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7)
독식하는 재벌 3세-217화(217/518)
217. 선택의 시간 (1)
며칠 후.
나는 진호균 회장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엉뚱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진호균 회장의 차남이자 샤롯그룹의 부회장 중 한 명인 진동구에게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조용한 곳에서 만남을 요청하였기에 강 대위가 관리하고 있는 청담동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먼저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동구입니다.”
살짝 어눌한 한국어.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교육받은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런던에 있는 금융사에서 일했기에 한국어가 많이 부족했다.
“편하시면 일본어나 영어로 대화를 하셔도 됩니다. 일본어가 편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어찌 일본어로 대화를 하겠습니까? 부족하더라도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내가 일본어를 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겠지만, 진동구 부회장이 거절했다.
발음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어에 대한 열의는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 음식이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자주 찾는 식당입니다.”
“좋은 식당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에 이렇게 조용하고 아늑한 식당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가벼운 대화와 함께 식사를 즐겼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해소되자 본론을 꺼내 드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김태중 회장님과 함께 아버지를 만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용히 만난다고 만났지만 벌써 소문이 났나 보군요. 두 분 회장님 모두 워낙 정계의 거인들이라 소문이 났나 봅니다.”
“제가 듣는 귀가 워낙 예민해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차기 경영권 관련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역시나 나를 부른 이유는 경영권 때문이었다.
나와 같은 부회장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진동구 부회장의 나이는 쉰.
일가를 이루고도 남을 나이였기에 경영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경영권 관련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진 못했습니다. 그저 진 회장님이 마음속으로 차기 회장을 점찍어 놓으셨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마음속으로 차기 회장을 정해 놓으셨다고요. 흠.”
한참이나 고민에 빠져 있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그러다 내가 앞에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와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샤롯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강남땅을 매입하고 싶다고 제안드렸습니다. 지금 가격보다 50% 프리미엄을 붙여 드리고,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를 샤롯 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습니다.”
“혹시 아버지께서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까?”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고만 하셨습니다.”
나는 진동구 부회장에게 경영권 이야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솔직하게 오픈했다.
지금 당장 그에게 중요한 건 노른자위 땅이 아니라 차기 회장 자리였으니까.
“민감한 질문에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강남땅을 매입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회장님에게 잘 좀 말씀드려 주실 순 없으시겠습니까?”
“그 문제는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목숨 걸고 지키신 땅을 어떻게 팔라고 강요하겠습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들 된 입장에서 그리고 샤롯그룹의 부회장으로서 강남의 노른자위 땅을 팔라고 강요하는 건 배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노른자위 땅이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룹의 총수 자리는 달랐다.
“제 손을 잡으시면 샤롯그룹의 회장 자리로 임명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무례하게 들렸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조금 무례하긴 하군요. 하지만 제안은 고려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대화는 끝이 났다.
진동구 부회장은 신중한 성격인지 내 손을 덥석 잡진 않았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런 제안을 장남인 진동오 부회장에게도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 * *
다음 날.
예상대로 샤롯그룹의 장남 진동오 부회장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진동구 부회장과 만났던 그 식당으로 초대를 했고, 그는 훨씬 더 어눌한 한국어로 인사를 해왔다.
“반갑습니다. 진동오입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일본어로 대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감사합니다.”
어눌한 수준의 한국어가 아니라 부족한 수준의 한국어.
대화가 힘들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진동오 부회장이었기에 일본어로 대화를 나눠야만 했다.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일본어가 상당하시군요! 허허, 다름이 아니라 요즘 김 부회장님이 샤롯그룹 회장과 부회장을 차례대로 만난다는 이야기가 들려와서 말이지요.”
“회장님은 제가 요청해서 만남을 가졌지만, 부회장님의 경우에는 먼저 연락이 왔었습니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예상한 상황대로였다.
50대면 경영권에 한창 관심이 생길 나이지.
특히나 진동오 부회장은 장남이기도 했으니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샤롯그룹이 보유한 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태우그룹 차원에서 샤롯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부지를 50% 프리미엄을 붙여 매입하고자 합니다.”
“다른 이야기는 없었나요?”
“경영권 관련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흠흠, 그렇습니다.”
“그저 진 회장님이 마음속으로 차기 회장을 정해 놓았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샤롯그룹의 형제에게 반복해서 말했다.
하지만 반응은 전혀 다르게 터져 나왔다.
진동구 부회장의 경우엔 신중하게 나섰지만, 진동오 부회장은 덥석 내 손부터 잡았다.
“내가 샤롯그룹의 총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샤롯그룹이 보유한 부지를 프리미엄 없이 매입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부회장님께서 가능하시겠습니까?”
“제가 회장 자리에 오르기만 한다면 누가 반대를 하겠습니까? 계약서를 써 달라고 하신다면 써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주 열성적으로 나오는 진동오 부회장이었다.
