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27)
독식하는 재벌 3세-227화(227/518)
227. 첫 삽을 뜨다 (1)
판교 신도시가 생길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땅.
고속도로를 사이로 동판교와 서판교가 나누어지게 되고, IIT 한국 캠퍼스가 생길 곳은 동판교 지역이었다.
동판교에서도 조금은 외곽 지역.
회장인 할아버지와 부회장인 나, 그리고 여러 정치인이 착공식에 참석을 했다.
거창하게 착공식 행사를 끝마쳤고, 정치인과 지역 유지와 악수를 하고 나서야 나와 할아버지는 공사 현장 안으로 오붓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드디어 첫 삽을 뜨게 되는군요.”
“내 손자 아니라고 할까 봐, 외국 대학 하나를 통째로 가지고 올 줄은 몰랐구나.”
“캠퍼스를 하나 가지고 온 것이긴 하지만, IIT는 캠퍼스 하나가 별개의 대학 취급을 받으니 그럼 셈이겠네요.”
“그런데 아깝지 않으냐? 10년 전에는 농사나 짓던 땅이지만, 지금은 신도시 개발로 땅값이 수십 배가 넘게 뛰지 않았느냐. 지금도 한 달에 땅값이 평당 100만 원씩 오르고 있어.”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면 땅값은 수직 상승한다.
그중에서 판교는 가장 성공한 신도시 개발 사업이라고 부를 정도의 지역이었다.
예전부터 이 땅을 사두었으니 다시 되팔아 버리면 최소 20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얼마 한다고.
장기적으로 보면 IIT 한국 캠퍼스를 유치해 안정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쪽이 더욱 도움 되었다.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그리고 10년만 더 지나면 못해도 5배 이상은 땅값이 더 오르지 않겠습니까? 정 급하면 그때 매각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판교에 다른 부지도 꽤 사들인 것으로 들었다. 거긴 어떻게 할 생각이냐?”
판교 곳곳에 땅을 사 두었었다.
가장 큰 부지에는 IIT 캠퍼스가 들어서겠지만, 나머지 땅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 땅에는 대형 오피스 건물을 세울 계획입니다. IT 기업들의 보금자리가 될 것입니다.”
“IT 기업들을 판교로 불러 모을 생각이더냐?”
“그나마 서울에서 가까운 판교라면, IT 기업들이 이전할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태우그룹과 협업을 하고 있는 많은 IT 기업들이 이곳으로 터전을 옮길 겁니다.”
판교 신도시를 제대로 된 IT 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제야 첫 삽을 떴으니 못해도 3~4년은 있어야 윤곽이 드러날 계획이었다.
“IIT 첫 삽은 떴다만, 태우그룹 신사옥은 첫 삽을 뜨려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
“조만간 한전 부지 공개 입찰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우선은 한전 부지를 가지고 오는 것부터 천천히 단계를 밟아 나가야지요.”
“한전 부지를 입찰받는다고 해도 고층 건물을 올리려면,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겠구나.”
“인허가 문제는 보통 4~5년 정도가 걸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한전 부지 입찰에 성공하기만 하면, 그 시간을 대폭 줄일 방도를 생각해 두었습니다.”
“어서 첫 삽을 뜨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그 모습을 보지 못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아.”
“왜 또 그런 말을 하세요.”
아직 정정하신 할아버지셨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셨기에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으셨고,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신사옥 부지를 확보해야만 했다.
한전 부지 확보는 물론이고, 샤롯그룹의 부지까지.
무조건 올해 안에는 해결해야 할아버지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
* * *
한전 부지 문제는 정치권에서 해결할 문제였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공개 입찰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지만.
샤롯그룹의 부지 문제는 아직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벌써 몇 달을 기다렸다.
아노르 가문의 브랜드가 샤롯그룹에 입점을 했지만 아직도 답이 없었다.
아마 중국 진출에 성공한 다음에야 답을 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중국 진출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샤롯그룹이었다.
그리고 오늘.
샤롯그룹으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왔다.
진호균 회장과 진동오 부회장, 진동구 부회장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일종의 가족 모임에 내가 초대받았다.
“너무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샤롯그룹에서 저를 잊어버리신 줄 알았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자네를 기다리게 할 생각은 없었다만, 그룹 내부 일이 정리가 되지 않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지를 못하고 있었네.”
진호균 회장이 담백하게 사과를 했다.
나는 사과를 받을 목적으로 투정을 부린 건 아니었지만,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진호균 회장의 모습에 멋쩍은 미소를 보냈다.
“아닙니다. 그럼 이제 그룹 내부의 일이 정리되신 겁니까?”
“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군. 미안하게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다네. 그 문제로 자네의 도움을 받고자 불렀다네.”
진호균 회장이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정말 부끄러워하는 듯한 모습이었고, 진호균 회장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의 일이라면 딱 하나뿐이었다.
자식 문제.
양옆에 앉아 있는 장남과 차남의 얼굴도 붉게 달아올라 있는 걸 보니 자식들 사이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진동오 부회장이 중국 진출을 자신이 해 보겠다고 하는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중국 진출 담당자는 진동구 부회장님으로 결정하신 것이 아니셨습니까?”
“그렇기는 했다만, 진동오 부회장의 기회를 발탁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철혈의 경영자로 불렸던 진호균 회장이었다.
