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6)
독식하는 재벌 3세-196화(196/518)
196화. 사내 복지 제도 (5)
다음 날 저녁.
오늘도 천민정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 위해 호텔 회의실을 찾았다.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천민정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숙여왔다.
“부회장님, 정말 감사드려요.”
“직원 복지 차원으로 당연히 해 드려야 하는 일이죠. 그리고 천민정 씨는 우리 태우그룹의 핵심인재기도 하고요.”
“이 은혜는 평생 동안 갚겠습니다!”
역시 남는 장사였다.
조금 귀찮은 일을 하는 대가로 S급 인재를 평생 동안 부려 먹을 수 있다니.
“그리고 언제든지 이런 일이 생기면 말하세요. 태우그룹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천민우 학생은 다음 달부터 태우그룹 장학생으로 선발될 겁니다. 학비 지원은 물론이고, 유명 강사의 1:1 강의까지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부회장님이 시키는 일은 목숨을 걸고 해낼게요! 그리고 인공지능 개발에도 진척이 있어요.”
벌써 인공지능 개발에 진척이 있다고?
역시 내가 고등학교를 방문할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다.
“어떤 성과인지 듣고 싶군요.”
“힌톤 교수님의 팀과 함께 인공신경망 기법을 이용해 딥러닝 기술 개발에 성공했어요. 기술 개발이라고 하기보단 이전에 있던 개념을 확립했다고 볼 수 있어요. 수학적 설명을 드리자면, 미적분을 통해 에러값을 구하고…….”
수학적 설명은 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핵심 키워드 두 가지가 천민정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인공신경망과 딥러닝.
회귀를 했다고 해서 내가 기술에 관해 어떻게 자세히 알겠는가?
그저 핵심 키워드만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와 관련된 기술이 개발이 되었다면 충분했다.
“딥러닝 기술을 지금 바로 활용할 수 있나요?”
“아직은 개발 초기라 바로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누적되면 충분히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느 곳에 사용할지는 아직 연구 중에 있어요.”
“사용할 곳은 넘쳐나죠. 얼굴 인식에도 사용할 수 있고, 게임 산업, 번역, 공장 자동화, 자율 주행 자동차, 의료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죠.”
“팀에서도 아직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부회장님은 딥러닝의 가능성을 우리보다 더 확신하고 계시네요.”
내가 직접 봤으니까.
딥러닝 기술을 통해 AI가 얼마나 발전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다.
물론 회귀 전에도 제한적으로 활용되긴 했지만, 빠른 시기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니 기술 적용도 더욱 이른 시기에 할 수 있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술은 4차 산업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러니 기술 발전에 조금만 더 노력해 주세요.”
“우선은 다양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딥러닝 기술의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부회장님과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까운 시간을 제가 뺏을 수는 없죠. 아이디어 회의는 천민정 씨가 원할 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말이 없는 천민정이었다.
뭔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 뭐가 중요하겠나?
딥러닝 기법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몇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데.
“우선은 얼굴 인식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바둑이나 체스도 딥러닝을 통해 연구해 보세요.”
“바둑을요?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을 개발한다고 해서 사용할 곳이 있을까요?”
“만들어 두면 쓸 곳이 생기는 법이죠.”
인공지능 기술의 홍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회귀 전에는 구글이 이런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홍보했고, 이번 생에는 태우그룹이 그 방법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
딥러닝 기법의 개념 확립이라는 좋은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선점할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고, 회사로 오는 동안에도 그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부회장실에 도착하자 더는 인공지능 생각만을 할 수가 없었다.
기획실장이 찾아와 아주 무거운 보고를 해 왔기 때문이었다.
“명망 높은 인재 20명을 영입했습니다. 무소속 정치인, 대학 교수, 경찰 출신, 검찰 출신, 의사 출신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영입을 했습니다.”
“영입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거대 정당에서도 영입 제의가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불법 선거 자금 사건으로 거대 양당의 이미지가 좋지 않아 영입 제의가 크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태우그룹에서 지원한다는 걸 모르게 해야 합니다.”
“태우그룹과 관련된 정보는 철저히 숨겼습니다.”
태우그룹과의 연관성을 숨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가했다.
SAVE 투자회사의 페이퍼 컴퍼니 중 한 곳을 이용해 그들을 영입했고, 영입 과정에서는 강 대위의 직원을 이용했다.
“그런데 숫자가 너무 적군요. 최소 50명은 되었으면 하는데 절반도 못 채웠네요.”
“정치에 뜻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영입 명단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정치 자체를 혐오하고 있었습니다.”
정치 혐오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이미 한 분야에서 성공했기에 굳이 정치권이라는 똥물에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지 모르기에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포기할 수는 없지.
“사용했던 명단을 보여 주세요.”
“총 100명의 인원을 추렸습니다. 그중 영입에 성공한 사람은 파란색으로 표시를 해 두었고, 영입 1순위 사람은 주황색, 2순위는 노란색으로 표시했습니다.”
