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8)
독식하는 재벌 3세-218화(218/518)
218. 선택의 시간 (2)
한전 부지 매입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공기업이긴 하지만, 단일 규모만 놓고 보면 삼진전자와도 대등한 한전을 움직이기 위해선 엄청난 규모의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그런 사전 작업이 불가능했고.
나는 아주 오랜만에 러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러시아에 도착하자 10대가 넘는 경호 차량이 공항에서 대기 중이었다.
“주지사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실 줄은 몰랐군요.”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공항을 벗어났고.
2시간가량을 이동하자 엄청난 규모의 저택에 도착했다.
사우디 왕족과 버금가는 대저택의 주인은 푸틴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 친분을 다져 왔던 러시아의 석유 재벌 로만이었다.
“킴! 정말 오래간만이군. 왜 이렇게 오래간만에 러시아를 방문했는가? 자주자주 좀 오지 그랬나.”
“죄송합니다. 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시간이 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자네 소식이야 여러 곳에서 듣고 있네. 요즘 자네 인지도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건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자네 덕을 좀 보려고 자네와 친하다고 떠벌리고 다니고 있다네.”
로만이 능청을 떨었다.
스티브와의 합동 연설 이후 내 인지도가 높아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로만보다는 아니었다.
특히나 작년부터 로만의 인지도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으니까.
“저도 로만의 소식을 여러 곳에서 전해 듣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EPL 구단 한 곳을 인수하셨다면서요? 정말 부럽습니다.”
“그럼 자네도 하나 인수하면 되지 않나? 자네 정도면 충분히 인수하고 경영할 수 있다네. 자네 팀과 우리 팀이 EPL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네.”
로만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꿈에 그리던 EPL 팀을 인수했으니 얼마나 좋겠나?
태우그룹도 한국에서 프로 축구팀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EPL에 비할 수는 없었다.
“기회가 되면 저도 꼭 한번 해 보고 싶군요. 아! 사우디 왕족 중에 EPL 팀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자네랑 친한 사람인가?”
“거의 형제처럼 지내는 사람이죠.”
“정말 좋군! EPL에서 누구 팀이 더 강한지 대결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네.”
1시간 넘게 축구 이야기로 친목을 다졌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원하는 이야기를 은근슬쩍 꺼낼 수 있었다.
“한국과 러시아도 에너지 분야에서 보다 강하게 협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몇 년 전부터 위원회를 만들어 협력 강화를 의논하고 있긴 하지만, 워낙 경제가 어려우니 제대로 되는 것이 없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네요. 그래도 양국의 발전을 위해선 첫 단추를 빨리 꿰야 하는데 말입니다.”
“중간에서 조율자 역할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지지부진하다네. 어떻게 자네가 조율자 역할을 해 보지 않겠나? 러시아 정부에서 유일하게 의지하고 믿는 한국인이 자네이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에서도 가장 큰 그룹을 이끌고 있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말을 대신 해 주는 로만이었다.
그는 푸틴이 총애하는 기업가이자 정치인이었기에 그와의 대화가 곧 러시아 정부와의 대화이기도 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은 언제든지 도와드려야지요.”
“대통령께서 아주 좋아하시겠군.”
“아! 그런데 추코트카 지역의 주지사를 연임하시기로 하셨습니까?”
“아휴, 말도 말게나. 나는 그만하고 싶은데 대통령께서 한 번 더 하라고 하시니 어찌 거절할 수 있겠나. 맡고 있는 사업에 신경 쓰기도 바쁜데 또 주지사를 하게 생겼네.”
그만큼 푸틴이 로만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낙후된 극동 지방의 주지사긴 했지만, 한 지역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 제안하지 않을 자리가 주지사였다.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로만 님이 주지사로 있는 동안 극동 지역의 에너지 자원 개발을 한국과 협업해서 진행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해보겠습니다.”
“그게 가능하겠나? 한국에서 협업을 해 준다고 하면 우리야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이지 않겠습니까? 물론 안정적으로 자원 개발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붙겠지만요.”
“그 부분이라면 우리가 확실히 약속할 수 있네. 극동 지역에 묻혀 있는 유전만 10개가 넘고, 가스전도 15개가 넘네. 개발할 사람이 없어서 문제지 개발을 해 준다고 하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네.”
이래서 영토가 중요했다.
한국에는 기름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데, 러시아에서는 유전이 남아돌아도 개발을 못 하고 있다니.
“유전을 개발한다고 하면, 1,000억 달러도 넘겠습니다.”
“정확한 매장량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1,000억 달러가 아니라 5,000억 달러도 넘을 걸세. 제대로 개발만 할 수 있다면 말일세.”
5,000억 달러면 원화로 600조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은 되어야 한전 부지를 날름 먹을 수 있지 않겠나?
5조 원 정도 하는 한전 부지를 위해 600조짜리 사업을 만들어 버렸다.
* * *
한국으로 돌아왔다.
곧장 할아버지를 찾아가 러시아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한전 부지를 사겠다고 600조 원짜리 사업을 만들었다는 게냐?”
“러시아와 한국의 에너지 협력을 위해서도 아주 좋은 사업입니다.”
“그런데 600조짜리 사업을 만들었다고 해서 한전에서 부지를 내어 주겠느냐?”
“내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생각입니다. 가령 이번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이 한국에 거점을 만들기 위해 부지가 필요하다고 하면, 한전에서도 어쩔 수 없이 부지를 내어 주지 않겠습니까?”
큰판은 이미 완성되었다.
디테일만 살리면 한전 부지를 얻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라면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그 부분을 할아버지도 정확히 지적하셨다.