확실히 동생보다 야욕을 쉽게 드러내는 성격인가 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장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었다.
누가 가진 패가 더 강한지 확인하고 나서 손을 잡아도 늦지 않으니.
“조만간 진 회장님을 다시 뵙기로 했습니다. 대답은 그 이후에나 드릴 수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말씀 좀 잘 부탁드립니다. 평소에 김 부회장을 좋게 보시고 계셨습니다.”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나쁜 말이 나오지 않도록만 하겠습니다.”
“허허,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손을 잡자고 먼저 제안을 한 장남.
내가 먼저 손을 잡자고 제안한 차남.
누구의 손을 잡아야 이득이 될까?
오랜만에 아주 재미난 고민을 하게 되었다.
* * *
진동오 부회장과의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뉴스를 보며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한정식이 질리지도 않느냐? 허구한 날 한정식을 먹으러 다니는구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샤롯그룹의 자식들을 만나 보니 어떻더냐?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더냐?”
“저보다 서른 살 가까이 많으신 분들인데 제가 어떻게 평가를 하겠습니까?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이제 할애비 상대로도 말을 아끼는 게냐? 고얀놈!”
살짝 화를 내시는 할아버지셨고.
은근슬쩍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지금 고민 중입니다. 장남과 손을 잡으면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고, 차남과 손을 잡으면 확실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쉬운 길만 찾지 말거라.”
“할아버지는 차남이 마음에 드시나 봐요.”
“내가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게 뭐가 있겠느냐? 다른 그룹 후계자인데. 그나마 장남보다는 차남이 경영 능력이 있어 보여서 하는 말이지.”
“그러면 장남을 밀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샤롯그룹이 성장을 하지 못하니까요.”
“쯧쯧, 5년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구나. 한국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다른 대기업도 잘 성장을 해야지.”
재계 1위의 품격이라고 해야 할까?
샤롯그룹과 태우그룹의 격차가 나날이 벌어지기에 가능한 말이기도 했다.
“저도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이에요. 경영 능력만 놓고 보면 차남이 조금 더 나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에 애착도 더 강해 보이고요.”
“샤롯그룹은 참 특이한 그룹이지. 한국 기업이면서 일본 기업이기도 하니.”
“말로는 한국과 일본 샤롯그룹이 독립되어 있다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죠.”
“뭐 우리와 손을 잡는다고 해서 차기 총수가 되는 것도 아니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는구나.”
“결국은 진 회장이 바라는 사람이 차기 총수가 되겠죠. 우리가 도와주면 좀 더 안정적으로 총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거고요.”
“진 회장이 우리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경우도 생각해야겠구나.”
“그러면 샤롯그룹의 땅을 포기하고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금싸라기 땅을 노리면 됩니다.”
모든 사업은 차선책을 준비해 둬야 했다.
그래야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었고, 불리한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전 본사 이전 이야기는 예전부터 흘러나왔지만,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지 않느냐.”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한전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서울에 남아 있기 부담스러울 겁니다. 늦어도 10년 안에는 이전하게 될 거라 예상됩니다.”
“10년이면 너무 늦구나.”
“시간이야 앞당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부터 정치권에서 지역 균등 발전을 주장하고 나서면 시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흠, 그래도 본사를 이전하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리겠구나.”
“샤롯그룹이 보유한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허가를 받아 내려면 최소 1년은 걸립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천천히 사전 작업을 해두면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넘어오게 되어 있어요.”
회귀 전에는 한전 부지는 현재자동차로 넘어갔다.
그것도 무려 10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하지만 회귀 전만큼 현금 보유액이 많지 않은 현재자동차였고, 특히나 10년이나 앞선 지금은 현금 보유액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물론 한전 부지의 땅값도 절반도 되지 않긴 했다.
그래도 최소 3~5조 원을 줘야 구입할 수 있는 부지였고, 그런 금액을 현금으로 낼 수 있는 그룹은 태우그룹과 삼진그룹 정도밖에 없었다.
“눈에 욕심이 그득하구나. 샤롯그룹의 부지와 한전 부지를 모두 가질 생각이냐?”
“할아버지 눈은 못 속이겠네요. 기회만 된다면 두 곳 모두 가지고 올 생각입니다. 매입 자금이 많이 들긴 하지만, 서울 땅값이야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은행 금리보다는 더 오르지 않겠습니까?”
“어떻게든 매입만 해 보거라. 뒷일은 내가 알아서 수습할 테니.”
“그럼 할아버지만 믿고 조금 과격하게 움직여 보겠습니다.”
서울에 남은 금싸라기 땅 두 곳.
땅 욕심이 별로 없는 나였지만, 절로 군침을 돌게 하는 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