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3)
독식하는 재벌 3세-233화(233/518)
233. 예상외의 선물 (2)
미국 대선이 끝나고 다음 날.
나는 따로 부시 대통령 선거 캠프 사람에게 감사의 전화를 받진 못했다.
바쁜 시기이니 크게 마음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인편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올 줄이야.
주한 미국 대사 크리스가 나를 찾아왔다.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었기에 비서실을 통해 연락을 받아 조용한 장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갑자기 연락을 주셔서 많이 놀랐습니다. 올해 9월에 한국으로 파견 오셨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는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인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부시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대사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해 받게 되다니.
그만큼 내가 부시 대통령 재선에 큰 공을 세웠다는 뜻이었기에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전화로 말씀해 주셔도 충분한데 직접 찾아와 주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시 대통령께서 태우그룹과 김민재 부회장의 일이라면 뭐든지 도와드리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제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미국 대사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물론 미국 대사는 그렇게 높은 직급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관급 인사를 주미 대사로 파견 보내지만, 미국은 1급 공무원인 차관보급을 대사로 임명한다.
하지만 직위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미국 대사가 1급 공무원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미국 대사는 미국을 대신하는 사람이었기에 그가 하는 말이 곧 미국의 뜻이었으니까.
“부탁드릴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지요. 적적한 한국 생활이 즐거워지겠습니다. 그리고 쌍독수리와 관련된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도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금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쌍독수리는 러시아의 국장을 의미했다.
수호이 전투기를 한국에 가지고 오는 일에 대해 묵인하겠다는 뜻을 미국 대사가 직접 전해 준 것이었다.
“김 부회장님이 가능한 일이지, 다른 사람이 이런 부탁을 했다면 듣는 척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뭐, 김 부회장님은 미국의 명예시민이기도 하시니까요.”
“미국의 국익에 피해가 가는 일은 결코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과 저는 한국과 미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말씀을 대통령께 꼭 전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바쁘신 분을 오래 붙잡아 둘 수는 없지요.”
미국이 괜히 딴지를 걸어오면 피곤해진다.
그렇기에 나는 부시 대통령을 지원해 주었고, 곤란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 * *
미국과 러시아의 문제는 해결되었고.
이런 상황을 할아버지에게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허허,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장영주 회장이 가장 무모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구나. 장 회장보다 네가 한술 더 뜨는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을 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너 말고 누가 또 있겠느냐?”
타박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공군의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기에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할아버지셨다.
“미국과 러시아 문제는 해결했으니 이제 한국 정부와의 협상만이 남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내가 설득해 보마. 국방부 장관도 만나고,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을 만나 설득을 하마.”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 한국 고위층과 만나서 설득할 자신이 없긴 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나이가 중요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것과 할아버지가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고, 특히나 재계에서 가장 큰 어르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할아버지의 말은 무게가 남달랐다.
“미국과 러시아가 동의했는데 한국 정부가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 그런데 신사옥을 어디에 지을지 결정했느냐?”
“한국 정부에서 원하는 곳으로 정해야겠지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전 부지가 샤롯그룹 부지보다 더 넓으니 그곳이 좋아 보이긴 합니다.”
“그게 끝은 아니겠지?”
할아버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마음속에 담긴 남은 말을 다 토해 내라는 눈빛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두 부지 모두 인허가를 받아 내었으면 합니다. 초고층 빌딩 두 개를 동시에 만들어 한 곳은 태우그룹의 신사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한 곳은 우리와 관련된 회사가 사용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욕심이 아주 그득그득하구나. 역시 내 손자다워. 이 할애비만 믿거라. 네 욕심을 이 세 치 혀로 이루어 주마.”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할아버지의 욕심을 채워 주기 위해 신사옥 부지를 확보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내 욕심을 채워 주기 위해서란다.
“뭐 저를 핑곗거리로 사용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믿겠습니까? 제 욕심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욕심이라고 생각하겠죠.”
“허허허, 그렇겠구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게 뭐가 중하겠느냐? 초고층 빌딩 두 개를 태우그룹이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게지.”
“맞습니다! 그러니 정부와 군을 꼭 설득해 주세요.”
“지금 당장 움직이마.”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스무 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당당하게 회장실 밖으로 걸어 나가시는 할아버지셨고, 오늘따라 할아버지의 등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 * *
할아버지가 정부와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동안.
나는 잠시 등한시했던 회사 업무에 집중했고, 산처럼 쌓여 있는 보고서를 모두 읽은 뒤에야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다.
“코코아택시가 수도권 전역은 물론 일부 광역시에서도 서비스되기 시작했군요.”
