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5)
독식하는 재벌 3세-215화(215/518)
215. 일방적 이득 (4)
자식 같은 회사를 팔기 싫어하는 씽크윈의 박태수 회장.
내비게이션 기술이 필요한 태우그룹.
충분히 타협 가능한 지점이 있었고,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지금까지 씽크윈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만을 구매하겠습니다.”
“기술과 데이터를 구매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 회사의 기술과 데이터를 이용해 태우그룹에서 내비게이션을 출시하면, 씽크윈은 망하고 맙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휴대폰용 내비게이션 시장만 진출한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은 누가 가지든 상관없었다.
내가 바라는 건 내비게이션 기술과 앞으로 쌓이게 될 데이터였다.
데이터는 굳이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아니더라도 축적이 가능했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휴대폰용 내비게이션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도 있었다.
“휴대폰용 내비게이션이라고 하면, KS통신에서 작년에 출시한 서비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슷하지만, 조금 더 뛰어난 서비스를 출시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차량용 내비게이션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우린 휴대폰용 내비게이션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씽크윈이 아니다.
오히려 차량용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출시한 KS통신이 우리의 경쟁자다.
이런 생각을 심어 줄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했고, 박태수 회장의 표정이 서서히 변해갔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휴대폰용 내비게이션이 출시되어도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이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 1차 협력사로 씽크윈을 등록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선택 옵션으로 씽크윈의 내비게이션을 포함시키겠습니다.”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역시나 프로모션이었다.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를 통해 씽크윈의 내비게이션을 홍보해 주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고, 당연히 씽크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제안이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해 주시는 겁니까? 우리야 너무도 감사한 제안이지만, 태우자동차에게 너무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선택 옵션에 추가한다는 건 우리 태우그룹이 보증하는 제품이라는 뜻도 되죠. 씽크윈에서 하자가 있는 내비게이션을 납품만 하지 않는다면, 선택 옵션에서 빠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품질 문제라면 걱정 마십시오! 만약 하자가 있는 제품이 나온다면 전량 회수해서 환불 혹은 교환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 대신 기술과 데이터를 우리가 독점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으면 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 드려야지요. 만약 다른 완성차 업체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반드시 부회장님과 상의하겠습니다.”
몇 가지 프로모션 제안으로 500억 원을 아낀 셈이었다.
선택 옵션에 씽크윈 제품을 등록한다고 해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니 원하는 걸 돈 한 푼 내지 않고 얻어 내었다고 봐도 되었다.
씽크윈 회사에서도 나쁜 조건은 절대 아니었다.
태우그룹의 1차 업체로 지정이 되면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게 될 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천억 원 이상으로 높아질 수도 있었으니까.
* * *
씽크윈은 약속을 지켰다.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과 데이터를 우리와 공유를 했고, 그 정보를 전부 천민정에게 제공했다.
“이 정도 기술과 데이터면 도움이 되겠나요? 한국 1위 내비게이션 업체에서 받아 온 겁니다.”
“나쁘진 않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상당히 많아요.”
“1차적으로 보완해서 스마트폰에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얼마나 걸리겠어요?”
“원하시는 기능에 따라 기간이 달라져요. 부회장님이 생각하는 필수 기능이 뭔지 말씀해 주세요.”
그래도 태우그룹에서 출시하는 내비게이션이었다.
다른 회사의 제품보다 뛰어나면서 차별성이 있는 기술을 추가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실시간 교통 정보가 반영되었으면 좋겠네요. 거기서 더 나아가 정체 도로를 우회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은 한데 어려운 조건이 달성되어야지만 만들 수 있어요.”
“어떤 조건이죠?”
“전국 도로 곳곳에 우리가 만든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고객이 있어야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할 수 있어요.”
“그건 문제 될 것 없죠. 태우통신은 한국 1위 통신 업체니까요. 그리고 가장 많은 스마트폰 유저를 보유한 통신 회사기도 하고요.”
실시간 정보는 결국은 이용자를 통해 얻어 내야 하는 정보였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더욱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기능을 만드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아요. 알고리즘을 통해 정보를 분석하고 송출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음성인식 기능도 포함되었으면 좋겠군요. 운전 중에 손을 움직여 조작하면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음성인식 기능이야 이미 만들어 두었으니 적용하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도착 예정 시간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것도 어렵지 않아요.”
“또 유가 정보도 포함되었으면 좋겠군요. 주유소별 요금을 매일 업데이트하면 고객이 좋아하지 않겠어요?”
“……그 기능도 포함시킬게요.”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랬나?
아무리 초기 버전이라고 해도 이 정도 기능은 있어야 태우의 이름을 달고 출시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어서 단기간에 끝내긴 어려워요. 팀원들과 같이 만든다고 해도 최소 한 달은 필요해요.”
“한 달밖에 걸리지 않나요?”
