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24)
독식하는 재벌 3세-224화(224/518)
224. 착한 독점 (3)
코코아택시 출시를 하루 앞둔 시점.
기획실장이 아주 좋은 소식을 전해 왔다.
“서울 택시노조가 내일부로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개인택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법인 소속 택시기사가 파업에 동참한다고 합니다.”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비중이 어떻게 되죠?”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택시의 수는 7만 대 넘습니다. 그중 법인택시가 2만 3천 대, 개인택시가 4만 8천 대입니다.”
개인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67%가 넘었다.
게다가 법인 소속 택시기사가 전부 파업에 동참하는 건 아니었으니 대략 30%도 안 되는 택시기사만이 파업에 들어간다고 봐야 했다.
“시민들이 그렇게 불편하진 않겠군요.”
“개인택시노조도 같이 파업에 동참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번 파업은 요금 인상 같은 공통된 목적이 결여되어 있기에 법인택시만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내일 파업에 맞춰 코코아톡 택시 호출 서비스를 출시하세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코코아톡 차원에서 사용자들에게 푸쉬 알림과 배너들을 활용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죠. 첫 사용 고객에게는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세요. 기본요금 정도의 금액을 할인해 주면 되겠군요.”
사용자를 늘리는 방법은 역시나 공짜가 최고였다.
어플을 깔고 사용하기만 해도 기본요금을 할인해 준다고 한다면 충분히 어플을 까는 수고를 감수할 사람이 많았다.
특히나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이나 용돈을 받아 쓰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매력적인 홍보 방법이었다.
“기본요금을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파업 기간 동안 개인택시 기사님들의 지갑이 아주 두둑해지겠군요.”
“그러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항상 괜한 걱정을 안고 사는 기획실장이었다.
하지만 내일이 지나면 괜한 걱정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
* * *
다음 날.
대규모 서울 택시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머리에 붉은 띠를 맨 채 어깨동무하고 있는 그들이었고.
가장 선두에는 차봉훈 서울 지부장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파업을 주도하고 있었다.
“정부의 택시 탄압을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한참이나 목소리를 높여 쇳소리가 나는 차봉훈 지부장.
눈치 빠른 노조 간부 한 명이 시원한 생수를 그의 앞에 대령했다.
“좀 마시면서 하십시오.”
“처음부터 너무 무리했나? 파업을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컨디션 관리를 좀 해야겠어.”
그 순간.
쌩! 개인택시 한 대가 그들을 지나쳐 갔다.
퉤! 차봉훈 지부장은 마시던 물을 바닥에 뱉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 택시업계 발전을 위해 생고생을 하고 있는데, 개인택시 놈들은 열심히 돈이나 벌고 있군.”
“그래봐야 얼마 벌지도 못할 겁니다. 파업 기간 동안 콜 업체도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콜 업체를 누가 쥐고 있는데.”
차봉훈 지부장이 콜 업체를 꽉 쥐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서울 콜 업체 대부분이 영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그래도 아주 괘씸하긴 합니다. 개인택시라고 너무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냥 둬. 파업이 끝나면 앞으로 개인택시한테는 콜을 주지 않을 거니까.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놈한테만 다시 콜을 줘야지.”
“아주 좋으신 생각이십니다.”
벌써 보복을 생각하고 있었다.
몇 푼을 벌자고 자신에게 찍히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 줄 생각을 하는 차봉훈 지부장이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었다.
* * *
기사 식당.
개인택시 기사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없기에 식당에는 자리가 넘쳐났지만, 개인택시 기사들은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었다.
“누가 쫓아오는가? 천천히 좀 먹어.”
“오늘 같은 대목이 언제 또 올 줄 알고! 오늘 최고 매출을 경신했단 말이야.”
“자네도 그런가? 코코아톡 택시 서비스 그게 참 요물이더라니까. 무슨 콜이 5분 만에 10개가 넘게 쌓인 적은 처음이야.”
“게다가 아주 공평하게 일감을 나눠 주더군. 지금까지 왜 콜 업체를 썼나 몰라.”
만족도가 매우 높은 개인택시 기사들이었다.
지금까지 콜 업체의 횡포에 시달렸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통신비도 면제에 수수료까지 내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었으니 어찌 만족도가 높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정말 수수료가 무료 맞겠지. 몇 달 있다가 말을 바꾸는 건 아니겠지?”
“코코아톡도 먹고는 살아야지. 자리를 잡으면 수수료를 조금 받기는 하지 않겠나. 그런데 얘기를 들어 보니 아무리 수수료를 높여도 20% 이상은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콜 업체에서는 50%도 받는데 20%면 나쁘지 않긴 하지.”
“그리고 콜 업체에 사바사바할 필요도 없다 이거야.”
“뭐든 대기업이 뛰어들어야 일이 잘 풀린다니까. 태우그룹이 택시 업계에 딱 들어오니까 얼마나 좋아. 진작 좀 들어오지.”
태우그룹이 코코아톡 택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렇기에 택시노조가 파업을 벌여도 운행을 지속하는 것이기도 했다.
태우그룹에서 앞으로 콜 업체를 대신해 자신들에게 일감을 줄 거란 믿음.
“그만 먹고 이만 나가 보자고. 벌써 콜이 20개가 넘게 쌓여 있다고. 남이 채가기 전에 얼른 내가 잡아야지.”
“휴대폰으로 콜을 받는 건가?”
