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08)
독식하는 재벌 3세-208화(208/518)
208화. 계속된 선거 (2)
대망의 총선 날이 되었다.
진보진영 민주 정당의 순위가 뒤집히는 날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소수의 국회의원이 탈당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탄핵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기존 진보정당의 의석수는 60석에 가까웠고.
새로운 진보정당의 의석수는 고작해야 50석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17대 총선의 결과로 새로운 진보정당은 150석이 넘는 거대 정당이 되어 버린다.
탄핵의 후폭풍으로 변해 버린 판세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진보정당 사이의 판세가 아니라 새롭게 창당한 국민경제당의 판세였다.
“실장님, 투표 마감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이제 20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언론사를 통해 알아보니 최종 투표율이 60%가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총선보다 높은 투표율이군요.”
“16대 총선의 투표율은 57%였으니 3%가량 높아졌긴 하지만, 15대 총선은 64% 정도가 나왔으니 그렇게 높아졌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매년 투표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였다.
올해는 탄핵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터졌기에 지난 선거보다 소폭 상승했다고 볼 수 있었다.
“출구조사가 나오기 전까진 결과를 알 수 없겠군요.”
“조금 있으면 지상파 3사에서 일제히 출구조사를 발표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출구조사 발표를 기다렸다.
이번 선거가 잘못된다면, 4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어떤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릴지 몰랐고, 거대 정당과 거리를 둔다는 방침을 철회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터질 수도 있었다.
1분이 1년처럼 느껴진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보지 않으려고는 했지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건 매한가지였다.
냉수를 3잔이나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야 억겁처럼 느껴지든 20분이 흘렀다.
[출구조사 발표]열 : 160 한 : 91 국 : 20
열 : 158 한 : 95 국 : 18
두 개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나는 방송사 두 곳이 연합해 대대적으로 조사한 출구조사였고, 나머지 하나는 방송사 하나가 조사한 출구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우리에게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진보정당에서 너무 많은 의석을 확보했군요. 우리가 20석을 먹는다고 해도 이래서는 교섭 단체로서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겠어요.”
“불법 정치 자금 사건으로 보수 정당이 너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아직은 더 기다려 보죠. 대선과는 달리 총선은 출구조사와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하니까요.”
대선의 경우 출구조사는 틀린 적이 없지만 총선은 아니었다.
개표 결과가 끝까지 나오기 전까지 모르는 것이 총선이었기에 다시금 개표 방송에 집중했다.
“부회장님, 최재석 의원은 이미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최재석 의원의 인지도와 인기가 상승하긴 했군요.”
“데이터 센터 유치로 지역구에서는 넘볼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갔습니다.”
“지역구에서만 인기가 있으면 안 되죠. 결국 중앙 정치로 나가려면 서울에서 당선이 되어야 할 겁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4년 뒤인 다음 총선에서는 지금 지역구에서 벗어나 서울로 올라와야지만, 국민경제당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출구조사에서 유력한 후보를 제외하면, 새벽이 되어서야 결과가 나올 듯합니다. 잠시 들어가서 쉬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그래야겠군요. 마냥 개표 방송만 보고 있자니 시간이 아깝기도 하군요.”
TV를 보고 있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기에 짐을 챙겨 회사를 나왔고, 자연스레 태우IT 사옥으로 이동해 천민정을 만났다.
그간 미뤄 온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알아서 지나가 있을 시간이었기에.
“부회장님 오셨어요! 안 그래도 말씀드리고 싶은 아이디어가 많았어요.”
“영어 학원은 잘 다니고 있으세요? 사내 복지 차원으로 영어 학원 비용도 모두 지원이 가능해요.”
“……우선 회의실로 가서 이야기를 할게요.”
호텔 회의실로 이동하는 동안 어색한 미소를 짓는 천민정이었다.
학원을 땡땡이친 학생의 모습이 이러할까?
그녀의 대답을 듣지 않아도 어떤 상황인지 예상이 되었다.
그런데 회의실에 도착하자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듣게 되었다.
“영어 공부를 제가 꼭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앞으로 리사 사장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인공지능 팀과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도 영어는 필수입니다.”
“영어가 필수라는 건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공부해서 영어를 익히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았어요. 시간도 아끼고 효율은 더 좋은 방법으로요!”
또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짓는 천민정이었고.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노트북을 꺼내 한 가지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갑자기 왜 노트북을 꺼내는 거죠?”
“사람이 영어 지문 하나를 공부하려면 최소 10분은 걸리죠. 하지만 딥러닝 기능을 이용하면, 10분에 영어 지문 수백 개도 학습이 가능해요.”
“설마 인공지능에게 영어 공부를 대신시키겠다는 말은 아니겠죠?”
“맞아요! 실시간으로 번역 및 통역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들면 굳이 영어 공부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초기 버전을 이미 만들었어요.”
자신만만하게 프로그램을 꺼내 드는 천민정.
워드 프로세스처럼 생긴 창에 아무 영어 지문을 넣자 실시간으로 번역이 되고 있었다.
