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6)
독식하는 재벌 3세-216화(216/518)
216. 일방적 이득 (5)
태우그룹 본사 건물을 이전할 때가 되긴 했다.
지금 당장은 이전하지 못하더라도 올해 첫 삽을 떠야 10년 뒤에는 이전이 가능했으니 늦은 감이 있기도 했다.
재계 1위 그룹.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었다.
건물의 높이는 힘의 상징이라고.
지금 사옥은 태우그룹의 힘을 상징하기엔 부족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주 오랜만에 부리는 욕심을 손자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사옥이 많이 낡긴 했습니다. 새로운 태우그룹에 어울리는 신사옥이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오호라!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런데 좋은 땅은 전부 다 다른 대기업이 선점하거나 정부에서 소유하고 있구나.”
한국 대기업은 대부분이 본사가 서울에 위치했다.
특히나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기업 중에 본사가 서울에 위치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고, 재계 1위 그룹인 태우그룹 사옥도 당연히 서울에 있어야 마땅했다.
“좋은 땅이 남아 있긴 합니다. 샤롯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땅이 아주 괜찮더라고요.”
“군사 정권 때 사들인 땅 말이냐? 강남에서 남은 몇 안 남은 노른자위 땅이지.”
“800억 원에 사들인 땅이 벌써 1조 원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땅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 땅을 뺏어오기라도 하겠다는 게냐? 샤롯그룹에서는 절대 내어주지 않을 게다. 정부에서 압박을 해도 그룹의 사활을 걸고 지켜 낸 땅 아니더냐.”
군사 정권 시절 특혜 의혹을 받았던 땅이었다.
당연히 군사 정권이 끝나자, 민주화 정부에서 샤롯그룹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샤롯그룹은 압박을 받으면서도 끝끝내 땅을 지켜 냈고, 몇 번이나 고층 건물을 지으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었다.
“세상에 사고팔지 못하는 물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원하는 것을 쥐여 주면 땅은 팔게 되어 있습니다.”
“오호,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어떻게 할애비가 도와줘야겠느냐?”
“샤롯그룹의 진 회장님을 만나 뵐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진 회장님이라면 내가 직접 나서야 만날 수 있는 분이지. 나보다 나이 많은 얼마 남지 않은 회장님이시지 않느냐.”
샤롯그룹의 진호균 회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셨다.
재계에서는 큰 어른에 속하는 나이였고, 그나마 비슷한 나이대이신 할아버지가 나서야지만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 * *
할아버지의 추진력은 대단하셨다.
불과 하루 만에 진호균 회장과의 만남을 성사시켜 버렸다.
그만큼 신사옥에 대한 욕심이 거대하다는 뜻이기도 했고, 나는 그런 할아버지의 욕심을 채워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진호균 회장의 마음을 사야 했고.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매우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올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태우그룹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민재입니다.”
“허허허, 김 회장이 그렇게 자랑하는 손자가 당신이구만. 아주 훤칠한 게 젊은 시절 김 회장을 보는 듯하군.”
“잘생긴 것만 놓고 따지면 진 회장님이 대단하셨지요. 처음 뵈었을 땐 기업가가 아니라 배우인지 알았습니다.”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입술에 침을 바르셨다.
조손지간의 현란한 혀 놀림에 진호균 회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럴 사람이 아닌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아니면 내가 가진 걸 빼앗고 싶어 그러는 겐가?”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강제로 뺏겠습니까? 그저 서로 마음이 맞으면 물물교환을 하는 게지요.”
“원하는 게 있다는 말이로군. 손자까지 대동해서 이 늙은이에게 뭘 뺏어 가려는 겐가?”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어찌 혼자만 늙은이 대우를 받으려고 하십니까? 이승에서는 진 회장님이 선배지만, 저승에서는 제가 선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몹쓸 사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자네랑은 입씨름을 해 봐야 내 입만 아프지. 김 부회장 자네가 한번 말해 보게나. 뭘 가지고 싶은 겐가?”
갑작스레 공이 나에게로 넘어왔다.
어렵게 얻은 찬스를 날려 버릴 수는 없기에 현란한 혀 드리블로 공을 받아 내야만 했다.
“샤롯그룹이 면세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태우전자에서는 아노르 가문과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를 우리 면세점에 런칭이라도 시켜 주겠다는 겐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내 김 회장을 형님으로 부를 수도 있다네.”
“됐습니다! 진 회장님에게 형님 소리를 들을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어허! 자네랑은 입씨름하기 싫다고 하지 않았나. 김 부회장과 얘기를 하고 있으니 좀 조용히 하게나.”
할아버지를 꾸짖을 수 있는 사람이라니.
물론 장난식이니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현재그룹의 장 회장님 다음으로 할아버지를 편하게 대하는 진호균 회장이었다.
“아노르 가문을 설득해서 명품 브랜드 런칭이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형님 소리를 듣기 싫다고 하니 다른 무언가를 내어 줘야겠구나. 뭘 받고 싶은지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간단히 말해 보거라.”
