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88)
독식하는 재벌 3세-188화(188/518)
188화. 브랜드의 가치 (2)
며칠 후.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로 떠났다.
“보스, 이번에 인도로 온 이유가 태우전자 공장 설립을 위해서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 왜 인도 정부로 가지 않으세요?”
“내년이면 인도도 선거가 있어요. 그러니 지금의 인도 정부와는 협상할 필요가 없죠.”
“정권이 바뀔 거라고 예상하시는 겁니까? 인도 인민당이 6년 동안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만.”
“6년이면 정치 구도가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죠. 그러니 인도 국민회의 당과 약속을 잡으라고 한 겁니다.”
인도 국민회의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정당이었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마하트마 간디가 속해 있던 정당이었고, 간디 당이라고도 불렸다.
“약속을 잡는 건 어렵지 않죠. 인도 국민회의 당수로 있는 미모안 싱 대표와의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아 두었습니다.”
“당수와 만나는데 그냥 갈 순 없죠. 호텔에서 좀 씻고 가야겠어요.”
호텔에서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잠시 동안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 뒤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거대 야당인 인도 국민회의 당수와의 저녁 식사 자리인데 너무 조촐한 식당으로 안내를 받았다.
“보안 때문에 이런 식당을 잡았나 보군요.”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식당의 외관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누구와 식사를 하는지가 중요하지.”
테이블이 3개밖에 없는 조용한 식당.
그 안에는 이미 미모안 싱 대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오신 줄은 몰랐습니다. 기다리게 하여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 없어요. 제가 약속 시간보다 더 일찍 왔을 뿐이죠.”
30분이나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건만.
미모안 싱 대표는 우리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식당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모습이 컨셉일까?
많은 사람들이 첫만남에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컨셉질을 하곤 했다.
하지만 미모안 싱 대표의 이런 행동은 컨셉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을 만나 봤지만, 항상 특이 사항에 돈 문제가 길게 나열되어 있곤 했다.
그런데 미모안 싱 대표는 너무도 깔끔했다.
청렴한 정치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정치인이지만, 그와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성향이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입니다.”
“반갑습니다. 인도 국민회의 미모안 싱입니다. 실제로 보니 더욱 미남이시군요. 애플의 제품 설명회에서 연설하는 걸 잘 봤습니다.”
확실히 애플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합동 연설을 한 번 했을 뿐인데 인도의 정치인까지 나를 알아보고 있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다는 뜻이었고, 그렇기에 지금 시점에 인도를 찾은 것이기도 했다.
“잘 봐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대화를 오래 나누고 싶지만, 제가 일정이 빡빡해서 시간을 많이 비울 수가 없습니다.”
“시간을 많이 뺏지 않겠습니다. 저는 태우그룹과 인도의 발전을 함께 고민하고자 대표님을 찾아왔습니다.”
정치인과 친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로비였다.
데이비드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정치인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돈의 힘이었다.
하지만 미모안 싱 대표에게는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았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아주 좋은 말씀이시군요. 태우그룹과 인도가 같이 발전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겠습니까?”
“애플의 제품 설명회를 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태우전자의 가전제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공장이 필요합니다.”
“인도에 공장을 짓고 싶다는 것이군요. 아주 좋은 생각이시군요. 그런데 그런 제안을 왜 저에게 하는지 모르겠군요. 지금 정부와 협상을 해도 될 문제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일이기도 하고요.”
공장 유치를 누가 싫어하겠나?
특히나 영토가 넓고 일할 사람이 넘치는 국가일수록 공장 유치를 적극 환영했다.
심지어 영토가 비좁은 한국도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었다.
그만큼 공장 유치는 그 지역에 이득이 가는 일이었다.
그러니 맨입으로 공장을 지어 줄 수는 없지.
공장 유치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였다.
“공장 유치는 물론이고, 인도의 우수한 인재를 태우그룹에서 적극 채용하고자 합니다.”
“그 또한 지금의 정부와 얘기해도 충분한 일이지요.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는 걸 봐서는 공장 유치와 인재 채용을 하는 대가를 받고 싶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인도 공과 대학(IIT) 한국 캠퍼스를 태우그룹이 유치하고 싶습니다.”
인도 공과 대학 IIT.
미국의 IT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이었고.
IIT 출신 개발자가 없으면 미국의 IT 기업들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재 7개의 캠퍼스로 되어 있는 IIT였고.
한국과 달리 캠퍼스가 일종의 독립적인 대학이었다.
그 말인즉슨, 한국 캠퍼스를 유치하면, 한국에 IIT 대학을 하나 짓는 거나 동일하다는 뜻이었다.
“IIT는 인도의 자랑입니다. 지금까지 외국에 유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교환 학생이라면 모를까 한국에 IIT 캠퍼스를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IIT에 들어가기 위해 인도의 우수한 학생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코타라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기숙 학원으로 탈바꿈할 정도로 인도의 교육열이 매우 뜨겁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한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인도의 교육열에 비할 수 있을까?
