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9)
독식하는 재벌 3세-199화(199/518)
199화. 혼란의 시대 (3)
나는 항상 시대의 흐름을 앞서 움직였다.
기획실장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내가 종합상사를 키우자고 하자 놀란 기색을 보였다.
종합상사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라기보단, 이미 시대에 뒤처진 사업이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부회장님, 그룹이 부드럽게 운영되기 위해선 종합상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윤활제 역할 이상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지금까지야 그랬지만, 앞으로는 핵심 계열사가 되어야만 합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태우종합상사를 원자재 중심 상사로 바꿀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원자재가 없으면, 가전제품도 자동차도, 그리고 신사업도 추진할 수가 없습니다.”
원자재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원자재 확보에 큰 문제가 없기에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전기 자동차 시대까지 오게 되는 순간 원자재 확보는 모든 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원자재 중심이라고 하면, 혹시 해외 광산이나 유전을 매입하실 생각이십니까?”
“유통만 하면 종합상사는 지금처럼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 채굴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종합상사가 도맡아야지만 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큰 적자를 볼 수도 있습니다. 광산 매입에 들어가는 자금은 웬만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더 많이 사용됩니다.”
리스크 관리는 기업 경영의 핵심이었다.
그러니 리스크가 큰 광산 매입을 꺼려 하는 기획실장이었다.
그가 아니라도 웬만한 기업가라면 이런 방식의 경영은 꺼려 하기 마련이었다.
도박이나 다름없으니까.
큰돈을 주고 광산을 샀는데 채산성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순간, 투자금은 모두 손해로 남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지 예상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기에 모든 것이 도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나올 패를 알고 있었다.
패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도박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태우그룹에 부담을 줄 수는 없으니 리스크 관리를 하는 척이라도 해야겠지.
“태우그룹의 자금만으로는 광산 매입을 하진 않겠습니다. 헤지펀드나 금융사와 함께 광산 매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리스크가 분산되니 손해를 보더라도 충분히 감당 가능할 금액이 될 겁니다.”
“그런 방식이라면 저도 찬성입니다. 그런데 어떤 광산을 매입하실 생각이십니까?”
“앞으로 스마트폰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거라는 건 실장님도 잘 알고 계시죠?”
“아이폰의 판매량이 매년 크게 상승하고 있고, 삼진전자를 비롯한 다른 전자 회사에서도 앞다투어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으니 5년 안에 3배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많은 원자재가 필요한 제품이었다.
그중에서 꼭 필요한 원자재는 희토류였다.
희토류는 풀어 말하면 희귀한 흙이라는 뜻이었고, 17가지 원소를 총칭하는 말이었다.
“희토류 광산을 매입하려고 합니다.”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희토류를 매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광산을 사서 채굴하면 오히려 더 비싼 가격으로 희토류를 가지고 오게 됩니다.”
“지금 당장이야 그렇겠지만, 희토류의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면, 우리는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공급받을 수 있으니 이득이 될 겁니다.”
원자재는 협박 수단이 될 수 있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광물 자원이 전혀 없는 곳은 원자재 생산 국가에 애걸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체적으로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라인을 만들어 둬야 했다.
“희토류 광산은 현재 중국에서 거의 독점하고 있다시피 하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희토류 광산이 중국에 많이 남아 있죠. 그리고 호주와 터키에서 희토류 광산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희귀한 흙, 희토류.
하지만 이름과 달리 그렇게 희귀한 원자재는 아니었다.
세계 곳곳에 희토류는 묻혀 있었다. 하지만 채굴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하기에 개발을 꺼려 할 뿐이었다.
“희토류 광산을 몇 곳이나 매입하실 생각이십니까?”
“매입 가능한 모든 곳을 사들일 생각입니다. 가장 먼저 중국 희토류 광산을 매입하고 호주와 터키의 광산까지 매입할 계획을 세워 보세요.”
“중국이야 가능하겠지만, 호주의 경우엔 환경 오염 문제로 광산을 매입한다고 해도 채굴이 힘들 수 있습니다.”
“우선은 매입하세요. 들고만 있어도 가격이 오를 테니까요. 은행에 적금을 넣는다는 생각으로 매입하시면 됩니다.”
아무리 호주가 환경 오염에 민감하다고 한들.
결국엔 모든 일은 정치권에 의해 돌아가기 마련이었고, 호주 정치권과 잘 상의만 하면 충분히 개발이 가능했다.
“태우종합상사 왕희수 사장과 상의해서 계획을 수립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리튬 광산 매입도 시작해 주세요. 특히나 칠레에 위치한 리튬 광산을 확보해 주세요.”
“칠레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효율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호주에서는 리튬을 광물 형태로 채굴하고 있지만, 칠레 리튬은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하고 있습니다.”
“기술이 좋아지면, 큰 차이가 없어질 겁니다. 오히려 채굴 방식이 간단해 더 많은 양의 리튬을 채굴할 수도 있어요.”
