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01)
독식하는 재벌 3세-201화(201/518)
201화. 혼란의 시대 (5)
IT 강국.
대한민국을 포장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규제와 제약이 많은 나라였기에 신생 IT 회사가 살아남기란 정말 어려운 구조였다.
판타지 TV 또한 그러했다.
출시 초기만 해도 유튜브보다 훨씬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엄청난 망사용료와 내수 기업 차별 정책으로 인해 적자에 허덕였고, 결국엔 점유율이 추락하며 사용자가 떠나 버린다.
하지만 김익수 대표는 이런 미래를 모르고 있었고.
희망찬 미래에 부풀어 있는 상태였다.
“걱정하시는 부분은 잘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개발이 50% 이상 끝난 상태고, 출시만 하면 엄청난 숫자의 유저를 불러 모을 자신도 있습니다.”
“저도 그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내수 시장 공략만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사업이 동영상 플랫폼입니다.”
“부회장님은 그래서 제가 동영상 플랫폼 사업을 접길 바라시는 겁니까? 아니면 태우그룹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김익수 대표였다.
그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나는 그를 다독이듯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가지 다입니다. 대표님의 회사와 사업은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과 함께 세계 시장을 노릴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을 제대로 만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회사를 태우그룹에 매각하고 태우그룹의 직원이 되라는 말씀이십니까?”
“매각 대금으로 50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태우그룹의 직원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여러 회사가 합심해서 동영상 플랫폼 합작 회사를 만들 겁니다. 그 회사의 관리자가 되시길 권하는 겁니다.”
김익수 대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일 것이다.
아직 출시도 하지 않은 서비스를 포기하라니.
그래도 50억 원이란 거금을 불렀기에 그의 얼굴색이 초 단위로 바뀌었다.
“50억 원에 회사와 사업을 인수하신다는 뜻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한국 시장에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세계 무대에 나가서 많은 푸쉬를 받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서비스죠.”
“이런 말을 하긴 외람되지만, 혹시 우리 회사의 기술을 강탈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다.
대한민국에서 벤쳐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기업의 횡포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테니까.
주변 사람이 대기업에게 기술 혹은 특허를 강탈당한 경우도 수도 없이 듣고 보았겠지.
김익수 대표를 만나기 전부터 나는 이런 대화가 오갈 것을 예상했고.
그에 따른 준비도 해 둔 상태였다.
“천민정 씨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주세요.”
비서진에 전화를 넣어 천민정을 호출했고.
그녀는 노트북 가방과 함께 부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천민정 씨, IT 부서에서 만들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를 김익수 대표님에게 보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천민정은 김익수 대표 옆에 자리를 잡고는 노트북을 열었다.
그녀가 마우스로 몇 가지 아이콘을 클릭하자 내게는 아주 익숙한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시간 동영상 공유 사이트입니다. 영상 시작 부분에 광고를 넣을 수 있도록 하였고, 구독자 수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는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스킵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0.5배속과 2배속까지 구현이 끝난 상태입니다.”
“어, 어떻게 벌써? 우리 회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보다 훨씬 완성도가 뛰어난 동영상 사이트를?”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김익수 대표였다.
신세계를 발견한 사람의 반응이 이러할까?
그에게는 신세계일 수도 있었다.
회귀 전에 사용했던 동영상 플랫폼을 그럴싸하게 흉내 낸 사이트였으니까.
“보시면 알겠지만, 김익수 대표님의 회사가 가진 기술력은 우리에게 그다지 필요 없습니다. 단지 우리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통할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 사람을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미 다 만드신 것 아닙니까? 제가 딱히 손댈 곳이 없어 보입니다.”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단계죠. 그리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말 그대로 흉내만 낸 사이트에 불과했다.
천민정의 뛰어난 능력 덕에 김익수 대표를 놀라게 하긴 했지만.
파고들어 가면 허술한 부분이 넘쳐났고, 제대로 동영상 플랫폼으로 출시하기 위해선 아주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후우, 머릿속이 너무 복잡합니다. 제안을 받아들이자니 찜찜한 부분이 너무 많고, 그렇다고 받아들이지 않자니 태우그룹에서 만들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과 경쟁할 자신이 없습니다…….”
“찜찜한 부분이 뭐가 있겠습니까? 50억 원을 받으시고 우리에게 합류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대표님의 회사에 있는 모든 직원도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진 김익수 대표였고.
그는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것만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태우그룹과 함께 여러 회사가 합작해서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 회사들이 어디인지만 알고 싶습니다.”
“말씀은 드리지만 기밀유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우리 태우그룹 그리고 구글, 아마존, 그리고 애플이 손을 잡을 생각입니다.”
“구글, 아마존 그리고 애플?! 부회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습니다.”
냉큼 내 손을 잡는 김익수 대표였다.
그 모습에 기획실장이 법무팀에서 만든 계약서를 내밀었고, 김익수 대표는 고민도 하지 않고 지장을 찍었다.
“세부 사항은 실무진들끼리 합의를 해야 하니, 내일 중으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어느 축구 선수가 한 명언이었고.
김익수 대표는 그 명언을 따라 움직였다.
나는 웃으며 부회장실을 떠나는 그를 지켜봤고, 그가 밖으로 나가자 천민정이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네 왔다.
