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
독식하는 재벌 3세-21화(21/518)
21화. 감사팀(1)
김태중 회장이 비서실장을 불렀다.
무슨 일로 자신을 부르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김 실장은 고개를 숙이며 들어섰지만, 고성 대신 한숨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에휴, 저놈 저거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 겐가? 서우태 공장장이 저렇게 갈 사람은 아니야.”
“도련님이 단단히 벼른 것 같습니다.”
김 실장은 이미 관련 사항을 김 회장에게 보고를 했었다.
술집 난동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김민재가 서우태 공장장을 치워 버리려고 한다는 얘기는 자세히 전했고, 김 회장은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었다.
“서 공장장이 같이 지낸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기자회견까지 할 정도로 원한이 쌓였단 말인가?”
“도련님은 태우그룹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계십니다. 그런 태우그룹을 사적으로 이용한 서 공장장에게 크게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첫 회사 생활이다 보니 감정이 더 격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쯧쯧, 아직 어려. 알면서도 눈감아 줘야 하는 게 있는 법인데.”
“그런데 서 공장장이 선을 넘긴 했습니다. 회사까지 차려 자금을 횡령하려고 했지 않습니까.”
“그러면 감사팀을 이용해 조용히 처리했어야지.”
기업 오너 중 언론에 회사 이름이 오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심한 경우에는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도 숨기려고 하는 극단적인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고.
김태중 회장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기업 오너와 마찬가지로 언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민재가 무슨 생각인지 직접 들어야겠어.”
“지금 바로 서울로 올라오라고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언론사를 적절하게 압박도 좀 해 주게나.”
“도련님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버려서 화제성이 너무 높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것까지는 전부 막진 못해도,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나오도록은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어서 어찌 태우그룹을 잇겠다는 건지. 쯧쯧.”
손자 걱정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김태중 회장이었다.
대학을 조기 졸업하고 태우그룹에 곧장 입사한 손자가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 * *
나는 기차 안에서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았다.
뉴스가 나오면 당연히 할아버지가 나를 찾을 거라 예상했기에 진작 기차에 타서 이동하고 있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비서실에서 보낸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범죄자가 경찰서로 압송당하듯 태우 본사로 끌려가 할아버지 앞에 서게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얘기나 들어 보자.”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 신고했을 뿐입니다. 도둑이 확실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약간의 조치도 취했고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리고 떡 만지는 손에 콩고물이 묻기 마련이다.”
“콩고물만 묻혀 먹었으면 저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죠. 콩고물이 아니라 떡을 훔쳐 먹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붉어지셨다.
내 앞에서 할아버지가 이렇게나 화를 내는 모습은 이번 생에는 처음이었다.
“그래 네 말대로 도둑이 들었다고 치자. 그럼 감사팀을 동원해 처리하면 될 일이다. 언론에 이런 뉴스가 나오면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악영향이 미치는지 알고는 있느냐?”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입니다. 지금 당장이야 악영향이 미치겠지만, 태우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쯧쯧, 태우그룹을 이어받을 놈이 이렇게 편협해서야. 회사를 운영하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마음가짐도 필요한 법이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이 말 때문에 태우그룹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나는 전생의 원망이 떠올랐다.
“그런 관행은 군사 정권 시절에나 통하던 회사 경영 방식입니다. 세계화를 위해 달려 나가는 태우그룹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네 마음은 알겠지만, 회사를 순탄하게 경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이 있단다.”
화를 내서 안 통하니 이번엔 달래기인가?
할아버지의 말투가 사뭇 달라졌고, 애써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가셨다.
“물론 나도 서 공장장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나 네가 기자회견까지 벌이며 경찰에 넘긴 건 너무 과했다. 그룹의 발전을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한 사람이지 않느냐. 다른 임원이 보기에도 좋지 않고.”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다른 임원이 기분 나쁠 이유도 없습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크든 작든 약간의 비리를 일으킬 수밖에 없단다. 그렇다고 전부 쫓아낼 수는 없지 않느냐.”
“다 쫓아내진 못해도 선을 넘으면 목을 쳐 버릴 겁니다. 한 명이든 수십 명이든 그런 사람은 태우그룹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할아버지가 탄식을 터트렸다.
“하, 망나니라도 되려는 게냐? 네가 태우그룹을 잘 이어받아 발전시키길 원하지, 망나니가 되는 것은 원하지는 않는단다.”
“할아버지는 태우그룹의 창립자십니다. 조선으로 비유하면 태조 이성계가 되시겠죠. 그리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방원이 되어 태우그룹의 관행을 끊어 버렸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기 전에 돌아가 버리셨죠.”
“그래서 네가 이방원이 되겠다는 게냐?”
“태우그룹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망나니가 아니라 더 심한 것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태우그룹을 되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전생에서 20년을 버텼고, 회귀 후에도 5년을 버텼다.
25년의 한이 서려 있는 내 모습에 할아버지는 다시금 탄식을 내뱉었다.
“하아, 이방원이 그랬듯 공신들을 숙청하겠다는 게냐?”
“공신이라서 숙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썩은 것을 도려내고자 함입니다. 공신 중에 썩은 이가 있으면 같이 도려낼 뿐입니다.”
“……이 할애비가 끝까지 반대한다면 어찌할 생각이냐?”
