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
독식하는 재벌 3세-19화(19/518)
19화. 의사가 휘두르는 칼은 수술이다.(2)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상당했다.
사교계에 첫 등장 한 나와 안면을 트기 위해 연회에 참석한 모든 인원이 내게 다가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생에도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었다.
하지만 태우그룹이 힘들어지자 아무도 내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이들을 동료나 친구로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포식 관계.
나는 먹잇감을 탐색하기 위해 모두와 인사를 나눴고.
잠시 공백 상태가 찾아오자 이번엔 내가 먼저 움직였다.
“안녕하세요. 올해부터 회사 이름이 CL그룹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면서요?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기에 아주 좋은 회사명입니다.”
“저야 잘 모르는 일입니다. 집안 어르신들이 잘 상의해서 결정한 일이지요. 그래도 바뀐 회사명이 좋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내가 다가간 사람은 CL그룹의 고영준이었다.
그는 CL그룹의 재벌 3세였지만 나보다 한참 형이었다.
CL그룹의 역사가 워낙 깊다 보니 재벌 3세의 나이가 40이 넘었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셨으면 합니다. 제가 아직 어리고 경험이 적어 형님 같은 좋은 선배의 조언이 꼭 필요합니다.”
“허허, 제가 조언을 할 깜냥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연락만 주십시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지금은 잠시 창원에 내려가 있지만, 서울로 올라가면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고영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확실히 다른 재벌가와 달리 스스로를 양반가의 후예라 생각하는 CL그룹의 사람이라 그런지 말투부터 행동까지 우아함이 가득했다.
양반 가문의 특징이 무엇이겠나?
장자 승계.
과거에도 미래에도 CL그룹은 경영권 분쟁이나 왕자의 난 같은 시끄러운 일이 일절 생기지 않았다.
어른들의 말에 따른다.
그리고 방계의 경우에도 괜찮은 계열사를 하나 떼어 주니 뒷말이 나올 일이 없었다.
고영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장자가 아니었기에 이미 후계자가 될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내가 왜 그에게 접근했겠나?
부채질.
후계자가 될 능력이 있다고 옆에서 부추기기 위함이다.
그리고 밀어주기까지 할 생각이다. 그래야 후계 싸움이 일어나니까.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 당연히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때가 되면 알짜배기 같은 CL그룹의 계열사 몇 개를 날름 받아먹을 수 있게 된다.
“안녕하세요. 김민재입니다.”
나는 먹잇감을 계속해서 찾아다녔다.
재계 30위 안에 드는 곳 중에 내가 먹잇감으로 선택한 곳은 대략 5곳.
특히나 왕자의 난이 크게 일어나게 될 현재그룹과 현진그룹 재벌 2세, 3세와 친분을 다졌다.
태어나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해 본 적이 있었나?
아무리 물을 마셔도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하지만 전혀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겁기만 했다.
사냥감을 만나는 일이 힘들면 사냥을 그만둬야지.
* * *
바쁜 토요일을 보내고 창원으로 내려왔다.
기차에서 조금 쉬긴 했지만, 연회장에서 워낙 많은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쉴 틈이 없다.
나는 힘든 몸을 이끌고 창원에서 가장 큰 호텔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강 대위님 혼자 계시네요.”
“밑에 애들은 일하러 나갔습니다. 그리고 걔들이 대표님의 얼굴을 알아서 좋을 건 없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센스가 좋은 강 대위였다.
그리고 센스만큼이나 실력도 탁월했다.
“증거 하나를 잡았습니다.”
“벌써요? 작업을 어제부터 시작했는데 벌써 잡았다는 건, 설마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서우태 공장장과 경리인 한지혜가 어제 만남을 가졌습니다. 장소는 지금 있는 호텔이었습니다.”
“설마 예상하고 여기 호텔을 지휘실로 구한 건가요?”
“그건 아니었습니다. 운 좋게 그들이 우리가 있는 호텔로 알아서 들어왔습니다.”