한국에는 대치동이 있다면 인도에는 코타가 있었다.
동네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기숙 학원이 될 정도였다.
“자식이 성공하는 걸 어느 부모가 바라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IIT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의 수는 너무 적습니다. 그러니 캠퍼스를 늘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도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 계획을 이미 세워 두었습니다. 2010년까지 8개의 캠퍼스를 새로 만들고, 15년 안에 8개의 캠퍼스를 추가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러면 총 23개의 캠퍼스가 생기는 거죠. 그 정도면 결코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어느 대학이 23개의 캠퍼스나 가지고 있겠나?
결국엔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인도 학생들이 모두가 IIT에 입학하길 원했고, 많은 기업이 IIT 출신을 선호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형적인 인도의 월급 체계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공대보다 의대가 인기가 많지만.
인도에서는 의사보다 IT 개발자가 더 많은 연봉을 받기에 모두가 IIT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23개의 대학 캠퍼스가 24개가 된다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국민 정서상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는 일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조건을 내걸겠습니다. IIT 한국 캠퍼스에 입학하는 모든 인도 학생의 등록금을 전액을 지원하고, 기숙사비, 식비, 그리고 생활 비용까지 전부 태우그룹에서 부담하겠습니다. 그리고 태우전자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금액을 인도 공장 건설에 투자하겠습니다.”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 아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미모안 싱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민 정서는 결코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돈을 뛰어넘는 명분과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지요.”
“그런 이야기를 한국과 인도는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가 2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관심이 가는군요.”
나는 여러 장의 사진을 가방에서 꺼냈다.
대부분의 사진이 유적지와 관련된 사진이었고, 왕족들이 묻혀 있는 왕릉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2천 년 전 한국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었고, 그중 금관가야의 시조가 된 수로왕의 왕후가 인도 사람입니다. 아야타 국의 공주이기도 한 허황옥이 그 주인공이며, 한국에서는 유적지로 허황후의 왕비릉을 관리하고 있기도 합니다.”
“2천 년 전의 인연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제가 그렇게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허황옥의 후손들은 허씨 성을 사용하고 있고, 그중에는 아주 뛰어난 인물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인물을 드라마로 만들어 큰 흥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허황옥이 인도 사람인지는 불분명했다.
많고 많은 전설일 수도 있었고, 진짜 인도 출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한국과 인도의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면 없는 전설도 진실로 만들 수 있었다.
“인도의 공주가 한국에서 왕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후손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를 기리기 위해 IIT 캠퍼스를 한국에 짓는다? 이렇게 되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명분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이 공감하기엔 조금 부족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한국의 드라마를 인도에서 방영을 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시청률이 50% 가까이 나온 허준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사실 허준은 허씨 성을 가졌다는 걸 제외하면 인도와의 접점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건 포장하기 나름이었고, 드라마 방영시기와 맞춰 허황옥과 허씨 성의 연관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솔직히 억지긴 했다.
2천 년 전의 전설로 남아 있는 왕후.
그리고 그녀의 성씨를 사용하는 허준.
하지만 작은 연관성만 있다면 충분히 스토리 텔링을 통해 괜찮은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었다.
“국민들이 허락만 한다면 IIT 한국 캠퍼스를 고려해 보긴 하겠습니다. 공장 유치와 인재 영입이라는 조건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문제는 태우그룹에서 해결하겠습니다. 대표님은 다음 정권의 총리가 되신 후 저희와 했던 약속만을 지켜 주시면 됩니다.”
“흠, 너무 섣부른 말씀이시군요. 제가 다음 총리가 될 거란 약속은 드리지 못합니다.”
“총리로 임명되신다면 그렇게 해 주십사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전적으로 태우그룹의 능력으로 IIT 한국 캠퍼스 유치를 이루어 내야만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인도 정부에서 막지만 않는다면, 이미 캠퍼스 유치를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태우그룹이 IIT 캠퍼스 유치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다음 일정을 위해 가 봐야 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도록 하지요.”
“귀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미모안 싱 대표는 서류를 챙겨 식당을 떠나갔다.
청렴결백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역시나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역시나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쉬운 법이었고, 이제부터 상대할 사람은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데이비드! 인도 국민회의 후원회장과 접촉을 해보세요.”
“이번엔 제 전공을 살려도 되나요?”
“당연하죠. 돈 없이 어떻게 선거를 치르겠어요?”
“그렇다면야 자신 있습니다! 돈으로 구워삶아 놓을게요.”
데이비드가 자신만만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모안 싱 대표가 청렴하다고 해서 그의 밑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청렴한 건 아니었다.
결국 정당이 굴러가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했고, 특히나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엄청난 자금이 꼭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