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
독식하는 재벌 3세-2화(2/518)
2화. 태우증권
연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품에서 통장을 꺼내 책상 뒤에 숨겨진 금고 안에 넣었다.
금고 안에는 이미 다양한 은행의 통장이 10개나 쌓여 있었다.
돌잔치 때 통장 하나.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하나, 또 졸업할 때 하나.
저건 전교 1등 했다고 받은 통장이다.
통장을 다 합쳐 보니 대략 70억 원이 들어 있었다.
지난 생에는 나는 이 돈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아주 물 쓰듯이 사용했다.
그런데 오히려 할아버지는 좋아하셨다.
사내라면 쓸 땐 쓸 줄 알아야 한다면서.
내가 사고를 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한국 최고의 대학 경영학부에 입학하기도 했으니까.
“이걸로 뭘 하지? 투자라도 해야 하나?”
사실 돈이 궁한 건 아니었다.
3대 독자 집안의 재벌 3세가 돈이 궁할 일이 뭐가 있겠나?
하지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에 닥칠 일을 막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태우그룹 부도 시절의 부채는 무려 89조.
물론 배신한 임원진과 정부의 눈속임 탓에 부풀려진 액수였다.
그렇다고 해도 적지 않은 부채를 안고 있었던 태우그룹이었다.
자금뿐만 아니라 다른 힘도 필요했다.
라이벌 기업과 정부 사이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선 내 사람을 많이 만들어야 했다.
많은 돈과 많은 인맥.
우선은 많은 돈부터 시작하자.
인맥을 쌓기 위해서도 결국 돈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정보는 곧 돈이었고, 초기 자금을 큰돈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내 나이였다. 고작 17살.
17살짜리 학생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진 정보를 돈으로 만들어 줄 능력 있는 내 사람이 필요했다.
* * *
태우그룹은 40개가 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건설, 자동차, 중화학 그리고 금융까지.
특히나 할아버지는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분이셨기에 20년도 전에 태우증권을 만드셨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규모도 엄청난 태우증권이었다.
금융가에서 입사하고 싶은 회사 3순위 안에 드는 만큼 엘리트 중 엘리트만이 태우증권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런 태우증권 앞을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도련님, 날이 춥습니다. 식사 시간도 지났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할아버지 회사를 손자가 구경도 못 해요?”
“혹여나 도련님의 건강이라도 상하시면 저희가 크게 꾸중을 듣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금방 끝나니까요.”
금방 끝난다는 말만 5번 넘게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비서실 직원의 표정은 창백해져만 갔다.
그들의 얼굴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태우증권 입구를 지나치는 직원들을 바라봤다.
‘오! 투자 능력 A급! 간만에 A급이 나왔어.’
나는 얼른 노트에 A급 투자 능력을 가진 직원의 이름을 적었다.
노트에 적힌 직원은 조만간 내 전담 투자팀이 될 것이다.
아직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못했지만, 어린 손자가 애교와 함께 하는 부탁을 어떻게 할아버지가 거절하겠나.
확실히 태우증권의 직원이 엘리트들이긴 했다.
벌써 노트에 A급 업무 능력을 가진 직원의 이름을 가득 채웠다.
투자 능력, 분석 능력, 대처 능력, 등.
하지만 이들을 이끌 만한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다.
A급이 아닌 S급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을 나는 팀장으로 내세우고 싶었다.
말이 S급이지 S급 업무 능력은 정말 드물었다.
사실 지금까지 1명밖에 보지 못했다.
바로 우리 할아버지.
태우그룹을 재계 3위 안에 올린 사람답게 S급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계셨다.
할아버지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는 건 욕심이려나.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분명 태우증권 직원 중 대단한 업적을 만들어 낸 인재가 있었다.
설마 아직 입사하지 않은 건가?
시체처럼 창백해져 가는 비서실 직원들이 걱정되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나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S급 업무 능력을 보유한 직원을 발견했다.
그것도 내가 기다리고 있던 인물과 이름이 동일했다.
