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03)
독식하는 재벌 3세-203화(203/518)
203화. 충격과 공포 (2)
이제 내 차례였다.
한 팀장과 데이비드가 차례대로 엄청난 양의 보고를 쏟아 내었고.
드디어 내가 말할 차례가 찾아왔다.
“태우전자 사장 자리가 공석인 건 다들 아시죠? 그래서 한 사람을 더 영입하려고 합니다.”
“우성일 사장이 짤렸습니까? 그래도 보스가 부회장에 오르기까지 많은 공을 세운 사람 아닌가요?”
“잘린 건 아니고,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줬어요.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사람들은 내가 우성일 사장을 총애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그를 앉힌 사람이 나였고, 그가 사장으로 있는 태우전자를 밀어주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앉힐 사람을 영입하시려고 하는 겁니까? 누굴 염두에 두고 계시나요?”
“IBM에 있는 사람을 영입하려고 해요.”
“IBM의 사장이라면 쉽지 않을 겁니다. 충성심도 높고, IBM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사람이라서요. 천문학적인 스카웃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IBM 사장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제가 바라는 사람은 ‘리사’라는 사람입니다. 현재 IBM에서 반도체 R&D부서 이사로 재직하고 있을 겁니다.”
데이비드는 리사라는 이름이 생소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한 팀장이 리사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혹시 3년 전엔가 MIT에서 발표한 35세 미만 최우수 혁신가로 뽑힌 사람 아닙니까?”
“아마 맞을 거예요. IBM에서 조만간 그녀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 그 전에 빨리 영입해야겠어요.”
“그런 일이라면 제가 전문가죠. 오늘 바로 접촉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약속 일정이 잡히면 연락 주세요. 태우전자 사장 자리는 제가 직접 제안하는 게 예의 아니겠어요?”
“보스가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약속을 잡아 보겠습니다.”
리사 수.
회귀 전에는 AMD사의 CEO를 맡은 사람으로.
엄청난 수준의 반도체 설계 능력과 경영 능력까지 두루 갖춘 인재였다.
우성일 사장을 대신할 인재.
사실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리사는 뛰어난 경영자이자 개발자였다.
태우전자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었기에 반드시 데리고 와야만 했다.
***
이틀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다.
아마존, 구글을 돌아다니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고.
특히나 동영상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나눴다.
그렇게 이틀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데이비드로부터 좋은 연락이 왔다.
“보스! 리사 이사가 오늘 점심에 시간이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스 오늘 월가 사람들과 만나기로 하지 않으셨어요?”
“월가와의 일정은 뒤로 미뤄도 돼요. 리사 이사와의 약속을 잡아 주세요.”
“지금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
IBM은 다행히도 뉴욕에 위치해 있었고.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가도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보스, 리사를 위해 중국 식당을 예약해 두었어요.”
“잘하셨어요.”
리사는 대만 출신 미국인이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대만에서 미국으로 귀화했기에 데이비드가 중국 식당을 예약했다.
“저기 오는군요.”
35살의 리사가 식당에 들어섰다.
회귀 전에도 뉴스나 잡지를 통해 그녀를 접해 보았지만.
그건 AMD로 옮긴 뒤 나이를 먹은 리사의 모습이었다.
그때도 생동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35살의 리사는 생동감을 넘어 패기까지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부회장 김민재입니다.”
“애플 WWDC에서 연설하는 모습 잘 봤어요.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의 활용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살다 보니 이름값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축구 구단의 경우만 봐도 이름값 높은 감독을 영입하면, 좋은 선수들이 딸려 오곤 했다.
스티브와의 합동 연설로 인해 내 이름값이 높아진 덕에 리사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한 기술입니다. 개선을 위해 태우전자와 반도체가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꽤 많은 부분을 개선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말인가요? 1년도 안 지났는데 그만한 성과를 거뒀다니 한번 보고 싶네요.”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보실 수 있습니다. 기술 개발에도 참여하는 것을 넘어 직접 지휘를 하실 수도 있으십니다.”
대놓고 영입 의사를 밝혔고.
리사도 눈치가 느린 사람이 아니기에 단번에 내 의도를 파악했다.
“스카웃 제안인가요? 태우전자가 매력적인 회사긴 하지만, IBM만큼 매력적인 회사는 아니라서요. 이직하고 싶진 않아요.”
“그럼 리사 이사님이 태우전자를 매력적인 회사로 만들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태우전자 사장 자리를 제안드리겠습니다.”
“……말씀 잘못 하신 거 아니신가요? 부사장도 아니고 사장 자리를 제안하신다고요?”
대략 7~8년 뒤에 AMD로 이직하는 리사였고.
그때 제안받은 자리가 부사장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30대 중반에 불과한 그녀에게 나는 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매출만 놓고 비교했을 때, AMD보다 태우전자가 훨씬 큰 회사임을 감안하면 정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정확하게 들으셨습니다. 태우전자 사장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한국은 나이에 민감하다고 들었는데. 30대 중반인 제가 사장 자리에 오르는 걸 임직원들이 받아들일까요?”
“아직 서른 살도 안 된 제가 부회장에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리사 이사님은 모든 문제를 실력으로 잠재울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다.
상세 정보를 통해 확인한 그녀는 무려 S급 개발 능력과 A급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업무 능력도 매우 우수했다.
“…고민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남편과도 상의해 봐야 하고, 부모님과도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네요.”
