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38)
독식하는 재벌 3세-238화(238/518)
238. 나비가 되는 과정 (2)
사장단 회의를 마친 후.
부회장실로 돌아가자 기획실장이 감격한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마지막 연설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환골탈태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한다니 다행이네요. 사실 사장단 회의에서 한 말은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없어요. 태우그룹은 체질부터 사업부까지 모두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경제 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서비스업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보고서였습니다.”
사실 모두가 아는 내용이었다.
후진국의 경우 값싼 인건비를 통해 제조업으로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나라가 성장하면 인건비는 높아지기 마련이었고, 살아남기 위해선 서비스업으로 전환을 시도해야만 했다.
“태우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서비스업에 한발 빨리 진출하긴 했죠. 특히나 IT 계열 사업은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앞서간다고 할 수 있지만, IT에만 태우그룹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태우IT가 나날이 커져 가고 있지만, 언젠가 더는 확장할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태우그룹은 IT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세계 유명 IT 회사의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태우IT에서도 새로운 IT 서비스를 계속해서 출시해 내고 있었다.
솔직히 여기서 만족해도 되긴 했다.
이미 확보한 IT 기업의 지분과 IT 서비스만으로도 예전보다 훨씬 큰 수익을 남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계 최고의 그룹이 되기 위해선 IT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업 진출이 필수였다.
“태우그룹이 진출하기 좋은 서비스업으로는, 금융과 문화 그리고 교육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실장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금융업의 경우엔 태우증권이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더욱 확대한다고 해서 전혀 나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문화와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출하려고 하시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느 기업이 금융 사업을 등한시하겠는가?
그렇기에 기획실장도 금융 사업 확대는 긍정적으로 봤지만, 문화와 교육 사업에는 말을 아꼈다.
“문화 사업 확대를 위해선 그룹 조직 개편이 필수입니다. 태우시네마와 음원 사이트를 합쳐 새로운 엔터 계열사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전문 회사로 탈바꿈하는 겁니다.”
“한류 열풍이 더욱 거세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문화관광부에서 콘텐츠 기반 사업의 매출액이 매년 크게 증가할 거라는 보고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류 열풍.
회귀 전에는 다양한 매체 앞에 K를 붙였다.
K드라마, KPOP, K영화 등.
뭐든 앞에 K자만 붙이면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는 시대였고, 그 시대를 조금 더 앞당기고 더욱 부흥시킬 계획을 세웠다.
“태우시네마의 인력들을 지금보다 5배 이상 많은 금액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투입할 겁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투자금을 높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복권과도 같습니다. 무조건 성공할 거라 예상했던 작품이 망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망할 것이라 생각한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우수한 감독과 작가 그리고 배우를 섭외할 수만 있다면, 당첨 확률을 크게 늘릴 수 있죠. 앞으로 태우시네마로 들어오는 영화와 드라마 대본을 정리해서 저에게 가져오세요. 제가 직접 선택해야겠어요.”
복권은 당첨번호를 모르기에 위험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미 당첨번호를 알고 있다면, 복권을 사기만 하면 무조건 당첨이 될 수 있었고.
어느 감독 그리고 어느 작품이 성공할지 알고 있었기에 단시간에 태우그룹의 문화 사업 분야를 크게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기가 너무 이르기도 했고, 다른 사업에 집중하느라 잠시 뒤로 미루어 뒀었고.
이제야 본격적으로 문화 사업에 진출할 준비와 시기가 되었다.
“태우시네마로 들어오는 작품의 수가 매년 2만 개가 넘습니다. 그걸 부회장님께서 전부 확인하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틈날 때마다 확인할 테니 제목, 감독과 작가의 이름만 우선 정리해서 가지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태우시네마와 음원 사이트의 합병부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문 인력도 대거 채용할 준비를 하세요. 특히나 작가와 PD도 영입 제안을 넣어 두시고요.”
“PD까지 말씀이십니까? 한 번에 너무 크게 확장하면 업계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업계가 감당하지 못하면 다른 업계의 도움을 받으면 되니 걱정 말고 진행하세요.”
영화는 영화관에서 드라마와 예능은 TV에서.
지금까지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OTT 서비스가 커져 감에 따라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까지 OTT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히려 더 큰 규모의 시장일 수도 있었다.
OTT를 통하면 전 세계에 동시 개봉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세계 최고의 OTT 사이트의 최대주주가 나였다.
이미 여러 명의 안주인이 있는 업계와 달리 OTT 업계는 내가 안주인 행세를 할 수 있었으니 내 입맛에 맞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 * *
한 달 만에 태우엔터테인먼트가 탄생했다.
태우시네마와 음원 사이트 그리고 케이블 TV 채널 3개까지 인수해 처음부터 거대 엔터 회사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는 매출 구조였다.
영화관과 음원 사이트의 매출이 적지 않다고는 하지만, 나머지 부서는 아직 조직 구성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열심히 인력 구성을 선발하는 데 집중해야만 했고.
인재 영입은 물론이고, 인재 양성을 위해 하루에도 수천 개가 넘는 프로필을 확인해야만 했다.
