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00)
독식하는 재벌 3세-200화(200/518)
200화. 혼란의 시대 (4)
매년 1월이 되면 열리는 CES.
작년의 경우는 CES를 포기하고 애플 개발자 회의인 WWDC에 집중했기에 우수한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아노르 가문과의 협업으로 만든 프리미엄 가전제품 일부를 CES에서 공개했다.
CES에서의 반응을 물어보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우성일 사장을 부회장실로 불러들였다.
“CES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직접 갔어야 했는데, 일정이 워낙 많아서 그럴 수가 없었네요.”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가전제품은 기술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불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전제품보다 예술작품에 가까운 제품들이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죠.”
“문제는 바이어들이 구매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높은 가격대로 형성되어 있다 보니 구매자가 한정적인 제품입니다.”
수제작으로 제작하는 가전제품.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들 많이 팔 수도 없는 제품이었고.
아노르 가문과 협업해 프리미엄 라인을 만든 건 태우그룹의 이미지 상승을 위함이었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죠. 그런데 요즘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잦은 출장으로 몸이 상하신 것 같네요.”
“몸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 10년은 거뜬히 일할 수 있습니다.”
10년이나 태우전자를 맡겨 달라는 건가?
나는 우성일 사장에게 알게 모르게 아주 많은 기회를 주었었다.
그가 가진 정치적인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계열사 사장을 내 편으로 만든 공로를 인정했기에.
하지만 이젠 기회가 끝나 버렸다.
이제 슬슬 그를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때가 되었다.
“잠시 휴가를 다녀오도록 하세요.”
“아닙니다. 죽으면 평생 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좀 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정말 연기력 하나만큼은 일품인 사람이다.
능력이 조금만 더 받쳐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기에 나는 그에게 태우전자 사장이 아닌 적성에 맞는 자리를 주려고 했다.
“휴가를 다녀오세요. 태우전자 사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기시려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지요.”
“부회장님! 저를 경질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경질이 아니라 다른 자리로 인사이동을 시킨다는 말입니다. 태우전자는 이제 정상궤도에 올랐어요. 많은 계열사가 우성일 사장 같은 CEO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태우전자를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생이별을 시키지 말아 주십시오. 아직 태우전자와 부회장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고개를 숙이다 못해 몸을 반으로 접으며 말하는 우성일 사장이었다.
태우그룹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태우전자 사장 자리를 내려놓고 싶지 않겠지.
그렇다면 당근을 흔들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어야 했다.
“사장님이 태우전자에서 일한 지 30년이 넘으셨죠?”
“평생을 태우전자에 바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다른 계열사의 상황도 잘 알아야 더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더 높은 자리라고 하시면?”
나는 내 이름이 적힌 명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부회장님의 자리를 저에게 물려주시겠다는 뜻이십니까?”
“저야 그러고 싶은데 어디 그게 제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명분도 필요하고, 경력도 필요하지요. 그래서 태우전자를 나와 다른 계열사로 옮기라는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그래야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까요.”
“부회장님의 깊은 뜻도 모르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우성일 사장의 눈은 부회장 명패에 고정되어 있었다.
내가 앞에 없다면 명패를 향해 손이라도 뻗을 기세였다.
“원하신다면 계속해서 태우전자에 남아 있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선 약간의 리크스를 감수하셔야 합니다. 제가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긴 하겠지만, 우 사장님의 개인기로 돌파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겁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어떻게 지금 자리에 안주하고만 살겠습니까! 힘들더라도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삼겠습니다.”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이젠 제발 태우전자에 남아 달라고 애원해도 뿌리치고 나가려 들 정도였다.
“우선은 보름 정도 휴가를 다녀오세요. 휴가를 다녀오시면 인사 명령이 나와 있을 겁니다.”
“휴가 기간 동안 전투태세로 몸과 마음을 전환해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계열사로 옮기게 되는 알고 싶습니다.”
“그 문제는 제가 아니라 회장님이 결정하실 부분이라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시험문제를 미리 알고 풀 수는 없지요! 인사 명령이 나오길 기다리겠습니다.”
우성일 사장이 이렇게 패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나?
그는 어깨를 쫙 펴고 아주 당당하게 부회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대기실에서 기획실장이 지켜보았고, 나는 손짓으로 그를 부회장실 안으로 불렀다.
“우성일 사장님이 왜 저렇게 되셨습니까? 무슨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 같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사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했어요.”
“경질입니까?”
“표면상으로는 경력을 위한 순환 근무제라고 알려질 겁니다. 계열사를 옮겨 실적을 쌓으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겠지만, 반대로 실적이 좋지 않으면, 고문이나 해외 법인장으로 가야 되겠죠.”
“높은 자리라고 하시면 부회장님의 자리겠군요. …이 자리에 오르려면 어지간한 실적 가지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지 않습니까?”
“혹시 모르죠. 예상하지 못한 실적을 쌓을지도요.”
그에게 주는 정말 마지막 기회였다.
기회라고 하긴 그런가?
우성일 사장은 지금 단두대 위에 올라간 상태였고, 단두대에서 개인 기량으로 빠져나온다면,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런데 단두대에서 살아 나오려면 기적이 필요했고.
