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19)
독식하는 재벌 3세-219화(219/518)
219. 선택의 시간 (3)
샤롯그룹에게 성의를 보여 줄 때가 되었다.
약속한 대로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를 샤롯면세점에 입점시켜야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델핀 아노르를 찾았다.
여전히 한국 법인에서 태우전자와 다양한 협업 사업을 벌이고 있는 그녀였기에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저를 잊은 줄 알았어요. 어떻게 같은 한국에 있는데 한 번을 안 찾아올 수 있죠?”
“앞으로는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아노르 가문과의 협업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관련 내용은 매일 보고받고 있고, 제가 직접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보고를 아무리 받으면 뭐 해요. 직접 얼굴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게 훨씬 이해하기 쉽죠.”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까칠하지?
아노르 가문의 상속녀인 델핀이 그녀답지 않게 까칠한 투정을 부렸다.
“앞으로는 무조건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방문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고작 한 달에 한 번이요? 세 번으로 해 주세요.”
“해외 출장이 없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뭐. 일단 앉으세요.”
지금은 저자세로 나가야 했다.
내가 바라는 쪽이었으니까.
그리고 델핀의 투정이 그렇게 듣기 싫지도 않았다.
“태우그룹과의 협업을 가문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매우 좋게 보고 있어요. 부회장님이 사우디 왕족에게 프리미엄 제품을 선물했다면서요? 덕분에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 좋은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유럽의 상류층 대부분이 귀족 출신이었다.
귀족은 자신의 품격에 어울리는 제품을 원했고, 사우디 왕족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그들의 품격을 지켜 주기에 충분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홍보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TV 같은 언론 광고는 오히려 품격을 떨어트리는 것 같아 자제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너무 많이 노출된 제품은 우리 고객들이 바라지 않죠.”
“협업 제품이 마음에 들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한국 시장 자체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매년 명품 구입 고객의 수가 늘고 있어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드디어 본론을 꺼낼 타이밍이 되었다.
본격적인 한국 진출이라는 말은 다양한 브랜드를 한국에 입점하겠다는 말이었고, 내가 중개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샤롯그룹의 면세점을 추천드립니다. 샤롯그룹은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를 위한 특별관을 만들어 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부회장님이 샤롯그룹을 추천할 줄은 몰랐네요. 혹시 샤롯그룹과 뒤로 계약을 맺은 건 아니죠?”
너무 성급했나?
델핀이 뭔가를 알아챈 낌새를 보였다.
이럴 땐 능청스럽게 대꾸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아노르 가문의 한국 진출을 돕기 위함입니다. 아노르 가문의 가치가 올라가야 태우그룹에도 이득이 되지 않겠습니까?”
“흐음, 뭐 김민재 부회장님이 추천하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가문의 어르신들도 김민재 부회장을 믿으니까요.”
“아노르 가문의 어르신들이 저를 믿는다고 하셨습니까?”
“언제 프랑스로 오면 한번 뵙자고 하시네요. 김태중 회장님도 같이 오셔도 좋다고 하셨어요.”
내게 과한 호의를 보이는 아노르 가문이었다.
태우그룹과 협업한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호의를 보일 정도였나?
“최대한 빨리 프랑스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너무 빠르게 잡진 마세요. 저는 아직 한국에서 할 일이 많아서요.”
“같이 프랑스로 가자는 건가요?”
“당연하죠. 저 없이 프랑스로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시겠어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가 중요하겠나?
내 뜻대로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를 샤롯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샤롯면세점과 다리를 놓아 드리겠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입점할지는 샤롯면세점과 상의해서 결정할게요. 그 정도는 괜찮으시죠?”
“당연히 괜찮습니다. 모든 선택은 전적으로 아노르 가문과 델핀 씨에게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가요. 서울에서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하는 식당을 찾았거든요.”
덥석.
자연스럽게 나와 팔짱을 끼는 델핀이었다.
유럽에서는 이런 스킨쉽이 자연스러운 걸까?
아니면 혹시 내게 사심을 가지고?
지금까지의 행동을 보면 분명 내게 호감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프랑스로 같이 가자고 말을 꺼낸 것도 나를 자신의 부모님과 가문의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 *
며칠 후.
진동구 부회장과 샤롯백화점에서 만남을 가졌다.
아노르 가문과 협상이 잘 되었는지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기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민재 부회장님 덕분에 한국 최초로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 5개를 입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교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샤롯의 백화점과 면세점이 뛰어난 덕분에 아노르 가문에서 수락한 것이겠지요.”
“아닙니다. 아노르 가문에서도 김민재 부회장의 보증 때문에 샤롯그룹을 선택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렇게까지 해 줬다고?
아노르 가문이 샤롯그룹과의 계약에서 내 이름을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굉장히 만족해하고 계십니다.”
“그럼 샤롯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강남 부지 계약을 이제 시작해도 되는 겁니까?”
