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2)
독식하는 재벌 3세-22화(22/518)
22화. 감사팀(2)
고베 대지진.
진도 7.3의 지진이 효고현 남부 지역에서 일어났고, 오사카와 도쿄까지 피해가 번진 대규모 지진이었다.
한국에서는 특파원을 일본으로 내보냈고.
실시간으로 다량의 속보가 뉴스를 통해 송출되었다.
나와 한 팀장은 미지근하게 식은 맥주를 마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TV 앞에서 굳은 것처럼 뉴스만을 바라봤다.
“대, 대표님. 혹시 이번 일을 예상하시고 파생상품을 만드신 겁니까?”
“제가 무슨 신입니까? 천재지변을 어떻게 예상해요. 단지 일본 경제가 아직 거품이 끼어 있다고 예상했을 뿐입니다.”
거짓말이었다.
나는 고베 대지진이 발생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파생상품을 만든 것 또한 고베 대지진을 예상해서였다.
내가 지진을 알고 있다고 해서 막을 방도 따위는 없었다.
비열한 방식으로 돈을 번다고 욕을 해도 상관없다.
그룹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 각오까지 되어 있으니까.
“축하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퀸텀펀드에 연락을 넣으세요.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요.”
“퀸텀펀드의 대표를 한국으로 부르실 생각이십니까? 교활하기로 소문난 조지가 한국까지 오겠습니까?”
“분명히 올 겁니다. 우리가 연락하기도 전에 비행기 티켓을 발권했을 수도 있어요. 돈 냄새라면 그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이 조지니까요.”
한 팀장이 국제 전화를 걸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벙 찐 표정으로 내게 보고를 해 왔다.
“정말 퀸텀펀드의 실무진과 대표인 조지가 한국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한국에 오면 많이 바빠질 겁니다. 그 전에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 두세요.”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 한 팀장이었다.
하지만 더는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침대에서 휴식을 취했다.
나도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감사팀 본부장이 되기 전에 비서실장 아저씨를 만나 할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태우그룹 본사 앞에는 식당과 술집이 즐비했다.
그중에서도 태우그룹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노포 식당이 한 곳 있었고, 비서실장 아저씨 또한 그 식당의 단골이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여기서 절 보자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태우그룹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당장 다음 주부터 본사로 출근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맛집 조사도 미리미리 해 둬야죠.”
“하하하! 맞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맛집부터 파악을 해야 하고 말고요.”
비서실장 아저씨와 단둘이 술을 마시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는 동태탕 하나를 시켰고, 아무런 말도 없이 밥 한 공기를 비웠다.
“맛집답게 국물이 아주 깊고 시원하네요.”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여기를 좋아합니다.”
“간단하게 소주 한잔하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이모님! 소주 한 병 주세요.”
“바빠 죽겠는데. 네가 가지고 가서 먹어! 썩을 놈이 누굴 시켜 먹어!”
식당 주인 할머니로부터 막말이 튀어나왔다.
비서실장 아저씨는 안절부절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내가 먼저 움직여 소주 한 병과 잔 두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제가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도련님과 소주를 마시는 날이 다 오고. 제가 오래 살긴 했나 봅니다.”
“아직 정정하십니다. 20년은 더 일하셔야죠.”
“도련님이 원하신다면 20년이 아니라 30년도 더 일할 수 있습니다.”
비서실장 아저씨는 나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해외 출장이 잦은 할아버지 대신 나를 챙겨 주신 분이 비서실장 아저씨였고, 그도 나를 자식처럼 여기며 보살펴 주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소주 한 병을 비웠고.
나는 소주 한 병을 더 가지고 와 비서실장 아저씨의 잔에 따라 주며 말했다.
“제가 감사팀으로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도련님이 무얼 하고자 하는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태우그룹에 기생충이 넘쳐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할아버지는 반대했던 걸까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장 아저씨는 서류 봉투를 꺼내 들었다.
내가 부탁했던 명단 같았다.
다음 주부터 출근하게 될 감사팀의 정보를 알기 위해 실장 아저씨에게 부탁을 했었다.
그런데 봉투 안에는 감사팀 직원 명단과 더불어 여러 명단의 정보가 함께 들어 있었다.
“명단의 숫자가 꽤 많네요. 감사팀 직원이 갑자기 불어 난 건 아니죠?”
“창원 공장 임원 정보입니다. 거기부터 치고 들어가실 생각 아니십니까?”
내 생각을 정확히 알고 있는 실장 아저씨였다.
뭐 어려운 예측은 아니긴 하지.
창원 부품 공장과 창원 공장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계열사였으니까.
“자료가 아주 세밀하네요. 이런 고급 정보를 저한테 줘도 괜찮으세요?”
“감사팀의 본부장이 되실 분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입니다.”
“그런데 공장장보다 그 밑에 있는 이준수 상무의 정보가 더 많네요.”
“창원 공장 실세는 이 상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창원 공장 공장장은 창업 공신 중 한 명이었다.
할아버지 옆에서 오랜 시간 버틴 공장장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이 상무가 그만큼 뛰어난 걸까?
그에 대한 해답은 실장 아저씨가 준 자료에 들어 있었다.
“이 상무가 명동 사채 시장 큰 손의 사촌이군요.”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명동에 가지 않았던 사람이 없습니다.”
“소문은 저도 들었어요. 명동 사채 시장에는 4명의 큰 손이 있다면서요.”
“이 상무는 그중 한 명과 사촌지간입니다.”
명동 사채 시장은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곳이다.
수백 조에 달하는 현금이 유통되는 거대한 지하경제 시장이 명동이었다.
그런 명동에서 4인방이라고 불리려면, 최소 조 단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했다.