“태우전자 사장과 태우반도체 개발총괄 자리를 같이 제안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방향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가전제품에 적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받는 연봉의 5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신경 쓸 것 없이 사실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그 점 고려해서 고민해 볼게요.”
고민에 빠져 있는 리사였다.
하지만 그녀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이기에.
***
미국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또 하나의 성과를 얻어 내기 위해 데이비드와 함께 사우디로 향했다.
“보스! 이번에도 왕족을 만나려고 사우디로 온 겁니까?”
“당연하죠. 프리미엄 제품을 홍보하기 가장 좋은 사람들이 왕족 아니겠어요?”
사우디로 온 가장 큰 이유는 프리미엄 제품의 홍보를 위해서였다.
일반 가전제품에 비해 최대 10배가량 비싼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는 프리미엄 제품.
이런 제품을 사우디 왕족이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많은 부자가 따라 사지 않겠어?
“우와! 보스의 이름값이 확실히 높아지긴 했나 봅니다. 예전보다 경호 인력이 몇 배는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조금 시끄러워지긴 하겠군요.”
입국 심사도 거치지 않고 나는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공항 입구에서 대형 리무진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호원이 차 문을 열자 아주 반가운 얼굴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형!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와요. 자주 좀 놀러 오라니까.”
“미안. 부회장 자리에 오르니까 개인 시간이 없더라고. 휴가를 가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
나와 살갑게 인사를 나눈 이의 이름은 빈 살만.
앞으로 미스터 에브리씽이라고 불리며 사우디 국왕이 될 사람이었다.
뭐 아직은 그러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지금의 빈 살만은 대학교 1학년생에 불과했다.
“이번에 수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면서? 아버님께서 정말 좋아하셨겠어.”
“해외에 있는 대학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반대를 심하게 해서 국내에 있는 대학으로 들어갔어요.”
“수석 입학을 한 기념으로 아주 좋은 선물을 준비했어. 아마 지금쯤이면 저택에 도착해 있을 거야.”
“선물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형이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애플에서 연설하는 건 몇 번이나 돌려 봤어요.”
차 안에서 빈 살만과 아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합동 연설에서 있었던 일과 태우전자의 가전제품에 적용된 기술을 알기 쉽게 얘기해 주었고, 그러는 사이 왕궁과도 같은 저택에 도착했다.
“어서 오너라! 무함마드가 직접 너를 마중 나가겠다고 어찌나 조르던지 오는 길이 불편하지는 않았느냐?”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반기는 이는 빈 살만의 아버지였다.
10년만 지나도 사우디의 국왕이 될 사람이었기에 나는 아주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무함마드와 친하게 지내거라. 너는 내가 인정하는 우리 왕가의 친구이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빈손으로 올 수 없어 소박한 선물 몇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합니다.”
내가 신호를 주자 프리미엄 가전제품들이 하얀 천에 가려져 안으로 들어왔고.
빈 살만에게 눈빛을 보내 하얀 천을 치울 기회를 주었다.
사르륵! 하얀 천이 사라지자 기품을 뽐내는 프리미엄 가전제품들이었다.
벽면에 걸려 있는 예술작품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기에 빈 살만은 감탄을 터트렸다.
“우와! 이번 CES에서 공개된 태우그룹 신제품들이네요.”
“CES에서 공개되지 않은 것들도 있어. 세계 최초로 이곳에서 공개된 제품들이지.”
“흠, 아주 마음에 드는 선물이구나.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귀한 선물을 가지고 왔구나.”
“왕궁에도 진상하기 위해 한 세트를 더 가지고 왔습니다.”
“허허, 아주 마음씨가 착하구나. 왕궁에는 내가 말해 놓으마. 그럼 편히 쉬다 가거라. 나는 일정이 있어 오래는 있지 못하겠구나.”
살만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저택을 떠났고.
그제야 빈 살만은 마음 편히 웃으며 내게 말을 붙여 왔다.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가전제품의 주인은 어머님이시긴 하지.”
살만의 저택 그리고 왕궁.
이 두 곳에만 프리미엄 제품을 설치해도 홍보 효과가 엄청날 게 분명했다.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해 홍보할 순 없지만, 사우디를 방문하는 부호들이 왕궁을 방문할 때마다 보게 될 터이니 오히려 프리미엄 라인에 맞는 홍보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형 회사에도 축구 구단이 있죠?”
“한국 프로팀 구단이 있지.”
“부럽다. 나도 구단주가 되고 싶어요. 사우디 축구 리그 구단 말고 영국의 구단을 사서 운영해 보고 싶어요.”
이제 대학교 1학년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역시 사우디 왕족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스케일이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러시아에 있는 친구 한 명도 영국에 있는 축구 구단을 매입하려고 하던데.”
“정말요? 그럼 형도 영국 구단 하나를 사서 우리 같이 경쟁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재밌겠어요!”
그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EPL 구단의 유니폼 메인 스폰서만 되어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구단까지 운영하면 얼마나 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문제는 구단 운영비였다.
1년에 최소 3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1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고.
3천억 원의 가치가 있는 홍보 효과인지는 미지수였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자고. 네가 학교를 졸업하면 그때 진지하게 얘기해 보자.”
“4년만 기다리세요. 안 그래도 가지고 있는 귀금속을 팔아서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어요. 4년 후면 EPL 구단을 살 수 있을 정도로 키워 놓을게요.”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리는 말이었다.
빈 살만이라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