“아직은 이르다고 하십니다. 나머지 약속까지 다 지켜지면 그때 계약서에 도장을 찍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나머지 약속이 뭔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진동구 부회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참, 진 회장도 대단한 사람이다. 후계자로 진동구 부회장을 점찍어 놓고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니.
괜히 중간에 낀 나만 곤란해져 버렸다.
진동구 부회장에게 당신이 차기 회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샤롯그룹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중국 진출은 제가 맡은 프로젝트입니다. 그럼 저를 돕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진동구 부회장님과 함께 샤롯그룹이 성공적으로 중국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중국 진출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샤롯그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시장은 한국 시장에 비해 몇 배나 더 큰 규모였다.
그러니 중국 진출에 성공하기만 하면, 지금보다 몇 배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샤롯그룹이 중국 진출에 성공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계 그룹이면서 일본계 그룹이기도 한 샤롯그룹이다.
중국 시장은 일본 기업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런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게 될 터.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기업을 배척하는 경향도 몇 년 후부터 생기게 된다.
요컨대 샤롯그룹은 두 배로 배척받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를 알면서도 나는 샤롯그룹의 중국 진출을 돕기로 했다.
내가 약속한 건 중국 진출을 돕는다는 것이지 중국에서 성공하는 건 전적으로 샤롯그룹의 책임이었다.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태우그룹은 중국 정치권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허가부터 부지 선정까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강남 부지를 지금 당장에라도 태우그룹에 넘기고 싶을 정도입니다.”
말로는 뭔들 못 할까?
샤롯그룹의 강남 부지 계약서에 도장을 받아 낼 때까지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흘려야 했다.
“제가 직접 중국으로 가서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샤롯그룹에서도 아주 귀한 인맥이 될 분들입니다.”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니 미안할 따름입니다. 제가 꼭 아버지를 설득해서 하루빨리 강남 부지 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 회장님이 약속을 어길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 계약서를 작성해도 충분합니다.”
딱 두 번 만난 진 회장이었지만.
그의 성격을 대충 파악했고, 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진동구 부회장의 말은 말 그대로 입 발린 소리에 불과했다.
“저기, 김민재 부회장님. 한 가지만 더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편하게 말씀하세요.”
“김민재 부회장님이 저를 돕는 건 혹시 아버지께서 경영권에 관한 언질을 주셨기 때문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직접 진 회장님과 대화를 해 보심이 어떤가 합니다.”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합니다.”
내 말투에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던 걸까?
진동구 부회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다.
“중국 일정이 정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중국 진출에 성공하기만 하면 제가 개인적으로 은혜를 꼭 갚겠습니다. 강남 부지 계약과 따로 말입니다.”
“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사람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태우와 샤롯은 주력 사업도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고 말고요!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샤롯과도 겹치는 사업부가 몇 개 있긴 했다.
한국 대기업 중에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나?
그나마 샤롯그룹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제조와는 큰 관련이 없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 * *
샤롯그룹과의 일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부회장실 창가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도 연락 받았느냐?”
“무슨 연락 말씀이십니까?”
“한국 러시아 에너지 협력 위원회가 이번 달에 급히 열린다고 하는구나. 다음 주 중으로 러시아 정부 부처 사람부터 에너지 기업 대표들이 한국에 방문한다고 연락이 왔어.”
“이른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당장 다음 주에 들어오는 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독재 국가는 이런 점이 좋긴 했다.
러시아가 표면상으로는 독재 국가가 아니긴 했지만, 모든 권력은 푸틴이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가 결정만 내리면 밑에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간 독이 든 홍차를 대접받을 수도 있었으니까.
“한국에서는 산업부 장관과 한전 사장이 대응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러시아 쪽에서 태우그룹의 참석을 한국 정부 쪽에 요청했다고 산업부 장관이 직접 내게 말해 주더구나.”
“제가 참석하겠습니다. 그래도 부회장급이 나가야 산업부 장관도 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이 할애비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게냐? 뒤처리는 내가 처리하겠다고 하지 않았더냐. 한국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나이를 얼마나 중시 여기는지 아느냐? 괜히 네가 나갔다간 얕보일 수도 있어.”
“설마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네가 강하게 말을 하면 싸가지 없다고 할 게고, 네가 부정적인 발언을 하면 나이가 어려서 뭘 모른다고 할 사람들이야. 그러니 내가 나가서 초장에 기를 팍 죽여 놔야 일이 쉽게 풀려.”
할아버지 말씀에 틀린 부분은 없었다.
정부 부처와 협의하는 일은 할아버지 전문 분야였고, 내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나이가 차지 않는 한 할아버지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이미 러시아 쪽 사람들과는 입을 맞춰 두었습니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잘 구슬리마. 한전에서 스스로 한전 부지를 내놓겠다고 말이 나오도록 말이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신사옥 첫 삽을 푸는 날이 최소 1년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어서 창가의 풍경이 달라지는 날이 왔으면 하는구나.”
여전히 창가를 바라보고 계시는 할아버지.
항상 보아 왔던 창가 풍경을 지겨워하시는 듯 보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