“어때요? 번역 성능이 아직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내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정도는 돼요. 그리고 계속해서 학습을 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성능이 좋아질 거예요.”
“혹시 음성 인식도 가능한가요?”
“당연히 가능하죠! 잠시만 있어 보세요.”
천민정은 휴대폰으로 헐리웃 영화를 재생했고.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영어 대사를 한글 자막으로 만들어 내었다.
문법적으로 조금은 어색한 한글 자막이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번역 프로그램을 만든 겁니까?”
“업무 시간에 만들지는 않았어요. 영어 학원 다닐 시간에 만들고, 계속해서 딥러닝 기능을 가동했을 뿐이에요.”
할 말을 잃었다.
회귀 전에서 비슷한 번역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구글 같은 대규모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번역 프로그램을 출시했었고, 그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천민정의 번역 프로그램이었다.
“어떻게 단시간만에 번역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했죠?”
“한글 자막이 있는 영어권 드라마나 영화를 딥러닝으로 학습시켰어요. 표본이 워낙 많아서 계속해서 성능이 좋아지고 있어요.”
이런 천재에게 영어 공부가 대수겠는가?
영어를 공부하라고 했더니 영어 번역 프로그램을 만드는 천재인데.
“천민정 씨가 불편하지 않다면 영어 공부를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요? 와아아!”
아이처럼 좋아하는 천민정이었다.
거액의 연봉을 제시했을 때보다 더 해맑은 미소였다.
“그 대신이라고 할 순 없지만, 번역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빠르게 높여 주세요.”
“그래서 딥러닝 기능이 번역 학습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어요. 영어를 한글로 완벽하게 번역하는 업계가 어디 있는지 조사를 해 봤는데, 각종 논문의 경우 한글로 번역이 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게다가 각 대학교의 논문의 경우 무료로 접근도 가능하고요.”
“그래서 번역된 논문을 딥러닝 기능이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드셨다는 겁니까?”
“아직 만든 건 아니고 구상만 했어요. 빠르면 내일 오전 중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뛰어난 천재는 회귀와 다를 바가 없다.
천민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고, 그녀를 영입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
천민정과의 아이디어 회의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시계는 이미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초접전 지역을 제외한 곳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다.
“부회장님! 국민경제당이 25곳 이상 당선 유력이 예측되고 있습니다. 출구조사보다 5곳 이상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접전 지역도 7곳이나 됩니다.”
“정말 운이 좋으면 32명의 국회의원이 나올 수도 있겠군요.”
기획실장과 함께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한국의 개표 방송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세하고 박진감 넘치게 중계를 해 주었고.
유권자가 알아보기 쉽게 각 지역별로 어느 정당이 유리한지 세세하게 알려 주었다.
“수도원과 부산 경남 지역에서 국민경제당이 많은 표를 얻고 있습니다.”
“부산 경남 지역은 최재석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지역이라 낙수 효과를 받은 것 같은데, 수도권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오는군요.”
“수도권 지역의 경우엔 미국 IT 기업 CEO들과의 이벤트가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불법 정치 자금 사건과 탄핵 사건으로 거대 정당에 표를 주기 싫어하는 유권자가 국민경제당에 표를 주고 있다는 전문가의 말도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던 흐름이긴 했다.
거대 정당이 꽉 잡고 있는 지역을 제외한 곳을 공략한다.
그렇다고 해서 거대 정당의 지역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천천히 스며들게 만들어 야금야금 뺏어 먹을 계획이었고, 거대 정당에서 허튼짓을 할수록 계획은 앞당겨질 수 있었다.
“잘만 하면 30석을 확보할 수 있겠군요. 그래야지만 교섭단체로서의 의미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요.”
“국민경제당이 30석만 확보할 수 있으면, 거대 정당 어느 곳도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국민경제당의 가치가 몇 배는 상승하게 됩니다.”
국민경제당이 단숨에 제3당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거대 정당으로 양분된 국내 정치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조금만 더 힘내 줬으면 좋겠군요.”
개표 방송에서 최재석 의원이 기도하는 모습이 송출되었다.
보통은 거대 정당의 당사에만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었지만, 국민경제당이 태풍의 핵이 되면서 방송사에서도 부랴부랴 국민경제당에 인원을 급파한 듯 보였다.
그렇게 3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대부분의 지역구의 윤곽이 정해져 갔다.
그리고 결과는 우리가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부회장님! 송파에서도 국민경제당이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당선 유력 이상이 뜬 곳과 비례대표까지 더하면 35석이 넘습니다!”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이군요.”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깜깜이 선거 기간에 벌였던 IT CEO 초청 이벤트의 결과가 생각 이상으로 잘 나왔다.
시종일관 경제 개발을 부르짖던 최재석 의원과 국민경제당 소속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전국으로 퍼져 나왔기에 나온 결과였다.
“수도권과 부산 경남은 물론이고 각 권역별로 1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역 정당이 아니라 전국구 정당으로 불릴 수 있겠습니다.”
지역 정당이 낼 수 있는 목소리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전국에 의석이 포진되어 있다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었고.
국민경제당은 수도권,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까지.
모든 지역에 1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전국구 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