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1)
독식하는 재벌 3세-211화(211/518)
211. 계속된 선거 (5)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7년 세계 경제까지 같이 나락으로 밀어 갈 최악의 금융 위기였다.
이런 금융 위기가 오려면 여러 가지 우연과 필연이 겹쳐져야 가능했고.
은행권에서 ‘묻지마 대출’을 해 준다고 해도 감독 기관에서 제대로 관리만 했다면 조기에 막을 수 있었다.
“죽은 사람 이름으로, 강아지 명의로 대출을 내줘도 감독 기관에서는 그냥 방치할 겁니다. 아시다시피 은행권과 감독 기관이 끈끈한 사이니까요. 그러니 2~3년 동안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요.”
“부실 대출이 몇 년 동안 축적되었다가 한 번에 터지기라도 한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경제위기가 찾아오는 거죠.”
다이먼은 내 말을 믿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대비해 왔다.
하지만 오늘로써 더욱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 터.
“돈을 더 열심히 모아 놔야겠습니다. IT 버블 때도 돈만 더 있었으면 훨씬 더 이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업을 헐값에 주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죠.”
“흠, 지금의 자금 구조로는 2007년까지 고작해야 수백억 달러 정도만 융통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몇 배는 많은 돈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죠.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 슬슬 보험 상품이나 파생 상품 가입을 하는 게 어떻겠어요?”
지금까지 보험과 파생 상품으로 여러 번 이익을 보았다.
다이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저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이르지 않겠습니까? 대표님의 계획대로라면 최소 3년은 지나야 수익이 발생합니다.”
“3년은 투자를 해야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은행에서도 3년 동안 꽁돈을 벌어야 더 많은 보험에 가입시켜 주지 않겠어요?”
모든 사람이 광기에 빠져 있다면.
광기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처럼 보일 수가 있었다.
지금 미국 상황이 그러했고.
모두가 부동산 시장이 더 상승할 거라 믿고 있었기에 부동산 하락 보험을 하는 사람을 비웃을 것이었다.
“그럼 올해부터 여러 은행에 보험을 가입해 두겠습니다. 큰돈은 아니고 은행 수익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로만 소량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점점 금액을 늘려 나가세요. 사태가 터지면, 보험을 출시한 은행을 인수할 명분이 될 겁니다.”
“바보 연기는 자신이 없는데, 연기 학원이라도 다녀야겠습니다.”
바보처럼 웃어 보이는 다이먼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바보가 아니라 악마의 미소처럼 보였다.
“최대한 시장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진행하세요.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까요.”
“그런데 대표님은 따로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태우그룹이나 SAVE 투자회사에서도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SAVE 투자회사의 경우엔 여러 경로로 발을 걸치긴 하겠지만, 태우그룹 차원에서는 움직이기 힘들죠. 괜히 미운털이 박히면 곤란해지니까요.”
“한국에 오기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대표님과 대화를 하니 며칠 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확 풀려 버렸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참 오래도 기다려 왔던 다이먼이었다.
자신을 토사구팽한 상사이자 미국 최대 금융 기업 대표보다 성공한다는 목표.
불가능하다 생각한 목표가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 * *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여전히 탄핵 심판으로 시끄러웠고, 드디어 오늘 결과가 나왔다.
“탄핵 심판이 기각 선고 되었습니다. 권한 정지되었던 대통령이 오늘부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예상한 대로 일이 흘러가네요. 총선에서 탄핵 세력이 대패했으니 당연한 결과죠. 우리가 진행 중이던 사업이 괜히 피해를 보지 않겠죠?”
국무총리 주도하에 원자재 광산 매입이 한창이었다.
대통령이 돌아온다고 해서 국무총리의 권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푸쉬를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도 중남미 FTA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태우그룹이 실적을 쌓아 주고 있어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챙기세요.”
“최소 1년은 걸려야지만, 부회장님이 원하시는 만큼의 원자재 광산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챙기겠습니다!”
대통령 탄핵이 일단락되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정치권의 주도권 싸움이 더욱 심해질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엄청난 화두를 정치권에 던져야만 했다.
“IIT 한국 유치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정말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빠르면 이번 달 내로도 한국 유치를 발표할 수 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더 빠르군요.”
“태우그룹이 인도에 10조 원의 투자를 한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덕분입니다. 미모안 싱 총리도 그렇고 정권을 잡은 인도 국민회의 차원에서도 임기 초반 성과를 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가장 권력이 강한 임기 초반.
총리와 다수당에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을 막을 수 있는 건 국민 여론뿐이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해결해 놓은 상태였기에 IIT 한국 유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럼 조만간 공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겠군요.”
“인도에서 IIT 한국 유치를 발표한다고 해도, 한국 정치권과 합의되지 않는다면 유치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 문제는 국민경제당 차원에서 풀어 나가야죠.”
“국민경제당에서 IIT 한국 유치 문제를 풀어 나가려면, 거대 정당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줘야 하는 법이죠. 거대 정당이 원하는 법안 통과에 동의를 해야겠군요.”