【신상명세서】
이름 : 황정훈 나이 : 29세
소속 : 해외 주식 사업부 대리
특이사항 : 퇴직을 희망하고 있음.
업무 능력 : 분석력 S급. …….
황정훈.
10년 후면 유명 투자 회사의 대표가 되어 있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룹에서 쪼개져 나온 태우증권을 인수해 대형 금융사를 만든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주어진 정보를 완벽히 분석해 최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기로 소문난 투자가였다.
조 단위의 돈을 만지던 황정훈.
지금은 고작 대리 직급을 달고 퇴사를 희망하고 있다.
저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 나는 3시간 넘게 이곳에서 쭈그려 앉아 있었다.
황정훈은 회사 입구에서부터 담배를 찾아 물었다.
지금 생활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다크서클이 얼굴 전체를 장악했다.
그에게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해 나는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다가갔다.
“많이 힘드세요?”
“학생이 여긴 어쩐 일? 혹시 견학 왔어? 근데 네 눈에도 내가 퇴직하고 싶어 하는 게 보이냐?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판검사나 의사해라. 말이 증권맨이지 그냥 노가다꾼이나 다름없어.”
“조금만 참으세요. 아주 좋은 기회가 올 거예요.”
“말이라도 고맙다. 담배 냄새 나니까 여기 있지 말고. 1층에 가면 데스크 있으니까 거기로 가서 견학 문의해 봐.”
황정훈은 반쯤 망가져 있었다.
저러다가 오늘이라도 회사를 그만두면 곤란하다.
인재를 얼른 낚아채기 위해 나는 곧장 할아버지를 만나러 이동했다.
* * *
할아버지는 취미가 없는 분이셨다.
농담 삼아 일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일 중독에 빠진 분이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취미는 나라는 걸.
지금도 내가 나타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안아 주신다.
“우리 민재 어쩐 일이냐? 책 냄새 난다고 할애비 서재에는 오지도 않더니.”
“할아버지 저 부탁이 있어요.”
“우리 강아지 소원이라면 뭐든지 들어줘야지. 장난감? 게임기?”
“저 제대로 금융 공부 좀 해 보려고요.”
“그래서 오늘 태우증권을 찾아갔던 거니? 하긴 조만간 고등학생이 되니 슬슬 금융 공부를 시작하긴 해야겠지.”
내 모든 일정이 할아버지에게 보고가 된다.
전생에는 감시라고 느껴졌지만, 지금은 3대 독자인 나를 위한 사랑이라고 느껴졌다.
“할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 투자를 해 보려고요.”
“아주 장하구나. 어떻게 주식을 사 주면 되겠니?”
“제가 주도적으로 해 보고 싶어요. 전담팀을 꾸려서요.”
“전담팀까지 말이냐? 허허. 아주 본격적으로 해 보고 싶나 보구나. 그래 이 할애비가 뭘 해 주면 되겠니?”
“태우증권에서 일하는 직원 몇 명을 제 옆에 두고 싶어요.”
17살짜리가 투자 전담팀을 꾸린단다.
일반 가정이라면 농담으로 넘기겠지만, 우리 집은 평범한 가정이 아니었다.
그리고 재벌 가문에서는 흔한 일이기도 했다.
괜히 우리나라 100대 주식 부자 중에 많은 수의 중고등학생이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금융 공부를 하라고 주식 계좌를 만들어 주는 게 있는 자들의 교육 방식이었다.
“직원 몇 명을 네 옆에 두고 싶다는 게냐?”
“제 나름대로 직원을 추려 봤어요. 여기에 이름이 적혀 있는 직원들과 같이 투자를 해 보고 싶어요.”
“벌써 계획까지 세웠나 보구나. 그래 어디 한번 해 보거라. 그런데 조건이 있다. 아무리 내가 회장이라고 해도 직원들을 무작정 네 옆에 둘 수는 없단다. 직원들이 너랑 같이 있기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태우증권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건 걱정 마세요. 자신 있어요!”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셨다.
그렇다고 해서 큰 기대감이 보이는 눈빛은 아니셨다.
그냥 내가 투자를 통해 하나라도 배우길 바라시겠지.
