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04)
독식하는 재벌 3세-204화(204/518)
204화. 충격과 공포 (3)
미국과 사우디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을 만나느라 보름이 넘도록 해외에서 체류했고, 그동안 한국에서는 아주 많은 일이 터져 있었다.
“부회장님! 초유의 사태가 터졌습니다.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습니다! 본회의 보고가 이미 끝났지만, 법사위에서 의결하지 않아 의결 권한은 국회의원들에게로 넘어갔습니다.”
“탄핵소추가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겠군요.”
“탄핵소추 발의를 157명의 국회의원이 하였기에 가결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회귀 전에 이미 두 번이나 탄핵소추를 지켜봤지만.
이번엔 야인이 아니라 부회장의 자리에서 탄핵소추가 발의되는 걸 바라보니 느낌이 남달랐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국영 방송에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60%가 넘습니다. 여론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탄핵소추를 발의한 것 같습니다.”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 탄핵에도 동의한다는 건 아닌데 국회의원들이 성급하게 움직였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탄핵 여론조사를 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겁니다. 사과는 해야 하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과반 이상의 국민이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내린다?
확실한 명분이 없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고, 이번 탄핵소추는 그런 명분이 부족했다.
정치 중립성 위반.
탄핵소추의 명분은 현직 대통령이 중립성을 위반해 자신이 속한 당을 지지했다는 것이었고, 이는 잘한 행동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탄핵당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론이었다.
“부회장님은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을 것이라 보십니까?”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를 통해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겠지만, 결국엔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을 내리겠죠.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국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요.”
“헌법재판소를 흔들 정도로 국민 여론이 강하게 움직이겠습니까?”
“오늘 밤부터 지켜보시면 될 겁니다.”
해가 지고 나서 나는 기획실장과 함께 광화문으로 향했다.
엄청난 인파가 광화문에 모여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 있었다.
탄핵 반대 촛불 집회.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혹은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이 의사 표현을 위해 광화문에 모여들어 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였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만, 국회의원보다는 대통령을 더 신뢰하는 거죠. 그런데 국회의원이 국민의 뜻이라는 거짓말로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니 국민들이 직접 나서는 거고요.”
더 볼 것도 없었다.
광화문에 모인 인파만 봐도 회귀 전처럼 탄핵은 불발로 그칠 게 분명해 보였다.
“이제 돌아가죠.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죠.”
“개입하실 생각이십니까?”
기획실장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회사로 돌아와서 해 주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기에.
“탄핵에 개입할 생각은 없어요. 단지 지금의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것뿐이죠. 최재석 의원에게 연락해 기자회견을 통해 창당 발표를 하라고 전하세요.”
“지금은 모든 이목이 탄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창당을 발표하면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은 건 대통령 탄핵이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함이라는 기자회견을 하면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정치를 혐오하는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어요. 그리고 은밀히 언론사를 움직여 이슈를 만들어 보세요.”
이슈는 언론사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뉴스 혹은 신문에서 크게 다뤄 주기만 하면 없던 관심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태우그룹 차원에서 움직일 수 없기에 언론사를 동원하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다른 쪽을 이용해서도 언론사를 움직일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최재석 의원에게 내일 바로 기자회견을 열라고 하겠습니다.”
최재석 의원이 날뛸 수 있는 판을 깔아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재석 의원은 우리가 판을 깔지 않아도 알아서 판을 찾아다니는 용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회장님! 최재석 의원이 촛불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서 무슨 연설을 한다는 거죠? 설마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자신은 대통령 탄핵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만 관심이 있다는 식의 연설을 하였다고 합니다. 정치권은 탄핵에 힘을 쓰지 말고 경제 발전에 힘을 쏟으라고 울부짖었다고 합니다.”
내가 뭘 바라는지 잘 알고 있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여기서 한쪽 편을 들어 버리는 건 결코 이득이 아니었다.
중도표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과 다르다는 이미지를 심어 줘야만 했기에 탄핵과 선을 긋고 경제 발전을 울부짖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알아서 인지도를 잘 쌓아 가고 있네요.”
최재석 의원의 개인기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우리가 준비한 기자회견장에서 여의도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신당 창당을 발표했다.
[지금 중요한 건 경제입니다! 왜 여의도는 경제 발전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탄핵에 힘을 쏟고 있단 말입니까! 문제는 경제라고 이 바보 같은 새끼들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대신해 저와 제 동지들이 힘을 내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국민경제당 창당을 선포하겠습니다!]실시간으로 열변을 토하는 최재석 의원이었고.
나는 기획실장과 함께 뉴스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봤다.
