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4)
독식하는 재벌 3세-214화(214/518)
214. 일방적 이득 (3)
자율 주행 시스템을 위해선 내비게이션 기술이 필요했다.
태우자동차에서도 자체적인 내비게이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족했다.
이럴 때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있으셨다.
‘기술은 사서 쓰면 된다!’
여기서 나는 조금 틀었다.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사면 된다!.’
내비게이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 초기 기술 개발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실장님, 내비게이션 회사를 인수해야겠습니다. 한국에서 1위 하는 업체를 인수했으면 합니다.”
“아이내비가 현재 1위 내비게이션 브랜드이고, 씽크윈이 아이내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씽크윈을 인수하면 되겠군요. 아니면 씽크윈으로부터 내비게이션 사업부만 인수해도 됩니다.”
“인수 협상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씽크윈의 대주주 중 한 곳이 현재자동차입니다. 현재자동차에서 인수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살짝 귀찮게 되었다.
하긴 내비게이션 업체의 주 고객이 완성차 회사인 건 당연했고, 현재자동차와 씽크윈이 친하게 지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장경준 회장을 만나 봐야겠군요.”
“현재자동차에서는 자체 내비게이션 브랜드를 만들고 있기도 하니 대화의 여지가 있어 보이긴 합니다.”
“약속을 잡아 주세요. 가능한 한 빨리 만났으면 좋겠군요.”
장경준 회장과 나는 한때는 동지적 관계였지만.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룬 지금에서는 경쟁 관계가 되었다.
내수 시장 1, 2위를 다투는 태우자동차와 현재자동차였으니까.
“부회장님, 약속 일정을 잡았습니다. 일전에 만나셨던 청담동 음식점에서 저녁을 같이하길 원하고 계십니다.”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회답이 빨리 오는군요.”
장경준 회장도 나를 만나고 싶었나 보다.
현재자동차 쪽에서도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니 회답이 이렇게 빨리 온 것이 분명했다.
현재자동차에서 우리에게 무슨 볼일이 있을까?
궁금증을 안은 채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로 이동했고, 장경준 회장과 거의 동시에 식당으로 들어섰다.
“장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제 또래라고 해도 될 정도십니다.”
“허허, 아들뻘 되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오랜만에 쌓인 회포를 풉시다.”
장경준 회장의 아들이 나랑 나이가 비슷하긴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쯤 계열사 본부장을 맡고 있었을 것이다.
설마 아들 문제 때문에 나를 보자고 한 걸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기에 의미 없는 아이스 브레이킹용 대화를 이어 가며 저녁 식사를 즐겼다.
“흠, 식사는 이제 다 끝난 것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김 부회장님이 저를 보자고 한 이유를 알고 싶군요.”
“내비게이션 사업과 관련해서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자동차 업계와 내비게이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긴 하죠.”
장경준 회장이 먼저 말을 꺼내 들었다.
나는 숨김없이 내가 바라는 걸 처음부터 드러냈다.
협상의 기본은 최대한 자신이 가진 패를 숨기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패를 보여 줌으로써 상대방의 패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장 회장님도 저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 보이십니다. 어떤 일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흠흠,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같은 동종 업계 사람이니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리다. 다름이 아니라 캐피탈 관련해서 상의드릴 일이 있어요.”
캐피탈?
신용카드와 비슷하게 리스나 할부를 해 주는 업체가 캐피탈이었다.
특히나 자동차 구매 시 캐피탈을 자주 이용하기에 완성차 업체에서는 계열사로 캐피탈을 두고 있었다.
현재자동차도 현재캐피탈을 보유하고 있었고.
우리 태우자동차도 태우캐피탈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캐피탈이 업계 1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번에 삼진그룹에서 미국 GM과 손을 잡고 캐피탈 관련 합작 회사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라면 나도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태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되었고, GM은 태우자동차 판매를 위해 삼진그룹과 손을 잡고 캐피탈 업계에 진출하였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태우자동차가 GM에 넘어가지 않았음에도.
“GM이 무슨 이유로 캐피탈에 진출하는지 모르겠군요.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기라도 한답니까? 그러기 위해선 한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을 해야 하는데 그럴 회사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삼진과 GM이 손을 잡고 다시 자동차 업계에 진출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삼진그룹의 자본력과 GM의 자본력이 합쳐지면, 캐피탈 시장의 무게추가 심하게 요동치지 않겠습니까?”
삼진그룹이 다시 자동차 업계에?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회귀 전에도 삼진그룹은 여러 번 자동차 업계에 기웃거렸지만, 정부와 여론의 반대 때문에 접어야만 했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GM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든 어차피 실패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3년만 지나도 엄청난 경제 위기가 찾아오고, GM은 부도 위기까지 몰리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이 알고 있는 일이었기에 모른 척하며 장경준 회장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흠, 조금 우려스럽긴 하군요. 삼진그룹이 캐피탈 시장까지 다 장악해 버리면, 완성차 업체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겠습니다.”
“흠흠, 그래서 우리 현재자동차에서는 미국 GE사와 손을 잡기로 하였습니다.”
“허허, 다들 미국 업체와 손을 잡고 있군요.”
이제야 장경준 회장이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를 알겠다.
캐피탈 시장의 선두 경쟁.
