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1)
독식하는 재벌 3세-191화(191/518)
191화. 브랜드의 가치 (5)
아노르 가문은 기업인 집안이었다.
현재의 가주인 버나드 아노르는 그런 가문의 지원을 받아 명문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명품 제국을 만든 건 순전히 그의 능력이었다.
미국으로 넘어가 부동산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그를 바탕으로 프랑스로 다시 돌아와 명품 브랜드를 사들여 제국을 만들었다.
그렇기에 아노르 가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버나드 아노르였고,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를 조심스럽게 대했다.
“흠흠, 델핀의 혼처를 정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싶진 않다만, 그래도 아시아인 남성은 좀 그렇지 않느냐?”
“피부색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가진 능력이 뛰어나다면 국가와 인종은 상관없습니다.”
“그 정도로 김민재 부회장의 능력이 뛰어나더냐? 이제 막 20대 중반에 불과한 사람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구나.”
버나드 가주는 가문의 어르신들을 둘러봤다.
평생을 프랑스에서만 보낸 어르신들이었고, 어찌 보면 우물 안 개구리와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태우그룹은 대한민국 재계 1위 그룹입니다. 그런 그룹의 후계자니 당연히 걸맞는 평가를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봐야 아시아 변방에 위치한 나라에서 1위에 불과하지 않느냐.”
“제가 미국에 많은 인맥이 있는 건 아시지요?”
“미국에서 부동산 사업을 할 때부터 인맥을 많이 만들었다는 건 알고 있지.”
“김민재 부회장은 태우그룹의 후계자기도 하지만, 월가에서도 꽤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태우그룹의 힘이 아니라 김민재 부회장의 개인 능력으로 월가에서 유명세를 떨쳤다고 하더군요.”
버나드 가주는 김민재 부회장에 관한 정보를 인맥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도 자세한 정보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저 단편적인 정보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김민재 부회장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이 움직였음에도 정보를 차단당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차단할 정도의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민재 부회장을 고평가해야만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우리 가문에 비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태우그룹의 매출이 우리 가문의 매출의 2~3배에 달합니다. 순익만 놓고 봐도 우리 가문보다 몇 배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명품 제국을 만든 아노르 가문이었다.
엄청난 매출 규모를 올리고 있긴 했지만, 아직은 성장기에 불과했다.
“지금이야 매출 규모에서 차이가 나지만, 우린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않느냐. 몇 년 뒤에는 우리 가문의 매출이 태우그룹의 매출을 뛰어넘을 게야.”
“우리 가문의 성장은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태우그룹의 성장세에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산업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습니다.”
“이제 그만 속마음을 털어놓거라. 무슨 이유로 태우그룹 후계자를 델핀의 피앙새로 삼으려고 하는 게냐?”
버나드 가주가 살짝 당황했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고 자부했지만, 갓난아기 때부터 자신을 본 어르신들 앞에선 속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우리 가문이 프랑스 1위 가문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베텐코트 가문을 넘어 프랑스 최고의 가문이 되기 위해선 태우그룹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이라면 태우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
“협업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태우그룹을 우리 가문에 종속되게 만들어 버리면 우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거대한 제국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너무도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버나드 가주였다.
마치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앞에 둔 아이마냥.
“태우그룹을 인수 합병이라도 하겠다는 게냐?”
“김민재 부회장은 유일한 상속자이자 후계자입니다. 그를 우리 사람으로만 만들 수 있다면 태우그룹은 우리 가문의 그룹이 되는 셈이 아니겠습니까?”
“반대로 우리 가문이 태우그룹에 종속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태우그룹은 김민재 부회장이 유일한 상속자이지만, 우리 가문은 사정이 다릅니다. 델핀 밑으로 4명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습니다. 결코 그런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버나드 가주는 김민재 부회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과소평가를 하고 있었고, 태우그룹을 아노르 가문의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가능하겠느냐?”
“물론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2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 시간 동안 발톱을 숨겨야 한다는 것이 어렵겠지만, 가문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 하겠습니까?”
“착한 장인어른 행세라도 하겠다는 게냐?”
“행세가 아니라 정말 착한 장인어른이 될 생각입니다. 태우그룹을 우리에게 넘겨줄 손자를 위해서라도요.”
버나드 가주는 이미 모든 계획을 구상한 상태였고.
태우그룹을 가문에 흡수시킬 수만 있다면 프랑스 1위 가문이 아니라 유럽 1위 가문의 자리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
며칠 후.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이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깜짝 방문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좋은 소식을 직접 알려 드리고 싶어 급히 출발했어요.”
깜짝 손님의 정체는 델핀 아노르였다.
프랑스로 돌아간 그녀가 며칠도 되지 않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델핀 씨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다고 하니 더 기대가 되는군요.”
“태우전자와 협업하기로 결정이 떨어졌어요. 모든 디자인을 우리 가문의 디자이너들이 담당하게 되고, 우리 브랜드의 로고를 마음껏 사용하셔도 돼요.”
“생각보다 더 좋은 소식이군요.”
