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5)
독식하는 재벌 3세-235화(235/518)
235. 예상외의 선물 (4)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SAVE 투자회사부터 찾았다.
데이비드와 한 팀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것인 양 반갑게 포옹을 하였다.
“다들 얼굴 좋아 보이네요.”
“제 얼굴이 좋아 보여요? 미국 대선에서 생고생을 하고 러시아까지 갔다 오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덕분에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았어요.”
Su-47 전투기가 한국으로 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데이비드였다.
그는 특유의 유대감 형성 능력으로 러시아 고위층을 포섭했고, 덕분에 예상치도 못한 물건을 받게 되었다.
“좋은 선물요? 그렇게 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공항에서 방치되어 있는 전투기 한 대를 보낸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었거든요. 돈을 그렇게 뿌렸는데 방치된 전투기를 보낸다니. 러시아 놈들이 왜 그리 쪼잔한지 모르겠어요.”
“절대 쪼잔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너무 통이 커서 문제가 될 뻔했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자세히 알 건 없고, 요즘 미국 돌아가는 상황은 어떻습니까?”
Su-47 전투기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고, 데이비드도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를 꺼내 들었다.
“정치권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부시 정권이 재선했으니 다음 대선까지는 우릴 건드릴 사람이나 조직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오바마 의원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죠?”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부금도 넉넉하게 챙겨 주고 있고, 자선 파티나 각종 행사에도 제가 직접 참가하고 있어요. 그런데 솔직히 왜 그렇게 챙겨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선 후보급도 아니지 않습니까?”
“대선 후보급 맞아요.”
데이비드가 격하게 귀를 만졌다.
마치 자신의 귀가 잘못되었다는 듯이.
그리고 옆에서 듣고 있던 한 팀장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표님, 오바마 의원은 흑인입니다. 미국 역사상 흑인이 대통령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 역사가 바뀔 겁니다. 아직 4년이나 남았으니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오바마 의원이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보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오케이! 앞으로 더욱 신경을 쓰겠습니다!”
데이비드는 이런 점이 좋았다.
내가 하는 말이면 큰 의심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충신이 데이비드였다.
“정치 문제는 여기까지 하고. 한 팀장, 요즘 미국 부동산은 어떤가요?”
“지표만 보면 분명 위기가 맞긴 한데, 이상하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15%가량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버블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증거죠. 앞으로도 1~2년 정도는 더 오를 겁니다. 그러니 너무 무리하게 움직이지는 마세요.”
“매년 조금씩 보험 가입 금액을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보험사나 은행권에 가면 지점장이 건물 입구부터 마중을 나오고 있습니다. 호구 잡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공짜를 누가 싫어하겠는가?
특히나 돈이 실적인 금융사에서 돈을 퍼 주는 사람은 왕이고 주인이었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부동산 버블이었기에 그들에게 한 팀장은 아주 귀한 손님이 아닐 수 없었다.
“떡밥을 그 정도로 뿌렸으면, 내년부터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보험 가입을 시도해 보세요.”
“안 그래도 보험 가입에 사용할 자금을 넉넉히 빼 두었습니다.”
“다이먼과도 잘 얘기해서 진행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대표님, 2~3년 안에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 부시 정권이 크게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의도적으로 이런 사태를 일으켰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부동산 버블의 원흉이 될까 두려워하는 한 팀장이었다.
그의 말처럼 그렇게 상황이 돌아가면, 우린 더는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SAVE 투자회사는 물론이고 태우그룹까지.
“그러니 지금부터 떡밥을 아주 열심히 던져야 합니다. 그러니 한 팀장은 지금부터 부동산 버블 위험성을 알리는 보고서를 만들어 주세요.”
“이미 만들어 둔 보고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럼 데이비드는 한 팀장의 보고서를 가지고 부시 정권과 여러 정치인에게 알리세요. 부동산 버블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를 하는 거죠.”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긴 한데, 부동산이 초호황인 지금 누가 그런 말을 믿겠습니까?”
“믿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제발 믿지 말라고 하는 말이죠. 그저 면피용으로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해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국제 경제 위기였다.
대형 사고이니만큼 안전장치를 2중 3중으로 해 둬야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경고를 하는 척만 하라는 말이군요.”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필요는 없고, 주요 부처와 정치인들에게 주기적으로 스팸 메일 보내듯 보고서를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 이상을 할 필요는 없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한 귀로 듣고 흘리도록 만들라는 말이군요.”
“정확합니다! 우리는 몇 년 전부터 부동산 버블을 경고했었다는 증거를 만드는 거죠. 보험에 몇 년 전부터 가입한 것도 증거를 남기기 위함이고요.”
데이비드와 한 팀장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도 한 팀장의 얼굴에는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면피용 증거를 많이 쌓는다고 해도 결국엔 욕받이 한 명은 내세우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월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올 거니까요. 우리를 욕받이로 세우긴커녕 제발 도와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테니 걱정 말고 진행하세요.”
