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7)
독식하는 재벌 3세-237화(237/518)
237. 나비가 되는 과정 (1)
2005년 첫 사장단 회의.
내가 처음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던 게 6년 전이었던가?
그때와 비교하면 꽤 많은 사람이 물갈이되어 나갔다.
외국인 사장의 비율도 꽤 높아졌고.
전체적으로 사장들의 연령대도 많이 낮아져 있었다.
나는 그저 계열사 사장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뿐인데.
나와 눈을 마주친 사장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긴장했다.
“사장단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태우전자부터 보고를 받고 싶군요. 준비되셨나요? 리사 사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통역 시스템을 실행하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통역 시스템?
리사 사장은 헤드셋처럼 생긴 장비를 착용하고 나서야 보고를 시작했다.
“보고 시작 전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그녀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영어로 말하였고.
스크린에는 실시간으로 그녀의 말이 한국어로 통역되어 자막처럼 나오고 있었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군요. 혹시 천민정 팀장이 만든 프로그램인가요?”
“그렇습니다. 저와 대화하기 힘들다고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다 합니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통역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벌써 완벽한 시스템까지 구축해 버린 천민정이었다.
천민정의 능력에 다시금 감탄했다.
하지만 지금은 리사 사장의 보고가 우선이었기에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태우전자와 반도체에 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우선 태우전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상승했습니다.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과 국내 시장 매출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실적이군요.”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TV 시장의 점유율이 크게 올랐고, 아노르 가문과의 협업으로 명품 이미지를 얻은 덕분입니다. 몇 개 분야에서는 국내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태우전자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애플 그리고 아노르 가문과의 협업을 통해 계속해서 이미지 변화를 꾀했고,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태우반도체는 어떤가요?”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로 반도체 공급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전제품에도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고 있어 반도체 매출이 전년에 비해 40%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태우전자와 반도체였다.
특히나 태우전자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반도체를 태우반도체에서 공급하고 있었기에 선순환이 되고 있는 구조였다.
이렇게 좋은 상황이었지만.
리사 사장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
“또 하실 말씀이 남으셨나요?”
“태우반도체의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최소 지금보다 2배 이상의 공장을 증축하고, 반도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흠흠.]여기저기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특히나 할아버지와 오래 회사 생활을 한 사장들이 하나같이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헛기침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반도체 공장 증축 혹은 신축에는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부지 확보, 시설, 그리고 장비까지.
리사 사장이 원하는 만큼 반도체 공장을 늘리기 위해선 최소 3조 원의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하기에 사장단이 헛기침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반도체 공장 신축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공장을 2배 확충한다는 건 반대입니다.] [한 번에 2배나 확충하는 건 무리긴 합니다.] [반도체 시장이 나쁘지 않으니 증축을 하는 쪽이 좋아 보입니다.]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살펴본 다음에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사장단이 말을 더했다.
내가 반도체 공장 확충에 반대할 거라 생각하기에 자신 있게 말을 하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왕 공장을 확충할 거면, 2배가 아니라 5배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마음 같아서는 규모를 5배 이상으로 키우고 싶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에 2배로 축소해 보고드렸습니다.”
“5배 정도면 대략 10조~15조 원 정도가 들겠군요. 태우전자와 반도체의 매출만으로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한 번에 모든 금액 지불할 필요는 없으니 매년 1~2조 원씩 투입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리사 사장의 말에 또 곳곳에서 헛기침 소리가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물이라도 마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직 내가 회장에 오른 건 아니었기에 저들을 설득시키기로 했다.
“태우전자와 태우반도체에서 어떻게 자금을 조성할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애플을 비롯한 여러 전자 회사에서 매년 막대한 로열티 금액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금액만으로도 충분히 공사 비용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로열티로 받은 금액이 얼마나 됩니까?”
“1조 2천억 원입니다. 로열티로 받은 금액 50%를 애플이 담당했고,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많은 회사가 나머지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태우전자와 기술연구소에서는 지금도 많은 특허를 신청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도 전에 특허를 사들이고 만든 덕분에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로열티가 매년 태우그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만약 로열티 수익이 없다고 해도 공사 비용을 조성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없습니다. 태우반도체의 영업이익이 3조 4천억 원 이상입니다. 태우반도체의 잉여금만으로도 충분히 공사 비용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적자투성이였던 태우반도체였다.
하지만 이젠 명실상부 태우그룹을 대표하는 캐시카우로 성장했고, 매년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기도 했다.
“태우반도체가 벌어들인 수익을 그대로 투자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군요. 주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자세한 기획서를 만들어 기획해 보겠습니다!”
