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
독식하는 재벌 3세-23화(23/518)
23화. 감사팀(3)
75억 달러의 파생상품.
국가를 상대로 여러 번 승리를 따낸 퀸텀펀드의 조지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었다.
“파생상품과 지분을 교환하자는 거군. 어느 회사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선 나는 긍정적이라고 말해 줄 수 있겠군.”
“우선 한 곳을 말씀드리자면 애플입니다.”
“매킨토시를 만드는 애플 말인가? 다 망해 가는 회사의 지분은 왜?”
1995년 애플은 최악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지 10년이 되었고, 분기당 적자 규모가 5천만 달러가 넘었다.
“한국 속담에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죠. 지금이야 망해 가는 회사지만, 여전히 이름값은 높습니다.”
“혹시 애플을 인수하려는 겐가?”
“그럴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애플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애플의 주가는 지금 1.5달러에 불과하네. 시가 총액을 다 더해도 30억 달러에 불과하네. 파생상품과 거래하기엔 가치가 너무 낮네만.”
1995년 애플의 현주소가 바로 1.5달러였다.
전생에서 애플의 주가는 150달러가 넘었고,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1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이 애플이었다.
“애플의 지분을 몇 퍼센트나 주실 수 있으십니까?”
“퀸텀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얼마 되지 않지. 하지만 뱅가드나 블랙록 같은 월가의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대충 40퍼센트 정도가 될 걸세. 설마 40퍼센트를 전부 다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딱 20퍼센트만 받겠습니다.”
“20퍼센트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그런데 20퍼센트로 되겠나? 고작 6억 달러의 값어치에 불과하네.”
애플은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다음 목표를 꺼내 들었다.
“그럼 포드사의 지분도 가능할까요?”
“자동차에도 관심이 있었나? 그것도 어렵지는 않네. 포드사는 지분의 40퍼센트를 포드 가족이 운영하는 재단이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60퍼센트는 우리 월가가 전부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
“그럼 20퍼센트 정도를 제가 가질 수 있겠습니까?”
“뭐 안 될 건 없지.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미국 정부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포드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면, 미국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일세.”
조지답지 않게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의 걱정을 미소로 받아쳤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기부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이 SAVE 투자회사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도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하고 있죠.”
“지금 정권에서는 아무 일이 생기지 않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곤란해질 텐데?”
“그것도 돈으로 해결을 해야죠. 다음 정권을 누가 잡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다음 미국 대통령의 선거 자금 기부금 1위는 SAVE 투자회사일 겁니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곳이 미국이다.
국가 안보에 위협만 되지 않는다면 돈으로 웬만한 일은 다 해결할 수 있다.
내가 포드사를 소유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20퍼센트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 정도야 돈의 힘으로 무마시킬 수 있다.
“그 정도 자신감이라면 내가 도와야지. 어디 보자. 포드사의 시가 총액이 대충 50억 달러 정도 되겠군. 그중 20퍼센트면 10억 달러 정도겠군.”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고말고. 자네가 만든 파생상품 계약서의 가치를 안다면 무조건 받을 수밖에 없는 딜이지. 조건은 이제 끝인가? 여기서 더 요구한다면, 나도 좀 생각을 해 봐야 할 수도 있다네.”
조지의 질문에 나는 배를 문질렀다.
배가 불러서 더는 들어갈 곳이 없다는 듯이.
“충분합니다. 욕심이 과하면 배에 탈이 생기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한다니까. 다른 얼간이와 달리 맺고 끊음이 정확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엔화 공세는 언제부터 시작하실 생각이십니까?”
“바로 시작해야지. 게다가 자네가 좋은 방법을 내게 알려 주었으니까.”
조지의 얼굴에 교활한 미소가 맺혔다.
“파생상품 말씀이십니까?”
“엔화를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생각이네. 돈줄이 꽉 막힌 일본 기업과 은행에게 아주 좋은 상품이 되겠지.”
엔화는 변동폭이 적은 화폐였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본 은행과 기업은 당연히 파생상품을 사게 된다.
하지만 조지의 퀸텀펀드가 움직이는 순간 엔화의 변동폭은 그들의 상상 범위를 넘어서 움직이게 될 터.
“일본이 많이 시끄러워지겠습니다.”
“돈은 원래 시끄러운 법이네. 그럼 조만간 아주 좋은 소식을 가지고 연락하겠네. 아! 그리고 조만간 멕시코 통화에 공매도를 시작할 걸세. 이번엔 따라와도 절대 손해는 보지 않을 거야.”
조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스위트 룸을 떠났고.
우리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 팀장이 그제야 슬며시 다가왔다.
“아깝지 않으십니까?”
“한 팀장은 내가 월가에 너무 퍼줬다고 생각하나 보죠?”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월가라는 보호막이 생기는 거니까요. 월가 없이 SAVE 투자회사 혼자 파생상품을 먹으려고 했다면, 일본 정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요.”
월가의 뒤에는 미국이 존재한다.
일본 기업과 은행에게서 파생상품의 계약을 발동시키려면 월가의 힘이 꼭 필요했다.
“저도 조금 과하게 썼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애플과 포드사의 지분 20퍼센트를 받게 되었으니 손해는 아니죠.”
“그런데 혹시 애플과 포드사의 지분을 받으신 이유가 태우그룹 때문이십니까?”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두 회사의 지분은 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어요.”
