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0)
독식하는 재벌 3세-210화(210/518)
210. 계속된 선거 (4)
20일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예상했던 인도 총선의 결과를 받아 낼 수 있었다.
“인도 국민회의가 총선에서 크게 승리하였고, 연립정부를 구성해 미모안 싱을 총리로 지명했습니다!”
“이제 저쪽에서 약속을 지킬 차례군요.”
“이미 확답은 받은 상태긴 하지만, 인도 국민회의 쪽에서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타이밍이 중요했다.
타이밍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나 국민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안건의 경우엔 타이밍이 매우 중요했다.
“타이밍은 우리가 만들어 줘야겠군요. 태우전자 공장과 원자재 2차 가공 공장을 인도에 짓는다고 발표하세요. 대략 10조 원 정도를 인도에 투자한다고 하면 없던 타이밍도 생기지 않겠어요?”
“10조 원이나 투자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히 1년에 10조 원이나 투자하진 않죠. 10년 동안 10조 원 정도를 투자할 겁니다. 그 정도면 태우그룹에도 큰 무리가 되진 않을 겁니다.”
살짝 걱정하는 기획실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내유보금 대부분을 원자재 광산 확보에 사용한 시기였기에 혹여나 외환위기 때의 악몽이 되풀이될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번 달에만 들어오는 금액이 3조 원이 넘습니다. 포 떼고 차 떼고 해도 사내유보금으로 못해도 1조 원은 쌓을 수 있어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다 보니 자꾸만 옛날 생각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돈 걱정 없이 회사 일을 볼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태우그룹은 넘칠 정도로 캐쉬 카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유, 카드사, 펀드는 말할 것도 없었고, 태우IT에서 개발한 다양한 IT 서비스에서 돈이 흘러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나 SNS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들어오는 돈의 규모도 커지기 마련이었고.
코코아톡이 인터넷 은행 시장까지 진출했기에 마르지 않는 돈줄을 보유한 셈이기도 했다.
“다른 보고 사항은 없나요?”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부회장님과 긴히 나눌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나가 보세요. 다시 말하지만 인도 일에 돈을 아낄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돈을 그냥 준다는 것도 아니고 공장을 건설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니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이 밖으로 나가고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이 부회장실로 들어왔다.
태우그룹에서 내가 믿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박만덕 사장이었고, 오랜만에 찾아온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박 사장님 너무 오랜만에 부회장실을 방문하시는 거 아닙니까?”
“바쁘신 부회장님의 시간을 뺏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방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꼭 필요한 일이 있다는 건데 무슨 일입니까?”
“다름이 아니라 브릭스에 관해서 알고 계신 정보가 있으십니까?”
브릭스(BRICs)
다섯 국가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그리고 남아공까지.
넓은 영토를 보유하고 있기에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국가들이었다.
“브릭스라면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왜?”
“태우증권에서 브릭스에 투자를 하자는 목소리가 자꾸만 나오고 있습니다. 부회장님이 이번에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조언을 듣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박 사장님이 보시기엔 어떠세요? 브릭스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리스크가 너무 큰 신흥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크가 크면 당연히 리턴이 클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리턴도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태우증권의 많은 직원이 브릭스 투자를 원하고 있어 어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역시 박만덕 사장은 믿음직스럽다.
작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신흥 시장인 브릭스.
저평가받는 주식에 투자하듯 저평가받는 신흥시장에 투자하고 싶은 건 투자자의 당연한 심리였다.
하지만 브릭스는 좋은 투자처가 아니었다.
변수가 너무 많은 국가들이었고, 몇 년 후 대형 경제위기까지 찾아오면 신흥 시장의 성장은 멈추어 버린다.
“박 사장님의 뜻대로 밀고 나가세요. 결국은 책임질 사람은 박 사장님이시니까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밀고 나가고 있었지만, 하루에도 몇 건씩 브릭스 관련 보고서가 올라오니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다른 증권사에서도 브릭스 관련 펀드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태우증권이 뒤처진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습니다.”
브릭스 펀드.
사람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참 좋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브릭스 펀드는 10중 8~9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성공한 펀드도 2% 남짓의 수익을 얻을 뿐이었다.
다른 증권사가 알아서 불구덩이에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굳이 우리가 따라서 들어갈 필요는 없지,
“태우증권이 출시한 펀드의 수익률이 1년에 얼마 정도 되죠?”
“낮은 건 10%에서 높은 건 20% 가까이 됩니다.”
“손해를 본 펀드도 있나요?”