주주의 이름을 빌려 사장단의 입을 막았다.
태우그룹의 지분 60% 이상을 내가 보유하고 있고 내 말은 과반 이상의 주주가 하는 말과 동일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음 보고를 받겠습니다.”
태우전자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매출이 좋은 순으로 보고를 받았다.
태우통신, 태우자동차, 태우건설까지.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계열사였고, 매출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모든 계열사가 흑자를 보는 것은 아니었고, 특히나 작년에 공격적으로 채굴권 매입 사업을 진행한 태우상사의 경우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채굴권을 매입했지만, 아직 실제 채굴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이전 년도와 매출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자재 개발은 단기간에 매출을 보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닙니다. 10년 이상을 보고 진행한 사업이니 지금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짝 긴장한 태우상사 이종수 사장이었다.
그는 작년에 사장에 오른 신출내기 사장이라 그런지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나쁘지 않았기에 나는 그를 격려하듯 말했다.
“광물 채굴을 하루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태우건설과 태우화학과도 공조 중이며 진행 속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원자재 광산을 사들이는 데 들어간 자금이 얼마입니까?”
“월가의 자금을 제외하면, 태우그룹에서만 10조 원이 넘습니다.”
“아직 그것밖에 사들이지 않았나요? 기획서에서는 태우그룹에서만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10조 원은 웬만한 회사를 구입하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태우그룹이 작년에 보유하고 있던 잉여금 절반 가까운 금액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의 노력으로 사용했던 잉여금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고, 다시금 여유가 생긴 태우그룹의 잔고였다.
조 단위의 잉여금은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많은 금액도 아니었다.
회귀 전 삼진전자는 150조 원이나 되는 잉여금을 통장에 쌓아 놓고만 있었다.
이는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IMF와 같은 치욕적인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기도 했다.
하지만 태우그룹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어떤 사업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지 내가 확실히 알고 있으니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러 국가와 협상 중에 있습니다. 이미 광산 개발 사업에 뿌리를 깊게 박은 외국 회사들이 많아 시간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그럼 새로운 국가를 개척해야겠군요. 몽골은 어떻습니까? 지하자원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곳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몽골의 지하자원은 중국에서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몽골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지하자원 보유국이었다.
하지만 지하자원으로 큰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국가기도 했다.
주된 이유는 지리적 위치에 있었고, 중국이 아니면 지하자원을 수출할 방법이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값싼 가격에 지하자원을 중국에 넘겨야만 했다.
“몽골의 지리적 위치가 최악이긴 하죠. 말이 좋아 대륙 국가지 섬나라보다 못한 곳에 자리 잡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위로는 러시아가 둘러싸고 있고, 밑으로는 중국이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다와의 거리도 멀어 지하자원을 운반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지하자원의 운송은 육로 혹은 해로를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육로는 공산권 국가가 가로막고 있고, 바다와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지하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판매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만 있으면 몽골의 지하자원을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능은 하지만, 중국에서 그렇게 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엄청난 수익을 벌어다 주는 몽골의 지하자원을 왜 나눠 먹으려고 하겠습니까?”
“그 문제는 제가 한번 해결해 보겠습니다. 이 사장님은 몽골의 지하자원 개발 기획서를 만들어 주세요. 러시아를 이용하는 방법과 중국을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 버전으로 부탁합니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 보겠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나는 두 국가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해결할 방법이 존재했다.
물론 두 국가 모두 불확실성이 높은 국가이니 불안한 건 사실이었지만, 위험을 안고서도 진행해야 할 만큼 지하자원은 중요했다.
“보고는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태우그룹이 미래를 주도하는 그룹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탈피를 해야 합니다. 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 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현재에 안주하더라도 태우그룹은 망하지 않을 정도로 건실하지만, 그래서는 세계 최고의 그룹이 될 순 없습니다.”
한국 최고는 이미 달성했다.
당연히 다음 목표는 세계 최고의 그룹이었고, 내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사장단에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 5번 이상 껍질을 벗어 내는 탈피가 필요하죠. 탈피는 위험성을 동반하는 행위지만, 성공만 한다면 우린 세계무대에서 날아다니는 나비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좁은 무대에서 기어다니는 애벌레로 안주하지 맙시다.”
동의하는 사장도 있는 반면.
너무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내 방식에 불만을 가진 사장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하는 사장을 지금 당장 잘라 낼 생각은 없었다.
내가 결과를 보여 주기만 하면 알아서 따라올 사람들이었으니까.
물론 그때도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자리를 다음 사람에게 넘겨줘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