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85)
독식하는 재벌 3세-185화(185/518)
185화. 합동 연설 (4)
제품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나는 무대 가장 앞 열에서 관람할 수 있었고, 내 옆에는 대주주 자격으로 데이비드가 앉아 있었다.
“보셨습니까? CES급으로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리고 주요 언론사는 죄다 모였고요. 스티브의 이름값이 높아지긴 했나 봅니다.”
“아이폰의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아이폰1과 2를 합쳐서 2,000만 대를 넘게 팔아 치웠어요.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이폰의 다음 버전을 먼저 보기 위해 모이는 건 당연한 일이죠.”
우리가 잡담을 나누는 사이.
번쩍! 어두운 무대에 핀 조명이 켜졌다.
그리고 걸어 나오는 스티브.
트레이드 마크인 목 폴라를 입은 그를 향해 열광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귀마개를 준비할 걸 그랬습니다. 환호 소리에 고막이 나가는 줄 알았어요.”
“뭐라고요? 잘못 들었네요.”
나는 이미 귀마개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
박수 소리가 잠잠해지자 귀마개를 뺏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데이비드를 발견했다.
“치사하게 대표님 혼자 쓰신 겁니까?”
“제가 유독 고막이 약해서요. 그보다 무대에 집중하시죠. 발표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스티브는 처음부터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을 손에 들고나왔다.
사람들은 스티브의 얼굴과 아이폰을 번갈아 보느라 빠르게 동공을 움직여야만 했다.
“여러분, 제가 들고 있는 아이폰이 이전 버전과 많이 달라 보이십니까? 비슷한 디자인,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성능으로만 보이십니까? ‘더 이상 아이폰에 혁신은 없다.’라는 기사가 갑자기 생각이 나는군요.”
[하하하하!]사람들이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웃고 있긴 하지만, 정말 이전 버전의 아이폰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외형이었기에 환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이번 아이폰은 새로운 칩을 적용해서 이전 모델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처리능력과 5배 이상의 그래픽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단한 발전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혁신은 아니죠.”
관중의 미소가 더욱 어색해졌다.
보통의 발표회라면 성능 강화를 중점적으로 말하기 마련인데 스티브는 오히려 성능 강화를 무시하는 말투였다.
“반도체와 LCD 등 다양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자제품의 성능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굳이 그걸 강점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만든 아이폰3는 다릅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신이 담겨 있습니다!”
기대감을 잔뜩 끌어올리는 스티브였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발표 방식이었다.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만한 기술을 발표한다면야 엄청난 호응을 받겠지만.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이미지를 단번에 깎아 먹을 수도 있었다.
“이전 세대의 휴대폰은 연락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휴대폰은 계산기, 메모, 알람, 인터넷 서치, 음악 감상, 영화 감상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죠. 누군가는 휴대폰이 개인 비서 역할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휴대폰을 개인 비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개인 비서를 둔 사람이 있다면 묻고 싶군요. 거래처에 전화를 걸고 싶을 때 어떻게 하십니까?”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스티브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후의 스티브의 행동은 그들을 경악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개인 비서가 있다면 전화를 걸고 싶은 상대가 있으면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끝이죠. 헤이! 시리. 힌톤 교수님에게 전화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스티브.
그 순간, 손에 들려 있던 아이폰의 스피커에서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힌톤 교수님에게 전화 거는 중입니다.]아이폰이 음성을 인식해 전화를 연결했고.
곧이어 기본 벨소리와 함께 힌톤 교수가 아이폰을 들고 등장했다.
“아이폰을 진정한 개인 비서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인공지능을 탑재했습니다. 인공지능을 개발한 힌톤 교수님을 여러분에게 소개드립니다!”
[우와아아아아!]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혁신적인 기술을 기대하며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이었지만.
설마 휴대폰에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목이 쉬어라 함성을 지르는 관중들.
스티브는 겨우 그들을 진정시키고는 마이크를 힌톤 교수님에게 넘겼다.
“아이폰에 적용된 인공지능의 이름은 시리입니다. 음성 인식을 통해 전화 걸기는 물론이고, 문자 작성, 메모, 알람 설정 등 대부분의 기능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 있을 질의 응답시간에 힌톤 교수님이 해 드릴 겁니다.”
힌톤 교수님이 무대에서 내려왔고.
스티브는 시리를 통해 아이폰의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특히나 시리를 이용해 원하는 음악을 재생하는 순간 또 한 번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슬쩍 귀마개를 다시 꼈고.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함성 소리가 잠잠해졌다.
“또 혼자 귀마개를 쓰십니까? 행사장에 온 사람들의 성대는 강철로 만들어졌는지 쉬지도 않고 함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제가 쓰던 거라도 사용하시겠어요?”
“대표님은요?”
“저는 이제 필요 없어서요.”
“아이폰 발표도 거의 끝났는데 귀마개를 쓸 일이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후회하실 겁니다.”
나는 웃으며 귀마개를 주머니 안에 넣었고.
스티브가 다음 제품 발표를 위해 물 한 모금을 마셨다.
