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82)
독식하는 재벌 3세-182화(182/518)
182화. 합동 연설 (1)
KS해운 송길섭 사장이 검찰로 소환되었다.
한창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언론조차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강 대위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아낼 수 있었다.
“송길섭 사장이 대선 때 정치권에 100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습니다.”
“참 많이도 뿌렸네요.”
“비자금의 규모에 비하면 많이 사용한 것도 아닙니다. 검찰에서는 KS해운의 비자금 규모가 2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착실하게도 모았네요. 역시 재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아쉽게 됐네요. 비자금을 제대로 사용하기도 전에 걸려 버렸으니까요.”
검찰 조사가 빠르게 진행된 이유가 있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야당에서는 여의도 한복판에서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불법 대선 자금 수사 촉구를 요구했었다.
“아직도 야당에서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나요?”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단식 농성을 이어 가겠다는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부끄러워서라도 단식 농성을 그만두겠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란 말을 듣게 될 겁니다. 우리 쪽 검찰 라인을 통해 알아보니 여당보다 야당으로 흘러 들어간 불법 대선 자금이 최소 5배는 됩니다.”
정치권은 정말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도 불법 대선 자금을 지원받았으면서 어떻게 그걸 문제 삼을 수 있을까?
당장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면 언 발에 오줌 누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곳이 정치권이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쪽 검사들에게 힘을 실어 줘야겠네요. 우리가 확보한 증거를 그들에게 넘기세요.”
“삼진그룹과 CL그룹 관련 증거 전부를 넘기면 되겠습니까?”
“그 정도면 최소 한 단계 이상은 승진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만남의 광장에서 차떼기 방식으로 선거 자금 지원한 걸 찍은 사진도 모조리 넘기세요.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 되려면 강렬한 한 방이 필요하죠.”
지금까지는 전혀 없었던 방식.
대형 트럭에 현금을 실어 비자금을 전달하는 방식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금 바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내년 승진자 명단에 우리 쪽 라인의 이름이 대거 등장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수사 결과 발표는 언제쯤 나올 거라는 말이 있나요?”
“늦어도 이번 주 내로 중간 발표를 한다고 합니다. KS해운 송길섭 사장이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고 있어서 발표 거리가 아주 많다고 합니다.”
싸움 구경만큼 재밌는 구경은 없는 법.
특히나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보는 맛이 일품이었다.
* * *
며칠 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당과 야당의 정치인들이 대치를 했다.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던 야당의 막사의 주변으로 여당 정치인들이 몰려들었고, 특종을 바라던 기자들이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나는 TV 앞에서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싸움 구경에 집중했다.
팝콘과 콜라가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싸움은 치열하게 벌어졌다.
“양심이 있으면 당장 막사를 철거하고 사과하라고! 사람들이 말이야. 양심이 있어야지.”
“흠흠, 그래도 돈을 받은 건 맞지 않습니까! 25억 원이나 받았으면서 목소리를 왜 높입니까!”
“그래 우리 25억 받았다. 그런데 너희는 100억 원을 받았다면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4배나 받아 처먹고는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단식 농성은 너희가 아니라 우리가 해야지!”
삿대질이 난무했고, 욕설까지 오가는 상황이었다.
기자들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고 기사를 써 내려갔다.
“아직 수사가 다 끝나지 않았으니 누가 똥 묻은 개인지 두고 봐야죠.”
“차떼기 돈이나 갚고 얘기해! 세상천지에 2.5톤 트럭으로 현금 다발을 옮기는 정당이 어딨어! 차떼기 당으로 개명이나 하라고!”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우리도 잘한 건 없지만 그쪽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멱살까지 잡는 추한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들이었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이 존재한다면 언성을 높이기보단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지금 물러서면 다 죽는다고 생각하는지 서로를 깎아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만 TV 끄세요. 이왕 싸울 거면 화끈하게 주먹이라도 날리지. 멱살만 잡고 끝이네요.”
“야당의 꼴이 아주 우습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도 않고 여당을 공격하다 제대로 되치기를 당했습니다.”
“뭐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다고 봐야죠. 금액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돈을 받고 선거를 치른 셈이니까요. 이래서 정치혐오가 생긴다니까요.”
정치권에는 분명 존경할 만한 정치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언론에 나오는 목소리 큰 사람들은 대부분이 저런 사람들이었기에 정치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부회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불법 선거 자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핀테크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문제 삼으면 곤란해질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네요.”
불법 선거 자금 사태와 맞춰 핀테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코코아톡에 페이팔 기능을 더해 간단한 간편 결제 서비스를 비롯한 간편 송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은행에서만 가능하던 업무들이었지만.
이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코코아톡 어플을 설치한 사람이라면 간단하게 손안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금산분리법 때문에 우선적으론 외환은행이 코코아뱅크의 대주주가 되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면 점차 태우그룹으로 지분을 옮길 계획입니다.”
“금산분리법 때문에 곤란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니까요. 좁은 땅덩어리에 규제는 어찌나 많은지. 여의도에서 멱살 잡고 싸울 시간에 규제 문제나 해결해 주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그런데 금산분리법 특례 조항을 만들어야지만 우리가 코코아뱅크 지분을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결국엔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처럼 정치권에 돈을 풀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었다.