“그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순히 물러나겠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
“태우그룹에 관심을 끊겠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태우그룹을 만드셨듯 저도 제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회사를 경영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쾅.
내가 말이 너무 심했나?
할아버지는 노령의 나이답지 않게 강하게 책상을 두들겼다.
“태우그룹을 버리겠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게냐! 네가 지금까지 얻은 모든 혜택은 태우그룹에 의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저는 하루라도 빨리 태우그룹에 입사해 일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필요 없다고 하니 나오는 수밖에요.”
“그렇게 된다면 나는 앞으로 모든 지원을 끊을 것이다.”
재벌 2세가 사고를 치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지원을 끊어 버린다.’
그런데 그런 협박은 내게 통할 리가 없다.
조 단위의 돈을 굴리는 투자 회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다른 재벌 2세와 다르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제가 언제 사치를 부린 적이 있나요? 물론 대학 생활을 할 때 할아버지가 구해 준 집과 용돈으로 생활을 하긴 했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치를 부리거나 유흥을 즐긴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지원을 끊어도 상관없단 말이냐?”
“이런 말을 하면 자기 자랑 같지만, 월가의 투자 회사 몇 곳에서는 10억 원 상당의 연봉을 약속한 곳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500만 원으로 태우그룹을 만드셨는데, 저도 그럴 자신이 있습니다. 월가에서 딱 2년만 일해도 누구 도움 없이 기틀을 세울 수 있습니다.”
협박에는 협박으로.
지원을 끊겠다고 협박을 했으니 나는 할아버지와의 연을 끊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협박의 도구로 사용했다.
“그래서 태우그룹을 버리기리도 하겠다는 게냐?”
“공신들을 전문 경영인으로 내세우면 문제 될 게 있겠습니까?”
“고얀 놈! 정녕 끝까지 해 보겠다는 게냐. 그냥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이러면 될 일을!”
“할아버지 저는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태우그룹을 아낍니다. 그런데 태우그룹을 숙주 삼는 기생충을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열변을 토해 냈다.
진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하자 할아버지가 한발 물러나셨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 게냐?”
“그룹 감사팀의 장으로 보내 주십시오. 썩은 것들을 다 쳐 내겠습니다.”
“좋다. 그룹 감사팀 본부장으로 보내 주마. 계열사 부사장급의 자리다. 어디 네 마음대로 한번 해 보거라. 대신 다시는 태우그룹을 버리겠다는 말은 하지 말 거라. 이것만 약속한다면 너를 말리지 않으마.”
“제가 왜 태우그룹을 버리겠습니까? 할아버지가 만든 곳인데요.”
“예끼 이놈아!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게야. 네가 아무리 내 손자라곤 하지만, 공신들의 힘은 네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만 알아 두거라.”
“제가 태우그룹의 체질을 개선시켜 보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내부 걱정은 말고 세계화에만 집중하실 수 있도록요.”
“태우그룹이 많이 시끄러워지겠구나.”
할아버지의 이마에 주름이 늘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외환위기에 그룹이 무너지게 되면 주름이 느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에 나는 멈추지 않았다.
* * *
서울역 근교 호텔의 스위트 룸.
한정훈 팀장이 다량의 계약서 다발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가로 일본 은행과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파생상품이 발동만 된다면, 은행 몇 곳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겁니다.”
“아! 뉴스에 나온 모습 잘 봤습니다. 역시나 대표님답게 화끈하게 저지르셨습니다.”
“보셨어요? 쇼 한번 해 봤어요.”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사람이 한정훈 팀장이다.
투자회사를 도맡고 있으니 팀장이 아니라 사장이라 불러야겠지만, 한 팀장이 입에 붙었다.
“그런데 태우그룹 일에 그렇게 매달리셔야 할 이유가 있으십니까? 물론 태우그룹이 큰 그룹이긴 하지만, 대표님 소유의 투자 회사도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어쩌겠어요? 태우그룹은 할아버지가 만든 회산데요. 고쳐서라도 써먹으려면 난도질을 하는 수밖에요.”
“그래서 공신들과 전쟁이라도 벌이실 계획이십니까?”
“퀸텀펀드와 함께 국가와도 전쟁을 벌여 봤는데 공신 몇 명과 싸우는 게 대수겠어요?”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공신들의 힘이 내 생각보다 강할 거라고 했었지.
그런데 숨겨진 힘이라면, 나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태우그룹에 피바람이 불겠습니다.”
“피를 흘리는 쪽은요?”
“당연히 공신들이죠. 대표님이 돈다발로 된 갑옷을 입고 돈다발로 만든 칼을 차고 있다는 걸 그들이 어떻게 알고 있겠습니까?”
“모르면 맞아야죠.”
“마음 같아서는 저도 같이하고 싶습니다. 재밌는 일을 대표님 혼자 하시니 너무 부럽습니다.”
한 팀장은 정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긴 한때는 태우증권 소속이었던 그였으니, 상사였던 임원들의 목을 친다니 얼마나 재밌겠어.
나는 격려의 의미로 한 팀장의 손에 맥주 한 캔을 들려 주었고.
가볍게 건배를 한 후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그 순간.
지이잉! 지이잉!
한 팀장과 내 휴대폰에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고, 나는 본능적으로 TV를 틀었다.
한창 드라마가 나올 시간이었지만, 드라마는 멈추었고 속보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베 대지진 발생. 규모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