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83)
독식하는 재벌 3세-183화(183/518)
183화. 합동 연설 (2)
불법 대선 자금 수사는 2003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신문 1면을 장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푼 정보 덕분에 삼진, CL, KS 등 5대 기업 대부분이 연루된 사건이었기에 국민적인 관심도가 매우 뜨거웠다.
“부회장님, 이번엔 현재차 그룹에서도 불법 대선 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저도 들었어요. 만남의 광장에서 100억 원을 건넸다고 하더군요.”
만남의 광장을 비자금 전달의 광장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판이었다.
뭐 그 덕에 우리 쪽 검찰 라인이 큰 공을 세웠으니 나로서는 이득이었다.
강 대위 직원들이 1년 동안 24시간 만남의 광장을 감시했고, CL그룹은 물론이고 현재차 그룹에서 비자금을 전달하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확보한 증거를 우리 쪽 검찰 라인에 넘겼고, 불법 선거 자금 이야기가 조용해질 때쯤 하나씩 터트리고 있었다.
“5대 기업 중 우리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불법 선거 자금에 연루가 되었습니다.”
“태우그룹은 정경유착에서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군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태우그룹이 아직 걸리지 않아서 그렇지 선거 자금을 줬을 거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긴, 전부 다 도둑질을 했는데 우리만 안 했다고 누가 믿겠어요? 수사가 끝나면 다들 알게 되겠죠.”
우리가 적극 홍보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괜히 정치권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 남들이 스스로 알아주길 바라야 했고, 살짝 언론계에 광고를 더 넣어 주는 정도로만 푸시를 해야 했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야당은 800억 원을 배상해야 하고, 여당은 상대적으로 적은 100억 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배상금을 갚으려면 아주 난리가 나겠군요.”
“야당의 경우는 그래도 가진 자산이 꽤 됩니다. 당사와 연수원을 매각하면 배상금을 갚을 순 있지만, 문제는 여당입니다. 대통령 당선인과 일부 세력이 분리되어 나갔기에 배상금은커녕 공식 선거 빚조차 갚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득을 얻을 수 있기도 했다.
“정치자금법 개정 기미가 보인다고 하던데, 그건 어떤가요?”
“앞으로는 기업이 정당에게 선거 자금을 기부하는 걸 원천적으로 봉쇄하도록 개정이 될 조짐이 보입니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기에 1~2년 안에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획실장이 미소를 지으며 보고를 했다.
그도 태우그룹에서 오래 있었으니 선거 시절마다 기업들이 선거 자금을 대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비자금을 형성한 걸 잘 알고 있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법적으로 기업이 정당에게 후원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물론 항상 편법은 존재했고, 정경 유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터.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것임은 분명했다.
“미국처럼 무제한 대선자금이 도입될 가능성은 없겠죠?”
“슈퍼팩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민 정서상 슈퍼팩 도입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차라리 미국처럼 슈퍼팩이 도입된다면.
나는 기꺼이 태우그룹에 도움을 줄 정치인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거 자금을 지원해 줬다가 감옥에 가는 상황에선 지갑을 열 생각이 전혀 없었다.
***
며칠 후.
하두리 사이트의 주인인 서문영 대표가 부회장실을 찾았다.
“부회장님, 드디어 틱택톡의 출시가 정해졌습니다. 다음 달부터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에서 동시 출시를 하며, 올해 중순부터는 유럽 시장까지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출시를 하는군요. 개발에 꽤나 오래 걸렸네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음란 영상 규제 방식을 도입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하두리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오히려 매년 사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지만, 악명은 더욱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음란물 유포 사이트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가해도 한 번 씌워진 이미지를 벗기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틱택톡에 하두리까지 운영을 하려면 많이 바쁘시겠군요.”
“그래서 하두리 사이트를 매각 혹은 폐쇄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폐쇄를 하고 싶습니다.”
“대표님의 노력으로 만든 사이트인데 돈 한 푼 받지 않고 폐쇄하시려고요?”
“하두리가 남아 있으면 틱택톡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에 폐쇄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돈이야 부회장님이 지원해 주신 덕분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하두리의 폐쇄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장사치의 입장에서는 매각하는 선택이 맞았지만.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폐쇄가 옳은 선택에 가까웠다.
“그럼 앞으로 틱택톡에 집중하시면 되겠군요.”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뭐든지 말씀하세요. 인력이든 투자금이든 원하시는 대로 지원해 드리죠.”
“세이월드 창업자인 서광수 대표와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하두리의 문제점을 보완해 줄 최적의 인물이 서광수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했다.
한국 버전 페이스북은 이미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가만히 둬도 세이월드는 알아서 나락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서광수 대표가 할 일이 사라진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니 새로운 창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웬만하면 태우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가 있기를 바랐다.
“서광수 대표에겐 제가 직접 말해 놓겠습니다. 설득이 쉽진 않겠지만, 새로운 도전을 강조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서광수 대표의 밑에서 일해도 좋으니 꼭 틱택톡 사업부로 서광수 대표를 모셔와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럴 수는 없죠. 음, 공동 대표를 하시면 되겠군요. 이럴 것이 아니라 같이 서광수 대표를 만나러 가시죠.”