“애플사와 포드사의 시가총액을 다 합쳐도 100억 달러가 안 됩니다. 그런데 지분 20퍼센트가 그 정도 가치가 있겠습니까?”
“단기간에는 그 정도 가치가 되진 않겠지만, 이번엔 길게 보고 하는 투자예요.”
한 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의 결정이니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한 팀장은 이제 미국으로 날아가서 월가와 마무리 계약에 사인을 받아 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본 기업과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 발동은 월가와 함께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우리 먼저 움직여서 좋은 건 없죠. 월가와 함께 움직이세요.”
“지금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요즘 땅보다 하늘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 드릴 테니 고생 좀 하세요.”
한 팀장은 보너스 얘기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그가 받은 성과금은 상당했지만, 그러면 뭐 하겠나?
돈 쓸 시간이 없는데.
* * *
월요일 아침.
나는 신상 정장을 맞춰 입고 태우그룹 본사로 출근했다.
태우 센터 빌딩 20층으로 올라서자 감사팀 전원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부장님 첫 출근을 축하드립니다.]1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감사팀의 힘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100명이 감사팀의 전부도 아니었다.
각 계열사마다 자체 감사실이 운영되고 있었고, 그들 또한 본사 감사팀의 소속이었다.
“반갑습니다. 김민재 본부장입니다.”
나는 100명에 달하는 감사팀 전원과 악수를 나누었다.
감사팀 직원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긴 감사팀 소속이라고 하면, 동기라고 해도 같이 밥을 먹길 꺼려 한다.
항상 회사 동료를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 감사팀이다.
그러니 외로울 수밖에 없었고, 다들 날카로워지기 마련이었다.
“10분 뒤에 팀장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본부장실로 모여 주세요.”
나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본부장실로 향했고.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전에 5명의 팀장이 본부장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눈빛이 왜 저래?
새파랗게 어린 본부장.
재벌 3세라는 낙하산을 타고 날아온 회장 손자.
은연중에 나를 무시하는 팀장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어서들 앉으세요.”
“제가 간략한 보고 사항을 만들어 왔습니다. 본사 감사팀의 업무 프로세스와 현재 진행 중인 사안들을 브리핑하겠습니다.”
감사팀 1팀장 정수철 부장이 나섰다.
그는 내가 취임하기도 전에 자료를 만들어 뒀는지 상당한 양의 자료를 내 앞에 내려놓기까지 했다.
“잠시만. 제가 언제 브리핑해 달라고 했나요?”
“……감사팀 업무를 알려 드리기 위해 준비한 자료들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걸 왜 봐야 하냐고요.”
“감사팀을 지휘하기 위해선 꼭 알아야 하는 내용입니다.”
“본부장인 내가 감사팀에 맞춰 일하라는 건가요?”
“…….”
다들 입을 닫고 나를 바라봤다.
내 말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내가 왜 감사팀에 맞춰야 하죠? 감사팀이 내게 맞춰야죠.”
“감사팀은 20년 넘게 쌓아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그룹 전체를 감사하기 위해선 감사팀의 프로세스를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게 좋은 프로세스가 있는데, 왜 창원 부품 공장 비리는 못 밝혀냈나요? 공장장이 회사까지 만들어서 횡령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말이죠.”
역린을 건드렸나?
모든 팀장이 동시에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감사팀은 태우그룹 41개의 계열사와 350개가 넘는 해외법인을 감사해야 합니다. 창원 부품 공장의 경우 감사팀의 프로세스에 의해 감사할 예정이었습니다.”
“감사를 시작했으면 횡령 사실을 알아냈을 거라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우리 감사팀은 태우그룹에서도 우수한 인재들로만 구성되어 있고, 국세청 출신은 물론,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여럿입니다.”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는 감사팀 팀장들이다.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니 엘리트 의식이라도 가져야 버틸 수 있었겠지.
자신들이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엘리트 의식.
그거야 나쁘지 않은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한 발만 삐끗하면, 특권 의식은 비리로 빠져 버리게 된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죠. 창원 부품 공장의 마지막 감사가 언제였죠?”
“2년 전이었습니다.”
“제가 밝혀낸 바로는 창원 부품 공장의 횡령 혐의는 최소 5년 이상입니다. 감사가 진행되었는데도 밝혀내지 못했네요? 이건 무능하거나 눈을 감아 줬다는 건데. 어느 쪽이죠?”
“말씀이 너무 심하십니다!”
1팀장인 정수철 부장이 대표로 목소리를 높였다.
다 같은 팀장이라고는 하지만, 경력이 제일 오래된 정수철 부장이 감사팀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였다.
“그럼 결과를 만들어 가지고 오세요. 창원 부품 공장의 비리는 서우태 공장장 혼자 저지를 수 없는 구조 아닌가요? 분명 더 높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고,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도 함께 가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다들 나가 보세요.”
팀장 5명이 화가 난 채로 본부장실을 나갔다.
그들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신상명세서를 떠올렸다.
특히 정수철 부장의 신상정보에 적혀 있는 특이 사항이 꽤 관심이 갔다.
[특이 사항 : 이준수 상무와 초, 중, 고등학교 동창]사채꾼의 사촌과 그렇고 그런 사이란 거지.
단순히 학교 동창이라고 의심하는 건 아니다.
강 대위가 이끄는 팀이 이미 감사팀 팀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각종 보고를 해 왔다.
집, 차, 통장 보유액까지.
그런데 정 부장은 돈이 어디서 나서 아파트를 3채나 보유하고 있었을까?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격이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