몇 년만 지나도 리튬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하얀 석유 리튬.
값비싼 원자재에 항상 붙은 단어가 석유긴 했다.
파란 석유, 바다의 석유 등등.
하지만 대부분이 허울뿐인 산업이었지만, 리튬 광산은 정말 하얀 석유라 불러도 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원자재였다.
“칠레 리튬 광산 매입 계획도 세워 보겠습니다.”
“내년에 칠레와 FTA가 체결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FTA 체결의 수해를 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남미와의 FTA 체결의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었기에 우리를 밀어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내년에 칠레를 비롯한 남미 지역과 FTA를 체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있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농민단체에서 극심하게 반대하고 있고, 이미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체결될 수밖에 없어요. 외환위기 시절에는 경제 개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경제 개방을 통해 우리나라가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으니까요.”
“그럼 칠레를 중심으로 광산 매입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까지 광범위하게 계획을 세워 보세요.”
리튬 삼각지대.
앞서 말한 3국가에는 리튬이 많이 매장되어 있었기에 15년 뒤에는 이렇게 불리게 된다.
아직은 정보가 많이 퍼지지 않았기에 우리가 선점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핵심 소재도 다각화를 했으면 합니다.”
“핵심 소재라고 하시면, 에칭가스나 불화수소 같은 소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요. 일본이 시장을 90% 이상 독점하고 있는 소재를 우리도 개발해 독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일본에서는 그런 핵심 소재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 문제는 태우화학과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태우화학은 아람코와 만든 합작 정유 회사 소속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지분의 50%를 우리가 가지고 있었기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아람코에서도 핵심 소재 개발을 가지고 딴지를 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지금 당장 대량 생산 시설을 구비할 필요까지는 없어요.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다른 소재는 가능하지만, 불화수소의 경우 99.999% 이상 순도를 끌어 올려야 하기에 많은 연구비가 소모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99.99%는 지금 우리 기술로도 만들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생산하라고 하진 않을 테니 천천히 개발을 진행해 주세요.”
원자재와 핵심 소재의 다각화를 해내야만 했다.
그래야 을의 입장이 아닌 갑의 입장에서 기업을 경영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여러 생각과 조치를 취하며 2003년 마지막 달을 보냈다.
***
2004년의 새해가 밝았다고 해서 내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1월 1일 하루만을 할아버지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1월 2일에 출근을 했다.
“기획실장님, 오늘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네요.”
“오늘이 금요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다들 신년 행사 일정이 잡혀 있으니 어수선한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오전 근무만 하죠.”
회귀 전에는 샌드위치 데이를 많은 회사가 도입했지만.
지금은 샌드위치 데이는커녕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휴가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시대였다.
“직원들이 매우 좋아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같이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하루 끼어 있는 날은 샌드위치 데이로 쉬도록 하죠.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복지라고 생각되네요.”
“올해부터 샌드위치 데이 도입을 기획해 보겠습니다.”
나도 오늘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일반 직장인들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마냥 회사에 많이 나오고 오래 있는다고 해서 효율이 높아지는 건 아니었다.
쉴 땐 쉬어 줘야 집중력이 늘어나고, 애사심도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아! 그리고 최재석 의원은 잘하고 있나요?”
“우리가 작성한 명단 중 총 40명가량이 영입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최재석 의원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비전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역시 정치권의 일은 정치인이 나서야 술술 풀리는군요.”
“정치권 이야기를 꺼내셔서 드리는 말인데, 여의도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여의도가 조용한 날이 있던가?
하지만 이번엔 평소보다 더 시끄러운 여의도였다.
“여당에서 난리가 났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여당이 2개로 쪼개진 이후로 계속해서 날 선 비판이 오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여당에서는 속된 말로 대통령이 먹튀를 했다고 하고 있고, 공공연히 탄핵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물론 실제로 탄핵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탄핵 심판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네요. 차라리 잘됐어요. 여당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고, 야당은 불법 선거 자금의 여파로 시끄러우니 최재석 의원이 존재감을 내뿜기에 아주 좋은 시기네요.”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재석 의원을 잘만 메이킹한다면 거대 양당의 대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야죠. 올해 있을 총선을 대비해서 지금부터 영입된 모든 정치인의 공약을 기획실 차원에서 만들어 보세요. 미국에 있는 선거 캠페인 전문 회사에서도 도움을 주기로 했으니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선거 캠페인의 나라가 미국이었고.
데이비드는 선거 캠페인 전문가와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였다.
선진 선거 방식부터 이미지 메이킹까지.
전문가의 손길을 닿으면, 당선 가능성이 1%라도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태우그룹 차원에서 각 지역구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부터 정리해서 공약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최재석 의원은 물론이고, 소속된 정치인 모두에게 여의도의 일은 철저히 무시하라고 전하세요. 오로지 경제 발전에만 집중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줘야 합니다.”
정치 혐오로 중도표가 많아지는 시기였다.
집을 잃고 방황 중인 중도표를 다 받아먹기 위해선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