“혹시 할아버지도 명동과 거래를 한 적이 있나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 상무 같은 사람을 태우그룹에 받았을 리가 없어요.”
“……그렇습니다. 단기 차입금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명동의 자금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은데요.”
“태우그룹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기까지 합니다.”
사채꾼이 태우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거지?
지분을 이용해서 자기 사촌을 회사에 꽂아 넣기까지 했고.
대충의 상황이 그려졌다.
할아버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 이유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사채 시장이 아무리 커 봐야 지하 경제에 불과하다.
“뒷배가 누군지는 뭐가 중요하겠어요? 태우그룹에 도움만 된다면 사채꾼 사촌이 아니라 범죄자 사촌이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이 상무가 그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를 잘라 내실 계획이십니까?”
“당연히 잘라 내야죠.”
“명동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지켜보면 알 일이죠. 그런데 고베 대지진으로 회사가 많이 시끄럽겠습니다.”
나는 주제를 바꾸었다.
여기서 계속 얘기해 봐야 도돌이표처럼 같은 말만 나올 게 분명하니까.
“태우그룹은 그렇게 큰 타격을 입진 않을 거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일본 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들면, 한국 주식 시장도 연동해서 하락할 것이 분명하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긴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아! 바쁘신 분을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요.”
“도련님도 당장 다음 주부터 감사팀에 출근을 하셔야 하니 준비하실 게 많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김 실장님도 술친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지요.”
김 실장은 다시금 회사로 돌아갔다.
소주를 두 병이나 마셨으니 집으로 돌아갈 법도 한데 회사로 돌아가는 걸 보니 회사에 비상이 걸리긴 했나 보다.
그런 상황에서도 내게 시간을 내준 김 실장이고.
그가 가져다준 정보들은 천군만마의 가치가 있는 귀한 정보였다.
나는 모든 정보를 강 대위에게 넘겼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강 대위와 그가 이끄는 팀이 세부 작전을 만들어 낼 것이었다.
“조지가 오기 전까지 나도 좀 쉬어야겠어.”
* * *
다음 날.
조지는 내 예상보다 더 빠르게 한국에 도착했고, 곧장 나를 만나기 위해 호텔로 이동해 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얼굴이 더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얼굴은 내가 아니라 킴이 더 좋아진 것 같네. 몸에 좋은 걸 혼자만 먹지 말고 같이 좀 먹자고.”
말에 뼈가 있었다.
아마도 SAVE 투자회사에서 만든 일본 관련 파생상품의 정보를 알고 하는 말 같았다.
그런 정보를 알았으니 당장 한국으로 날아왔을 터.
“조지가 먹을 음식은 안 건드렸습니다.”
“엔화 말인가?”
“화폐는 퀸텀펀드가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상도의가 있지 어떻게 제가 먼저 먹겠어요.”
“하하하하! 이래서 내가 킴을 좋아한다니까. 월가의 다른 멍청이와는 달라.”
조지의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 승리 이후 계속해서 유럽 화폐 시장을 공격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변덕을 부렸고, 그를 따라 움직이던 많은 월가의 회사들이 큰 손해를 봤다.
하지만 SAVE 투자회사는 달랐다.
그의 변덕을 예측하고 움직였고, 퀸텀펀드의 수익률보다는 낮지만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렸다.
“진정한 동맹은, 한쪽에 의지해서는 길게 이어 갈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고말고. 월가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지.”
“그럼 엔화를 공격할 때도 혼자 하실 계획이십니까?”
“사냥감의 사이즈가 작으면 혼자 먹고, 크면 나눠 먹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이번 사냥감은 혼자 먹기에도 사이즈가 좀 작은 것 같아서 말이야.”
조지는 엔화로는 성에 차지 않는 내장을 보유했고.
그의 배를 가득 채울 만한 무언가를 나는 꺼내 놓았다.
“SAVE 투자회사가 일본 기업과 은행을 상대로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서입니다.”
“이걸 왜 보여 주는 겐가? 자랑하려는 건 아닐 테고. 혹시?”
“저 혼자 먹으려니 배가 터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퀸텀펀드를 비롯한 월가와 함께 나눠 먹으려고 합니다.”
SAVE 투자회사는 150억 달러를 파생상품에 퍼부었고.
절반에 해당하는 75억 달러 치의 계약서를 꺼내 놓았다.
“이걸 그냥 주는 건 아닐 테고. 바라는 게 뭔가?”
“SAVE 혼자서 먹으면 고작해야 원금의 2배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월가와 같이 먹으면 최소 3배 많으면 5배까지 남겨 먹을 수 있죠.”
“일본 정부의 발악을 함께 나눠 가지자 이건가? 그 정도의 일은 정치권에 10억 달러만 뿌려도 충분히 해결되고도 남을 텐데?”
미국에서 로비는 일종의 산업이었고.
로비 산업은 1년에 10억 달러 수준의 돈이 오고 갔다.
다시 말하면 내가 10억 달러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면, 웬만한 곳 전부에 로비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10억 달러면 충분한데 75억 달러를 쓴다?
그것도 75억 달러의 파생상품 계약이면, 못해도 2배 이상은 남겨 먹을 수 있다.
150억 달러 혹은 300억 달러가 될 수도 있는 파생상품의 계약서를 넘기는 이유로는 부족하긴 했다.
“물론 약간의 조건이 붙습니다. 저도 최소한의 이득은 보장받아야 하니 이 계약서를 120억 달러에 판매하겠습니다.”
“70퍼센트 정도의 수익률만 받겠다는 거군. 조건이 더 있겠지?”
“제가 원하는 회사의 지분을 받고 싶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회사의 지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런 지분을 사기 위해 나는 75억 달러 상당의 파생상품 계약서를 미끼로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