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4)
독식하는 재벌 3세-234화(234/518)
234. 예상외의 선물 (3)
보안 시설에 전시되어 있는 3대의 전투기.
2대는 자주 본 적이 있는 구형 수호이 전투기였지만, 나머지 한 대가 특이했다.
검게 도색되어 있는 외관.
게임에서나 볼법한 디자인.
왜 이런 전투기가 여기에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멍하니 검은 전투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이호 장군이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다.
“베르쿠트를 한국으로 가지고 올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러시아 항공 기술의 정점이라 부를 수 있는 Su-47 베르쿠트가 대한민국 공군의 소유가 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Su-47이라고 하셨습니까?”
“맞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단 1대밖에 생산하지 않은 초고사양 스텔스 전투기, Su-47 베르쿠트입니다!”
내 귀가 이상한가?
어느 전투기가 온다고는 자세히 전해 듣지 못하긴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에서도 극도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할 최신형 전투기가 어떻게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많은 돈을 뿌린 것도 아니었다.
전투기 구입 비용에 운송 비용과 잡다한 비용을 다 해도 2억 달러밖에 내지 않았다.
그런데 돈으로 환산하기도 힘든 최신형 전투기를 보내 버릴 줄이야.
아마 엄청나게 다운그레이드된 버전이겠지.
실제로는 비행이 불가능하다거나 각종 시스템이 누락된 전시용 전투기라고 확신했다.
“…전시용 말고는 사용하기 힘들겠지만, 공군에 도움이 된다니 다행입니다.”
“전시용이 아닙니다. 실제로 비행이 가능한 전투기입니다. 레이더 장비도 모두 달려 있고, 그리고 스텔스기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무장창까지 부착되어 있는 실사용이 가능한 기종입니다!”
미친!
입 밖으로 나오려는 욕을 겨우 속으로 참아 내었다.
아무리 내가 러시아와 사이가 좋다고 해도 한 국가의 기밀 사항이나 다름없는 최신형 기종을 넘겨 버리다니.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겁이 났다.
러시아에서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특히 이번 일을 주도한 로만의 꿍꿍이속이 대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속마음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고.
이호 장군 앞에서는 의연한 척 연기를 하며 말을 이어 갔다.
“…대한민국 공군의 발전을 위해 조금 무리를 했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기술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전화 한 통을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이런 좋은 선물을 보내준 러시아 쪽에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습니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보안 시설 밖까지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호 장군의 안내를 받아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고.
나는 잠시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로만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건을 잘못 보내신 것 아닙니까?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받았습니다.”
[너무 폐급을 보냈습니까? 공항에 방치되어 있는 전투기 한 대를 같이 보낸다는 이야기를 저도 듣긴 했습니다.]“방치되어 있는 전투기라니요?”
[유지비 문제로 공항에 방치되어 있는 전투기가 있다고 해서 같이 보내 버리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이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세요.]방치된 전투기가 설마 Su-47이라고?
워낙 최신형 전투기라서 유지비가 많이 드는 건 알겠다만, 그래도 그걸 공항에 그냥 방치했다니.
그리고 부탁까지 하는 로만이었다.
부탁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라는 것도 모르고 있는 그였다.
“서로…… 이번 일을 문제 삼지 않는 걸로 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요. 한국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면, 러시아에서는 문제 삼을 일도 없습니다. 사실 한국으로 전투기 3대를 보냈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 몇 명 없습니다.]“그럼 다음에 또 러시아를 방문하면 뵙겠습니다.”
[자주자주 좀 찾아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이렇게 통화가 끝났다.
아무리 러시아가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다곤 하지만, 최신형 전투기를 이런 식으로 받아 낼 수 있다니.
뭐 이런 일이 처음인 건 아니긴 했다.
회귀 전에도 한국은 러시아에서 로켓 모형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모형을 새로 만들 자금이 없어 이미 만들어 놓은 진품 로켓을 한국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 로켓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이번에는 Su-47 전투기가 그 역할을 하게 될 터였다.
……그런데, 진짜 실수인가?
아니, 지금은 고민할 부분이 아니다. 어쨌든 물건은 받았고, 러시아는 입을 닫았다.
실수로 보냈든 아니든, 일단 먹고 보자.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통화가 다 끝났습니다. 러시아에서 어찌나 생색을 내는지. 저와의 친분 때문에 Su-47 전투기를 보내긴 했는데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 달라고 합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래서 국방 연구소의 경계 인원을 평소보다 2배 이상 증원했습니다.”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괜히 시험 비행을 하다가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아까운 걸 어떻게 하늘로 올려 보내겠습니까? 모든 부품을 다 분해해서 연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씹고 뜯고 맛볼 생각을 하고 있는 이호 장군이었다.
러시아에서도 비용 문제로 고작 1대밖에 만들지 않은 최신형 전투기가 생겼으니 해 보고 싶은 일이 많을 것이긴 했다.
“아시겠지만, 정말 어렵게 구했습니다. 태우그룹이 전력을 다해 겨우겨우 얻어 낼 수 있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사용한 자금만 해도 공군 활주로를 2번 이상 바꿀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합니다.”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태우그룹 신사옥 문제는 제가 직접 나서 국방부를 설득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공군이 앞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 약속드리겠습니다.”
“신사옥을 2개를 만든다고 해도 말씀이십니까?”
“2개가 아니라 10개를 만든다고 해도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활주로 이전 비용은 부담해 주시는 거지요?”