삼진그룹과 현재자동차 그룹이 캐피탈 시장을 두고 싸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보고를 받았던 기억이 나긴 했다.
기획실장이 우리도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캐피탈 시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었다.
그때는 그냥 흘려 넘겼다.
왜냐고? SAVE 투자회사와 손만 잡아도 단숨에 해외 자본을 찍어 누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캐피탈 시장 규모는 고작해야 5조 원 남짓이었고, 대형 캐피탈 회사라고 해도 영업 이익은 3천억 원도 안 나오고 있었다.
이러니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이다.
작은 시장에 기억력을 할애할 정도로 내 머리에 기억 공간이 많은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현재차 그룹 입장에서는 무시 못 할 시장이긴 했다.
현재차로 금융 부문에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연결 고리였으니까.
그런데 유일한 연결 고리를 삼진그룹이 먹어 치우려고 한다니 애가 타겠지.
나도 애를 좀 태워 볼까?
우리가 외국 자본과 손을 잡는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어떤 반응이 나오려나?
“태우자동차는 지금까지는 외국 자본과 손을 잡을 계획은 없었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 우리도 손을 잡긴 해야겠습니다. 월가의 투자회사를 끌어들이면, 10조 원 정도는 가볍게 끌어올 수 있기도 하지요.”
“흠흠, 굳이 태우그룹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출혈이 커지는 법 아니겠어요?”
“조금 고민되는 문제긴 합니다. 이번 일을 할아버지가 아시게 된다면 무조건 참전하려고 하실 겁니다. 장 회장님도 김태중 회장님의 성격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할아버지를 진정시키려면 무언가 하나는 들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할아버지 핑계를 대었다.
재계에서 할아버지의 욕심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가능한 핑계였고, 장경준 회장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 핑계기도 했다.
“내비게이션 문제로 저를 보자고 하셨지요? 혹시 씽크윈과 관련된 일입니까?”
“맞습니다. 씽크윈 회사 자체를 인수하거나 내비게이션 사업부를 인수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씽크윈과 현재자동차가 친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씽크윈이라면 현재자동차와 아주 긴 인연이 있는 회사지요. 제가 인수 과정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도움을 준다는 데 어찌 거절하겠는가?
나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기에 장경준 회장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씽크윈과 다리를 놓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 부회장이 원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 드려야죠. 그런데… 흠흠.”
“캐피탈 쪽은 지금 상황만 유지하겠습니다. 외부 자금을 유치하면 괜히 신경 쓸 일만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허허, 믿어도 되겠지요?”
“제가 언제 회장님에게 거짓을 말한 적이 있습니까? 저는 약속을 안 하면 안 했지,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입니다. 원하신다면 할아버지의 명예도 걸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명예만큼 확실한 보증이 어디 있겠나?
태우그룹에서 할아버지는 신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셨고, 장경준 회장도 그걸 잘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믿겠습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 사업부를 태우자동차에서 인수하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지겠습니다. 허허.”
“내비게이션이야 완성차 업체에겐 꼭 필수적인 기기가 아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에서 자사 브랜드 내비게이션을 부착한 채로 차량을 출고하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딱히 경쟁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그래서 현재자동차에서도 자체적으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고 있는 것 아니십니까?”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를 내어 줘야 하겠죠. 태우자동차가 씽크윈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습니다.”
내비게이션 시장 독점에도 살짝 욕심을 부렸던 장경준 회장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돈인 캐피탈 시장 때문에 내비게이션 시장에 대한 욕심을 접어 버렸다.
* * *
며칠 후.
장경준 회장이 씽크윈 박태수 회장과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박태수 회장은 회사를 창립할 때부터 현재자동차와 긴밀한 사이여서 그런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한국 자동차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두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씽크윈 박태수입니다.”
“박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저와는 안면이 있으니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태우그룹 김민재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시지요.”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아이고! 김태중 회장님과는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회장님을 정말 많이 닮으셨습니다.”
“자! 중요한 얘기를 나누는데 훼방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저는 이만 빠지겠습니다. 두 분이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시길 바라겠습니다.”
장경준 회장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러자 분위기가 일순간에 얼어붙었고, 박태수 회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 입에 주목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씽크윈을 인수하고 싶습니다. 정 안 된다면 내비게이션 사업부라도 인수하고 싶습니다.”
“제가 자식처럼 여기고 키운 회사입니다. 어떻게 부모가 멀쩡히 살아 있는데 자식을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낼 수 있겠습니까?”
“입양이 아니라 장가를 보낸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혼수로 500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씽크윈은 아직 코스닥 상장도 하지 않은 회사였다.
그렇기에 500억 원이란 금액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물론 10년 정도가 지나 코스닥에 상장하고 나면 그 가치가 최소 3배 이상 상승할 회사기도 했다.
“500억 원이 아니라 천억 원을 주신다고 해도 사양하겠습니다. 정말 제 자식 같은 회사입니다.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애절하게 말하는 박태수 회장이었다.
정말 더 큰 금액을 불러도 회사를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굳이 회사를 인수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필요한 건 씽크윈이 보유한 기술이었으니까.
오히려 돈을 아끼면서 내가 바라는 것만 쏙 빼먹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물론 씽크윈에게도 좋은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