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81)
독식하는 재벌 3세-181화(181/518)
181화. 최고의 방어 (5)
다음 날.
아침부터 대선 결과로 아주 시끄러웠다.
2%의 차이로 여당 쪽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고, 야당에서는 대선 불복과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기에 한국이 떠들썩했다.
“부회장님!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야당에서 부정 선거를 외치며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냥 두세요. 결과가 뒤집히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외신에서는 한국에 인터넷이 대중화된 덕분에 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젊은층에서 많은 표를 얻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군요. 그나저나 장 후보가 우습게 되었군요.”
현재그룹의 장명준.
여당 쪽 후보와 단일화를 했지만, 선거 하루 전날 단일화를 취소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만약 야당에서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다면 공로를 인정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여당에서 당선이 되었으니 하루를 참지 못해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단일화를 취소하지 않았다면 국무총리 1순위로 지명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여당에서는 그 어떤 이득도 장명준 후보에게 나눠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그룹은 정치만 하면 손해만 보는군요. 장영주 회장님도 괜히 대선에 나갔다가 현재그룹이 정치 보복을 당했는데 말이죠.”
사실 현재그룹은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현재자동차 그룹 정도만이 살아남았다고 봐도 무방했고, 나머지 계열사는 이제 태우그룹과 경쟁도 되지 않았다.
“정치 보복은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대선 불복으로 정치권이 시끄럽지만, 상황이 정리되면 칼날이 우리를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정치권을 시끄럽게 만들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겠군요.”
“생각해 두신 방법이 있으십니까?”
“선거 자금을 내지 않았다고 압박을 받기 전에 우리가 먼저 압박을 가하는 거죠.”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불리할 일은 전혀 없었다.
불법 대선 자금을 지원하고 받은 쪽은 우리가 아니었으니까.
“우리가 직접 나선다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지 않고 여당과 야당이 알아서 개싸움을 벌이도록 유도를 해야겠죠.”
“어떤 방식으로 말씀이십니까?”
“2%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진 야당은 지금 뭐든 물어뜯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러니 여당에서 불법 선거 자금을 받았다는 증거를 살짝 흘리는 거죠.”
“여당이든 야당이든 전부 선거 자금을 지원받았을 텐데, 설마 선거 자금을 수면 위로 올리겠습니까?”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보이기 마련이죠.”
우리가 받은 선거 자금은 국익을 위한 활동 자금이고.
남이 받은 선거 자금은 개인의 이득을 위해 받은 로비 자금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치인들이었다.
“그런데 증거를 흘리고 싶어도 우리가 보유한 증거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건 제 개인적인 라인을 통해 해결할게요.”
“그런데 대기업에서 불법 선거 자금을 지원했는지 안 했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무조건 줄 수밖에 없어요. 외환 위기 시절의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을 테니까요.”
외환 위기 시절의 트라우마.
정부와 친하지 않은 기업은 빅딜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건실한 계열사를 다른 기업에게 넘겨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물론 빅딜 정책 자체는 공정하고 상식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수도 있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마련이었다.
“수모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선거 자금을 대량으로 유포했다고 보시는 겁니까?”
“알아보면 알겠지만, 웬만한 대기업은 다 연루되어 있을 겁니다.”
“정재계가 전부 엮여 있는 사건을 정말 야당에서 파고들겠습니까?”
“두고 보면 알겠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지 아니면 조용히 숨어 지낼지.”
* * *
오랜만에 강 대위와 단둘이 자리했다.
강 대위의 사무실에는 자주 들렀지만, 요즘 강 대위와 따로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강 대위는 아쉬운 감정을 내비쳤다.
“요즘 너무 뜸하셨습니다. 일도 안 하고 월급만 받아먹는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지 아십니까?”
“일을 안 하다니요. 강 대위가 있으니 제가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죠.”
“단순 경호 업무를 보기엔 우리 직원들의 능력이 너무 뛰어납니다.”
“그럼 그렇게 우수한 직원들의 능력을 한번 볼까요? 매우 위험한 일거리 하나를 가지고 왔어요.”
강 대위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위험하다는 일을 가지고 왔다는데 오히려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아주 위험한 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잘못하면 정재계 전체와 척을 질 수도 있는 일이죠.”
“오랜만에 솜털이 곤두섰습니다. 무조건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계획부터 들어 보세요. 제가 올 초부터 대기업과 정치권의 선거 자금 흐름을 조사하라고 했던 것 기억나시죠?”
나는 이번 일은 예전부터 계획했다.
꼭 공격용으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험용으로라도 사용하기 위해선 많은 정보가 필수였기에 강 대위를 통해 선거 자금 흐름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안 그래도 만남의 광장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직원이 5명입니다. 덕분에 아주 좋은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카드 한 장으로 포커를 칠 순 없죠.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해요.”