하지만 자식 문제 앞에서는 그도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다.
나에겐 차기 회장으로 진동구 부회장을 점찍어 두었다고 말했지만, 아마 진동오 부회장이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간청을 했겠지.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
진동오 부회장의 간청에 마음이 약해져 중국 진출 담당자 선정을 아직까지 정하지 못한 듯싶었다.
“저야 진 회장님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담당자가 진동오 부회장이 되든 진동구 부회장이 되든 자네는 상관없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진 회장님을 믿고 이번 일에 나섰습니다. 진 회장님의 의사에 따라 모든 계획을 수정하고 진행할 생각입니다.”
여기서 내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이전 만남에서 차남인 진동구 부회장 쪽으로 조금 마음이 기울었긴 하지만, 진 회장이 이렇게 갈팡질팡하는데 내가 나서면 괜히 반대쪽에 미운털만 박히게 되어 버린다.
“자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려고 한 말은 아닐세. 최종 결정은 내가 할 걸세.”
[아버지! 제가 꼭 해야겠습니다!]갑자기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장남인 진동오 부회장의 목소리였고, 한국어를 듣는 건 가능했지만 말하는 게 미숙한 그였다.
“회장님, 저는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 두었고, 중국 진출만 하면 되는 상황입니다. 다 차린 밥상을 진동오 부회장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뺏다니! 중국 진출을 나도 예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상반된 두 부회장의 말투였다.
진동오 부회장은 장남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내세우기 위해 회장을 아버지라 불렀다.
하지만 진동구 부회장은 공식적인 자리임을 내세우기 위해 호칭에 신경을 썼다.
“이렇게 그릇들이 작아서야. 샤롯그룹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있어야 하거늘. 쯧쯧쯧, 뭐가 그리 급한 게냐?”
[중국 진출에 성공한 사람이 차기 회장이 된다고 이미 그룹에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습니까!]“저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너무도 팽팽한 부회장들의 말다툼이었다.
그런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지 진 회장은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 내었다.
“어차피 한 명은 샤롯그룹 한국 법인을 맡고 다른 한 명에게는 일본 샤롯 기업 법인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니 너무 각을 세우지 말거라.”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면, 흠.]참 안일한 생각이었다.
회사를 자식들에게 반씩 나눠서 준다?
그렇게 되면 샤롯그룹의 힘도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진 회장도 그렇고 현재그룹의 장 회장님도 이런 선택을 했었다.
“외람되지만 제가 끼어들어도 되겠습니까?”
“김 부회장의 말이라면 무슨 말이든 들어야지.”
“진 회장님이 키운 샤롯그룹을 지켜 내려면 승자 독식의 방식이 필수입니다. 그룹을 반씩 나눠 주면 샤롯그룹의 힘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절반의 절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샤롯과 한국 샤롯.
장남과 차남이 나뉘어 가졌다고 서로 협력을 할까?
오히려 경쟁하면서 서로의 힘을 깎아 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한 명에게 모든 걸 물려줘야 한다는 말인가?”
“조금 속된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이긴 사람에겐 모든 걸 물려주고, 진 사람에겐 개평이나 나눠 주고 분가시켜야지만 샤롯그룹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흠, 자네 말도 틀린 건 아니다만, 애비 된 입장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구만…….”
조언은 여기까지.
선택은 전적으로 진 회장의 몫이었고, 나는 더 이상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빨리 중국 진출 담당자나 정하고, 샤롯그룹의 부지나 넘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아버지! 정말 마지막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저도 누구 못지않은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습니다.]“흠, 진동구 부회장. 이번엔 자네가 양보를 해야겠네.”
“회장님! 진동오 부회장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제 기회를 뺏는 건 옳지 못한 일입니다.”
언성을 높이는 진동구 부회장이었다.
나라도 억울해서 피를 토할 상황이긴 했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는 아주 미세하게 턱을 움직여 그냥 받아들이라는 신호를 주었다.
“진동구 부회장에게는 더 좋은 기회를 줄 테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게나.”
“아, 알겠습니다.”
[제가 꼭 해내 보이겠습니다. 아버지의 피를 이은 장남의 능력을 중국 대륙에 증명해 보이겠습니다!]상황이 얼떨결에 정리가 되어 버렸다.
중국 담당자는 진동구 부회장에서 진동오 부회장으로 바뀌는 것으로.
진동오 부회장은 지금 당장 중국으로 날아갈 기세였기에 식사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진동구 부회장이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귀엣말을 하였다.
“왜 형에게 중국 진출 사업을 넘겨주라고 하셨습니까?”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턱으로 신호를 주셨지 않습니까!”
역시 모른 척은 안 통하는구만.
괜히 말이 길어지는 게 싫어 모른 척을 하려고 했지만,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의 진동구 부회장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말을 덧붙여야만 했다.
“중국 진출이 왕좌에 오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중국 진출은 독이 든 성배입니다.”
“독이 든 성배라면, 중국 진출에 실패하실 것으로 보고 계십니까?”
“그건 제가 뭐라고 말하기 힘들겠군요. 하지만 부족한 경영 능력으로 중국에 진출하면 무조건 망한다는 것만은 확답드릴 수 있습니다.”
“……믿겠습니다. 김 부회장님의 말대로 된다면 꼭 보답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평생 원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동구 부회장이 날 원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샤롯그룹의 중국 진출은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