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8)
독식하는 재벌 3세-198화(198/518)
198화. 혼란의 시대 (2)
김태중 회장이 소주잔을 들었다.
최재석 의원도 소주잔을 얼른 들어 올리자 김태중 회장이 한마디 말을 던졌다.
“작은 선물을 준비했네.”
“저는 돈은 받지 않습니다.”
“쯧쯧, 김칫국 먼저 마시지 말고 끝까지 들어 보게나. 태우통신에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지을 예정인데, 자네 지역구에 데이터 센터를 만들도록 하겠네. 일자리 창출이 다른 공장보다는 많진 않겠지만, 세수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될 걸세.”
“…그런 선물이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냉큼 술잔을 들어 올려 잔을 비우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데이터 센터를 유치할 수 있다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자신이 먼저 나서서 부탁해야 할 일이었다.
“앞으로 자네가 영입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일세. 자네를 제외한 그 누구도 태우그룹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네.”
“명심하겠습니다.”
“우리를 도와주는 회사가 한 곳 있다네. 미국 법인이니 꼬투리 잡힐 일도 없는 곳이지. 앞으로는 그곳을 통해 연락을 하겠네.”
“미국 법인 회사를 통해 지원을 해 주실 생각이십니까?”
정치에는 많은 돈이 든다.
최재석 의원은 개인적으로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앞으로 교섭단체 수준의 정당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자금이 필요하긴 했다.
“최대한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해 지원을 할 생각이네. 그러니 많은 자금을 지원해 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지. 그 대신 태우그룹의 다양한 사업을 자네가 앞으로 만들 정당 소속 정치인에게 밀어줄 수는 있다네.”
“저도 그편이 더 좋습니다. 어둠의 경로로 돈을 받으면 언젠가는 호된 꼴을 당하기 마련이지요.”
“나도 이 나이 먹고 감옥에 갈 수는 없지 않겠나?”
“저도 오래오래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다시 소주잔을 들어 올렸고.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소주잔을 부딪쳤다.
***
델핀과의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너무 많은 와인을 마셔서 그런가?
졸음이 쏟아졌고, 커피를 입속으로 들이부으며 잠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아주 반가운 손님의 방문 덕에 단번에 졸음을 이겨 낼 수 있었다.
“서정준 대표님! 한국으로 돌아오셨습니까?”
“아직 대표라고 불리기엔 이릅니다. 아직 회사로 만들지 않았는데 대표라고 부르시니 부끄럽습니다.”
서정준 대표.
10년만 지나도 코스닥 시총 1위 바이오 기업을 만들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예를 갖추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투자한 돈을 100배 이상으로 불려 줄 사람인데 말이다.
“이제 해외 순방은 끝내신 겁니까?”
“부회장님 덕분에 좋으신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바이오산업의 동향을 잘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서정준 대표였고.
나는 얼른 그의 몸을 바로 세우며 소파로 안내했다.
“동향 파악이 끝났으니 회사를 창립하시겠군요.”
“부회장님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사무실부터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R&D 센터와 연구실을 준공할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과감하게 시작하시는군요.”
“바이오산업의 동향을 살펴보니 앞으로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시대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선 연구 개발 시설이 필수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쉽게 말해 복제약이었다.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더 저렴한 가격에 팔 수만 있다면, 큰돈을 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험난한 길이 되시겠군요. 최소 5년 동안은 기반을 다지는 데 사용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각오는 충분히 했습니다. 그래도 부회장님이 거액을 투자해 주신 덕분에 5년 동안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투자금이 부족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태우그룹에서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좋은 투자자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을 나간 저를 이렇게나 챙겨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식구였던 사람인데 우리가 아니면 누가 챙기겠습니까? 그리고 서정준 대표님의 능력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저를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정준 대표는 감격했는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이왕 감동 분위기로 흘러갔으니 조금만 더 비행기를 태워 줘야겠다.
“서정준 대표님에게선 할아버지와 같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할아버지라고 하시면, 김태중 회장님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할아버지와 서정준 대표님은 여러 부분이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제가 투자를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부회장님의 믿음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감격에 겨워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서정준 대표였다.
회귀 전에야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은 욕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번 생에서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은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었다.
***
서정준 대표와의 대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로부터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
[보스! 경관이 너무 좋아서 보스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서 전화를 했어요.]“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누군 삭막한 빌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휴양지 경관을 저한테 자랑하고 싶어요?”
[부러우면 같이 쉬시든가요! 보스는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한 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죠? 며칠 휴가를 즐긴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 지금 바로 오세요.]“헛소리 그만하고, 전화한 이유가 뭐예요?”