“강남에 위치한 땅을 구입하고 싶습니다. 현재 가격보다 프리미엄을 붙여 비싼 값에 구입하겠습니다.”
“이런 날강도들을 봤는가. 결국 땅 때문에 나를 보자고 한 거군. 김 회장은 잘 알지 않는가. 내가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수모까지 참아 왔는지!”
기세가 단번에 바뀌는 진호균 회장이었다.
지금까지는 편안한 옆집 할아버지였다면, 땅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악귀로 변했다.
“절대 부족하지 않은 금액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말씀을 더 드리자면, 공군 기지 문제로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땅을 태우그룹에 넘기면, 공군 기지 문제를 해결할 자신은 있고?”
“공군 기지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공군 기지 이전 자금 일부를 태우그룹에서 지원한다면 충분히 허가를 받아 낼 수 있습니다.”
“쯧쯧, 왜 엄한 곳에 돈을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군. 공군 기지 이전 자금을 왜 기업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겐가.”
대기업을 만든 사람이라 다르긴 달랐다.
어떻게든 최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나야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진호균 회장은 가장 돈이 적게 드는 해결책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투자할 용의가 있습니다.”
“젊은 사람이 늙은이보다 더 시간을 아까워하는군.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야. 모든 것은 때가 있기 마련이지.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허가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때만 잘 맞추면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허가를 받아 낼 수도 있다네.”
“제가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봅니다.”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를 우리 면세점에 입점하는 거야 환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른자위 땅을 넘길 정도의 조건은 아니지.”
“샤롯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는 땅의 가치가 대략 1조 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50%를 인상해서 1조 5천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네. 우리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들인 노력이 5천억 원밖에 안 하겠는가?”
돈으로 해결 보긴 힘들어 보였다.
더 큰 금액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진호균 회장의 마음이 바뀔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돈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제시하여 진 회장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그러니 이제, 진짜 무기를 꺼낼 차례였다.
“태우그룹은 샤롯그룹의 한국 지분 5%와 일본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걸 넘겨주겠다는 겐가? 지분을 늘리는 거야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른자위 땅을 넘길 정도의 가치는 아니네.”
지분은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지금처럼 진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지분 5%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다면, 5%의 지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재계 1위였던 현재그룹이 지금 어떻게 되셨는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경영권 분쟁으로 그 꼬라지가 되었지. 샤롯그룹도 그렇게 될 거라고 저주를 퍼붓는 겐가?”
“저주나 예언이 아니라 당연히 일어날 일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진 회장님이 일선에서 물러나시면 장남과 차남이 경영권을 가지고 분쟁을 일으키지 않겠습니까?”
“어허! 쯧쯧,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김 회장! 손자 교육을 어떻게 시킨 겐가.”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꺼낸 말이 아니었습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샤롯그룹이 현재그룹처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했었던 것뿐입니다.”
왕자의 난.
이는 대한민국의 대기업이라면 대부분이 겪는 사태였다.
삼진그룹도 현재그룹도 경영권 분쟁이라는 흑역사를 써 내려갔던 적이 있었고, 샤롯그룹도 같은 역사를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그룹의 장 회장은 너무 늦게 후계자를 정해서 그런 사달이 난 게지. 하지만 난 이미 후계자를 정해 두었다네.”
“공식 발표를 하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마음속으로 후계자를 정해 두셨다고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자네는 누가 더 후계자에 적합한 것 같은가?”
“다른 그룹의 후계자 문제에 제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단지 저는 진 회장님이 원하시는 분이 안정적으로 그룹의 총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짝짝!
할아버지가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셨다.
그러곤 특유의 능청맞은 미소를 지으며 진 회장에게 말을 건넸다.
“잠시 쉬었다가 이야기를 이어 가지요.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으려고 합니다.”
“흠, 자네들과 밥을 먹었다간 속이 뒤틀린 것 같네. 조만간 자리를 한 번 더 마련할 테니 그때 나머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진 회장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으니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식당 밖으로 나가는 걸음걸이에도 화가 잔뜩 묻어나 있었고, 할아버지는 혀를 차며 그 모습을 바라보셨다.
“고약한 성격은 나이를 먹어도 변하질 않으시는군. 그리고 너도 너무 성급하게 경영권 분쟁 이야기를 꺼냈어.”
“그래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자고 하셨으니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사라진다면 다른 땅을 구해도 되고요.”
“서울에 대규모 건물을 지을 땅이 또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게냐.”
“한 곳 더 남아 있긴 합니다. 한전이 사용하고 있는 부지가 샤롯그룹의 부지보다 더 넓습니다.”
한전이 사용하고 있는 강남 사옥.
몇 년 안에 이주를 계획하고 있었고, 지금이야 한전에서는 부지를 팔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으니 팔 수밖에 없는 땅이었다.
“그곳도 노려보겠다는 게냐?”
“두 곳 중 한 곳만 성공해도 신사옥을 지을 수 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두 마리 다 놓칠 수 있단다.”
“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버리면 어떻게 할지 고민 중입니다.”
물론 우선은 샤롯그룹의 땅부터 노릴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전 부지도 노려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