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0)
독식하는 재벌 3세-20화(20/518)
20화. 의사가 휘두르는 칼은 수술이다.(3)
태우그룹 김택훈 비서실장은 좋겠다.
다른 그룹의 비서실 직원들이 재벌 2세가 저지른 사고 현장을 수습할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김택훈 비서실장은 자부심까지 느끼고 있었다.
다른 기업 오너 일가와 달리 태우그룹의 오너 일가는 깨끗하다.
이런 자부심이 있기에 언제나 당당했고, 스트레스도 크게 받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전혀 예상치 않은 소식이 전해져 왔다.
“실장님, 도련님께서 현재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김민재 도련님께서 말이신가? 거기가 어딘가? 내가 직접 가겠네.”
“서울 청담동에 있는 주점입니다.”
“도련님이 서울에 계신다고? 창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김 실장은 생각을 길게 하진 않았다.
우선 일이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해결해야 했기에 생각을 멈추고 주점으로 내달렸다.
와장창.
주점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오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김 실장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주점 안으로 들어갔고, 마치 폐인처럼 테이블 위에 쓰러져 있는 김민재를 발견했다.
“상황을 빨리 정리해.”
비서실 직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주점 사장과 종업원들의 입을 돈으로 막았고, 혹시 몰라 그들을 밖으로 다 내보낸 뒤 주점의 문까지 닫아 버렸다.
“도련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조심스레 김민재에게 다가간 김 실장.
그는 술에 취해 있는 김민재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김 실장님이세요? 너무 답답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이러려고 악착같이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한 게 아닌데. 정말 너무 답답해요.”
“공장 생활이 답답하셨습니까? 내일 바로 본사로 옮겨 오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공장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사람이죠.”
김민재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그 모습에 김 실장은 입속이 바짝 말랐다.
“무슨 문제가 있으셨습니까? 제가 다 해결하겠습니다.”
“썩어도 너무 썩었어요. 원래 한국 기업 문화가 이런 건가요?”
김민재가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고.
김 실장은 무언가에 홀린 듯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내 읽어 내려갔다.
총 10장의 서류였고,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김 실장의 이마에서 핏줄이 곤두섰다.
“서우태, 이 자식이!”
“용돈 챙겨 가는 것 정도는 저도 그냥 넘어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회사까지 차려서 돈을 빼돌리고 있더라고요. 이런 사람을 할아버지는 왜 공장장으로 임명하신 거죠? 설마 할아버지도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니겠죠?”
“절대 아닙니다. 회장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십니다.”
김 실장은 이제야 김민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큰 꿈을 가지고 입사한 태우그룹. 그런데 도둑놈이 곳곳에 득실거린다.
혹여나 회장님까지 관련되어 있을까 싶어 속으로만 애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정말 할아버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나요?”
“제 목을 걸 수 있습니다. 절대 회장님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 제가 서우태 공장장과 임원 몇 명의 목을 날려 버려도 상관없겠죠?”
“당연합니다! 제가 지금 바로 감사팀을 동원해 창원 부품 공장을 털고 임원들을 해고하겠습니다.”
이미 휴대폰을 꺼내 감사팀장의 전화번호를 찾는 김 실장이었다.
하지만 김민재의 이어지는 말에 휴대폰을 내려놓아야 했다.
“고작 감사팀으로 끝내시려고요? 할아버지가 만든 태우그룹을 더럽힌 놈들을 그렇게 쉽게 끝내고 싶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시고 싶으십니까?”
“콩밥을 먹여야죠. 탈탈 털어서 훔쳐 간 모든 돈도 다 토해 내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말살시켜 버려야 제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요.”
김 실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우태 공장장은 태우그룹에서 20년 넘게 회장님을 따랐던 임원이었다.
그를 너무 과하게 쳐 낸다면, 공신들이 반발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련님이 무너지는 것보다야 그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던 도련님이다.
그런데 공신들의 비리 행위로 태우그룹에 큰 실망을 하고야 말았다.
도련님의 마음을 다시 돌리는 대가로 공신들에게 욕 몇 번 듣는 거라면 싸게 먹히는 일이다.
“제가 돕겠습니다. 태우그룹과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서우태의 모든 죄를 찾아내겠습니다.”
“저도 나름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번 일은 제 손으로 끝내고 싶어요. 실장님은 그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민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탁기만 가득했던 눈에 다시 총기가 서려 있었고, 그 모습에 김 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다음 날 오전.
나는 회사를 출근하지 않고 강 대위가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
“오늘 바로 치고 들어갈 겁니다. 준비는 다 끝났죠?”
“압수수색 영장만 떨어지면, 경찰, 검찰, 국세청 조사관까지 다 뛰어 들어갈 준비가 끝나 있습니다.”
“영장은 조만간 떨어질 거예요. 태우그룹 비서실을 움직이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죠.”
“그런데 비서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치는 걸 정말 돕겠습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일을 크게 벌여서 좋을 게 전혀 없지 않습니까?”
회사는 작은 일은 숨기고 큰일은 축소한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비서실과 기획실이 존재했고, 그들을 총괄하는 사람이 김 실장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김 실장만 동원할 수 있다면 작은 일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감사팀을 이용해서 처리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뭐가 바뀌겠어요? 최대한 일을 시끄럽게 만들어야 불이 더 번지지 않겠어요?”
