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0)
독식하는 재벌 3세-190화(190/518)
190화. 브랜드의 가치 (4)
부회장실로 찾아온 아노르 가문의 담당자.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가 일반적인 담당자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어서 오세요. 델핀 아노르 씨가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를 아시나 보네요?”
“아노르 가문의 장녀를 제가 어떻게 몰라보겠습니까?”
“김민재 부회장님처럼 유명 인사가 아닌데 알아봐 주셔서 영광이네요.”
담당자의 정체는 아노르 가문의 장녀였다.
그냥 장녀도 아니고, 앞으로 아노르 가문을 이어받을 상속녀이기도 했다.
그녀가 앞으로 상속받을 유산이 30조 원에 달했고, 앞으로 명품계의 여왕이라 불리게 될 사람이기도 했다.
“갑자기 찾아오셔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제대로 의전도 해 드리지 못했네요.”
“중국에서 미팅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전에 바로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었죠.”
20대 중반의 나이인 델핀 아노르였다.
하지만 나이답지 않은 성숙미를 풍기고 있었고, 이미 여러 사업에 뛰어든 능숙한 사업가이기도 한 그녀였다.
어떻게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기도 했다.
대기업을 이어받을 후계자.
그래서 그런지 첫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고 오히려 유대감까지 느껴졌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는데 시간을 많이 뺏진 않겠습니다.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싶어서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이미 애플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나요?”
“명품 가전제품 출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협업한 제품도 일반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그보다 몇 단계 더 고급화된 제품을 아노르 가문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델핀 아노르는 얇은 다리를 꼬며 고민에 빠졌다.
금발의 머리칼을 베베 꼬며 고민에 빠졌던 그녀가 한참이나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 같군요. 태우전자의 가전제품이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었어요. 브랜드 이미지가 우리 회사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우그룹과 아노르 가문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제안임을 확신합니다.”
“그런데 굳이 우리가 가전제품과 협업을 해야 할까요? 아무리 명품 가전제품이라고 해도 가전제품은 가전제품에 불과하죠.”
당돌한 발언이었다.
가전제품을 낮추어 보기에 나온 발언이었다.
향수, 핸드백, 지갑, 시계 등.
이런 고가의 사치품은 부유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지만, 가전제품은 누구든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그녀였다.
“명품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부러움을 일으키게 하기에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우전자에서 앞으로 출시할 고급 라인 제품 또한 그렇게 만들고자 합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하지만 우리 브랜드의 희소성을 그렇게 소비하고 싶진 않아요. 우리가 왜 태우전자와 협업을 해야 하죠?”
이런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명품 브랜드와 다른 산업의 협업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몇 년만 지나도 가전제품, 자동차, 가구 등 다양한 산업과 협업을 하게 된다.
명품 브랜드도 가전제품 회사도 모두 이득을 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기에.
이런 말로는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고, 나는 다른 방식으로 그녀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노르 가문이 태우그룹과 협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 드리고 싶은데,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늘은 다른 일정이 없어요. 얼마든지요.”
“그럼 기술 연구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녀를 기술 연구소로 안내했다.
기술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제품이 개발 중이었고.
프리미엄 제품 라인 개발도 이미 진행 중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 마디 말보다 직접 제품을 눈으로 보여 줘야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저 안이 태우그룹 기술 연구소입니다. 태우그룹 임원이라고 해도 허가 없인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요.”
“그렇군요. 뛰어난 보안 시스템을 보여 주자고 저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건 아니시죠?”
명품은 어찌 보면 예술의 영역이었다.
예술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남들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델핀 아노르도 마찬가지였다.
기업가이면서 예술가이기도 한 그녀였고.
그녀에게 난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줄 자신이 있었다.
“태우그룹이 만들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말이 거창하시군요. 자는 말 많은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도도하게 개발실로 들어서는 델핀 아노르였다.
그런 도도한 표정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개발실은 일종의 모델 하우스처럼 꾸며져 있었고, 다양한 신제품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음껏 구경하셔도 좋습니다. 모두 작동이 가능한 제품들이니 천천히 구경해 보세요.”
“지금까지 못 보던 제품들이긴 하네요.”
또각또각!
그녀는 하이힐 소리를 내며 냉장고로 다가갔고.
그녀가 냉장고 상부를 만지는 순간, 회색이었던 냉장고 상단부가 투명해지며 내용물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음, 신기하긴 하군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인공지능까지 탑재되어 있습니다. 헤이! 픽시, 프랑스에서 손님이 왔는데 추천해 줄 만한 요리가 있어?”
[꼬꼬뱅을 추천드립니다. 꼬꼬뱅에 필요한 재료를 알려 드리겠습니다.]냉장고 상단부가 이젠 레시피가 되었다.
필요한 재료부터, 요리 순서까지 송출되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가전제품.
아직 생소한 기술이었기에 델핀 아노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기술이 벌써 이렇게 발전했군요.”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인공지능이 적용된 가전제품은 냉장고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음성 인식을 통해, TV와 에어컨까지 작동시켰고.
전등, 커튼까지 음성인식을 통해 작동하는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SF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기술들이군요.”