“이왕 투자를 할 거면 제대로 해 봐야지. 잠시만 있어 보거라.”
할아버지는 책상 아래의 금고를 여셨다.
그 안에는 금괴, 채권, 통장 등이 쌓여 있었고.
그중 통장 하나를 꺼내 내 손에 쥐어 주셨다.
“10억 원이 들어 있는 통장이다. 네 용돈이랑 해서 같이 투자해 보거라.”
“할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나는 할아버지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10억과 뽀뽀 한 번.
효도도 하고 돈까지 벌고, 아주 남는 장사였다.
* * *
다음 날.
내가 점찍은 4명의 태우증권 직원이 집을 찾아왔다.
회장 손자의 투자 놀이 선생님 노릇이라고 알고 와서 그런지 다들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김민재입니다.”
“네, 네. 반갑습니다. 저는 태우증권 황정훈 대리입니다.”
황정훈 대리가 가장 고참이었다.
나는 일부러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로만 전담팀을 꾸렸다.
과장급 이상을 갑자기 빼 올 수는 없었고, 직책이 높은 사람일수록 내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로 대리, 사원 직급의 직원들이었고, 다들 20대 중후반의 연령대였다.
“다들 편히 앉으세요. 아주머니, 다과 부탁드려요.”
오렌지 주스와 쿠키가 테이블에 세팅이 되었다.
다들 처음 와 보는 재벌가의 저택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저 사람들을 어떻게 구워삶아야 할까?
우선은 나를 마냥 어린아이로만 인식되지 않게 해야 했다.
“제가 투자를 하려고 하는 데 도움 부탁드려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질문 하나 드려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지금 어디에 투자를 해야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4명의 증권사 직원이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어떻게 말해 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겠지.
“부동산 투자를 하셔도 되고, 전자 회사에 투자를 하셔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익 말고 리스크 있는 투자를 하려면요?”
“신흥국 위주로 투자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증권사 4인방이다.
어색함을 한 방에 날려 줄 주제를 나는 이미 골라 두었다.
“저는 일본 시장에 투자하고 싶어요.”
“지금 일본 시장은 과평가되어 있습니다. 크게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과평가되어 있다는 말은 풍선이나 거품처럼 부풀려져 있다는 말이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입니다. 영원히 안 터질 수도 있겠지만요.”
“그럼 이번 3월을 기점으로 그 폭탄이 터진다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일본 정부에서 대출 총량제를 시행한다는 말이 있던데요.”
8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거품 경제.
세계 10대 기업 중 8개가 일본 기업인 시대가 지금이다.
하지만 앞으로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시점이기도 했다.
그 기폭제가 바로 대출 총량제였다.
짧으면 몇 달, 길어도 1년 안에 일본 주식 시장은 반토막이 된다.
부동산도 헐값이 되고 대출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과 사람이 넘쳐 나게 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도련님은 3월 이후 일본 경제가 내리막으로 간다는 전제하에 투자를 진행하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런 방식의 투자는 너무 위험합니다.”
“황 대리님도 지금 일본 경제가 과평가되어 있다면서요?”
“그렇긴 하지만.”
황정훈 대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렸다.
다른 증권사 직원에게 지원을 바라는 목적으로.
하지만 그의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들이 튀어나왔다.
[만약 대출 총량제가 시행되면 폭탄이 터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작년부터 4차례나 금리를 2.5퍼센트에서 3.25퍼센트로 올렸습니다.] [금리 인상에 대출 총량제까지 더해지면 거품이 싹 빠지긴 하겠네요.] [2~3년 전에 대출 총량제를 했으면 모를까, 지금 시행하는 건 기폭 장치를 누르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내가 원하는 대답들이었다.
역시 A급 업무 능력을 지닌 직원들답다.
물론 재벌 3세인 내게 잘 보이고 싶어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 줬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진다고 생각하고 투자 방향을 설정해 주세요.”
“투자 방향을 만들기 위해선 투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220억 원가량 돼요. 전부 달러기도 하고요.”
“220억 원이나 말씀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