“정치인은 결국 표를 원하게 되어 있죠. 다수의 국민이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전문 은행법을 만들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의 별명이 인터넷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IT 기기를 주요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고 당선이 되었으니 인터넷 전문 은행법을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 몇 년 일찍 등장했다.
그러니 핀테크라는 시대적 흐름도 앞당겨지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코코아톡을 통한 다양한 사업도 이미 구상을 끝내 놓은 상황이기도 했다.
“다른 서비스도 차례대로 론칭을 하긴 해야 하는데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정치권에서 난리를 부릴 것 같군요.”
“핀테크의 경우야 은행 같은 거대 기업과의 싸움이지만, 배달이나 택시 등은 중소기업과의 싸움이라 정치권에서 비집고 들어올 허점이 많습니다.”
회귀 전에는 코코아톡은 아주 다양한 분야에 진출을 했었다.
금융, 증권, 게임, 배달, 퀵서비스, 택시, 대리, 주차, 심지어 미용실까지.
그건 코코아톡이 스타트업이었기에 가능한 사업 확장이었다.
이미 대기업인 태우그룹이 그런 사업까지 진출을 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정치권이었고, 국민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사업을 확장하는 만큼 무조건 수익이 늘어나긴 하지만, 이미지 하락은 피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그런 사업을 경쟁 업체에 넘겨 버리면, 코코아톡의 경쟁력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게 문제였다.
코코아톡에 접속하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만, 더 많은 사람이 코코아톡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태우그룹 같은 대기업이 택시, 배달 같은 사업에 진출했다간 골목 상권 침해라는 욕을 들어 먹게 되어 있었다.
“그 문제는 임재범 대표에게 떠넘겨야겠군요. 태우그룹이 진행하면 문제가 되지만, 스타트업이 한다고 하면 문제가 될 게 없죠. 우리야 아주 소량의 수수료만 받는 식이면 정치권에서도 문제 삼지 못할 겁니다.”
“구상한 사업 기획을 전부 임재범 대표에게 넘기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못해도 매년 수조 원을 벌 수 있는 사업들입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욕심이 과하면 가랑이가 찢어지기 마련이었고.
내수 시장을 너무 과하게 장악하면 욕을 들어 먹기 마련이었다.
자동차나 반도체의 경우엔 수출을 통해 엄청난 외화를 벌어오니 아무도 못 건드리지만, 내수 시장용 사업은 그렇지 않았다.
“임재범 대표를 통해 태우그룹과 완전히 분리된 회사를 만들도록 지원하세요. 코코아톡과 뱅크만을 태우그룹과 공유하면서 사용하는 거죠.”
“임재범 대표가 새롭게 만들 회사의 지분 구조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25% 정도만 우리가 확보하세요. 그래야 경영권을 침범한다는 말을 피할 수 있어요.”
“지금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임재범 대표가 원하는 만큼 투자금을 지원해 주시고요. 수수료 장사만 해도 몇 년 안에 투자금을 뽑고도 남을 거예요.”
여의도가 링으로 바뀐 동안.
우린 그들의 관심을 피해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제발 오래 싸워 주길 바라며 틈틈이 장작까지 넣어 줄 계획이었다.
* * *
다음 날.
나는 이른 아침부터 태우IT 쪽으로 출근을 했다.
정확히는 태우IT 바로 옆에 있는 페이스북 한국 지사 건물이었고, 서광수 법인장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살이 많이 빠지셨군요. 길 가다가 만났으면 몰라보겠습니다.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십니까?”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KS통신과 세이월드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봐도 배가 부릅니다.”
살이 쪽 빠져 있는 서광수 법인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었다.
예전보다 더 강렬한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세이월드의 점유율이 아주 많이 떨어졌더군요.”
“저는 주식을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20번 넘게 세이월드의 점유율을 확인하곤 합니다.”
“주식은 하면 안 되긴 하겠네요. 재테크가 필요하면 말하세요, 태우증권의 펀드 계좌를 하나 열어 드릴게요.”
“솔직히 지금은 돈도 그다지 필요 없습니다. 오로지 세이월드를 제 손으로 끝장내고 싶을 따름입니다.”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서광수 법인장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세이월드였지만, 그 누구보다 세이월드의 몰락을 원하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요. 페이스북 한국 버전이 출시되니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오고 있어요.”
“제 성에는 차지 않습니다. 올해 안에 끝장을 보고 싶었는데 내년까지 미뤄질 것 같습니다.”
“아! 좋은 소식 하나 알려 드리죠. 서광수 법인장의 선배가 이번에 KS통신에서 쫓겨난다고 하더군요.”
“박동희 그 새끼가 쫓겨나는 겁니까?!”
세레머니를 할 기세로 좋아하는 서광수 법인장이었다.
세이월드를 헐값에 KS그룹으로 넘기게 된 이유가 박동희 부사장이었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세이월드를 살리기 위해 과하게 투자를 했다고 하더군요. 막대한 손해를 입혔으니 책임을 져야죠.”
“이젠 더는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이월드 사이트까지 폐쇄된다면 일상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고생하세요.”
KS그룹이 연이은 악재를 맞고 있었다.
세이월드의 몰락 그리고 비자금과 불법 선거 자금.
사실 이 모든 일에는 나와 관련이 있었고, KS그룹이 먼저 우리를 건드렸기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기도 했다.
그러게 왜 먼저 건드리냐고.
그냥 가만히만 있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건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