한 팀장은 이제야 얼굴색이 돌아왔다.
“내일 머스크와의 약속을 잡아 뒀습니다. 그런데 한창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라 텍사스에서 만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텍사스까지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걸리죠? 그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겠네요. 제가 텍사스로 간다고 하세요.”
“머스크의 공장이 텍사스에서도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항 근처에 헬기를 준비시켜 두겠습니다.”
“헬기까지 이용해야 할 정도로 외지인가 보군요. 그렇게 준비해 주세요.”
오늘 일과는 여기까지.
오랜 비행으로 피곤한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일찍 호텔로 향했다.
내일도 비행기와 헬기를 타야 했기에 억지로 이른 시간에 잠을 청했다.
* * *
헬기를 타고 텍사스 외곽의 해안가로 이동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차를 타고 한참이나 들어가서야 머스크의 공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뉴욕으로 갔어야 하는데 한창 바쁜 시기라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힘든 길은 아니었습니다. 안 그래도 언젠가는 텍사스 해안가를 한 번쯤은 꼭 보고 싶었습니다. 머스크 대표님 덕분에 버킷 리스트 하나를 채울 수 있게 되었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안으로 들어가서 마저 하시지요.”
머스크를 따라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공장의 외관과 내관이었다.
으리으리한 건물은 당연히 아니었고, 말 그대로 공장에 회사를 차린 머스크였다.
더더욱 놀란 건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공장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늘 단체로 휴가라도 갔습니까? 생각보다 인원이 적어 보입니다.”
“……로켓 기술자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두 명의 전문 기술자는 2년 치 월급을 일시불로 주고서야 겨우 영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라니.
회귀 전에 내가 아는 머스크는 세계 1위 부호를 다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워커홀릭 상태인 공돌이의 모습이었고, 그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공장과 인원으로 로켓 개발에 임하고 있었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그런데 직원 대부분의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습니다.”
“대학을 막 졸업한 학부생 위주로 채용했습니다. 그래도 모든 인원을 제가 직접 면접을 보고 선발을 했습니다.”
“로켓 개발 기한을 좀 늘리시는 게 어떠십니까? 당장 내년에 1호 로켓을 발사한다고 알고 있는데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팰컨 1호는 무조건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직원 한 명 한 명 모두가 특수부대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목숨을 걸고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중소기업에서나 하는 말이었다.
대기업에서는 모든 업무가 정확히 나뉘어 있어 자신의 업무만 보면 되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 한 명이 기술 개발, 경리, 영업까지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걸 좋게 포장하는 단어가 특수부대원이었다.
말이 좋아 특수부대원이지.
잡부나 다름없는 업무 분장 방식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떨어지지만, 사장인 머스크가 24시간 거주하며 직원들과 같이 생활하기에 아직까진 통하는 듯했다.
“로켓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계시는군요.”
“성공만 한다면 무조건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김 부회장님도 로켓 재사용 기술을 저에게 추천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그런 말을 하긴 했었죠.”
“예전에 러시아에 가서 인공위성을 날리기 위해 로켓 발사 비용을 문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날강도 짓을 하더라고요. 가격을 절반만 낮출 수 있어도 세상 모든 인공위성 발사 의뢰가 저에게 들어올 것입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스페이스X입니다!”
스페이스X.
지금이야 허름한 공장에서 신입 직원과 투닥거리고 있는 곳이지만.
15년만 지나도 수백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가 되는 회사였다.
“연구비용은 부족하지 않으십니까?”
“……사실 많이 부족합니다. 페이팔을 판매한 자금 대부분을 쏟아부었는데도 돈 들어갈 곳이 넘쳐납니다.”
“제가 조금 더 투자를 해 드려도 될까요?”
“정말이십니까! 투자를 해 주겠다는 곳은 많았지만 믿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전부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김 부회장님이라면 믿고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금이 정말 많이 부족한가 보다.
페이팔 매각 대금으로 부호 소리를 듣게 된 머스크였지만, 그런 그를 투자금에 매달리게 만들 정도로 우주 산업은 돈 먹는 하마였다.
“매년 10억 달러씩 10년을 투자하겠습니다.”
“그 정도 금액이면 숨통이 좀 트이긴 하겠습니다!”
“원하시면 올해 투자금은 30억 달러 수준으로 늘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한 많은 지분을 양도하겠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는 걸까?
자신만만하던 머스크였지만, 지금은 많이 꺾인 상태였다.
그렇기에 지분 이야기도 먼저 꺼내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켓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계시니 전기 자동차 개발은 조금 미진하겠군요.”
“최대한 같이하려고 하고 있긴 하지만, 조금 소홀한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은 로켓 사업에 집중하시고, 전기 자동차 사업은 우리 쪽에서 전문가를 더 투입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제가 꼭 로켓 사업에 성공해서 투자금이 아깝지 않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를 허풍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로켓이라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전문가 2명과 대학물이 빠지지 않은 신입 사원들만으로 성공시키겠다고 자부하고 있으니.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었다.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