름만 투자회사 지부였지,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라인을 관리하고 내가 돈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저금통 역할이었다.
“그런데 태우그룹 일은 잘 되어 가고 계십니까? 솔직히 저는 도련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태우그룹의 체질을 개선시키려고요. 그러려면 칼춤을 아주 거하게 쳐야 돼요.”
나를 보스가 아니라 도련님이라 부르는 한 팀장이었다.
태우그룹 일은 SAVE 투자회사 대표가 아닌 태우그룹의 회장 손자로 진행하기 때문이었다.
“도련님을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대거 쓸려 나가겠습니다.”
“도살자 혹은 학살자라는 별명이 붙을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정이나 살인자가 칼을 들면 흉기지만 도련님의 손에 든 칼은 의사의 메스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휘두르는 칼은 칼춤이 아니라 수술입니다.”
“칼춤이 될지 수술이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죠. 자! 그럼 서로 할 일을 하러 가자고요.”
오랜만에 만난 한 팀장과 회포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시간이 부족하다.
외환위기가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하루라도 그냥 보낼 순 없었다.
* * *
내가 서울로 올라온 이유는 한 팀장을 만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한 팀장의 보고는 유선상으로 해결할 수도 있음에도 서울로 올라온 건 중요한 모임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서울의 5성급 호텔 연회장.
대관료로만 수천만 원이 호가하는 대형 연회장이 오늘 모임의 장소였다.
500명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연회장이었지만, 참석 인원은 고작 50명도 되지 않았다.
[청년 경제 포럼]오늘 연회의 이름이었다.
말은 거창하지만 재벌 2세, 3세 정기 모임을 예쁘게 포장한 것뿐이었다.
20~30대의 재벌 3세부터 40대 초반의 재벌 2세까지 재계 순위 안에 드는 이들이 참석했다.
“오! 드디어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소문만 무성한 태우그룹의 후계자 김민재입니다.”
누군가가 날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끄럽지만 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재계 서열 3위의 태우그룹 후계자의 첫 데뷔전이 오늘이었다.
“안녕하세요. 김민재입니다. 진즉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나는 연단에 서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번 연회에 참석한 인원 대부분은 서로 친분이 쌓여 있었다.
나도 전생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들과 관계를 지속했고, 이런 행사에 매년 참석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해결했고, 대학까지 미국에서 다녔기에 이런 행사에 참석할 틈이 없었다.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되는 행사도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이유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들이 잔뜩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