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06)
독식하는 재벌 3세-206화(206/518)
206화. 충격과 공포 (5)
천민정과 리사의 대화는 길게 이어졌다.
태우IT에서 시작된 대화가 끊이질 않았고, 결국 그녀들은 호텔까지 같이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출근 시간에 맞춰 부회장실로 찾아온 두 명이었다.
밤새 대화를 했는지 얼굴이 조금 퀭한 두 명이었지만, 리사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정말 좋은 아침이네요. 제가 태우그룹과 함께하는 첫날이라서 더욱 상쾌하게 느껴지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태우전자 사장 자리를 수락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너무도 매력적인 인재가 있는 회사를 마다할 수는 없죠. 보름 안에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올게요.”
“모든 편의를 그룹 차원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항공권과 차량 그리고 이사 과정까지 그룹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아! 그리고 원하신다면 남편분에게도 괜찮은 직책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남편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알아서 잘할 사람이니까요.”
항상 느끼지만 리사 수에게선 대장군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우성일 사장과 비교할 수도 없는 강인한 기세였고, 이런 사람이야말로 태우전자의 사장 자리에 어울렸다.
“그럼 한국으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늘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요. 그래야 하루빨리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미국으로 가는 길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 놓겠습니다.”
“그럼 다음 달에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리사는 나와 악수를 나누고는 공항으로 이동했고.
그녀가 왜 하루 사이에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천민정을 붙잡고 물어봤다.
“리사와 무슨 대화를 하셨나요?”
“부회장님과 하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어요. 알고리즘 관련 아이디어 이야기도 하고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이야기도 나눴어요.”
천민정은 나를 올려다보며 말하였다.
장화 신은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초롱초롱한 눈빛.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하마터면 끌어안을 뻔했다.
그녀 덕분에 리사를 영입할 수 있었는데 어찌 이뻐 보이지 않겠는가?
“앞으로도 리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세요. 앞으로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오를 사람이에요.”
“정말요? 저는 태우IT 관리자로 오시는 줄 알았어요. 어쩐지 스위트 룸에서 지낼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제가 너무 무례하게 대한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부회장실에서 대화를 듣지 않았나요? 리사가 태우전자 사장 자리를 수락한다는 말도 했었는데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아직 영어는 미숙해서 전문 분야가 아니면 잘 못 알아들어요.”
프로그래밍 능력에 비해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천민정이긴 했다.
그러니 리사와 내가 나눈 대화를 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어로 소통이 안 되는데 리사와는 어떻게 밤새 대화를 나눈 거죠?”
“개발 용어를 쓰기도 했고, 정 안 되면 그림을 그려서 설명을 해 줬어요. 리사도 제가 이해할 수 있게끔 그림을 그려 주기도 했고요. 아! 이제 리사 사장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소통도 안 되는데 리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천민정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고, 앞으로는 영어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 회의는 격주로 진행하고, 한 주는 영어 교육을 받으세요. 리사와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려면 영어가 필수니까요. 그리고 힌톤 교수 프로젝트 팀과는 어떻게 소통하면서 개발을 하고 있는 거죠? 설마 그림을 그려서 설명을 했나요?”
“…다들 전문가들이라서 손짓 발짓을 하면 다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영어 공부를 꼭 해야 될까요? 지금도 일하는 데 크게 불편하진 않는데.”
“무조건 하세요!”
“……네,”
***
리사는 정확히 한 달 만에 한국으로 들어왔고.
나는 직접 태우전자를 방문해 리사의 사장 임명을 공식화했다.
“IBM에서 리사를 모셔 오기 위해 그동안 태우전자 사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 두었습니다. 제가 삼고초려 해서 모시고 온 분이시니 임직원 모두가 한뜻으로 리사 사장을 따라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태우전자 임원 몇 명이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내긴 했었다.
태우전자 사장 자리에 욕심을 내던 임원들이었고, 앞으로 리사를 견제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불만의 눈빛을 보이는 임원들에게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우성일 사장님이 몹시 그리우신가 봅니다. 그러면 우 사장님이 계신 계열사로 이직시켜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인데, 리사 사장이 그만두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다들 사표 쓸 생각 하세요.”
예전에는 이런 협박을 할 수가 없었지만.
예전보다 상승한 위상과 할아버지를 대신해 대부분의 그룹 일을 내가 처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협박이었다.
그렇기에 임원들도 내가 하는 협박을 한 귀로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리사 사장님을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죠. 저는 리사 사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임원을 교체할 마음도 있으니 새겨 두세요. 그리고 리사 사장은 태우전자 사장으로 그만둘 사람이 아닙니다. 더 높은 곳으로 리사 사장이 옮겨가면, 태우전자 사장 자리는 그녀가 고르게 될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 정도 해 뒀으니 사내 정치는 벌어지지 않겠지.
뭐 벌어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다 잘라 버리면 그만이니까.
태우전자를 리사에게 맡겨 두고는 본사로 이동했고.