“그런데 심지가 굳은 최재석 대표가 거대 정당과 손을 잡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이번 총선에 큰 도움을 줬다고는 하지만, 우리 뜻대로 쉽게 움직일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최재석 의원을 밀어줬던 것이기도 했다.
우리 뜻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같이 나아갈 동반자가 필요한 것이었으니까.
“최재석 의원과 만나야겠군요. 약속 장소는 제가 따로 정할 테니 언질만 부탁드리죠.”
“오늘 중으로 만날 수 있도록 약속을 잡겠습니다.”
나는 강 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장소를 물색하도록 지시했다.
그렇게 저녁이 되자 나는 조용히 강 대위의 사무실 근처로 이동해 차를 바꿔 탄 후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 * *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군요.”
“외환위기 당시 망한 폐공장입니다. 지금은 우리 회사가 인수했고, 직원들의 전투 훈련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허름한 폐공장.
하지만 안에는 나름 잘 꾸며져 있었고, 창문은 모조리 검은 절전 테이프가 발라져 있어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안으로 더 들어가자 작은 방이 나왔고, 나름 회의실처럼 꾸며져 있는 공간이었다.
“부회장님, 최재석 의원님 오셨습니다.”
“누추한 곳으로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정경 유착의 오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 이해합니다. 그래도 전처럼 산골은 아니라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최재석 의원도 나와 마찬가지로 차를 바꿔 타 이동했을 터.
강 대위가 믿는 직원이 차를 직접 운전해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 것이다.
“교섭 단체 수장으로 여의도에서 생활하시니 어떠십니까?”
“전보다 대우는 좋아졌지만, 10배는 더 피곤합니다.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 빨리 거대 정당 중 한 곳에 줄을 서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많아서 곤란하기 그지없습니다.”
“제 귀에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들립니다.”
회유와 강요.
이는 상대방을 어떻게 할 수 없기에 나오는 방법이었다.
영입할 자신이 있었다면, 달콤한 과실을 제시했을 것이고, 쓸어 버릴 자신이 있었다면 강요가 아니라 협박을 했을 터였다.
“지금의 상황이 썩 나쁘지는 않긴 합니다. 허허허.”
“좋은 기분에 제가 초를 치는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할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일을 포기하겠다는 약속도 유지되는 겁니까?”
“당연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대한민국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니 납득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IIT 한국 유치.
이 주제를 꺼내기 전에 잠시 뜸을 들였다.
테이블 위에 준비된 생수병을 최재석 의원이 한 모금 마셨고, 그제야 나는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인도 공과 대학이라고 아십니까?”
“잘은 모르지만 들어는 봤습니다. 인도 학생이라면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학이고, 졸업만 하면 실리콘밸리에서 졸업생을 모셔 간다는 이야기도 알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공과 계열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라고 해도 되는 학교가 IIT입니다. 그런 대학이 한국에도 생긴다면 어떻겠습니까?”
최재석 의원이 입술을 악물었다.
대한민국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중에는 교육도 포함이었다.
대학교도 당연히 교육의 범주 안에 들어갔고,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건 정치인으로서 어려운 일이었다.
“인도 공과 대학과 비슷한 대학교가 생기는 건 나쁘지 않지만, 이미 그런 대학에 여럿 있지 않습니까? 대전에도 포항에도 그리고 구미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IIT와 비슷한 대학이 아니라 IIT 한국 캠퍼스를 유치하려고 합니다. IIT를 그대로 인도에서 한국으로 옮겨 오는 거지요.”
“대학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인도에 있는 대학을 한국에 가지고 오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경악을 금치 못하는 최재석 의원이었다.
외국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는 경우는 있어도 캠퍼스를 유치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으니까.
“이미 인도 정치권과는 말이 끝난 상태입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만 OK 사인이 나오면 올해라도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인도 공과 대학이라면 인도의 자부심 아닙니까? 그런데 한국에 캠퍼스를 만드는 것에 어떻게 동의할 수가 있습니까?”
“미모안 싱 총리와 친분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에는 지금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 국민적 여론도 나쁘지 않기에 가능했습니다.”
“역시 태우그룹 부회장답게 세계적인 인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외국 대학 캠퍼스를 한국에 유치하는 건 국민 정서를 건드릴 수도 있는 일입니다. 거대 정당에서도 이번 일을 크게 부풀릴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최재석 의원님과 국민경제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번엔 내가 생수를 한 모금 마셨다.
그사이 최재석 의원은 생각이 많아졌는지 관자놀이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있었다.
“인도 공과 대학 한국 캠퍼스 유치와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 유치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다양한 IT 개발자를 양성하고 한국에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 캠퍼스라고 해도 인도 학생의 수가 절반이 넘을 건데, 정착이 가능하겠습니까?”
“모두 정착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중 30%는 태우그룹에 취직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반대 여론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빼앗기는 셈이 되지 않습니까.”
취업난이 매년 극심해지고 있었고.
취준생들은 10대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기를 쓰며 고생하고 있기에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는 걸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자가 늘어난 만큼 취업의 문이 넓어진다면 어떨까?
특히나 모든 취준생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태우그룹이 신규 채용을 확대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