“휴대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이걸 가지고 다니면 밥 먹으면서도 담배를 피우면서도 콜을 받을 수 있지. 자네도 이번 기회에 한 대 장만하라고.”
“아들놈이 매일 사 달라고 조르던데 이번 기회에 같이 휴대폰 매장을 들러야겠어.”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잡담을 나눈 개인택시 기사들.
그들은 빈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는 동시에 손님을 태우러 이동했다.
가는 사이에도 콜은 계속해서 들어왔고, 행복한 비명을 속으로 지르는 그들이었다.
* * *
다음 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획실장을 불렀다.
“코코아택시 반응은 어떻게 나왔나요?”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사용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사용한 고객 모두가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고, 입소문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어 오늘 이용자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행스러운 반응이었다.
하긴 이전 택시 호출 시스템보다 훨씬 획기적인 시스템이니 반응이 좋을 수밖에.
법인 택시노조 파업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야만 확실하게 알을 박을 수 있었다.
한 번 알을 박으면 택시노조나 콜 업체에서 아무리 밀어내려고 해도 절대 밀려나지 않을 터.
오히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기본요금 할인 행사를 연장하세요. 파업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면 되겠군요.”
“어제야 이용자가 많지 않아 비용이 얼마 들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기본요금 할인 행사를 하게 되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 정도 돈으로 택시기사들의 데이터를 매일 수집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죠. 돈으로 데이터를 산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할인 행사와 함께 홍보 행사도 더욱 대대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대학가나 직장인들이 많은 곳 중심으로 홍보를 진행해 보세요. 그리고 태우그룹 소속 직원들에게는 코코아택시를 한 번 이상 이용해 보라고 권유하고요.”
시간 싸움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태우그룹 직원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파업 기간 동안 태우그룹 직원들에게 택시 이용을 권장하겠습니다.”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저는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기획실장에게 홍보 관련 일을 맡겼고.
나는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 강 대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정신이 진짜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코코아택시 가맹 신청을 하려는 택시기사들이 몰려들어서 경호 직원까지 동원했습니다.”
“어제 코코아택시를 이용한 기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나 보군요.”
“말도 마십시오! 최고 매출을 안 찍은 기사가 없을 정도입니다.”
고객도 택시기사도 만족하는 시스템.
이제 절반은 왔다고 볼 수 있었고, 나머지 절반을 가기 위해선 한 가지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차봉훈 지부장 일이 조금 늦네요.”
“조만간 검찰에서 정식 조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국세청에서도 이미 횡령, 배임, 탈세 증거 수집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차봉훈 지부장 한 명으로 되겠어요? 택시 회사나 콜 업체 사장 몇 명을 같이 처넣어 버리세요.”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뇌물, 담합만으로도 콩밥을 먹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혐의로 다 콩밥을 먹이면 서울에 있는 모든 택시 회사 사장이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차봉훈이 얼마나 악독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가 원하는 상납금을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택시회사 사장들이었다.
특히나 중소 규모 택시 회사는 마른걸레라도 짜내야 했고.
그런 사람들까지 전부 입건이 되어 버리면, 너무 큰 공백이 생겨 버린다.
“그나마 괜찮은 사람들은 회유를 하세요. 모든 혐의를 차봉훈에게 넘기는 대신 코코아택시 가맹 회사로 받아 준다고 하세요.”
“중소 택시회사 사장 중에서 코코아택시 가맹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콜 업체에게 돈을 뜯기지 않아도 되니 당연한 일이죠.”
“중소 택시회사를 전부 우리 가맹 회사로 만들어 버리면, 차봉훈의 권력이 완전히 망가지겠습니다.”
“그리고 차봉훈 지부장의 아버지가 운영한다는 영신 택시회사도 탈탈 털어 주고요. 아버지 그늘까지 사라지면 차봉훈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겁니다.”
왕국은 개뿔 모래성에 불과한 것을.
차봉훈은 자신이 만든 왕국이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권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조만간 알게 될 것이었다.
* * *
서울 법인 택시노조 파업은 5일 동안 계속되었다.
파업이 오래되면 될수록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은 지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고작 5일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마치 며칠을 단식 농성한 사람처럼 힘이 빠져 있는 노조원들이었다.
그 모습을 차봉훈 지부장이 한숨을 쉬며 지켜봤다.
“인원이 많이 줄었군.”
“중소 택시회사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콜 업체를 누가 쥐고 있는지 알만한 사람들이!”
“무슨 코코아택시라고 콜 업체처럼 택시 호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안 보고 살겠다 이거군. 쯧쯧,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야. 코코아택시? 그게 잘될 것 같아? 사람들은 결국 익숙한 걸 선호하는 법이라고!”
콜 업체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인 차봉훈 지부장이었다.
하지만 절반 가까이 줄어 버린 파업 참여자의 숫자에 마음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기분이 영 별로군. 일찍 마무리하고 술이나 한잔 빨러 가자고. 내가 좋은 곳으로 안내할 테니까.”
“지부장님이 가시는 곳이면 당연히 제가 가야지요.”
“택시회사 사장 몇 명도 같이 불러. 술값 계산할 사람은 있어야지.”
“지갑을 잘 여는 사장들을 선별해서 데리고 가겠습니다.”
술이 고픈 차봉훈 지부장이었고.
그는 먼저 주점으로 들어가 양주를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그 순간! 갑자기 주점 문이 열리며 경찰이 들어왔고, 차봉훈을 향해 구속영장을 들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