기획실장이 만들어 둔 명단에는 다행히도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고.
나는 차근차근 100명의 얼굴을 통해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인사 시즌에는 최소 수만 명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었기에, 100명의 명단을 확인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흠, 구심점이 될 사람부터 우선 영입을 해야겠군요.”
“그러기 위해선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인지도가 필요하지만, 명단에 그만한 인지도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명망이 높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기엔 부족합니다.”
“인지도야 만들면 그만이죠. 최재석 의원이 좋아 보이네요. 무소속이지만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비리에 연루된 적도 없는 소신파 정치인이군요.”
나는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의 신상 정보를 확인했다.
대부분이 크고 작은 비리에 연루되어 있었지만, 최재석 의원은 그 어떤 비리와도 관련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꿈이 작은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정치인답게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지금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지역구에서는 인기가 있지만, 전국구 정치인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 전국구로 만들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최재석 의원을 우선 영입한 뒤 그를 전국구로 만들면, 나머지 인재도 쉽게 영입할 수 있어요.”
“그렇긴 하지만, 정치인의 인지도를 올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청문회를 통해 한순간에 전국구급 인지도를 가지는 경우가 더러 있긴 하지만, 그런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닙니다.”
지금의 대통령도 청문회 스타로 인지도를 올렸다.
하지만 정치인의 인지도를 올리는 방법은 청문회가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정공법이 더 효과적일 수가 있었다.
“최재석 의원의 지역구가 부산 지역이죠?”
“10년 전에 부산으로 편입된 기장이 그의 지역구입니다.”
“마침 잘됐네요. 데이터 센터를 기장군에 밀어주면 되겠군요.”
“최재석 의원의 공으로 돌리면서 말씀이십니까?”
“모든 정치인이 개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지역 경제 발전과 복지를 말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특별해 보이지 않겠어요? 그리고 큰 성과까지 거둔다면 말이죠.”
태우그룹이 움직이면 성과는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데이터 센터를 시작으로, 재개발, 공장 건설 등.
유치만 성공하면 지역 주민들로부터 평생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여력이 태우그룹에는 있었다.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최재석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태우그룹의 정체를 알려야만 합니다.”
“제가 직접 만나 보도록 하죠. 은밀하게 약속을 잡아 주세요.”
“부회장님이 직접 나서실 생각이십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제가 나서겠습니다.”
“아뇨. 최재석 의원 같은 사람을 영입하려면 제가 직접 나서야죠. 그래야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기획실장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갔고.
얼마 있지 않아 기획실장이 다시금 부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도 혼자 온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이끌고 찾아왔다.
“기획실장에게 얘기는 들었다. 네 입맛에 맞는 정치 단체를 만들려고 한다고?”
“지금처럼 거대 양당에 끌려다니다가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습니다. 거대 양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교섭 단체가 필요합니다. 그들을 이용해 다른 이권을 얻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문제 될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확답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기획실장을 흘겨보며 말했다.
사실 그의 잘못은 아니긴 했다.
아직 할아버지는 태우그룹의 회장이었고, 회사의 모든 정보가 할아버지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이 순리에 맞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일름보 짓을 할 줄이야.
기획실장 입장에서는 내가 걱정돼서 한 일이겠지만, 살짝 기분이 나빴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단체 같고. 어느 기업의 이권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움직이는 정치인 단체가 필요하지.”
“동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네가 나서는 건 반대다. 앞으로 태우그룹을 이끌어 나갈 네가 정치인과 야합을 한다는 소리가 나돌아서야 쓰겠느냐? 그러니 내가 최재석 의원이라는 사람을 만나 보마.”
사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스티브와의 합동 연설 이후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할아버지의 인지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불법 선거 자금 사건 때문에 정치인과 기업가가 만나기만 해도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겠느냐? 그리고 대서특필한다고 해서 뭐가 문제겠느냐? 지역 발전을 위해 만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 그리고 만약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내가 감옥에 가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할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졌다.
손자를 대신해서 힘든 길을 대신해서 가겠다는 마음.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런 길을 갈 수밖에 없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야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할아버지나 제가 감옥에 가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나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감옥에 가도 큰 상관이 없다만, 너는 아직 2세도 낳지 않았는데 감옥에 갈 순 없지 않겠느냐.”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정말 노력하고 있는 것 맞지? 나는 법조계 가문이나 대기업 가문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단다. 그저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찬성이란다.”
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빨리 결혼을 하긴 해야 했다.
그런데 결혼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최재석 의원에게 전할 말을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대충은 들어서 알고 있어. 데이터 센터를 최재석 의원 지역구에 만들어 주겠다며? 그리고 몇 가지 사업을 밀어줄 테고. 나머지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거라.”
이런 일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가 나선 순간, 최재석 의원의 영입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