“부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펀드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손해를 본 펀드는 없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펀드로 손해 보지 않은 태우증권입니다. 굳이 브릭스라는 위험성 높은 신흥 시장에 투자할 이유는 없죠. 그곳에 투자하지 않은 지금도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했으니 박만덕 사장은 브릭스 펀드 출시를 막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확신에 차지 않은 그의 모습에 나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망할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브릭스 펀드는 망하게 되어 있어요. 신흥 시장이 발전하려면 많은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불안한 시장에 투자할 기업과 투자자는 많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부회장님은 인도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많이 부풀려진 것 같군요. 막대한 돈이 아니라 성의를 보일 정도의 금액에 불과해요. 우리가 1년에 1조 원 정도를 투자한다고 해서 신흥 시장 발전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죠.”
신흥 시장을 부흥시키려면 최소 100조 원 단위를 쏟아부어야 했다.
그런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였고, 그 돈이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뒷주머니로 들어가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부회장님은 정말 브릭스 펀드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펀드를 어떤 형태로 만드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펀드의 수익률 절반도 되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제야 생각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어디를 중점적으로 투자를 하실 생각이죠?”
“지금처럼 미국과 한국의 IT 기업 주식에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시장을 보는 눈이 나쁘지 않은 박만덕 사장이었다.
그런 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식 한 가지를 알려 주었다.
“2~3년 동안은 IT 기업에 투자하면 절대 손해는 안 볼 겁니다.”
“3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지실 것으로 보십니까?”
“경제 위기의 사이클이 그때쯤 올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드는군요. 월가의 반응과 시장의 반응을 좀 더 살펴봐야 더 자세한 말을 드릴 수 있겠군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출시하는 펀드는 2년 만기로 만들어 판매하겠습니다.”
말귀를 정말 잘 알아듣는 사람이었다.
우성일 사장과 달리 태우증권 사장 자리에 아주 적합한 박만덕 사장이었다.
물론 한 팀장이 한국으로 돌아오면 그 자리를 비켜 줘야 하겠지만, 지금처럼만 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도 오를 수 있는 사람이 박만덕 사장이었다.
***
며칠 후.
다이먼 아주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핀테크은행 산하에 있는 외환은행을 점검한다는 이유였지만, 실상은 나를 만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은행장 나으리 잘 지내셨나요? 안 본 사이에 얼굴과 몸에서 기품이 흘러넘치시네요.”
“후우! 장난이라도 그런 말씀 마십시오. 진짜 명동에서 놀던 때가 너무 그립습니다. 답답한 넥타이를 온종일 매고 지체 높은 어르신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마음이 문드러지고 있습니다.”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 버리는 다이먼이었다.
살다시피 했던 강 대위의 사무실이었기에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그였다.
“집보다 여기가 더 편한가 보죠?”
“마음 같아서는 강 대위의 사무실을 실리콘밸리로 옮겨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강 대위와는 따로 회포를 푸시고, 한국에 온 이유가 뭡니까?”
소파에 드러눕다시피 했던 다이먼.
하지만 내가 본론을 묻자 곧장 자세를 바로 했고, 눈빛 또한 일순간에 달라졌다.
“대표님의 말씀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미국 부동산 상황 말인가요?”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금 완전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광기에 휩싸이는 건 그렇다 쳐도 전문가들과 은행가들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다이먼은 손가락을 뱅뱅 돌리며 말했다.
지금 미국 부동산 시장을 한 동작으로 표현하는 그였다.
“얼마나 미쳐 돌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나 들어 볼까요?”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에게도 대출을 무한정 해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정도 가지고 미쳤다고 하긴 일러요.”
“아직 더 남았습니다. 이젠 수입과 자산을 명시하기만 해도 돈을 빌려줍니다. 그냥 대출 증서에 거짓으로 수입을 10억으로 적어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 대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대출을 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고, 수입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자산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싸 들고 가야 겨우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 은행은 그런 절차가 없었다.
그저 대출 서류에 수입과 자산을 마음대로 적기만 하면 대출이 나오고 있었다.
“이게 끝일 것 같나요?”
“여기서 또 뭐가 더 있겠습니까?”
“은행에서는 지금 주택 대출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있어요. 그러니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대출을 주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조금 있으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대출 상품이 나올 겁니다.”
일명 NINA 대출.
No Income, No Asset.
수입과 재산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빌려주는 대출이었다.
“은행권이 아무리 미쳐도 그런 대출 상품까지 나오겠습니까?”
“다이먼이 말했잖아요. 광기에 휩싸여 있다고. 광기에 눈이 멀어 버리면 비상식적인 일도 하기 마련이죠.”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대출을 해 줄 수가….”
“여기서 더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죽은 사람 이름으로도 대출이 가능해집니다. 그저 명의만 있으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설마 그렇게까지.”
“아! 나중에는 강아지 이름으로도 대출이 가능해질 겁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고, 강아지 이름으로 주택 담보 대출을 받는 경우가 소개되었었다.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고.
오로지 돈놀이에 미쳐 버린 은행권의 장난질이었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있었다.
장난질을 쳐도 문제 삼지 않는 상황이 더욱 큰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