“국민경제당. 이름이 조금 촌스럽군요.”
“정당의 이름은 조금 촌스러워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뭐, 정당의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죠.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이렇다 할 반응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언론사가 움직이고, 다양한 커뮤니티에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SNS를 적극 이용해 보세요.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SNS가 탁월하니까요.”
한국의 SNS는 태우그룹이 장악하고 있었다.
아직은 선거에서 SNS의 중요성이 대두되지 않고 있지만.
몇 년만 지나도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대통령 선거에도 SNS를 적극 활용하는 때가 온다.
그런 선거 활동을 국민경제당이 선점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정치에 관심 있어 하는 이용자들에게 국민경제당과 최재석 의원의 영상과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제작해 보겠습니다.”
“천민정 씨의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죠?”
“간단한 알고리즘은 태우IT 개발자 몇 명만 동원해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태우IT 개발자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이는 천민정이라는 우수한 경쟁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간단한 알고리즘 정도는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최대한 최재석 의원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 보세요.”
“오랜만에 이런 일을 하려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회장님을 모실 적에는 이런 일을 매년 해 왔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기획실장은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하긴 다른 기업 기획실장이나 비서실장의 경우엔 로비부터 정치인 관리까지 하고 있지만, 태우그룹 기획실장은 그런 일에 손을 떼고 있었으니 그동안 심심했겠지.
***
다음 날.
또 한 번의 재미난 구경을 TV를 통해 지켜보았다.
“저기가 국회인지 격투기 경기장인지 모르겠군요.”
“탄핵소추를 막기 위해 여당 쪽 정치인들이 기를 쓰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탄핵 찬성파.
그들을 돌려보내려고 하는 탄핵 반대파.
그리고 방관하고 있는 중립 혹은 소극적 반대파까지.
정말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회였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동떨어져 있는 인물도 몇 명 있었다.
“최재석 의원은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하하하! 진짜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고 있군요.”
“저도 최재석 의원의 저런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최재석 의원은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한창 몸싸움을 하고 있는 찬성파와 반대파.
그들을 마치 다른 세상 사람처럼 방관하며 최재석 의원이 서 있었다.
팻말에 쓰여 있는 문구도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최재석 의원이 정치인은 정치인이네요. 어떻게 하면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네요.”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역효과가 나지 않도록 우리가 잘 움직여 줘야죠. SNS를 통해 국회 상황과 최재석 의원의 모습을 가지고 밈을 만들어 보세요.”
“밈이 무엇입니까?”
아직 밈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사용되고 있지 않았다.
밈(meme). 유행어와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단지 언어뿐만 아니라 사진, 숏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유행 요소였다.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도 되고, 웅장한 음악이나 웃긴 음악을 깔아 개그 프로그램처럼 만들어도 됩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만 하세요.”
“광고 기획 직원과 전문가들을 동원해 그럴싸한 영상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밈이 만들어지는 순간 인지도 또한 상승한다.
하지만, 좋은 의미로 인지도가 상승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렇기에 우리가 계속해서 개입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만 했고, 태우그룹이 한국 SNS를 장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오늘은 점심을 먹기 위해 구내식당을 찾았다.
부회장인 내가 식당에 나타났지만, 직원 대부분은 TV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식판에 담긴 국을 한 모금 떠먹었을 때, 기획실장이 다급히 달려와 탄핵소추 결과를 알려왔다.
“19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뉴스에서도 속보로 나오더군요. 이제 탄핵이라는 공이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겠군요.”
“조만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권한 정지 조치를 내릴 것입니다.”
“그러면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겠군요. 흠, 나머지 이야기는 부회장실로 가서 마저 하죠.”
어느샌가 직원들이 숟가락을 놓고 우리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괜한 말이 나오기 전에 부회장실로 올라갔다.
밥 한 숟가락 제대로 먹지 못해 허기가 졌지만, 지금은 허기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르면 오늘 저녁부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탄핵 결과가 나오려면 2~3달은 걸리겠군요.”
“그동안 정치권은 탄핵이라는 소용돌이에 휩싸여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듯합니다.”
“우리에겐 오히려 나은 일이기도 하죠. 남미와의 FTA가 은근슬쩍 통과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정치권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곤 했다.
특히나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니 엄청난 반대가 쏟아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관심이 탄핵에 쏠려 있으니 반대를 위한 반대조차 할 여력이 없었다.
“남미 지역 광산은 얼마나 확보했나요?”
FTA 체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전에 최대한 남미 지역의 광산 소유권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었다.
특히나 하얀 석유라 불리는 리튬 광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