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21)
독식하는 재벌 3세-221화(221/518)
221. 선택의 시간 (5)
최재석 의원을 만나고 며칠 후.
그는 여러 정치인을 만나러 다녔고, 드디어 오늘 한전 이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회장님, 최재석 의원이 발의한 한전 지역 이전 법안을 여당과 야당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여당이야 이번 정부가 행정 수도 이전을 꺼낼 정도로 지역 균등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지만, 야당에서도 동의를 하는군요.”
“행정 수도 이전을 막을 명분으로 한전 이전 카드에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수도를 이전하지 않아도 공기업을 지역으로 내려보내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야당 정치인이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서로 목적하는 바는 달랐지만.
한전 본사 이전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이 모두 동의하고 있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동의하는지는 내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었고, 한전 본사 이전에 동의하기만 하면 되었다.
“한전에서는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극심하게 반대하지 않나요?”
“본사 직원들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만 한전 직원인가요? 지방에도 한전 직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어요. 그들을 이용해서 한전 본사 직원들을 압박해 보세요.”
“다양한 경로로 지방 한전 직원들을 움직여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와 우호적인 언론사를 통해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전 직원의 인터뷰를 뉴스로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일종의 갈라치기 전략이었다.
한전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과 지방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이를 갈라놓기.
한전 전체가 들고일어난다면 곤란해지겠지만, 한전은 본사 직원보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숫자가 더 많았다.
서울 본사 직원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짜면, 다수의 지방 직원들이 본사 이전에 동의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국민 여론도 움직여 보도록 하세요. 한전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오면 나올수록 본사 이전 여론에 탄력을 받을 겁니다.”
“과도한 성과급을 받는다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한전의 적자폭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언론을 통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본사 이전으로 지금까지의 적자폭을 단숨에 메울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시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전 본사 이전에 대한 계획을 얼추 세웠다.
그런데 아직 보고가 남아 있는지 기획실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 할 말이 남으셨나요?”
“태우IT에서 내비게이션 어플을 완성했습니다. 지금 당장 상용화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완성도입니다.”
“그래요? 천민정 씨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 봐야겠군요.”
“지금 바로 부회장실로 호출하겠습니다.”
이제야 기획실장이 밖으로 나갔고.
잠시 업무를 보고 있으니 천민정이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내비게이션 어플을 완성했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그간 고생 많았어요. 천민정 팀장은 물론이고 부하 직원들에게도 적지 않은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하죠.”
“성과급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한 건 아니었어요. 기존의 기술과 데이터에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음성 인식만 추가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UI도 조금 더 깔끔하게 만들긴 했는데 그건 기존에 만들어 둔 많은 UI를 합성해서 금방 만들었어요.”
말로는 정말 쉬웠다.
하지만 다른 회사에서 이 정도 완성도의 내비게이션 어플을 만들려면 1년 이상이 걸릴 게 분명했다.
1년이 걸릴 프로젝트를 한 달 만에 끝냈으니 당연히 성과급을 지급하는 게 맞았다.
“천민정 씨에게 쉽다고 해서 남들도 다 쉬운 건 아니니까요. 결과에 대한 평가는 결국 사용자들이 하는 거겠죠. 사용자 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면 불만 없으시죠?”
“그렇긴 한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미완성에 가까운 어플이에요. 더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제대로 활용 가능해요. 지금은 그저 겉핥기식에 불과해요.”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꼬며 말하는 천민정이었다.
누가 봐도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 내비게이션 어플이었지만, 천민정이 보기엔 부끄러운 작품이었나 보다.
“출시한 뒤에 업데이트를 해서 개선하면 되지 않겠어요? 지금 나온 그 어떤 내비보다 성능이 뛰어나니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업데이트를 하고 싶어도 단번에 확 좋아지기가 어려워요. 데이터가 부족해서요.”
“앞으로 태우통신에서 출시하는 스마트폰에는 천민정 씨가 만든 내비 어플이 설치된 채로 판매될 겁니다. 그리고 태우통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도 내비 어플 설치를 권유할 거고요. 그러면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요.”
데이터는 결국 사용자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태우통신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단번에 내비 업계 최상위권도 가능했다.
“태우통신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데이터가 부족해요. 조금 더 전문적인 데이터가 필요해요. 운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서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 말이에요.”
“운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택시나 버스, 화물차를 말하는 건가요?”
“택시 운전자의 정보를 다량으로 수집할 수만 있다면, 내비의 성능을 단번에 향상시킬 수 있어요!”
진작 말을 하지.
택시기사의 정보만 수집하면 된다 이거지?
