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2)
독식하는 재벌 3세-192화(192/518)
192화. 사내 복지 제도 (1)
정치인과 스타트업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점이 많았다.
성공하기 위해선 투자자로부터 돈을 투자받아야 했고.
사업이 성공한다면, 투자자들은 투자한 돈만큼의 지분을 원했다.
스타트업의 경우야 지분을 넘기겠지만.
정치인은 지분이 아니라 자신의 영향력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갚는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정치인은 정당이라는 연합을 통해 투자를 강제로 이끌어 낸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 투자자라고 할지라도 정당의 위에 올라설 수는 없었고, 결국엔 투자자가 을이 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기존의 정치 문법과 다른 정치인을 양성할 필요가 있겠어요.”
“너무 위험한 발상이십니다. 정치인은 결국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하는 사람들입니다. 키워 준 사람의 목에 칼을 넣는 짓을 밥 먹듯이 하는 파렴치한들입니다.”
“저도 잘 알아요. 그래서 기존의 정치권과 단절하기 위해 후원을 중단한 것이기도 하고요.”
기획실장이 눈을 깜빡거렸다.
정치 후원금을 중단했으면서 정치인을 양성하겠다는 건 너무도 상반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치인을 양성하는 순간 정치권과 깊은 관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회장님은 정치권과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정치권과 깊게 연관되어 좋은 결과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
“현재그룹만 봐도 그렇죠. 기업가가 정치에 개입하는 순간, 정치 보복을 당하기 마련이고요.”
“그런데 왜?”
“저는 현재그룹처럼 대통령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을 이용해 이권을 얻어 내거나 라이벌 그룹을 압박할 생각도 없어요.”
“그런데 왜 정치인을 양성하시겠다는 겁니까?”
“태우그룹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막기 위해서죠. 정치권이 우릴 표적으로 삼지 못하도록 할 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정치권은 결국 표 싸움이 되기 마련이었다.
항상 거대 정당이 표를 나눠 먹었고, 시대에 따라 더 많은 표를 보유한 정당이 막강한 권력을 행세했다.
이런 고리타분한 정치 상황을 타파하고 싶었다.
물로 내가 한국 정치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저 태우그룹이 정치 보복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걸 막기 위함일 뿐이었다.
“부회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거대 양당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정치 보복을 피할 수 있습니다. 어디 한쪽과 손을 잡는다면 당장은 좋을 수도 있지만, 권력이 옮겨지는 순간 더 큰 피해를 입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거대 양당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거죠. 교섭 단체 규모의 정당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면, 거대 양당의 정치 보복을 여의도 내에서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교섭 단체 정당.
20인 이상의 국회의원이라면 교섭 단체를 만들 수 있었다.
겨우 20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거대 양당이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20명의 국회의원이 모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하겠습니까? 거대 양당이 몇 번이나 쪼개진 적이 있었지만, 결국엔 다시 합치곤 했습니다.”
“국회의원 20명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결국 그들도 거대 양당에 흡수될 가능성도 높죠. 정치판에 지각 변동이 생기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고 봅니다.”
“혹시 정치판에 큰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불법 대선 자금의 여파로 정치판에 균열이 생겼다고 판단하시는 겁니까?”
“설마요. 총선 시즌이 다가오면 불법 대선 자금 이야기는 쏙 들어가 버릴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겠죠.”
선거판에 검은돈이 흘러 들어가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만큼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일이었고, 익숙한 일일수록 기억에서 빨리 잊히는 법이었다.
“그럼 다른 무슨 일이 터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여당과 야당 모두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더군요. 분명 큰 사건이 터지게 될 겁니다. 그때를 노려 거대 양당과 이해관계가 엮이지 않은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나겠습니까?”
일어나고말고.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내년에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바람을 바라게 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우리가 만든 20명 이상의 정치인을 국회의원으로만 만들 수 있다면, 더는 거대 양당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었다.
“반드시 일어납니다. 그런데 20명은 조금 적긴 하겠군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려면 30명 정도는 되어야 안정권이겠군요.”
“다다익선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30명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건 나중의 일이고, 국회의원을 할 정도로 이름 있는 사람 30명을 모을 수는 있겠습니까?”
“태우그룹에서 나선다면 가능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가 정치에 개입한다는 정보가 흘러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명단만 만들어서 주세요. 태우그룹과 전혀 관련 없는 곳을 이용해서 그들을 지원하면 되니까요.”
“이번 주 내로 50명 정도를 추려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정치권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좋은 기회였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게 될 터.
그러니 무조건 이번 기회를 살려 정치권이 더는 태우그룹을 타켓으로 삼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 둬야만 했다.
* * *
해가 지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가방을 챙겨 퇴근하려고 할 때,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데이비드! 이 시간에 어쩐 일이죠?”