기획실장이 몇 가지 보고 사항을 가지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회장님의 말씀대로 탄핵 심판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매주 탄핵 반대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소는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그래도 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한 달은 더 걸릴 겁니다.”
“총선의 결과에 따라 헌법 재판소의 판결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대통령 자리를 오래 비워 둘 수는 없었기에 헌법 재판소에서는 일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항이었기에 쉽게 결론이 날 수는 없었고, 탄핵 심판 과정도 두 달 정도는 소요될 게 분명했다.
절대 총선 전에는 끝나지 않을 탄핵 심판이었고.
정치인들이 모든 여력을 탄핵 심판에 쏟을수록 정치에 혐오를 느낄 국민은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총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군요. 최재석 의원의 국민경제당의 지지율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총선까지 이제 2주 정도가 남았고, 최재석 의원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에 비해 20% 이상 앞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경제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가는 정치인 50명 중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는 숫자는 30명 전후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박빙인 곳이 꽤 많나 보군요.”
“거대 정당의 힘이 약한 곳 위주로 지역구를 설정했지만, 여전히 국민경제당의 인지도가 낮아 불안한 상태입니다.”
구도, 정당, 인지도.
내가 생각하는 선거의 3요소였다.
선거 전문가는 아니기에 틀릴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을 보면 3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구도.
탄핵 심판으로 정치 혐오가 만연해졌기에 구도는 우리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았다.
문제는 정당과 인지도였고, 여전히 정당만 보고 투표를 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이를 이겨 내기 위해선 개인의 인지도 혹은 개인기가 필요했다.
“SNS를 적극 이용해서 국민경제당과 후보의 인지도를 높여 보세요.”
“그렇게 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SNS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10~30대 사이의 젊은 층이고, 가장 투표율이 낮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아직 40대 이상은 SNS를 잘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시대였다.
몇 년만 지나도 노년층까지 SNS를 사용하는 시대가 오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중장년층의 표를 얻으려면 언론의 힘이 필요하겠군요.”
“최대한 언론에 노출시키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흠,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주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야겠군요. 단번에 최재석 의원과 국민경제당의 인지도를 확 올릴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으십니까?”
웬만해서는 사용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국민경제당이 지금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지만, 앞으로 30년이 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
거대 정당의 정치인들은 제각기 당선을 위해 열심히 선거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악수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서였다.
거대 정당은 탄핵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후보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후보 개인이 노력해야 하는 총선이었다.
하지만 국민경제당은 달랐다.
당 차원에서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후보를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국민경제당과 IT 기업가와의 대화]얼핏 보면 별것 없어 보이는 이벤트.
하지만 태우그룹과 SAVE 투자회사에서 은밀히 지원했기에 많은 언론사가 기자를 행사장으로 파견 보냈다.
“편집장님은 왜 이런 곳에 날 보낸 건지 모르겠다니까. 국민경제당 취재면 신입을 보내도 충분한데 말이야.”
“너희도 그랬어? 우리 편집장도 그러더라. 대형 기사가 터질 수도 있다고 나를 보내더라니까.”
“IT 기업가와의 대화면 게임 회사 대표나 벤쳐 기업 대표가 참가할 건데 거기서 무슨 특종이 나온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니까.”
기자들은 노트북을 세팅하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 시즌이면 특종이 여기저기서 터지기 마련이었고.
인지도 있는 정치인의 특종을 잡을 수도 있건만, 인지도가 낮은 국민경제당의 행사에 참석해야 하니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행사에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과 언론인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선 당대표이신 최재석 의원의 인사로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관성적으로 타자를 치는 기자들.
그들은 최재석 의원의 인사말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재석 의원도 기자들의 반응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미소를 보이고 있는 그였다.
“인사말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하기 앞서 오늘 행사에 참석하신 기업가들의 소개하겠습니다. 아마존의 제프리 CEO부터 소개드리겠습니다.”
최재석 의원의 말에 기자들이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치 헛것을 들은 사람처럼 귀를 후벼파는 기자도 있었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마존의 CEO가 행사에 참석한다고?”
“나도 그렇게 들었어. 편집장이 행사장에 가라고 한 이유가 있었네. 아마존의 CEO를 다 부르고 국민경제당도 나름 한 수가 있었네.”
기자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국내 기업가가 아닌 미국에서 뜨거운 IT 기업의 CEO가 참석한다면 기삿거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는 구글의 대표를 모시겠습니다.”
국민경제당의 한 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아마존의 CEO에 이어 구글의 CEO까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기자들의 타자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고, 카메라 셔터가 끊임없이 빛을 밝혔다.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최재석 의원이 마지막 참가자를 소개하자 기자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애플의 CEO이신 스티브를 소개하겠습니다.”
“우와아아! 정말 스티브가 참석한다고?”
“한국에 들어온다는 말 없었지 않아?”
기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믿지 못하였다.
하지만 스티브가 행사장에 정말 모습을 보이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