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1)
독식하는 재벌 3세-231화(231/518)
231. 첫 삽을 뜨다 (5)
장경준 회장이 생수 한 병을 들이켰다.
태우그룹이 결국 한전 부지 낙찰에 성공하자 속이 쓰려왔다.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건 태우그룹이 6조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부지 매입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매입에 6조 원이나 사용했으니 태우그룹 주가가 조금은 떨어지겠군.”
“6조 원이 아니라 4조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4조 원에 낙찰을 받다니. 6조를 4조로 잘못 들은 것 아닌가?”
“아닙니다. 이미 4조 원으로 낙찰받았다는 기사가 여러 개입니다.”
장경준 회장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얼른 컴퓨터를 켜 기사를 검색했고, 정말 4조 원으로 한전 부지를 낙찰받은 태우그룹이었다.
“…박 실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왜 우리에게 준 입찰 금액과 2조 원이나 차이가 나는 거지?”
“아마 우리가 입찰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6조 1,705억을 입찰 금액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포기했으니 입찰 금액을 낮췄다? 삼진그룹도 있는데 2조 원이나 낮추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아마도 삼진그룹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진은 무슨 사업을 하든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세의 2배 이상으로 배팅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것 같습니다.”
장경준 회장이 자신의 팔뚝을 쓰다듬었다.
갑자기 찾아온 소름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최소한의 차이로 입찰에 승리할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거로군. 단순히 실력이나 운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모든 그룹에 스파이를 심어 둔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를 않아.”
“우리 현재자동차 그룹은 입찰 금액 산정에 있어 보안을 최우선 했습니다. 보안을 위해 직원들은 퇴근도 하지 않고 24시간 호텔에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김민재 부회장… 참 무서운 사람이군.”
“보안에 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태우그룹 입찰 서류를 손에 쥔 장경준 회장.
이번엔 그나마 타협을 했기에 조금이라도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보안에는 문제가 없을 걸세. 김민재 부회장이 무슨 요술을 부린 것 같군. 웬만해선 태우그룹과 각을 세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군.”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태우그룹을 단번에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전까진 김민재 부회장을 자극하지 말게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경준 회장은 그 누구보다 김민재 부회장을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현재그룹 왕자의 난부터 인연을 이어 왔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
그렇기에 경쟁자임에도 불구하고 전우애와 비슷한 감정까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한전 부지 입찰로 인해 생각을 고쳐먹었다.
김민재 부회장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를 이용해 먹으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잡아먹히고 만다.
* * *
한전 부지 입찰에 성공했다!
이 기쁜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할아버지에게 알려 드리고 싶어 달려서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한전 부지가 태우그룹 손에 넘어왔습니다!”
“이미 소식 들었다. 장하구나. 아주 장해.”
할아버지는 두 팔을 활짝 벌려 나를 안아 주셨고.
오랜만에 따듯한 할아버지 품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고작 4조 원에 부지를 낙찰받을 수 있었어요.”
“허허, 나는 6조 원은 쓸 줄 알았더니. 어떻게 현재자동차 그룹이 포기하게 만들었더냐?”
“제가 나서서 움직인 건 전혀 없어요. 장경준 회장이 먼저 제안해 왔어요. 파트너쉽 체결 조건으로 입찰을 포기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캐피탈을 내어 주고 한전 부지를 얻은 격이로구나.”
“파트너쉽 계약은 단발성이지만, 땅은 영원하지 않겠습니까?”
파너트쉽 계약은 3년짜리였다.
3년 동안 현재캐피탈과 손을 잡는 것만으로 금싸라기 땅을 얻어 내었으니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렇지 땅은 영원하고말고. 그런데 삼진그룹에서 4조 원 이상은 쓰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더냐?”
“삼진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돌다리도 수백 번 두들겨 보고 건너는 곳 아니겠습니까?”
“허허, 예전에 장영주 회장이 했던 말이 생각나는구나. 삼진에서 시도하려는 사업이 있으면 무조건 따라서 추진하라고 했었지. 삼진이 꼼꼼하게 검토했을 테니 따라만 가면 된다고 말이야.”
삼진그룹도 분명 진심으로 입찰에 참여한 건 맞았다.
하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기업 방침 때문에 2배 이상의 금액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삼진이 돌다리를 열심히 두드린 덕분에 우리가 한전 부지까지 가져올 수 있게 된 셈이죠.”
“허허, 최소한의 투자로 금싸라기 땅 두 곳을 전부 가져왔구나!”
“이제 어디에 신사옥을 지을지만 결정하면 되겠네요. 할아버지는 어느 땅에 신사옥을 짓는 게 좋아 보이시나요?”
“두 곳 다 괜찮더구나. 인허가 문제가 빨리 해결되는 쪽으로 결정했으면 한단다.”
“그럼 두 곳 전부 신사옥 예정지로 결정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올해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년 안에만 첫 삽을 뜰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반드시 그렇게 해 보이겠습니다!”
“너는 지금까지 허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믿으마. 누굴 닮아서 이렇게 이쁠꼬.”
할아버지가 다시 나를 끌어안으셨다.
아무리 성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할아버지 앞에서는 여전히 난 손자에 불과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안겨 있고 난 다음에야 다음 말을 꺼내었다.