기적은 불가능한 일을 성공시켰을 때나 쓰는 말이었다.
“우성일 사장의 성향을 생각하면 힘들어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우성일 사장이 갈 만한 계열사 한 곳을 찾아보세요. 실적이 좋지 않고, 힘든 곳으로요.”
“적당한 곳을 찾아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보다 이번에 슈퍼볼 광고 계약 건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미국에서 열리는 슈퍼볼.
한국에서는 생소한 미식축구 대회지만,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대회였고.
슈퍼볼 광고만큼 홍보 효과가 높은 곳이 없었기에 1초당 2억 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야지만 광고를 따낼 수 있었다.
태우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어 있었고.
특히나 태우자동차와 태우전자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슈퍼볼 광고가 필요했다.
“막바지 협의에 들어갔습니다. 부회장님이 웃돈을 들여서라도 가장 좋은 시간대를 선점하시라고 하셨기에 다른 기업보다 더 높은 광고비를 책정했습니다. 대략 90억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광고 한 번에 90억 원이라. 뭐 그만큼 효과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말한 광고 문구를 꼭 삽입해 주세요.”
“이미 광고 제작은 마무리되었고, 부회장님이 말씀하신 문구 삽입을 완료하였습니다. 그런데 태우그룹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문구라 광고사에서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건 지켜보면 알 겁니다.”
2004년 슈퍼볼.
많은 의미로 역대급 슈퍼볼 대회가 될 것이었고.
그 기회를 아주 잘 살릴 수 있는 광고 문구를 정해 놓았다.
“그런데 슈퍼볼을 직관하실 계획이십니까? 미국 출장 일정이 슈퍼볼과 겹치십니다.”
“사람 많은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직관할 생각은 없어요.”
불쾌한 사건이 터지는 슈퍼볼이었다.
굳이 직접 경기장까지 가서 불쾌한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다른 비지니스로 미국을 방문하시는 겁니까?”
“그렇죠. 아! 그리고 미국으로 가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네요.”
“약간의 정보만 주시면, 기획실에서 수배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관련 회사를 운영 중이고, 아마 지금은 동영상 공유 시스템을 개발 중일 겁니다. 어디서 그런 사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누군지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그 정도 정보면 충분합니다. 오늘 중으로 회사의 위치와 이름을 찾아 보고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의 정보망은 엄청났다.
특히나 태우그룹 기획실은 웬만한 경찰서보다 정보력이 뛰어났고.
내가 찾고자 하는 사람이 기업인이었기에 더욱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찾았습니다! 화면 보호기를 제작하고 있는 김익수 대표가 동영상 재생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투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에도 찾아왔었나요?”
“그렇습니다. 작년 연말에 찾아왔었지만,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획실장의 안목은 나쁘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며, 동영상 재생 플랫폼이 엄청난 각광을 받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사업이었고, 그 점을 기획실장은 이미 파악하고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었다.
“한번 만나 보고 싶군요.”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기획실장은 잠시 밖으로 나가 통화를 하였고.
1분도 걸리지 않아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김익수 대표가 지금 바로 태우그룹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회장님은 동영상 재생 플랫폼에 투자하실 생각이십니까?”
“관심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사업이죠. 서버 문제에 망사용료, 저작권까지. 인기를 끌 수는 있어도 적자를 면하기 힘들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투자 보고서를 부회장님에게 상신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 같아서 한번 만나 보려고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기획실장은 김익수 대표와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왔다.
사진은 구하지 못했는지 텍스트로 된 정보들이었고, 대강 보고서를 다 읽어 내렸을 때쯤 김익수 대표가 부회장실을 방문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타트 시스템 김익수입니다!”
“어서 와서 앉으세요. 태우그룹에 보낸 투자 제안서에 흥미를 느껴 미팅을 요청드렸습니다.”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판타지 TV로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점이 아주 많아 보이더군요. 특히나 서버 비용과 망사용료 문제로 인해 절대 흑자를 볼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 문제는 광고를 통해 해결할 생각입니다.”
유투브의 경우에도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글로벌 기업이었고, 김익수 대표의 플랫폼은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세계 시장과 비교하면 광고를 의뢰하는 기업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광고를 통해 해결하려면 광고의 길이가 매우 길어야 합니다. 고객들이 절대 좋아하지 않는 일이죠.”
“사용자가 늘어나면 광고의 단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흑자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김익수 대표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세 정보를 확인했고, 그는 매우 뛰어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능력치가 뛰어나겠지.
유튜브보다 1년이나 앞서 동영상 플랫폼을 만든 사람이다.
세계 최초라고 할 순 없어도, 최소 국내 최초 동영상 플랫폼임은 분명했다.
“아무리 광고 단가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성공하긴 매우 힘듭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동영상 플랫폼이 성공할 방법은 딱 하나뿐이죠.”
“어떤 방법입니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동영상 플랫폼이 되는 방법이죠.”
“……가, 가능하겠습니까?”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받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투자금이 부족하면,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 무너지게 될 겁니다.”
나는 김익수 대표에게 겁을 주었다.
이미 그가 만들 동영상 플랫폼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내 손을 잡는다면, 그의 미래도 그가 만들 동영상 플랫폼의 미래도 바뀔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