“안 그래도 명동의 이영한 회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있습니다. 삼진그룹 쪽에서 명동 사채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채권을 통해 선거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드 두 장은 확보했군요. 그런데 전부 야당과 관련된 증거들이네요. 여당을 공격할 만한 증거가 필요해요. 아마 KS그룹을 파다 보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판을 키우려면 야당을 움직여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여당에게 불리한 증거 확보가 필수였다.
“우선은 KS그룹 채정한 회장의 측근부터 조사해 나가겠습니다.”
“명동과 협력해서 정보를 찾아보세요. 아마 막대한 양의 비자금을 형성해 두고 있을 겁니다. 그 비자금으로 불법 선거 자금을 지원했겠죠.”
나라고 모든 일을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채정한 회장이 불법 비자금을 형성하고 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채정한 회장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고, 특이 사항에 2천억 원 규모의 비자금이 적혀 있었으니까.
“비자금이라면 국세청 돌아이를 동원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국세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30명이 넘으니 금방 흔적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비자금은 보통 건설 회사나 해운 회사를 통해 마련하곤 하죠.”
“참고하겠습니다!”
* * *
며칠 후.
강 대위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퇴근 시간이 되지도 않았지만, 급히 회사에서 나와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았다.
“대표님의 말대로 KS해운 쪽에서 이상 자금 흐름을 발견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자금 흐름을 알아냈군요.”
“국세청 돌아이 덕분입니다. 그리고 KS해운 쪽에서 정말 엉성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합니다.”
“비자금을 만드는데, 엉성하게 일을 처리했다고요?”
“기업 어음을 발행하고 회계 처리를 하지 않는 간편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형성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든 비자금을 임직원 명의의 계좌로 관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액의 자금이 임직원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엉성할 수가.
비자금을 형성하는데, 숨기는 노력조차 가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엉성한 방법이었다.
정부가 비자금 수사를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였을까?
“비자금 일부가 여당 쪽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은 발견했나요?”
“이게 조금 애매모호합니다. 합법적인 후원회를 통해 20억 원 정도를 후원한 정황만을 발견했습니다. 아! 그리고 대선 막판에 거액의 자금이 출금된 정황도 발견했습니다.”
“대선 막판에 출금된 자금은 여당으로 흘러 들어갔을 거예요. 단일화로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시점이니까요.”
“저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증거는 아니지만.
화가 잔뜩 난 야당 정치인에게 이 정보를 흘리면 알아서 증거를 찾아내 줄 것이었다.
“정보를 야당에 흘리세요. 그리고 우리 쪽 검찰 라인을 동원해서 KS 비자금 조사를 강력하게 어필하라고 하세요.”
“안 그래도 요즘 검찰에서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당에서 정권을 잡기 전에 검찰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 할 테니 비자금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터트리세요. 그리고 계속해서 불법 선거 자금 증거를 확보하시고요.”
“내일부터 여의도가 불바다가 되도록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 * *
김정빈 검찰총장.
사법연수원 5기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검찰총장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검찰에서 그를 따르는 검사의 숫자는 상당했고, 그의 권력은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음에도 건재했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을 개혁한다고 하더군. 마치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선포한 것처럼 우리 검찰을 악의 축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아닙니다! 새로운 정권에서 검찰을 아주 우습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가 우스운 조직이 아니란 걸 확실히 보여 줘야겠군.”
김정빈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다수의 검사장과 차장 검사를 둘러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검사가 얼마나 박봉인지 나도 잘 알고 있네. 대기업 직장인보다 못한 월급을 받으며 검사 생활을 하려니 여기저기서 지원금을 받을 수밖에 없지.”
“…….”
갑자기 치부를 꺼내 드는 김정빈 총장이었고.
다수가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했다.
직접 돈을 받든 아니면 간접적으로 지원을 받든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검사들이었다.
와중에 당당한 검사도 있기도 했지만, 숫자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다.
“돈을 어디서 받든 관계가 얼마나 깊든 이번만큼은 모두 잊어! 우리가 가진 힘이 얼마나 강한지 세상에 보여 줄 수만 있다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 이번 수사가 흐지부지 끝나 버리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지.”
뜸을 들이는 김정빈 검찰총장의 모습에 모두가 긴장했다.
어떤 대규모 기획 수사를 지시하려고 저러는 걸까?
“KS그룹의 비자금 수사를 시작으로 모든 대기업의 불법 선거 자금 수사를 시작해! 십 원 한 푼 빠지지 말고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돈을 모조리 조사하라는 말이야!”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번 일이 잘못되면 총장님이 타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래서 문제란 거야. 검찰이 수사 한번 잘못했다고 타깃이 되는 세상이 말이 되는가? 우리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에 목숨을 걸란 말이야!”
“목숨을 걸고 수사에 임하겠습니다!”
검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중에는 대기업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1차 목표인 KS기업의 후원을 받는 검사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후원을 받았다 한들.
검찰 전체가 달려들고 있기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서라도 다른 대기업의 흉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