“뜨거운 반응 감사합니다. 그런데 애플을 싫어하는 언론사에서는 고작 음성 인식 인공지능이 혁신이냐고 기사를 쓸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우우우우!]언론사를 향한 야유를 보내는 관중들이었고.
스티브는 한참이나 야유를 즐기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애플은 또 하나의 혁신을 준비했습니다. 나와 주세요!”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이비드는 갑자기 일어난 나를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을 무시한 채 무대 안으로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입니다. 오늘은 태우전자를 대표해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확 식었다고 해야 할까?
스티브를 향하던 열광적인 박수와 함성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어정쩡한 박수 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또 태우전자랑 전자 제품을 만든 건가?] [애플-태우 TV가 괜찮긴 했지만, 다른 가전제품은 애플이랑 전혀 상관이 없잖아.] [난 애플이 왜 태우전자랑 콜라보를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더 좋은 회사도 많은데.]태우전자의 지금의 위치가 이러했다.
예전보다 이미지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등 혹은 3등 전자제품 회사란 이미지가 강했다.
나는 애써 그런 목소리를 무시했다.
아니, 오히려 즐겼다.
발표가 끝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고 있었으니까.
“우선 태우전자에서 만든 다양한 가전제품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무대 안으로 가전제품이 운반되기 시작했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마치 무대 안이 가정집처럼 느껴지게끔 가전제품이 세팅이 되었고, 그러는 동안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신제품이라고 하더니 뭐야? CES에서 공개했던 제품들 아니야?] [몇 개는 못 보던 제품이긴 하지만, 별반 달라 보이진 않는데?] [태우전자 가전제품 홍보를 왜 여기서 하는 거야?] [혹시 태우그룹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스티브 약점이라도 잡고 있는 거 아냐?]좀 더!
더 많은 욕을 퍼부어라.
그래야 반전이 더욱 극적일 수 있으니까.
나는 한참이나 웅성거림을 즐긴 후에야 말을 이어 나갔다.
“태우전자는 애플과 함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는 그런 기술을 말이죠.”
[흠, 흠!]사방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혁신이라는 단어를 태우전자가 사용한다는 뜻이 담긴 헛기침이었다.
그런 반응에 나도 모르게 살짝 울컥했다.
아이폰에 들어간 다수의 기술이 태우전자와 내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기에 감정을 가라앉히고 발표를 이어 나갔다.
“혹시 유비쿼터스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세상 모든 곳에 컴퓨터가 존재하는 세상을 뜻하는 말이죠.”
유비쿼터스.
생소한 단어였지만, IT에 관심 있는 사람이 참석한 행사장이라 그런지 아는 사람이 꽤 많았다.
[유비쿼터스라면 70년대에 나온 말 아니야?] [MIT 교수님이 하신 말씀으로 기억하는데? 분산된 형태의 컴퓨터가 가정 곳곳에 존재하는 세상을 유비쿼터스라고 했던 것 같아.] [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라틴어를 변형한 말이지.] [괜히 있어 보이는 말을 한다고 해서 혁신적인 기술은 아닌데. 너무 허황되잖아!]굳이 내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관중들끼리 알아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관중들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태우전자는 유비쿼터스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증거를 보여드리죠. 헤이! 시리. 에어컨을 켜!”
[에어컨을 작동하겠습니다.]위이잉!
아이폰의 시리를 통해 에어컨을 가동시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시리를 통해 가전제품을 작동시켰다.
“헤이! 시리, 뉴스 채널을 틀어 줘.”
“세탁기 남은 시간을 알려 줘.”
다양한 가전제품을 오로지 음성만으로 가동시켰다.
그러고 나서야 관중들이 내가 무엇 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고.
[우와아아아!]엄청난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이폰만 있다면 언제든지 어디서든 작동할 수 있는 가전제품.
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기 충분한 기술이었다.
“찬물을 끼얹는 말을 잠시 하겠습니다. 사실 이 기술은 유비쿼터스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정확히는 사물 인터넷이라고 불러야겠죠. 그리고 지금의 시대에 더 적합한 기술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짝짝짝!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발표 초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
솔직히 사물 인터넷 기술이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나온 기술이었고, 사물 인터넷이 적용된 제품도 출시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우리 제품은 아이폰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
아이폰에 열광한 사람에게 아이폰을 통해 조작이 가능한 가전제품은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이었다.
“아! 한 가지 더 말씀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태우그룹에는 전자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태우자동차도 존재하죠. 헤이! 시리. 자동차 시동 걸고 에어컨 틀어!”
[자동차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작동하겠습니다.]번쩍!
무대 구석에 숨어 있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경쾌한 시동음.
이번 행사에서 전자제품만 홍보하긴 아깝지.
이왕이면 단가가 더 비싼 자동차까지 홍보를 해야 내가 무대에 나선 보람이 있지 않겠어?
“아이폰이 개인 비서의 역할만 할 수 있어서 되겠습니까? 개인 비서는 물론이고 가사 도우미의 일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와아아아!]또다시 터져 나오는 함성.
쇳소리가 많이 섞여 있는 함성이었고, 내일 이비인후과가 많이 바빠질 걸 예상하며 무대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