“택시기사들의 데이터를 수집할 방법을 찾아 보죠. 그것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우선 수도권 지역의 택시기사 데이터만 수집할 수 있어도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요.”
“수도권 택시회사를 우선 접촉하고, 전국 택시회사로 늘려 나가 보도록 하죠.”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서 그런지 표정이 한결 밝아진 천민정이었다.
그녀는 사탕을 입에 문 아이처럼 눈웃음을 지으며 싱글거렸다.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아직 남은 프로젝트가 많아서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어요.”
“어서 돌아가 보세요. 필요하시면 부회장 전용 차량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지금 시간에 차를 타면 오히려 더 늦어요. 지하철을 타고 갈게요!”
나름 당당한 모습으로 부회장실을 나서는 천민정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모습처럼 귀엽기만 했다.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나서야 대기실에 앉아 있는 기획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실장님, 들어오세요.”
“대기하라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민정 팀장의 얘기를 들어 보니 내비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택시회사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하는군요. 우선은 수도권 지역의 택시회사와 협력해서 데이터를 수집해 보세요.”
“최대한 빨리 수도권 택시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겠습니다. 그런데 내비 출시일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세요.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개선하면 되니까요. 지금 출시해도 웬만한 내비보다 훨씬 좋은 성능이죠.”
“그럼 이번 달 말부터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출시를 시작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사업의 경우엔 수익 창출보다는 데이터 수집을 통한 자율 주행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 * *
태우그룹의 내비게이션 어플이 출시되고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의 실적과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기획실장과 태우통신 이주영 사장이 부회장실을 찾아왔다.
“내비게이션 어플인 ‘태우맵’ 출시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특히나 자차를 통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반응이 좋다니 다행이군요. 가입자 숫자는 얼마나 늘었죠?”
“어제 하루 사용자 수가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매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TV와 라디오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니 올해 안에는 하루 사용자 수가 5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였다.
아직 스마트폰이 완전히 보급되기 전이기 때문이었다.
젊은 층에서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삼진전자에서 출시한 스마트폰도 꽤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부족했다.
최소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는 넘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최소 몇 년은 더 지나야만 했다.
왜 천민정이 택시회사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했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사용자 증진을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세요. 그리고 택시회사와의 협의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그게 좀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택시회사 몇 곳과 협상을 마무리했는데 갑자기 모두 협상 취소 통보를 해 왔습니다.”
“동시에 협상 취소 통보를 했다면, 누군가 뒤에 있다는 이야기군요.”
“택시노동조합 서울 지부장이 뒤에서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난질을 치는 이유가 뭐죠?”
“KS텔레콤과 저울질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녀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지부장이 KS텔레콤과 만났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가격을 높게 부르겠다 이건가?
하긴 뭘 팔더라도 경쟁자가 많아야지만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귀찮아지긴 하지만, 택시노조 서울 지부장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는 택시노조에게 최대한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니까.
“결국 돈을 더 달라는 거겠군요. 원하는 만큼 가격을 올려 주고 계약을 맺으세요.”
“억 단위의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택시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게 됩니다.”
“100억 원이 들어도 괜찮으니 최대한 빠르게만 계약을 체결하세요. 이런 일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네요. 돈으로 시간을 산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처리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직접 택시노조 서울 지부장을 만나 협상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다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택시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쯤이야 돈만 넉넉하게 사용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기획실장의 보고에 이번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날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협상에 실패했습니다. 서울 지부장은 택시 데이터 비용을 KS텔레콤에 판매하려고 마음을 굳힌 것 같습니다.”
“서울 지부장이 단독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인가요?”
“그게 전국의 콜 업체를 서울 지부장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잘못 찍히면 콜을 받지 못하게 되니 택시기사들이 그의 말에 반기를 들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시대엔 콜택시 문화가 있었다.
회귀 전이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택시를 배차받으면 되었지만.
지금은 택시회사 혹은 콜 업체에 전화해서 택시를 출발지로 불러내야 했다.
서울 지부장이 콜 업체를 장악했다는 건.
말 그대로 택시기사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위치라는 뜻이었다.
장거리 콜을 많이 받아야 당연히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그걸 서울 지부장이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거니까.
“서울 지부장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콜 업체의 힘부터 빼야겠군요.”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일종의 카르텔처럼 운영되고 있고, 택시노조와도 끈끈한 사이기에 정치권에서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건드리기 힘든지 알아보도록 하죠. 택시기사들을 만나 서울 지부장이나 콜 업체에 관한 불만을 수집해 보세요.”
그저 데이터 수집만을 위해 택시회사와 접촉을 했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