“제가 시간만 넉넉해도 일주일 안에 만들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네요. 무조건 한 달 안에는 완성시켜 볼게요. 하지만 완성된다고 해도 사용자가 많지 않으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사용자 확보 문제는 제가 알아서 책임지죠. 천민정 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용자를 확보해 볼 테니까요.”
서로에게 숙제를 준 채로 우린 헤어졌고.
나는 부회장실로 올라가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을 호출했다.
그에게 스마트폰 전용 내비게이션 어플에 관해 이야기를 해 주었고, 그는 이미 KS텔레콤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내비게이션에 관해 알고 있었기에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도 KS텔레콤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전용 내비게이션 어플을 출시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태우의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서비스니 당연히 KS텔레콤의 서비스보다 뛰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실시간 정보를 통해 정체 도로 현황부터 우회 도로 안내 그리고 음성 인식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시킬 겁니다. 개발에 진행 중이고, 다음 달이면 출시도 가능하죠.”
“역시 부회장님이십니다. 저도 태우통신에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부회장님은 먼저 개발을 진행하고 계셨군요!”
내가 예전부터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고 착각하는 이주영 사장이었다.
오늘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니 개발 중인 건 맞으니 자세한 설명 없이 넘어갔다.
“우리는 실시간 고객 정보를 수집해 보다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니 1명이라도 많은 고객 확보가 절실하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KS텔레콤처럼 태우통신을 이용하는 고객에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KS텔레콤의 사용자만이 KS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는 통신사 고객 유치를 위한 당연한 정책이었고, 데이터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정책을 펼쳐야만 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보유한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합시다. 태우통신이든 KS텔레콤이든 상관없이 모두 무료로 풀어 버리는 거죠.”
“지금 만들고 있는 내비게이션의 성능이 KS텔레콤의 내비보다 좋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내비의 성능 때문이라도 통신사를 이동할 고객이 있지 않겠습니까?”
“태우통신 고객에게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모든 통신사 고객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데이터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사장 자리는 계약직이었다.
계열사의 매출이 줄어들거나 적자를 보게 되면 계약이 종료될 수도 있었기에 이주영 사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태우통신 이외의 고객이 사용하는 데이터 비용은 태우IT에서 부담하게 될 겁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서 사용자를 늘려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KS텔레콤의 내비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질 때 고객을 최대한 유치를 해 둬야지만, 우리가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죠.”
선순환의 연속.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공격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획해 보겠습니다.”
“홍보는 태우통신과 그룹 기획실에서 같이 진행해 주세요.”
이주영 사장과의 대화가 거의 끝날 무렵.
벌컥! 부회장실의 문이 열렸다.
노크도 없이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그룹에서 딱 한 명뿐이었다.
“회장님이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연락을 하셨으면 제가 올라갔을 텐데요.”
“걸어 다닐 힘이 있을 때 열심히 걸어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 그나저나 이 사장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역시 임원은 회사 매출이 보양식이야. 태우통신 매출이 잘 나오니 이 사장 얼굴이 10년은 더 젊어 보여.”
“감사합니다, 회장님.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이주영 사장이 납작 엎드려 부회장실을 빠져나갔고.
그제야 나는 조금 편한 자세로 할아버지를 맞이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냥 손자 얼굴 보고 싶어서 왔지. 시간 괜찮으면 잠시 나랑 산책 좀 하지 않겠느냐?”
“할아버지랑 산책 다닐 시간도 없으면 회사 때려쳐야죠.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업무 시간에 불쑥 찾아온 적이 없던 할아버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기에 산책을 제의하신 게 분명했다.
일단은 모른 척하며 본사 건물 밖으로 나왔고.
할아버지는 본사 맞은편에 있는 서울역까지 걸어가셨다.
“참 대단하지 않느냐? 서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태우그룹 본사라니.”
“위치 선정이 매우 탁월하셨습니다. 서울을 상징하는 건물이 태우그룹 본사 아니겠습니까?”
“예전에야 그랬지. 지금은 너무 낡아 버렸어. 서울의 상징이라고 하기엔 주변에 큰 건물도 너무 많이 생겨 버렸고.”
추억을 회상하시는 듯한 할아버지셨다.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눈에서 욕심이 서려 있다는 걸 감지했다.
회귀 전에도 이번 생에도 거의 60년이 가까운 시간을 같이 지냈기에 할아버지의 눈만 봐도 무슨 감정을 느끼고 계시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혹시 본사를 옮기고 싶으신 겁니까?”
“말이 재계 1위 그룹이지 다른 그룹보다 못한 건물에서 근무를 하면 직원들이 어떻게 자부심이 생기겠느냐?”
“자부심은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기업보다 많은 연봉과 복지 혜택이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죠.”
“옛끼 이놈! 이제 나를 다 가르치는구나.”
할아버지의 꿍꿍이를 이제야 알았다.
신사옥에 욕심을 부리고 계셨다.
분명 한국에서 가장 큰 건물을 신사옥으로 사용하고 싶으신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