하긴 창원에서 좋은 호텔은 몇 곳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도 서 공장장이 운이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호랑이 굴로 스스로 들어오냐.
“그런데 무슨 증거를 잡았죠? 같은 호텔에 묵었다고 해서 증거를 수집하긴 한계가 있었을 건데요.”
“돈으로 호텔 직원을 매수해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매수에 돈이 좀 들긴 했습니다.”
“잘하셨어요. 제가 다시 말하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돈으로 해결 보세요. 그게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이니까요.”
강 대위가 증거들을 꺼내 들었다.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을 건데 참 다양한 증거를 수집했다.
“감청에 사진에 설마 동영상까지 촬영했나요?”
“기무사에서 사용하던 장비들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불법적으로 수집한 자료라 법적인 증거로 채택 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요. 법적 증거는 돌아이팀에서 찾으면 되고, 이런 증거는 다른 곳에 사용하려고 수집하는 거니까요.”
“다른 곳이라고 하면 어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간질에 쓰려고요.”
서 공장장과 두 명의 경리.
아! 와이프까지 더해야 하니 사각관계인가?
“두 명의 경리를 서로 적대시하게 만드실 계획이시군요.”
“경리뿐 아니라 서 공장장도 적대시하게 만들어야죠. 그렇게만 하면 알아서 내부 자료를 제게 가져다 바칠 거예요.”
“그럼 나머지 증거도 최대한 빨리 수집하겠습니다.”
이간질 작접을 시행하려면 다른 경리인 주영미의 자료도 필요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서 공장장과 주영미에 관한 증거를 잡아 온 강 대위였다.
“주영미 경리의 오피스텔로 서 공장장이 들어가는 모습을 확보했습니다.”
“설마 주영미가 지내는 오피스텔을 서 공장장이 구해 준 건 아니죠?”
“오피스텔은 창원 부품 공장에서 월세를 내고 있었습니다.”
“자기 돈도 아니고 회사 공금으로 애인 월세를 내주고 있단 말이네요.”
알면 알수록 참 대단한 사람이다.
어제는 한지혜와 오늘은 주영미와.
진짜 창원 부품 공장을 자신의 왕국쯤으로 생각하는 건가?
아니지. 이 정도면 진짜 창원 부품 공장은 서 공장장의 왕국이나 다름없었다.
“창원 부품 공장의 모든 회계는 서 공장장의 입김이 들어가고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아니 왜 남의 그룹 안에 자신의 왕국을 만드나 몰라. 이런 놈은 일벌백계해서 본보기를 보여야겠죠.”
강 대위가 입술을 꽉 다물었다.
나보다 더 강하게 서 공장장을 향해 적개심을 불태우는 그였다.
“치부를 더 찾아보겠습니다.”
“여기서 치부를 더 찾아봐야 오십보백보죠. 제가 내부 자료를 구해 올 테니까. 지금부터는 돌아이팀에 집중해서 법적인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지혜 씨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현재 자기 파벌 3명과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강 대위는 이미 사람까지 붙여 놓았다.
군인 출신이라 그런지 일 처리가 아주 깔끔하다니까.
* * *
자그마한 커피숍.
아직 한국에는 대형 커피 전문점이 런칭하기 이전이었다.
전생에는 블록 하나마다 커피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방에서 조금 발전한 수준의 커피숍이 전부였다.
말 나온 김에 스타박스를 내가 런칭할까?
외환위기 때문에 스타박스 런칭이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1999년이 되어서 들어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미국에 사람을 보내 놔야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커피숍 근처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때마침 한지혜와 3명의 경리들이 커피숍에서 우르르 나왔다.
빵! 나는 가볍게 크락션을 울려 관심을 끌었다.
“여기서 다 보네요.”
“어! 차장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근처에 볼일이 있어 잠시 들렀어요. 집에 가시는 길이면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경계심 없이 차에 올라타는 그녀들이었고.
나는 의도적으로 한지혜를 제외한 인원부터 집에 내려다 주었다.