“불이 커지면 태우그룹을 좀먹는 빈대들을 태워 없앨 수 있긴 하지만, 태우그룹에 불이 옮겨붙을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어요. 집이 불타면 다시 지으면 그만이죠.”
띠링!
김 실장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되었습니다.]“기다리던 연락이 왔네요. 돌아이들 다 출동시키세요. 그리고 언론 인터뷰도 바로 준비해 주시고요.”
“이미 언론사 기자들을 창원으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이 직접 인터뷰를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신문과 TV 뉴스에 보도가 되어야 불이 더 번지지 않겠어요?”
“창원 부품 공장 앞에서 인터뷰를 하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나는 뒤늦게 출근을 했고.
회사는 아주 개판이 되어 있었다.
국세청과 경찰 그리고 검찰까지 회사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공장장과 임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만 보고 있었다.
“김, 김 차장! 회사에 압수수색 영장이 떨어졌네. 분명 경쟁 회사에서 공격이 들어온 걸세. 최대한 빨리 비서실과 기획실을 이용해 막아야 하네.”
“뭐 이런 일로 본사까지 움직입니까. 죄가 없으면 조용히 지나가겠죠. 설마 죄를 지으신 건 아니죠?”
나는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고.
내 표정과 말투로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난 건지 유추해 낸 서 공장장이었다.
“설마 자네가? 왜? 우리가 얼마나 자네에게 잘해 줬는데!”
“썩은 내가 진동을 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회장님께서도 자네가 이러는 걸 알고 있는가! 나를 공격하는 건 창원 완성차 공장을 공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알고 있어요. 당신이 누구 라인인지. 그런데 그게 뭐요? 지금 제 앞에서 라인 따지는 건 설마 아니죠?”
“창원 공장 전체와 정녕 싸워 보겠다는 건가! 나는 죽어도 혼자는 절대 안 죽는 사람이야!”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압수 수색을 진행하던 경찰까지 멈춰 설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공장장이었다.
“혼자 죽든 물귀신 작전을 쓰든 알아서 잘하세요.”
“회장님께서 가만히 계실 것 같은가? 회장님은 절대 자기 사람을 버리시는 분이 아니시지.”
“그럼 손자를 버릴까요? 비리에 찌든 임원보다야 손자 아니겠어요?”
“정말 끝까지 가 보겠다는 건가! 내가 구속되는 순간 부품 공장은 물론이고, 창원 완성차 공장도 멈춰 서게 될 거다.”
“아 진짜 시끄럽네. 제가 이 짓까진 치사해서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걸 사모님에게 보내도 되겠어요?”
나는 사진 뭉치를 꺼내 공장장의 면상에 집어 던졌다.
여자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지만, 공장장의 얼굴은 선명하게 나와 있는 사진이었고.
여자와 팔짱끼고 있는 모습,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 심지어 뽀뽀하고 있는 모습까지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이, 이걸 어떻게?”
“당신이랑 말을 나누는 것도 불쾌하거든요. 진짜 더러워 죽겠네.”
“도, 도련님. 정말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불륜 사진이 결정타긴 했나 보다.
공장장의 무릎이 꺾였고, 말투에도 예의가 깃들었다.
“왜 그러긴요. 정원에 말벌집이 생기면 당연히 태워 없애야죠. 창원 부품 공장은 당신의 왕국이 아니라 태우그룹 소속 계열사거든요.”
“창원 부품 공장이 제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위장 회사까지 만들어서 돈을 횡령해요?”
“횡령이라니요. 절대 아닙니다. 그저 회사에 도움이 되는 회사를 하나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건 검찰에서 조사해 보면 알겠죠.”
나는 사진을 짓밟으며 공장의 정문으로 향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강 대위는 공장 정문 앞에 완벽한 기자회견장을 만들어 두었고, 30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태우자동차 창원 부품 공장 김민재 차장입니다.”
인사와 동시에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지역 언론사 중에는 촬영 카메라까지 동원한 곳도 있었다.
“창원 부품 공장 공장장의 횡령 소식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공장장 서우태는 공장의 공금을 횡령했을 뿐 아니라 하청 업체를 만들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차분히 모든 정보를 언론에 풀었다.
기자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받아 적었다.
내부 고발은 괜찮은 뉴스거리였기에 만족하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아직 만족하기엔 너무 이르지.
내부 고발이야 어느 회사든 일어날 수 있겠지만.
재벌 3세가 직접 내부 고발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테니까.
“제가 지금까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며, 제 할아버지인 김태중 회장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드립니다.”
내 입에서 할아버지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초롱했던 기자들의 눈이 광기에 휩싸였다.
[김태중 회장님의 손자 되십니까?]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하버드를 조기 졸업하신 것이 맞습니까?] [이번 내부 고발은 김태중 회장님의 허락을 받으신 일이십니까?] [창원 공장으로 내려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빗발치는 질문.
모든 질문에 답할 수는 없기에 나는 한마디만 더 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김태중 회장님은 제 할아버지가 맞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창원 부품 공장 소속 김민재 차장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차에 올라탔고.
강 대위와 그의 부하 직원들이 기자들을 막아섰다.
몇몇 기자들은 나를 쫓아 왔지만, 나머지 기자는 속보를 전하기 위해 휴대전화의 버튼을 다급히 눌렀다.
불길에 기름을 확실히 부었다.
할아버지는 이 상황을 보며 어떻게 생각하실까?
분명 김 실장은 어제 있었던 일을 할아버지에게 보고를 했겠지.
그런데 내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일을 키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