[한국에 왔습니다! 지금 강 대위의 사무실에 있는데 시간 괜찮으세요?]“데이비드가 한국에 왔는데 없는 시간이라도 쪼개서 만나야죠. 지금 바로 강 대위 사무실로 가죠.”
강 대위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는 데이비드가 나를 반겼다.
“바로 휴가를 가려고요?”
“보스 얼굴만 보고 바로 휴양지로 떠나려고요. 이미 짐도 보내 놨어요.”
조금 배가 아프긴 했다.
누군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는데, 누군 휴양지에서 쉰다니.
하지만 노랗게 떠 있는 데이비드의 얼굴을 보아하니, 여기서 더 굴렸다간 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그간 고생했어요. 휴가 기간 동안은 절대 술 마시지 마시고요.”
“당연하죠. 술이라면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그런데 휴가 보고를 하려고 한국까지 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죠?”
“보고드릴 사항이 몇 개 있습니다. 먼저 아노르 가문의 델핀이 한국으로 완전히 들어와 살려는 것 같습니다.”
아노르 델핀이 한국에 자리를 잡는다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중국도 아니고 한국에 자리를 잡는다고요? 태우그룹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디자이너만 한국으로 보내도 충분한 일인데.”
“저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한국으로 삼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저도 중국에 자리를 잡는 게 훨씬 나아 보입니다.”
“아마 다른 이유가 있나 보군요. 뭐 무슨 이유든 태우그룹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죠. 아노르 가문이 한국에 자리를 잡을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고 홍보할 수 있으니까요.”
아노르 가문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특히나 아노르 가문의 상속녀인 델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새로운 협업도 가능했다.
“다른 보고 사항은 인도 관련입니다.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 허준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 그런지 여러 인도 방송국에서 다른 한국 드라마 방영을 요청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요청이라면 당연히 들어줘야죠.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위주로 인도로 진출시키세요.”
한류가 시작하는 시점이 이맘때쯤이었다.
아직은 살랑바람 정도에 불과한 한류 열풍이었지만, 10년만 지나도 한국의 문화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특히나 인도에서 한류 열풍은 매우 중요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쌓여야지만 IIT(인도 공과 대학) 유치가 쉬워지니까.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인도로 진출시키는 김에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OTT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벌써요?”
“네?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잠시 말이 헛나왔다.
OTT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자체 제작되어 크게 인기를 끄는 건 15년은 지나서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 될 이유가 없긴 했다.
“안 될 이유는 없죠.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판권을 구입해 해외로 진출하고, 자체 제작도 진행해 보세요.”
“자체 제작까지 하려면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에 비하면 반값도 안 들어가요.”
“그건 그렇지만,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의 경우엔 자막이 들어간 드라마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빙을 해도 되긴 하지만, 더빙을 하면 영화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국가가 미국이라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폐쇄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나 문화 예술 쪽에서 그런 성향이 강했고,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작품을 기피하는 미국 고객들이었다.
“작품성만 좋으면 언어의 장벽도 무너지지 않겠어요? 그러니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감독과 배우를 섭외해서 작품을 만드세요. 영화계에서 주는 돈의 2배를 주더라도 영입해 보세요. 제작비는 무제한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돈 문제만 해결이 되면,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로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휴가를 가야 하는 사람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키는 것 같네요.”
“전화 한 통이면 끝나는 일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동안 지시하신 일을 전부 처리하겠습니다!”
데이비드는 하와이안 셔츠를 펄럭이며 사무실을 떠났다.
나도 볼일을 다 봤으니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강 대위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대표님, 이런 보고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씀드릴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 뭐가 이렇게 조심스러워요? 편하게 말해 보세요.”
“대표님의 지시로 주요 인력과 그들의 가족을 우리 쪽에서 밀착 관리하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서 밀착 관리지 사실은 사찰이나 감시에 가까웠다.
신기술은 보안이 생명이었기에, 신기술 개발에 참여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까지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었다.
“혹시 기술 유출이 의심되는 장면을 목격했나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은 천민정의 동생을 관리하다가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영상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강 대위가 노트북을 열어 영상을 재생했고.
고등학교 교실과 천민정의 동생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일반적인 고등학교의 모습이네요. 뭐가 문제죠?”
“잠시 빠르게 감겠습니다. 점심시간에 일어나는 일을 보시면 됩니다.”
점심시간의 모습이 노트북 화면에 재생되었고.
천민정의 동생의 주변으로 불량해 보이는 학생 4~5명이 모여들었다.
퍽! 갑작스럽게 천민정의 동생의 머리를 후려갈기는 불량 학생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식판에 침까지 뱉고 있었다.
“미친 새끼들!”
욕이 터져 나왔다.
태우그룹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천민정이었다.
그런 그녀의 가족을 건드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