마지막으로 한지혜만이 차에 남게 되자 나는 은근슬쩍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혹시 서 공장장님과 주영미 씨가 따로 만나는 사이인가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제 둘이 같이 다니는 모습을 봐서요.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럴 리가요. 서 공장장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세요.”
그럴 분이 아니긴 개뿔.
너랑도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데 다른 여자랑은 불륜을 못 저지르겠어?
아! 자기랑 만나니 다른 여자랑 불륜을 저지를 일이 없다는 말인가 보네.
“혹시 몰라서 사진도 한 장 찍어 뒀어요.”
“어?! 어…….”
나는 디지털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해 사진을 보여 주었다.
무려 600만 화소로 촬영이 가능한 디카로 4천만 원이나 주고 구입한 신제품이었다.
조금만 지나도 휴대폰에도 500만 화소 카메라가 달려 나오겠지만, 지금은 600만 화소의 디지털카메라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제 취미가 사진 촬영이거든요. 사람을 잘 찍진 않는데 어제는 워낙 놀라서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네요.”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고개를 숙이는 한지혜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설마 서 공장장을 진짜 사랑했던 걸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저 배신감에 분노가 차오르는 거겠지.
아니면 자신보다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주영미에게 밀려났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든가.
“서 공장장님 참 별로네요. 이런 사람을 믿고 창원 부품 공장을 맡겨도 될지 모르겠어요.”
“공장장을 교체하실 생각이세요?”
“제가 그럴 힘이 어디 있겠어요. 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할아버지에게 보고해서 그렇게 할 수는 있겠지만요.”
“제가 돕겠습니다! 서 공장장의 비리를 전부 찾아내서 드릴게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
지금 상황에서 딱 맞는 속담이었고, 한지혜는 복수심에 잠식되어 반쯤 미쳐 있었다.
“그래 주시면 제가 최대한 한지혜 씨는 보호해 드릴게요. 시설이 더 좋은 창원 1공장이나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요.”
“맡겨만 주세요. 제가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구해 드릴게요.”
“우선 진정부터 하세요. 너무 흥분하면 티가 나기 마련이에요. 이래서는 서 공장장이 미리 알아차리고 말 겁니다.”
“후우. 후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는 그녀였고.
결심한 눈빛으로 내게 고개를 숙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다음 작전을 생각했다.
“우선 한 명은 건졌고, 그럼 나머지 한 명도 시작해 볼까.”
서 공장장은 아주 꼼꼼한 사람이다.
분명 한지혜와 주영미에게 다른 일을 맡겼을 것이고.
모든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영미도 복수심에 불타게 만들어야 했다.
“주영미도 오늘 안에 끝내야겠어.”
나는 차를 운전해 주영미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 * *
다음 날.
나는 한지혜와 주영미의 복수심이 얼마나 뜨거운 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한지혜가 나를 찾아왔고, 은밀히 서류 봉투 20개를 내밀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이중 장부예요. 퇴근 시간 전까지 다른 자료도 전부 수집해서 드리겠습니다.”
“마음고생 많으셨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휴가라도 다녀오세요. 휴가를 갔다 오면 서 공장장은 더는 창원에서 보기 힘들어질 거예요.”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복수심에 불타는 건 한지혜뿐만이 아니었다.
주영미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찾아왔고, 그녀 역시 서류 봉투 다발을 내밀었다.
“이번에 팔레트 공장 계약은 전부 서 공장장이 뒷돈을 챙길 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같이 일을 진행한 임직원의 명단과 자료까지 같이 들어 있습니다.”
“아주 몹쓸 사람들이네요. 다시는 태우그룹에 발도 못 붙이도록 만들어 드리죠.”
“그런데 저에게 피해가 오진 않겠죠?”
“그건 걱정 마세요. 주영미 씨에게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드리죠.”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모든 자료를 강 대위에게 넘겼고.
강 대위는 국세청과 경찰, 검찰의 에이스로 구성된 돌아이팀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