서문영 대표와 함께 페이스북 한국 법인으로 향했고.
며칠 사이에 너무 달라진 서광수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살이 많이 찌셨네요. 며칠 사이에 2배 가까이 불어난 것 같습니다.”
“요즘 이상하게 허기가 져서 하루에 5끼씩 먹고 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를 않습니다.”
서광수 대표가 왜 허기질까?
복수심에 불탈 때는 세이월드의 점유율 하락을 통해 허기짐을 달랬었다.
하지만 세이월드가 나락으로 떨어지자 더는 허기를 채울 수 없게 되었기에 음식으로 마음의 허기짐을 달래고 있었다.
“할 일이 없으면 가짜 허기짐이 찾아오곤 하죠. 그래서 제가 새로운 자리를 제안하려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세이월드가 폐쇄되면 당분간은 조용한 곳으로 들어가 농사나 지을 생각입니다.”
농사를 짓겠단다.
세이월드라는 엄청난 사이트를 만든 사람을 농부로 만들 수는 없지.
“세이월드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페이스북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경쟁 SNS를 만드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조금은 겹치긴 하겠지만, 지향점이 다른 SNS를 만들 생각 중입니다.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의 SNS죠.”
“글이나 사진이 아니라 짧은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SNS 플랫폼을 만드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서광수 대표가 손에 들고 있던 초코바를 내려놓았다.
음식으로는 채우지 못했던 허기짐이 잠시 채워진 것이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까지.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SNS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해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제가 그럴 능력이 될까요?”
“당연히 됩니다! 부디 제가 부족한 점을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서문영 대표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초콜렛이 잔뜩 묻어 있는 서광수 대표의 손을 꼭 잡으며 읍소했다.
“하두리의 서문영 대표님이 여길 어떻게?”
“틱택톡이라고 태우그룹과 함께 숏폼 동영상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이월드의 장점과 하두리의 장점만을 살린다면 충분히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습니다!”
세이월드와 하두리의 장단점은 분명했다.
아기자기한 감성의 세이월드, 강렬한 재미 위주의 하두리.
이 두 가지 합쳐진다면, 분명 세계를 주도해 나갈 SNS 개발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두리와 세이월드의 장점을 합친다. 분명 아주 좋은 SNS 플랫폼이 되긴 하겠습니다. 어쩌면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뭐가 더 고민이십니까? 서문영 대표와 함께 틱택톡 공동 대표로 취임하셔서 세계 시장 제패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이미 다음 달부터 한국과 미국, 중국에 출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빨리 합류하셔야 출시 전에 개선을 할 수 있어요.”
서광수 대표의 배가 꿀렁거렸다.
음식 대신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기에 나오는 반응일 터.
“제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저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어떻게 됩니까?”
“페이스북 한국 법인에 남고 싶은 사람은 남고, 틱택톡 사업부로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옮기면 됩니다. 연봉부터 복지까지 모두 동일하게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부터 바로 틱택톡 사업부로 이동하겠습니다.”
“그 전에 저와 잠시만. 나눌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서문영 대표와 서광수 대표가 자신들만의 세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비슷하지만 다른 사이트를 만든 사람들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대화에 몰입했고, 나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
본사로 돌아오자 기획실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2003년 CES 관련 서류가 들려 있었다.
“벌써 CES가 열릴 때가 됐네요.”
“부회장님이 잊으실 만도 합니다. 이번 CES는 이전보다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항상 주인공을 차지하던 애플이 올해는 참석하지 않기로 통보해 왔습니다.”
“CES 행사에서 스티브의 모습을 볼 수 없다니 조금 아쉽긴 하군요.”
애플은 올해부터 CES 대신 WWDC라는 자체적인 행사를 열기로 했다.
6월 중순경에 애플만을 위한 홍보 행사 겸 기술자 회의가 열리는 것이었다.
“CES 행사 일정에 맞추는 것보다야 애플 자체적인 일정에 맞춰 홍보 행사를 여는 것이 여러모로 애플 입장에서는 편하긴 할 것 같습니다.”
“더는 CES의 이름을 빌릴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이기도 하죠.”
“태우전자는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기에 CES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준비는 잘 되었나요?”
“사실 그렇게 혁신적인 제품은 없습니다. 기존의 제품의 성능을 강화하고, 몇 개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만든 제품을 출품할 계획입니다.”
사실 태우전자도 숨겨 둔 카드가 몇 개 있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기에 숨겨 둬야만 했다.
“혹시 우리가 비밀리에 개발 중인 제품이 유출될 일은 없겠죠?”
“CES 행사에 출품한 제품을 통해서 유출될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은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개발 중인 신제품은 태우전자를 비롯한 여러 회사가 힘을 합쳤다.
특히나 태우IT의 비밀무기라고 할 수 있는 천민정이 공을 들인 제품이기에 절대 유출이 되어선 안 되었다.
뭐 유출이 된다고 해서 따라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기술 유출을 철저히 막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