“시대를 앞서 나가는 기술들입니다. 여기에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가 합쳐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코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상승한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내 말이 들리기는 하는 걸까?
그녀는 신제품을 작동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우는 초대형 TV, 터치로 작동하는 냉장고 등.
모든 제품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그녀였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제품 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군요.”
“프리미엄 제품 라인의 경우엔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맞춤 제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최고급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패널을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개선할 부분도 상당히 많아요. 우리 가문의 디자이너들이라면 보다 더 뛰어난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겠어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델핀 아노르였다.
처음 개발실로 들어올 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이 기운 것은 아니었다.
“아직 마음에 걸리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태우전자의 제품들이 우수한 건 알겠어요. 그리고 제 마음에도 쏙 들고요. 하지만 가문의 어르신을 설득하기엔 부족해요.”
결국엔 돈이 문제 아니겠는가?
회사에 얼마나 이득이 되냐에 따라 협업이 결정되기 마련이었다.
“중국 일정을 다녀오셨다고 하셨죠? 중국과의 일은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중국 고위층과 선이 닿아 있으신가요?”
“생각하는 그 이상의 일을 제가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튼튼한 연줄을 잡고 있었다.
태우자동차부터 게임 판호, 그리고 애플의 중국 공장까지.
모두가 성공한 사업들이었고, 성공의 과실을 고위층과 나눠 먹고 있었다.
과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 고위층은 내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흠,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을 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다른 브랜드도 이번에 진출하려고 하고 있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나 보군요.”
“정치권의 이권 문제가 얽혀 있어서 쉽지가 않네요.”
“이번 주 내로 그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나 빨리 가능하세요?”
나는 미소로 화답했고.
그녀는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
델핀 아노르와의 만남을 마치고.
나는 데이비드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직 인도로 출발 안 했죠?”
[이제 출발하려고 짐 싸고 있었어요.]“다행이네요. 인도 가기 전에 중국에 들렀다가 가세요.”
[혹시 아노르 가문의 문제를 해결하러 중국으로 가라는 말씀이신가요?]“맞아요. 가능하겠어요?”
[사실 제가 중국에 갈 필요도 없는 일이긴 합니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이 가능하죠. SAVE 투자회사와 태우그룹이 중국 고위층에 갖다 바친 돈이 얼만데요.]“그만큼 빼먹기도 했죠.”
돈을 들여 꽌시를 형성했고.
그로 인해 우리도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중국 최고위층에 많은 돈을 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오랜만에 형제들과 술을 마셔야겠네요.]“그런데 주석이 이번에 바뀌었는데 가능하겠어요?”
[주석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라인 VVIP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오히려 중국 주석보다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죠.]중국과의 관계는 최소 10년은 걱정이 없었다.
그 이후의 상황도 이미 대비를 하고 있기도 했다.
“그럼 빠르게 해결하고 인도로 넘어가세요.”
[이번 일만 끝나면 한 달 정도 휴가를 가도 되죠? 어디 조용한 곳에 들어가서 간을 좀 회복해야겠어요.]“그렇게 하세요. 휴가비도 넉넉하게 지원해 드리죠.”
[그럼 확실하게 처리해 놓겠습니다!]데이비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여러 곳에 꽌시를 만들어 두었기에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
며칠 후.
프랑스로 돌아간 델핀 아노르는 가문의 어르신들의 부름을 받았다.
“한국의 태우그룹에서 중국의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한 게 사실이더냐?”
“그렇습니다. 우리와의 협업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델핀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일이 잘못 되었나?
태우그룹이 대기업이라고 해 봐야 작디작은 한국에 위치한 기업에 불과했다.
자신들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을 태우그룹이 어떻게 해결하겠어?
“허허, 약속은 지키는 곳이로구나.”
“네? 무슨 말씀이신지?”
“중국과의 일이 아주 잘 해결되었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깐깐하게 굴던 놈들이 이젠 아양을 떨고 있다고 하구나.”
“정말입니까?”
허풍이 아니었어?
설마 이렇게나 빨리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태우그룹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중국의 문제는 위상 정도론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태우그룹이 중국의 최고위층과 아주 끈끈한 인연이 있나 보구나.”
“김민재 부회장이 자신감이 넘쳐 보이긴 했었습니다.”
“태우그룹의 후계자가 김민재 부회장이라고 했더냐?”
“그렇습니다. 현 태우그룹의 회장은 그의 할아버지고, 유일한 혈육입니다.”
“이번에 알아보니 태우그룹의 성장세가 아주 무섭더구나. 우리와 견주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기업이었어. 그리고 태우그룹의 성장을 이끈 사람이 김민재 부회장이더구나.”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였다.
그런데 태우그룹과 김민재 부회장을 극찬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델핀이었다.
“애플 제품 설명회에서도 스티브와 합동 연설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나도 찾아보았단다. 2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연륜이 느껴지더구나.”
“능력이 출중한 사람임에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지금보다 더 깊은 인연이 된다고 해도 우린 허락하기로 했단다.”
“무슨 말씀이신지?”
“네 짝으로 삼아도 괜찮은 사람 같더구나.”
델핀이 얼굴을 붉혔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그녀였기에 지금의 상황이 부끄럽기만 한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