딱히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워낙 벌여 놓은 일이 많았기에 쉴 틈이 없기도 했고, 이전 생에서 워낙 오래 쉬었기에 이번 생에는 열심히 달리고 싶었다.
[제가 쉬면서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계속 부시 대통령을 후원하는 건 좀 위험한 것 같아서요.]“이라크 전쟁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지금이야 이라크 전쟁에서 계속해서 승전보가 들려오고 있어서 지지율이 높지만, 대선 시즌이 지나면 오히려 전쟁의 여파로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항상 그렇지만 전쟁은 양날의 검이었다.
특히나 전쟁의 최종 결정권자인 미국 대통령에게는 매우 민감한 일이었다.
“전쟁의 여파로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911테러로 인한 불안감이 남아 있어요. 아슬아슬하긴 하겠지만, 다음 대선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지난 대선도 정말 아슬아슬한 차이로 승리했어요. 야당에서 경제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우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힘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라크 전쟁에서 대량살상무기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이라크 전쟁의 명분은 대량살상무기였다.
그런데 이라크의 수도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아직도 대량살상무기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명분 없는 전쟁.
이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명분이 없다고 해서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경제 회복보다는 아직은 안전한 미국이 더 주목받는 주제라고 봅니다.”
[보스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계속해서 부시 선거 캠프를 지원하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공화당만 지원하면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뭐 저야 당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요.]“이번 대선까지는 공화당에 적극 지원을 하세요. 아! 그리고 민주당의 상원 의원 한 명도 적극 지원해 주세요.”
이번 선거에서는 부시가 승리하지만.
다음 선거는 민주당에서 승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민주당 상원 의원이라면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일리노이주 오바마 상원 의원을 지원하세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죠. 그런데 그 사람을 굳이 적극 지원해 줄 필요가 있을까요?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정치인입니다.]지금이야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서 찬조 연설을 하게 되는 오바마였고.
그 찬조 연설은 많은 대학생들의 플레이리스트 1번을 장식할 정도로 심금을 울리게 된다.
“가능성 있는 정치인과 미리미리 인연을 만들어 둬야죠. 아낌없이 지원해 주세요.”
[휴가가 끝나는 대로 만나 보겠습니다. 이상하게 가만히 쉬고 있으니 더 일하고 싶어지는 거 있죠? 그래서 보스에게 전화드린 거기도 하고요.]데이비드는 한량처럼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일 중독에 걸린 사람이었다.
내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을 만나며 인맥을 쌓았고, 지금도 휴양지에서 쉬면서도 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
2003년도 어느새 마지막 달이 되었다.
기획실장은 태우그룹의 2003년을 정리한 보고서를 가지고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2003년은 태우그룹의 매출이 역대 최고를 경신한 해입니다. 적자투성이였던 태우반도체가 흑자로 전환했고,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태우전자의 하반기 매출이 삼진과 CL전자를 뛰어넘었습니다. 그리고 애플로부터 들어오는 로열티 금액이 작년보다 2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한동안은 다른 그룹이 재계 1위 자리를 넘보지 못하겠군요.”
그간 여러 곳에 씨를 뿌려 두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빅딜로 인수한 회사들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기에 태우그룹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우IT의 성장세도 매우 가파릅니다. 게임 플랫폼은 중국과 유럽에서도 3배 이상 성장을 하였고, 음원 사이트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SNS의 경우엔 사용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무슨 사업을 하든 초반에는 돈이 나가기 마련이죠. 1~2년만 지나도 흑자로 전환할 테니 걱정하진 마세요.”
SNS는 이제 시작 단계였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점점 늘고 있었으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SNS로 인한 매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계열사도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태우건설은 여전히 도급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동안은 수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우통신도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내고 있지만, 사용자가 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미 빼 올 수 있는 사용자는 다 빼 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태우종합상사의 실적은 어떤가요?”
태우그룹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태우종합상사였다.
한때는 태우건설과 함께 태우그룹의 핵심이었던 계열사였지만.
지금은 다른 계열사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태우종합상사였다.
“작년에 비해 실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는 태우종합상사뿐만 아니라 종합상사 7곳 모두가 실적이 많이 하락하였습니다.”
“정부에서도 종합상사에 주던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하니 더욱 힘들어지겠군요.”
“그렇습니다.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종합상사였지만,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종합상사는 말 그대로 만물상이었다.
다른 국가 혹은 다른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떼 와 판매해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렸고, 영업 이익률이 1%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100억의 매출을 올려도 1억도 남기기 어려운 곳이 종합상사였다.
“종합상사를 이대로 둘 수는 없죠. 앞으로 원자재 유통이 중요해지는 시기가 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종합상사를 키울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