활주로 이전 비용 문제가 갑자기 생각난 이호 장군이었다.
대한민국 국방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투자해야지.
“당연히 이전 비용은 태우그룹에서 전적으로 부담할 겁니다. 그리고 국방부에도 소정의 기부금도 전달할 생각입니다.”
“정말 다른 누구와는 정말 다르십니다. 활주로 이전 비용을 한 푼도 주지 않으면서 활주로를 이전하라고 하는 아주 나쁜 그룹이 있었습니다.”
샤롯그룹 이야기인가 보다.
20년 가까이 샤롯그룹 부지에 신사옥을 지으려고 했던 샤롯그룹이었고, 당연히 공군과 엄청난 마찰을 빚었었다.
그래서인지 이호 장군은 샤롯그룹에 원한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한국 그룹이지 않습니까. 경제 발전과 국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니겠습니까?”
“그렇고 말고요! 태우그룹과 국군의 관계가 지금처럼만 지속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생명의 은인을 만나면 이렇게 행동할까?
장군이라고 하면,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존재들이었다.
특히나 숫자가 적은 공군은 더더욱 자부심이 넘치기 마련이었지만, 이호 장군은 완전 저자세로 나를 상대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태우그룹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시고요.”
“태우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매일 기도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불편해서 더는 못 있겠다.
도망치듯이 국방 연구소를 빠져나와 회사로 이동했다.
* * *
공군과 국방부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다.
이제 남은 건 정부와 서울시와의 협의가 끝나기만 하면 되었다.
이 문제는 할아버지에게 전적으로 맡겼고, 중간 상황을 듣기 위해 회장실을 찾아갔다.
“정부와의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이놈아! 내가 보고까지 해야 하느냐?”
“공군과 국방부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서 보고를 드리려고 온 겁니다. 절대 할아버지를 쪼거나 닦달하려는 목적은 아니에요.”
사실 그런 목적으로 찾아온 거긴 했다.
손자는 벌써 러시아에서 전투기까지 들여와서 공군 문제를 해결했으니 할아버지도 빨리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라는 압박.
“정부와의 협상은 어느 정도 끝나긴 했다. 서울시와 정부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기부 채납해야 할지 조율 중이었어.”
“어디어디에 기부 채납을 해야 합니까?”
“내가 어미 새도 아니고, 먹이를 줘야 할 곳이 많아도 너무 많구나. 정부에도 줘야 하고, 서울시 그리고 신사옥을 지을 지역구에도 줘야 할 것 같구나.”
할아버지가 앓는 소리를 하셨다.
그런데 정말 돈을 줘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긴 했다.
“다 합쳐서 대충 1~2천억 원 정도면 되지 않겠어요?”
“뉘 집 강아지 이름이더냐? 우리 태우그룹의 임직원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그냥 내어 줄 순 없지 않더냐.”
“돈 조금 아끼려다가 시간이 지체되면 오히려 더 큰 돈이 나갈 수도 있어요.”
“그래도 너무 한 번에 다 주겠다고 하면, 더 달라고 하는 놈들이다. 어느 정도 협상을 진행해야 적정 수준에서 합의가 되는 법이란다.”
백전노장의 가르침이었다.
최대한 인심 쓰는 척하며 돈을 줘야 주는 쪽에서도 생색을 낼 수 있고, 받는 쪽에서도 고마움을 느낀다는 가르침.
“그래서 합의는 잘 되어 가고 있으세요?”
“가지고 있는 카드가 두 장이라서 크게 어렵지는 않구나. 카드 한 장은 버려야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내년 안에는 신사옥 첫 삽을 뜰 수 있겠구나.”
“카드 한 장을 버린다면, 한 곳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 두 마리 토끼를 노리다가 다 놓칠 수 있으니.”
누가 봐도 할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다.
두 마리 토끼를 노리다 두 곳 다 인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두 곳의 부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내 노력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두 곳 다 인허가를 받아 내고 싶었다.
“우선은 한 곳만 인허가를 받아 주시고 나머지 한 곳은 제게 맡겨 주세요.”
“용한 방법이 생각났나 보구나.”
“협상이 어려우면 협박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를 상대로 협박을 해서 좋은 결과를 낳은 적이 없단다.”
“협박의 주체가 태우그룹이 아니면 문제 될 게 없지 않겠습니까? 미국 쪽이나 러시아 쪽에서 압박을 가한다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우선은 신사옥 부지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고.
나머지 부지 한 곳은 약간의 꼼수를 이용해 인허가를 따내면 될 일이었다.
“태우그룹과는 전혀 상관없도록 일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
“당연히 그래야지요. 태우그룹은 일절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해 보겠습니다. 우선은 신사옥 부지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아마도 샤롯그룹 부지로 결정될 것 같구나. 샤롯그룹이 20년 가까이 신사옥을 지으려고 사전 작업을 해 둔 덕분이지.”
샤롯그룹이 들으면 배가 아플 소리를 하시는 할아버지셨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샤롯그룹이 20년 가까이 공을 들인 덕분에 우리는 조금 편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럼 신사옥 문제는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저는 잠시 미국 출장을 다녀오겠습니다. 나머지 부지 하나를 해결하려면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해서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까지 신사옥 부지 인허가 문제를 전부 해결해 놓으마.”
미국 출장은 부지 문제 해결 때문만은 아니었다.
태우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지금 시점에 꼭 미국으로 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