“네가 짠 판대로 움직이면 그렇게 되겠구나. 하지만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서 만남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텐데. 정부 놈들이란 워낙 엉덩이가 무거워서 1~2년 가지고 될는지 모르겠구나.”
“러시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면 어쩔 수 없이 한국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빠르면 이번 달 내로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용하구나. 흠, 한전 부지 땅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샤롯그룹의 땅은 그만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갑자기 다른 말을 하는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는 한전 부지만으로 만족할지 몰라도 나는 아니었다.
내 욕심에 불을 붙인 건 할아버지셨으니 책임도 할아버지 몫이었다.
“샤롯그룹의 땅도 당연히 받아 와야 합니다. 손에 선택권 2개를 가지고 있어야 정부와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둘 중에 먼저 허가가 떨어지면, 나머지 땅은 그 이후에 생각하면 되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 하나 샤롯그룹의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리는구나. 특히나 경영권 분쟁에 얽혔다간 좋은 꼴을 못 보기 마련이라.”
“우리야 거간꾼 노릇을 하며 장남이든 차남이든 진 회장님이 원하는 사람을 차기 총수에 올리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욕을 먹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래. 네 마음대로 해 보거라. 신사옥 이야기를 꺼낸 내가 잘못이지. 진 회장이 오늘 좀 보자고 하는구나. 나를 쏙 빼고 너와 단둘이 보고 싶으시다고 하는군.”
참 오래도 기다렸다.
당장 내일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니 내가 러시아에 다녀올 동안에도 연락이 없었던 진 회장이었다.
“어르신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요. 지금 바로 나가 보겠습니다.”
“너무 무례하게 굴진 말거라.”
“할아버지를 대하듯 하겠습니다.”
“그러지 말라는 게다! 네가 언제 나한테 예의를 갖추었더냐!”
나는 머쓱하게 머리를 만지고는 진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 * *
청담동에 위치한 식당.
일전의 만남과 같은 장소, 같은 음식, 그리고 같은 사람.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화기애애했던 지난 만남과 달리 아주 딱딱하게 굳어 있는 진 회장이었다.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네놈 때문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샤롯그룹이 현재그룹 꼴이 난다는 그 말 때문에 말이야!”
1세대 대기업 회장들은 정말 맨손으로 기업을 일으켜 세웠다.
물론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었긴 하지만, 물려받은 것을 수천 배, 수만 배 이상 키워 대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평생을 바쳐 겨우 만든 대기업.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쌓아 올리는 건 힘들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현재그룹도 경영권 분쟁으로 갈기갈기 찢어졌으니 진 회장이 밤새워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는 회장님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되레 고민을 안겨 드렸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어찌 자네 탓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내 잘못이지. 장 회장이 죽고 현재그룹이 어떻게 되었는지 뻔히 봤으면서도 대책을 준비하지 않은 내 잘못인 게야.”
고민은 늪과 같다.
한 번 고민에 빠져들면, 점점 깊은 구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마련.
자신이 사라진 샤롯그룹이 현재그룹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는 상상까지 한 듯한 진 회장이었다.
“지금도 늦지 않습니다. 아직도 정정하시니 10년 이상은 샤롯그룹의 중심을 잡아 주실 수 있으실 겁니다.”
“10년 뒤에는 은퇴하라는 소리로 들리는군.”
“그렇게 들리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사과는 무슨, 이 늙은이가 10년이나 더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덕담이지. 그래서 자네가 뭘 도와줄 수 있는지 자세히 말해 보게나.”
드디어 대어가 미끼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미끼와 함께 바늘까지 덥석 물게 하기 위해선 아주 달콤한 떡밥이 필요했다.
“회장님이 원하시는 분을 회장 자리에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방법을 말해 보게나.”
“회장의 자리는 결국 경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태우그룹과 함께라면 경영 실적을 확실하게 쌓을 수 있습니다.”
“태우그룹이 리스크를 관리해 주겠다는 겐가?”
“그렇습니다. 이는 샤롯그룹의 매출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면세점 사업도 포함되는 겐가?”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 입점이 가장 먼저 실행될 겁니다.”
계속해서 아노르 가문의 이름을 팔았다.
아노르 가문에서 반대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였다.
“또 뭘 해 줄 수 있느냐? 금싸라기 땅을 받아 내기엔 자네도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해외 시장 진출에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해외 시장이라고 해 봐야 우리 샤롯그룹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중국 정도밖에 없어. 중국 진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게야?”
“이미 샤롯그룹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더 많은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컨설팅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건 마음에 드는구나. 또 없느냐?”
대기업 총수는 다 이런 건가?
할아버지만큼이나 욕심이 그득한 진 회장이었다.
“중국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건 태우그룹과 제가 보유한 모든 친분을 동원하겠다는 뜻입니다. 중국 시장 진출에 꽌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중국 시장에 제대로 진출할 수만 있다면, 샤롯그룹이 보유한 부지보다 수십 배 이상의 이득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내놓진 않겠다는 겐가? 김 회장이 손자 교육을 아주 제대로 시켰군. 여기서 더 내어 준다고 했으면 자네의 진의를 의심할 뻔했다네.”
진의를 의심하긴 개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많이 바란 것 같으니 괜히 시험했다는 식으로 말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럼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오늘은 가계약을 하는 정도로 하지. 태우그룹이 약속을 잘 지키면 진짜 계약을 해 주겠네.”
“진 회장님이 마음속으로 정해 두신 후계자가 누군지 알려 주셔야 약속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둘째 놈일세. 그놈을 도와주게나.”
샤롯그룹의 후계자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장남을 두고 차남인 진동구 부회장을 선택한 진 회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