“부회장님, 그런데 굳이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아야 할까요? 경영은 잘 모르지만, 태우그룹이 가질 수 있는 지분이 적어지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세계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선 같은 편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사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구글, 아마존, 애플.
이 모든 회사들의 지분을 과반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을 내가 보유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합작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오른손에 있는 물건을 왼손에 옮기는 행위에 불과했다.
“아군을 많이 만드는 것이 지분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죠. 동영상 플랫폼을 향해 많은 견제가 들어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 든든한 아군을 확보해야 하죠.”
“아! 그리고 드릴 말씀이 더 있어요. 바둑 딥러닝 알고리즘 제작에 성공했어요. 지금은 열심히 학습하고 있고, 몇 단계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 프로급 바둑 기사 정도의 실력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프로급 바둑 기사 수준?
천민정조차 딥러닝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단순히 프로급 실력이 아니라 그 이상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 딥러닝 인공지능이었다.
“연구에 바둑 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바둑을 둘 수 있는 사이트에서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아요.”
“바둑 사이트에서 무명의 고수가 등장하는 날이 머지않았군요.”
“그리고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다가 생각이 나서 몇 가지 알고리즘을 만들었어요.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음란물 제재 알고리즘을 간단하게 만들었어요.”
천민정은 이런 사람이었다.
전문가들이 몇 달을 고민해서 만들어야 할 알고리즘을 하루아침에 만들어 내곤 했다.
이러니 내가 그녀를 아끼고, 그녀의 동생을 위해 쇼까지 한 것 아니겠는가?
“인공지능 연구하느라 바쁠 텐데 언제 이런 알고리즘까지 만드셨어요? 혹시 잠을 줄인 건 아니죠?”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만들었어요. 저는 알고리즘을 만들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쉬는 기분이 들거든요.”
예전에 그런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다.
서울대 의대생이 쉬는 시간에 수학 문제를 푼다는 인터뷰.
천민정도 비슷한 부류였다.
수학 문제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제작한다는 차이점만 빼고 본다면.
“민우는 학교 잘 다니고 있나요?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요즘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해요. 특히 태우그룹 장학생으로 선발되니 학교에서도 민우를 특별 관리 해 준다고 연락이 왔어요.”
천민정이나 천민우나.
어떻게 된 게 저쪽 집안사람들은 검사 가족들과 악연이 깊었다.
천민정도 검사 아들내미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천민우도 그랬다.
혹시 나중에 검찰에서 대대적으로 천민정을 공격하진 않겠지?
“다행이네요. 제가 조만간 미국 출장을 가니, 다녀와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기로 하죠.”
“그동안 아이디어를 많이 쌓아 놓고, 다양한 알고리즘도 만들어 놓을게요.”
참 해맑게도 말하는 천민정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예쁘게만 보였다.
그녀의 아이디어와 알고리즘을 돈으로 환산하면 웬만한 사업부의 매출보다 더 가치가 있었으니까.
***
슈퍼볼 일정에 맞춰 미국으로 넘어왔다.
굳이 숙소를 잡지 않고 SAVE 투자회사에 짐을 풀었다.
샤워실부터 침대까지 없는 게 없는 SAVE 투자회사였기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보스! 맥주 한 잔 하시겠어요?”
휴가를 마친 데이비드가 맥주와 팝콘을 들고 내 옆으로 왔다.
휴양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건강한 구릿빛으로 변해 있는 그의 피부였다.
“오늘 같은 날은 맥주를 마셔야죠.”
“보스도 슈퍼볼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요. 한국에는 미식축구가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들었는데. 보스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서 그런지 미식축구에 관심이 있으시네요.”
“사실 별로 관심 없어요. 룰도 모르고, 선수 이름도 몰라요. 무슨 팀이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왜 저에게 같이 슈퍼볼을 보자고 하셨어요? 보스만 아니었으면 저 경기장에 제가 있었을 거라고요. 어렵사리 티켓을 구했는데!”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휴가까지 다녀온 사람이 슈퍼볼 경기까지 직관하는 꼴을 보기 싫었을 뿐.
나는 놀리듯 미소를 짓고는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비웠다.
“시차 적응 때문에 피곤하네요. 잠시 누워 있을 테니까 하프 타임 공연이 시작되면 깨워 줘요.”
“하프 타임 공연은 미식축구를 몰라도 즐길 수 있긴 하죠.”
나는 의자를 뒤로 최대한 젖혀 잠을 청했고.
규칙적으로 팝콘 씹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보스! 하프 타임 공연이 시작해요! 이야 자넷 잭슨과 저스틴의 합동 공연이라니. 이건 마치 애플 개발자 회의에서 보스와 스티브의 합동 연설만큼이나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요.”
“비유를 해도 참.”
슈퍼볼 공연은 모든 아티스트가 서길 바라는 꿈의 무대였다.
그렇기에 공연비 한 푼도 받지 않고 유명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 있었고.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는 두 명의 가수가 서로 호흡을 하며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으허허헉! 저게 뭐야? 보스 방금 봤어요? 완전 미쳤어!”
데이비드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1억 명이 넘게 시청하는 슈퍼볼 하프 타임 공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