“매우 반응이 좋습니다. 코코아톡에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 주고 있는 덕분에 가입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역이 늘어나면 날수록 다양한 곳에서 문제가 터질 겁니다.”
“아직은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저 아직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고객과 택시기사 모두가 코코아택시 진출 문의를 폭발적으로 해 오고 있습니다.”
택시업계는 소문이 빠르게 도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러니 수도권 지역의 택시기사 매출이 예전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전국 택시기사에게 퍼졌을 게 당연했다.
“너무 빠르게 확장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죠.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확장을 시도하세요. 어차피 경쟁 업체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니까요.”
“경쟁 업체가 없는 점이 정말 대박인 것 같습니다. 콜 업체를 경쟁 업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용하는 연령대가 아예 달라 그다지 경쟁하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강 대위였다.
오랜 시간 강 대위를 옆에 두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좋아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긴 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전역하고도 군과 비슷한 생활을 해 왔으니까.
이번에 제대로 된 사업을 처음 하는 것이니 모든 게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질 만도 했다.
“지금처럼만 잘 운영하시면, 몇 년 안에 전국 택시회사 전부를 강 대위가 독점하는 날도 올 겁니다.”
“그런데 대표님, 제 밑에 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하다 나온 말이 있습니다. 택시뿐만 아니라 대리기사, 렌트카 사업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시스템을 조금만 수정하면 충분히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카로운 사업 계획이었다.
강 대위 밑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군에서 엘리트 소리를 듣던 인재들이었고.
지금과 달리 엘리트들이 군으로 많이 지원하던 시기의 인재들이었기에 확실히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돈을 크게 벌자고 하는 사업은 아닙니다.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택시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일이 너무 많아지면, 강 대위가 너무 힘들어지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이번 기회에 완전 사업가로 전향할 생각이세요?”
“그건 아닙니다! 그 어떤 사업보다 대표님의 지시를 우선시한다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대표님이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택시회사를 폐업할 수도 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는 강 대위였다.
대역죄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보니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세요. 대리운전과 렌트카 사업에도 진출해 보세요. 데이터 수집에 꽤 도움이 되겠고, 다른 정보 수집에도 도움이 되겠네요.”
“아, 아닙니다. 택시회사에 만족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강 대위의 세력도 좀 키워야죠. 경호회사에 택시 그리고 렌트카와 대리운전까지. 이 정도면 어렵지 않게 유능한 인력을 보충할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절대 과하지 않을 정도로 선을 지키며 사업에 임하겠습니다.”
여러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은 물론이고, 무리하게 수익을 좇지도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어느 정도의 수익은 내셔도 됩니다. 그래야 직원들 월급을 챙겨 주죠. 물론 지금은 수익을 내기 힘들겠지만,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채워 드리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마시고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괜히 속으로 끙끙 앓지 마시고요. 예전에도 말했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쉬운 일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강 대위가 잔뜩 굳어 있었다.
별로 겁을 주지도 않았는데 왜 저리 겁을 집어먹었나 몰라.
충성심이 과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야지 뭐.
* * *
2004년이 며칠 남지 않은 날.
나는 이호 장군의 초대를 받아 대전에 위치한 국방 과학 연구소를 방문했다.
이호 장군이 직접 연구소 정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무장한 군인들이 입구부터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연구소라고 해서 군대와는 느낌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경계가 더 삼엄한 것 같습니다.”
“평상시엔 이 정도는 아닙니다. 태우그룹에서 공군에게 준 선물을 지키기 위해 평소보다 삼엄하게 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국방 과학 연구소에 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러시아에서 출발한 수호이 3대가 벌써 한국에 도착해 있었고.
부품별로 해체된 수호이 전투기 조립이 끝났기에 실물을 보러 오라고 국방 연구소로 날 초대한 이호 장군이었다.
“마음에 드는 기종일지 모르겠습니다. 신형 전투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기종일 겁니다.”
“그런 소리 마십시오!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속된 말로 기절초풍할 뻔했습니다. 태우그룹 본사 방향을 향해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호 장군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었나?
러시아에서 수호이 전투기 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연식이 떨어진 구형 수호이 전투기 2대와 실험용으로 제작한 전투기 한 대를 가까스로 얻어 낼 수 있었다.
공군이 F 계열 전투기만 보유하고 있어서 그런가?
하긴 러시아제 전투기는 대한민국 공군 입장에서는 낯선 기종이라서 더욱 호들갑을 떠는 거일 수도 있지.
“만족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백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셔야 합니다. 김 부회장님이 얼마나 큰일을 하셨는지 어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전히 호들갑을 떨며 보안 구역으로 날 안내하는 이호 장군이었고.
그곳에서 러시아에서 온 전투기 3대를 보는 순간!
이호 장군의 행동이 호들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