“그 대신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최고급으로 해야 하고, 수제작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해 주셔야 해요.”
“이미 그렇게 제작 중입니다. 원하시는 모든 조건을 맞춰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 조건쯤이야.
프리미엄 라인 제품의 경우엔 대량 생산보단 소량 맞춤 생산을 통해 태우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용도였다.
그러니 아노르 가문과의 협업으로 제품을 생산한다고 홍보만 할 수 있다면, 영업이익은 포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말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태우그룹은 왜 백화점 사업을 하지 않나요?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다면 여러 가지 사업을 협업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서 하는 말이에요.”
“태우그룹도 백화점을 보유했었던 적이 있지만, 그룹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 매각했습니다.”
“정말 아쉽네요. 가문의 여러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하려고 하는데 어디와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서요. 런칭을 원하는 백화점은 많은데 제 마음에 드는 곳이 별로 없네요.”
나도 살짝은 아쉬웠다.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해가 지날수록 거대해진다.
회귀 전에는 세계 10대 명품 시장으로 올라설 정도로 명품을 좋아하는 한국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백화점을 다시 인수할 순 없지.
지금도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욕을 듣고 있는 판국에 백화점까지 진출해 버리면 무슨 욕을 더 들을지 모르니까.
“태우그룹 차원에서 보유한 자료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전국 백화점의 장단점을 기획실에서 분석한 자료가 있습니다.”
“정말요? 그럼 염치없지만 감사히 받을게요. 감사의 의미로 제가 식사를 대접해 드려도 될까요?”
“한국까지 오셨는데 대접은 제가 해 드려야죠.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델핀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고.
식사와 더불어 최고급 와인까지 마시며 오후 시간을 그녀와 보내었다.
***
다음 날.
살짝 숙취가 남은 상태로 출근을 했다.
기획실장은 눈치 빠르게 숙취 음료와 함께 일일 보고서를 내밀었다.
“아노르 가문의 후계자와 술을 많이 드셨나 봅니다?”
“몸은 가냘픈데 간은 천하장사더라고요. 와인을 몇 병이나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오전부터 보고할 내용이 꽤 많아 보이네요.”
“부회장님이 관심 있게 지켜보라고 한 인도 관련 내용입니다.”
나는 자세를 바로 세웠다.
인도에 공을 많이 들인 만큼 허투루 들을 수가 없었다.
“허준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시청률은 잘 나왔나요?”
“정확한 시청률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합니다. 특히나 허황후의 다큐멘터리를 같이 방영한 것이 효과가 매우 컸습니다.”
허준 드라마는 한류 열풍의 시작이라고 봐도 되는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는 65%에 가까운 시청률이 나온 드라마였고, 중국, 이라크, 터키, 일본 등에서 인기를 증명했다.
인도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허황후와의 관계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앞서 방영했기에.
허준을 그저 외국의 위인이 아니라 인도와도 관련 있는 위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인기가 있다니 다행이군요. 언제까지 방영이 되는 거죠?”
“64부작이라 내년 초는 되어야 합니다.”
“아주 좋군요. 인도 총선 시즌에 맞게 완결이 되겠어요.”
IIT 유치를 위해선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했다.
그렇기에 허준 드라마의 인기가 중요한 것이기도 했다.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실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으며, 허준 드라마 주인공들의 인도 방문 계획도 세워 두었습니다.”
“잘하고 계시군요. 다른 보고 안건도 있나요?”
“불법 선거 자금 관련해서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불법 선거 자금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원래 법정 싸움이라는 게 짧으면 몇 달 길면 몇 년도 가기 마련이니까.
“또 더 나온 게 있나요?”
“검찰에서 중간발표를 했는데, 추가로 10대 기업 3곳이 불법 선거 자금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기업 하는 곳 중에서 선거 자금과 관련 없는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겁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검찰에서도 태우그룹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10대 기업 대부분이 불법 선거 자금과 연루되어 있는데.
재계 1위인 태우그룹만이 관련이 없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러니 검찰 쪽에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나온 게 있나요? 아무리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곳이 없다곤 해도 우리는 정말 아무런 연관이 없지 않습니까.”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투명성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썼기에 검찰에서 아무런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외환 위기 이전의 일을 문제 삼으면, 삼을 수도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라 그렇게까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획실장의 말에 살짝 울컥했다.
태우그룹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우린 더 이상 비자금을 만들지도 않았고, 회계 자료도 여러 곳의 외부 감사를 통해 다중으로 검사하고 있었다.
“내년까지는 불법 선거 자금 후폭풍으로 정치권이 시끄럽겠군요.”
“2004년 17대 총선까지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문제는 총선이 지난 뒤 불법 선거 자금 사건이 조용해지고 나서부터입니다.”
“정치권에서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긴 하겠죠.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겠습니다.”
정치권에 휘둘리는 건 이젠 그만하고 싶었다.
역설적으로 그러기 위해선 정치권에 우리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했다.
이미 복잡한 이권 관계로 얽힌 기존의 정치인이 아닌, 오직 태우그룹만을 위해 일해 줄 정치인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