“실장님, 감독과 작가 영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열심히 접촉 중이긴 하지만, 태우엔터 소속 감독이나 작가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가의 경우엔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지만, 감독의 경우엔 많이 어렵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곤 생각했어요. 그러면 영입보단 작품 투자와 제작에 집중하도록 하죠. 특히 이 감독의 작품은 반드시 우리 회사에서 투자와 제작을 담당해야 합니다.”
나는 프로필 한 장을 기획실장에게 내밀었다.
프로필 최상단에 적혀 있는 이름란에는 [봉호준]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앞으로 온갖 영화제를 휩쓸 감독이었고.
천만 관객을 동원함은 물론이고, 영화계에 한류 열풍을 몰고 올 감독이었다.
“안 그래도 우리 회사로 투자 의뢰가 들어오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소재가 워낙 기괴하고, CG 촬영이 많은 작품이라 제작비가 최소 100억 원이 넘습니다.”
“100억 원이 아니라 200억 원을 투자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지금 당장 봉호준 감독과 미팅을 잡아 주세요. 제가 직접 만나 봐야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엔터 회사는 간판 작품이 꼭 필요했다.
봉호준 감독의 작품이라면 간판 작품을 넘어 회사 이미지를 단번에 몇 단계 이상 상승시킬 수 있었다.
“오늘 저녁 약속을 잡았습니다. 부회장님이 자주 가시는 한정식 식당으로 예약하겠습니다.”
다행스럽게 오늘 봉호준 감독을 만날 수 있었고.
나는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식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봉호준 감독은 이미 식당에 도착해 있었고, 특유의 곰 같은 체형으로 자리에 멀뚱히 앉아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TV나 잡지로만 보다가 이렇게 실물로 보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화배우를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칭찬이었다.
이런 칭찬을 한다는 건 그만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봐야겠지.
그러니 익숙지도 않은 아부를 시도하는 것이겠고.
“일단 식사부터 하시지요. 여기 식당이 숨겨진 맛집입니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음식을 남길 수는 없으니 맛있게 먹겠습니다!”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봉호준 감독이었다.
지금도 유명 감독이긴 하지만, 회귀 전에는 세계 영화계의 극찬을 받은 감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봉호준 감독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뻐 보이기만 했다.
“식사는 거의 끝났으니 가볍게 술 한 잔 마시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요?”
“부회장님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라 하시면, 투자 관련 이야기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감독님의 차기작을 태우엔터에서 전액 투자하겠습니다.”
“태우엔터 단독으로 투자를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다음 작품의 제작비는 100억 원이 넘습니다.”
영화 제작비 100억 원.
지금 시대야 영화 제작비로 100억 원이나 투자하는 영화는 드물었지만, 몇 년만 지나도 2~300억 원을 제작비로 사용한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솔직히 저렴한 금액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헐리우드의 경우엔 수천억 원을 사용하는 영화도 꽤 있었다.
그에 비하면 고작 10%에 불과한 제작비에 불과했다.
물론 봉호준 감독의 차기작이 성공할 거란 확신이 있기에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했다.
“100억 원이 아니라 200억 원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CG 제작 의뢰도 미국 최고의 전문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겠습니다. 배우 캐스팅 비용도 걱정 말고 원하시는 배우를 캐스팅하시고, 필요한 모든 장비도 태우그룹 차원에서 움직여 구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지금까지 많은 투자자를 만났지만, 모두 거액의 제작비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감독님은 제작비 걱정 말고 원하시는 작품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휴우, 드디어 한시름 놓았습니다.”
손을 불끈 쥐며 좋아라 하는 봉호준 감독이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앞으로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봉호준 감독님의 작품을 태우엔터에서 독점 투자하고 제작하고 싶습니다.”
“……모든 작품을 독점하신다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 앞으로 봉호준 감독님이 만들고 싶어 하는 모든 작품을 우리가 투자하겠다는 말입니다.”
“한두 작품도 아니고 모든 작품을 말씀이십니까? 저를 믿어 주시니 감사하긴 하지만… 업계에서 이런 종류의 계약이 이루어진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계약을 체결하겠나?
감독이 어떤 영화를 찍을지 제작비가 얼마나 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계약을 체결할 미친 회사는 없었다.
봉호준 감독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게 될지 알고 있기에 제시할 수 있는 계약이었다.
“태우그룹은 한국 문화 사업 발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특히나 뛰어난 감독을 위해서는 무제한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고요. 앞으로 우리 태우와 함께 손을 잡고 세계 무대를 정복해 보지 않겠습니까?”
“너, 너무 좋은 조건이긴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우선은 차기작과 차차기작만을 계약하고 싶습니다.”
“그럼 이런 조건으로 하죠. 차차기작까지 계약을 진행한 후, 태우엔터가 그다음 작품 계약 우선권을 가지는 것으로요.”
“그런 조건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니, 이런 좋은 제안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봉호준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내 손을 꽉 잡으며 감사함을 표했다.
덩치에 맞지 않게 땀이 잔뜩 맺혀 있는 봉호준 감독의 손이었지만, 나도 그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