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0)
독식하는 재벌 3세-230화(230/518)
230. 첫 삽을 뜨다 (4)
늦은 밤.
귀뚜라미 소리만이 들리는 아늑한 공간에서 최재석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한전 부지 공개 입찰이 다음 달 24일로 일정이 잡혔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국민경제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준 덕분에 일정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고생이라고 할 게 있겠습니까? 지역 균등 발전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드릴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한전 부지 공개 입찰에 13개의 그룹이 참여했습니다.”
예상한 숫자였다.
삼진과 현재자동차 그룹은 물론이고.
국내 그룹 여러 곳이 외국계 자본과 힘을 합쳐 공개 입찰에 뛰어들었다.
“외국계 자본이라고 해도 사용할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목숨 걸고 달려들지 않으면 절대 공개 입찰에서 승리할 수 없지요.”
“제가 보기엔 목숨 걸고 달려드는 그룹이 최소 3곳은 넘어 보였습니다.”
“삼진과 현재자동차 그리고 태우그룹이겠군요.”
“그렇습니다. 특히나 현재자동차가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명동을 이용해 삼진과 현재자동차 그룹의 자금력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워낙 자금력이 뛰어난 그룹들이었기에 공개 입찰에 달려들었다.
“태우그룹보다 자금력이 뛰어난 한국 그룹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공개 입찰이 문제가 아니라 그 후의 일이 문제겠죠.”
“인허가 문제 말씀이십니까?”
“공군 기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초고층 건물 인허가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국방부에서 적극 반대하고 있는 한 문제를 풀어 나갈 조금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회귀 전에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샤롯그룹은 초고층 건물 문제로 국방부와 공군과 심하게 마찰을 빚었고, 우여곡절 끝에 샤롯타워를 만들 수 있었다.
이는 새로운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고, 공군 장군을 경질하면서까지 밀어붙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군과 국방부 문제는 잘 협의해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혹시 정부를 압박해서 국방부의 입을 막는 방법이라면 저는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저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안보가 튼튼해야 태우그룹의 가치도 높아집니다. 그러니 무리하게 정부나 국방부를 압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저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해 문제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샤롯그룹이 얼마나 욕을 먹었던가.
그나마 샤롯그룹이니 그런 욕을 먹고도 버틸 수 있었지 태우그룹이 그런 욕을 먹는다면 브랜드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차라리 한전 부지에 신사옥을 짓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한전 부지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환경 단체에서 초고층 건물을 반대하고 있는 데다가 규제 문제도 상당히 복잡합니다.”
“저도 정치인이지만, 한국은 참 규제가 많은 나라이긴 합니다.”
최재석 의원조차 공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규제를 무시하고 건물을 올릴 수는 없기에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우선은 부지 매입부터 성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지 매입에 성공하면, 국방부 장관과 공군 사령관을 차례대로 만나 해결책을 찾아 보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선에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공군 사령관과의 자리 정도는 제가 마련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나중에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
최재석 의원은 다루기 힘든 칼이었다.
하지만 사용법만 제대로 터득하면 그 어떤 것도 베어 버릴 수 있는 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루어야만 했다.
* * *
공개 입찰 모집 마지막 날.
그때가 되어서야 태우그룹이 늦게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리가 바라지도 않았건만, 각종 언론사에서 태우그룹의 참전 소식을 탑 뉴스로 알렸다.
그렇게 뉴스가 터지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장경준 회장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샤롯그룹 부지는 인허가 문제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새로운 부지가 필요했습니다.”
[정말 한전 부지를 매입할 생각으로 입찰에 참여하신다는 겁니까?]“태우그룹은 못 먹는 감을 찔러 보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흐음, 일단 알겠습니다. 공개입찰장에서 뵙도록 하지요.]먼저 전화를 끊어 버리는 장경준 회장이었다.
멀찍이서 통화를 듣고 있던 기획실장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장경준 회장이 화가 많이 나신 듯합니다.”
“현재자동차도 신사옥에 욕심이 나는 건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이니 당연히 욕심이 날 만도 하겠습니다.”
“현재자동차는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입찰 준비는 잘 끝났습니까?”
“두 종류의 입찰 서류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4조 원 규모의 기획서와 6조 원 규모의 기획서입니다.”
기획실장으로부터 두 개의 서류 봉투를 받았다.
어느 서류 봉투를 사용할지는 장경준 회장이 선택할 일이었고.
나는 그저 공개입찰장에 두 개의 서류 봉투를 들고 가기만 하면 되었다.
* * *
대망의 한전 부지 공개입찰 날.
13곳의 입찰자가 입찰장 안으로 들어섰다.
13곳이라고 해 봐야 10곳은 요행을 바라는 잔챙이였다.
중요한 건 태우, 삼진 그리고 현재자동차 그룹.
태우그룹에서는 부회장인 내가 대표로 참석했고, 삼진전자에서는 전략기획실 실장이, 그리고 현재자동차 그룹에서는 장경준 회장이 직접 입찰장을 찾았다.
장경준 회장은 잠시 주변을 살폈고.
나를 발견하고는 곧장 걸어와 말을 걸어왔다.
“흠, 여기서 뵙지 않았으면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군요.”
“공적인 자리에서 뵈는 건 처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나는 전혀 반갑지 않군요. 정말 한전 부지까지 가지셔야 속이 편해지겠습니까?”