“샤롯그룹 부지나 한전 부지나 허가를 받아 내려면, 공군을 설득해야 합니다.”
“국방부를 설득해야 서울시와도 협의가 가능하겠구나. 어떻게 이 할애비가 나서야겠느냐?”
“우선은 제가 먼저 만나 설득을 해 보고, 정 안 되면 할아버지 손을 빌리겠습니다.”
“군인들을 절대 무시하지 말거라. 특히나 대쪽 같은 성질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괜히 자극하면 반발심만 키울 수 있어.”
군사정권 시절에도 태우그룹을 지켰던 할아버지셨다.
그래서 그런지 군이라는 조직을 조금 두려워하고 계셨다.
하지만 내겐 군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협상의 대상일 뿐이었다.
* * *
최재석 의원은 내 부탁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한전 부지를 낙찰받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공군 참모 총장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비밀리에 만남을 가져야 했기에 강 대위가 미리 작업해 놓은 조용한 산장으로 이호 장군을 초대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땅한 장소를 찾다 보니 이런 누추한 곳에서 귀하신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고생이라고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군인은 산에서도 자고 길바닥에서 밥도 먹고 합니다. 이 정도 산장이면 호화저택이나 다름없습니다.”
이호 장군의 첫인상은 전형적인 군인이었다.
단단한 사각턱, 우람한 눈망울, 두툼한 콧대.
그리고 군인 특유의 절도 있는 몸동작까지.
그의 얼굴과 몸짓만을 스캔한 것은 아니었다.
상세 정보를 확인해 파고들 구석을 찾아봤지만.
비리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고, 그저 공군의 발전에 한평생을 바쳐 온 사람이었다.
이런 유형이 오히려 상대하기 껄끄럽다.
적당히 유도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돈을 찔러주면 그만이지만.
이런 사람을 상대할 때는 진심을 다해 설득을 해야만 했다.
“바쁘신 분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초고층 건물 인허가 문제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공군 기지 활주로 문제 때문에 공군과 국방부에서 초고층 건물을 반대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입니다. 안보가 최우선 되어야 하기에 불가피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딱딱할 수가 있을까?
천민정이 개발하는 인공지능이 오히려 더 부드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안보도 중요하지만, 경제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경제가 튼튼해야 국방비로 들어가는 세금도 더 늘지 않겠습니까?”
“그 점은 저도 동의하지만, 일전에 샤롯그룹이 제시한 방안은 절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제안을 가지고 왔습니다.”
회귀 전에 샤롯그룹은 초고층 건물을 건설했었다.
그들의 방법은 공군과의 협상이라기보다는 정부를 이용해 굴복시켰다고 봐야 했다.
“공군 기지 활주로 이전 비용이 1조 원 이상이 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최소로 잡아야 1조 원입니다.”
“이전 비용 전액을 태우그룹이 부담하겠습니다. 1조 원이 아니라 2조 원 이상이 든다고 해도 전액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활주로를 바꾸면 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도 있기에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역시 돈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 어떤 것보다 안보에 중점을 둔 군인을 상대하기 위해선 돈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제시해야만 했다.
“공군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억만금의 기부금을 주신다고 해도 안 되는 건 안 됩니다.”
“기부금이 아니라 전투기를 준다고 해도 말씀이십니까?”
“……지금 전투기라고 하셨습니까!”
우리나라 군은 모두 한 가지에 미쳐 있었다.
육군은 화포에, 해군은 함정에 그리고 공군은 전투기에 미쳐 있었다.
이호 장군이 말한 대로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였기에 더 막강한 화력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특히나 공군의 경우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했다.
내가 전투기 이야기를 꺼내자 이호 장군의 눈빛이 달라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1차 FX 사업으로 F-15K를 도입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IMF로 인해 애초의 계획보다 훨씬 적은 40대만을 도입하게 되었지요.”
“애초 계획보다 FX 사업 자체가 축소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또한 IMF의 여파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FX 사업은 전투기 도입 사업이었다.
현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는 많이 낙후되었기에 신형 전투기가 절실했다.
그렇기에 FX 사업을 통해 F-15K를 도입하기로 하였지만, IMF로 인해 그 숫자가 축소되었다.
축소된 건 전투기 숫자만이 아니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부터 장비 개발 사업까지.
많은 부분의 예산이 삭감되었고, 40대의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가 나서서 전투기를 공군에 구해다 드릴 수 있습니다.”
“……방금 그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인지 인지하고 계십니까?”
“그렇다고 해서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겠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양 국가의 허가를 받아 공식적으로 구해다 드리겠다는 말씀입니다.”
“믿기 어려운 말이로군요. 어떤 전투기를 몇 대나 구해 주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믿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귀를 기울이는 이호 장군이었다.
조 단위의 돈을 제시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미국의 F-15K를 도입했으니 러시아의 수호이도 보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러시아의 수호이를 정식으로 구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많이는 아니지만 구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어떻게 관심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관심이 있습니다. 수호이를 공군에 도입할 수만 있다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이호 장군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왔다.
장난감 전투기도 아니고 진짜 전투기를 구해 준다는데 당연히 이런 반응이 나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