“누군가는 과한 욕심을 부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태우그룹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털썩, 장경준 회장이 의도적으로 거칠게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괜히 화풀이를 하는 모습. 그가 얼마나 지금 상황을 불쾌하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양손에 곶감을 쥐고 어느 곶감이 더 맛있을지 고민하려는 거 아닙니까?”
“혹시 압니까? 곶감 하나를 먹으면 배가 불러서 다른 손에 들린 곶감을 누군가에게 양보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아는 태우그룹은 절대 그런 곳이 아니죠. 배탈이 걸리더라도 억지로 곶감 두 개를 다 먹어 치우는 곳이죠.”
정확했다.
두 부지 중 한 곳에 신사옥을 짓기로 결정한다고 한들.
나머지 부지를 남에게 넘겨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김 부회장.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곶감만 있는 건 아니지 않겠어요? 태우그룹은 곶감을 먹고 우리 현재자동차 그룹은 약과를 먹으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어요.”
“혹시 그 약과를 태우그룹에서 줄 수 있는 겁니까?”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의 파트너쉽 캐피탈 회사로 현재캐피탈을 선정해 주세요. 그러면 깔끔하게 이번 공개 입찰에서 손을 떼도록 하지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러지 않으면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기에.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100억 달러를 명동 3인방에게 쥐여 준 것이었다.
삼진과 현재자동차의 자금력을 갉아먹고, 장경준 회장에게는 한전 부지 대신 파트너쉽이라는 먹이를 간절히 바라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아주 좋은 제안이군요. 태우그룹으로 들어온 파트너쉽 제안서를 보면 대부분의 캐피탈 회사가 비슷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조건이 비슷하니 어떤 회사와 손을 잡을지는 전적으로 경영자의 몫이 되어 버렸습니다.”
“김 부회장의 선택에 달렸단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약속을 한 이상 절대 어기지 않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박 실장, 입찰 서류를 줘 보게나.”
부우욱! 찌이익!
장경준 회장은 입찰 서류를 거칠게 찢어 버렸다.
“입찰에서 빠지도록 하지요. 그럼 이제 태우와 카이자동차의 파트너쉽 캐피탈은 우리 현재캐피탈이 되는 겁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늦어도 다음 주 안에 공식 발표를 하도록 하지요.”
“우리가 입찰에서 빠진다 해도 태우가 승리한다고 장담할 순 없지 않겠어요? 만약 입찰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약속은 지키셔야 합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참,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금싸라기 부지 두 곳을 손에 쥐고 어떻게 하는지 구경이나 하도록 하지요. 후우.”
장경준 회장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에게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회사로 돌아가셔서 보십시오. 아주 재미난 내용이 들어 있을 겁니다.”
“김 부회장이 재미난 이야기라고 하니 괜히 보기 겁나는군요. 판도라의 상자는 아니겠지요?”
“어떻게 보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아무런 내용이 아닐 수도 있고, 심각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꼭 회사로 돌아가셔서 확인해 주십시오.”
“약속은 지키리다. 회사로 돌아가서 볼 테니 입찰 준비나 잘하세요.”
장 회장이 서류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와 동시에 공개 입찰이 시작되었다.
* * *
장경준 회장이 회사에 도착했다.
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서울의 도로는 차로 가득했고, 꽤나 오래 걸려서야 겨우 회장실로 들어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실장! 김 부회장이 준 서류 봉투를 가지고 와요.”
“지금 바로 가지고 들어가겠습니다!”
현재자동차 기획실장이 서류 봉투와 봉투칼을 가지고 왔다.
그는 장경준 회장의 눈치를 살핀 뒤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특별한 무언가가 들어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봉투 안에는 입찰 서류 한 장이 달랑 들어 있었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입찰을 포기한 사람한테 입찰 서류를 주는 건 무슨 뜻이야?”
“회장님, 입찰 금액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뭐가 있어?”
실장은 다급히 자신의 가방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냈다.
입찰장에서 장경준 회장이 찢어 버렸던 입찰자료 사본이었고.
태우그룹의 입찰자료와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바로 옆에 두었다.
“입찰 금액이 거의 동일합니다!”
“뭐라고? 태우그룹이 6조 원을 썼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보다 5억 원 더 많은 금액이기도 합니다. 이대로 입찰에 들어갔다면, 고작 5억 원의 차이로 태우그룹에게 한전 부지를 빼앗길 뻔했습니다.”
장경준 회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입찰자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직원이 고생을 했던가?
밤잠을 아껴 가며 입찰자료를 만들었고, 입찰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 모든 정보력을 동원했다.
그렇게 나온 입찰 금액 6조 1,700억 원.
6조 원이면 모든 그룹을 따돌리고 입찰에 성공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 태우그룹의 입찰 금액은 6조 1,705억 원이었다.
5억 원이라고 하면 큰 금액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퍼센트로 계산하면 고작 0.01%에 불과한 차이였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입찰에서 지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일은 없었고, 하마터면 그런 치욕을 이번 입찰에서 당할 뻔한 셈이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사람 놀린다고 욕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래도 하나라도 얻어 내었으니 다행이지 않겠습니까? 회장님의 결단 덕분에 삼진을 비롯한 다른 캐피탈 업체를 밀어내고 우리가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입 안이 텁텁한 장 회장이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텁텁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그런데 곧이어 들어온 비서실 직원의 말에 그의 텁텁함이 더욱 심해졌다.
“회장님, 태우그룹이 한전 부지 입찰에서 승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